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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1도2327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후 옥내집회만 개최한 경우 등 신고된 옥외집회와 현실로 개최된 옥내집회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신고된 옥외집회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는 이유로 해산을 명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 또는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에서 개최하는 ‘옥내집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경우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14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관하여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이에 관하여는 불복이유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2.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관하여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검사는 ‘피고인들이 2009. 10. 13. 11:20부터 11:30까지 부산지방노동청 건물에 침입하여 그곳 바닥에 연좌하여 구호를 외치는 등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이하 ‘예선노조’라 한다) 부산지회가 신고한 집회의 장소·방법 등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집회를 개최하던 중 수차례에 걸쳐 자진해산 요청이나 해산명령을 받고도 지체 없이 해산하지 아니하였다’는 공소사실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24조 제5호 , 제20조 제2항 ,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 제3호 , 형법 제30조 를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고, 원심은 이 사건 집회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 제3호 에서 정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우선 이 사건 집회가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소정의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집시법 제6조 제1항 은 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에 관하여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사람은 그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등에 관한 사항, 참가 예정인 단체와 인원, 시위의 경우 그 방법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6조 제4항 제3호 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이하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0조 제1항 , 제2항 은 관할 경찰서장은 제6조 제1항 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집회 또는 시위나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집회 또는 시위가 해산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는 지체 없이 해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4조 제5호 는 해산명령을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시법은 위와 같이 옥외집회 및 시위에 대하여만 사전신고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사전신고를 요하지 않는 옥내집회에 대하여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산을 명할 수 없다 .

나아가 실제로 개최된 집회 또는 시위가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에서 말하는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당초 주최자가 신고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내용과 현실로 개최된 집회 또는 시위의 실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인바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9471 판결 등 참조),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으나 그 신고 내용과 달리 처음부터 옥외집회 없이 옥내집회만 개최한 경우 등과 같이 신고된 옥외집회와 현실로 개최된 옥내집회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옥내집회는 사전신고를 요하지 아니한 별개의 집회이므로 신고된 옥외집회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유로 해산을 명할 수 없다 .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들은 부산지방노동청 앞 인도 내지 그 부근에서 신고된 옥외집회를 개최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또는 소규모로 모여 있다가 부산지방노동청 건물로 들어가 1층 로비에서 집회를 개최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현실로 개최된 옥내집회와 당초 신고된 옥외집회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어, 피고인들의 행위는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소정의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소정의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집회가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2호 소정의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2호 에서 말하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는바, ① 피고인들이 부산지방노동청에 들어가거나 그 건물 1층 로비에서 집회를 진행할 당시 폭행, 협박, 손괴, 방화 행위를 하지 않은 점, ② 피고인들은 위 집회 무렵 개별적으로 또는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현관문을 통해 부산지방노동청 건물 1층 로비에 들어갔고, 그 출입과정에서 제지를 받거나 소란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은 점, ③ 부산지방노동청 건물 1층 로비는 원칙적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장소인 점, ④ 피고인들은 부산지방노동청 건물 1층 로비에 연좌하여 단순히 노동가를 부르거나 구호를 제창하고 김밥을 먹는 등의 방법으로 집회를 한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들이 부산지방노동청에 들어가 집회를 개최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집회 행위가 ‘폭행, 협박, 손괴, 방화’에 준하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들이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관공서에 들어가 퇴거요구에 불응하고 장시간 집회를 계속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옥내집회인 피고인들의 집회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에서 말하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집회의 자유가 비록 우리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이긴 하지만,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 집시법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대하여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그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

한편 옥내집회는 집시법상 사전신고 없이 개최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옥내집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에 해당하는 등 그 집회의 목적, 참가 인원, 집회 방식, 행태 등으로 볼 때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인 경우에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집회의 장소가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의 옥내라 하더라도 그곳이 일반적으로 집회의 개최가 허용된 개방된 장소가 아닌 이상 이를 무단 점거하여 그 건조물의 평온을 해치거나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에 위험을 초래하고 나아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포용할 수 있는 활동의 범주를 넘는다고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

2)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면, ① 예선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2009. 8. 7. 전면 파업에 돌입한 후 관할 노동청, 항만청, 예선업체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였고, 특히 예선노조 부산지회는 2009. 8. 18.부터 2009. 10. 12.까지 부산지방노동청 앞에서 총 15회에 걸쳐 정부의 교섭중재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여 온 사실, ②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 의장 공소외 1과 예선노조 부산지회장 공소외 2, 예선노조 울산지회장 공소외 3은 2009. 10. 13. 11:00경 부산지방노동청을 방문하여 근로개선지도 3과장 공소외 4 등과 면담하면서 부산지방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그동안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인근에 집결한 피고인들을 비롯한 예산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 소속 조합원들 121명은 같은 날 11:20경부터 11:30경까지 부산지방노동청 건물 1층 로비에 침입한 다음, 그때부터 같은 날 14:50경까지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 공소외 5의 지휘에 따라 1층 로비 바닥에 연좌하여 부산지방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노동청장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제창하고 노동가요를 부른 사실, ③ 1층 로비를 가득 메운 위 집회로 인하여 부산지방노동청 민원부서의 업무와 민원인들의 통행에 불편이 초래되고, 부산지방노동청 직원들은 정상적인 업무에 전념하지 못한 채 청사 계단 및 복도에서 청사경호 업무에 대비한 사실, ④ 부산지방노동청장은 같은 날 11:57경 피고인들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한편 부산연제경찰서에 시설보호요청을 하였고, 부산연제경찰서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위 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이 12:10경 자신해산 요청을 하고, 12:20경 1차 해산명령을, 13:55경 2차 해산명령을, 14:35경 3차 해산명령을 하였음에도 피고인들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그 해산명령에 불응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상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 즉 부산지방노동청은 고용안정과 노사분쟁의 조정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로서 일반 공중이나 민원인 등이 임의로 그 건물 내에서 집회를 할 것까지도 허용되어 있는 개방된 장소로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집회장소인 청사 로비에 진입한 경위, 그 집회의 목적과 규모, 청사관리권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하면서 집행된 집회의 방식과 진행시간, 이 사건 집회가 이루어진 청사 내 공간의 규모나 구조, 그곳을 찾는 민원인의 출입이나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일으킨 정도, 기타 이 사건 집회의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부산지방노동청 청사에 집단으로 무단 침입한 후 로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장시간 옥내집회를 강행하면서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은, 그로 인하여 청사의 평온과 시설관리권 등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고 질서를 문란하게 한 집회로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집회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에서 정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해산명령에 불응한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위 법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해산명령 불응에 의한 집시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파기사유가 있고, 이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의 공소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대상이 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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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2011.1.28.선고 2010노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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