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형법 제127조 소정의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의 의미
판결요지
형법 제127조 소정의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또는 인위적으로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또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을 포함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임광규(사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무릇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 등 법령에 의하여 법령을 준수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소속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 친절 공정하게 직무를 집행할 의무, 공무원으로서 청렴하고 그 품위를 유지할 의무 및 재직중은 물론 퇴직 후에 있어서도 그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엄수할 의무 등을 지고 있는바 이 중 비밀엄수의무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그 재직중 자신이 스스로 처리하는 직무에 관한 비밀 또는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할 의무로서 위에 열거한 법령 외에도 법원조직법, 법원공무원규칙, 국가안전기획부직원법, 정당법,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군사기밀보호법 등 많은 법령이 특별히 이 의무를 명문으로 따로 규정하고 혹은 그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을 두는 예도 있다.
2. 이와 같은 비밀엄수의무에 위반했을 경우 우선 일반적으로는 징계사유가 됨은 물론(이미 퇴직한 이후에는 징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특별규정에 의하여 처벌을 받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형법 제127조 소정의 공무상비밀누설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인바 형법 제127조 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이 경우 위의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또는 인위적으로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또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을 포함한다고 해석하여야 함은 위 모두에 설시한 공무원이 그 복무상 준수할 의무가 국민의 봉사자로서 충성을 다하고 그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공정하여야 하며 또 청렴하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공직자의 윤리성과 특별권력관계에 있어서의 그 특수성 등에 연유하고 나아가 현대국가내지 현대사회의 복잡다기화에서 오는 당위성 필요성 등에 의하여 당연한 해석이라고 풀이된다.
3. 그런데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형법 제127조 에서 말하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일정한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기타의 행정상의 필요 등에 의하여 인위적 법규적으로 비밀로 분류된 사항 예컨데 법령에 따라 1, 2, 3급 비밀 혹은 대외비라고 분류되어 있는 사항 따위에 한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피고인이 공소외 인에게 복사하여 건네 준 성남도시개발사업 현안문제에 대한 조치라는 제목의 경기도지사의 공문내용이 성남시의 발전을 위한 민원사항으로서 성남시가 중앙관서에 수차 건의하였던 사항의 조치내용이고 성남시가 주관한 각종 회의에서 위 해제에 대한 건의를 시민에게 홍보하여 왔던 것으로서 위 건의와 회시공문을 모두 비밀문서 혹은 대외비문서로 분류하지 아니하고 일반문서로 관리하였으며 위 회시공문을 접수한 후 관계과장에게 공람처리한 다음에도 특별한 관련후속조치가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경기도지사의 회시공문의 내용은 형법 제127조 에서 말하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4.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위 경기도지사의 공문은 성남시의 인구증가 억제조치로서 취해진 내무부장관소관의 시유지 매각중지조치와 건설부장관 소관의 인구과밀지역내와 1976.5.4 이후 전입자에 의한 건물의 신축 증축의 불허등 도시계획 구역내의 건축규제조치를 해제하는 것 등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어 중앙정부에 의한 성남시에 대한 각종 규제와 그 해제를 그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책변경에 관한 사항으로 사전 누설이 될 경우 특정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또는 부동산투기 등을 일으키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어 실질적으로 비밀성을 지닌 것이고, 한편 피고인은 위 회시공문이 성남시 총무과 문서 수발담당계에 접수되어 피고인 손에 넘어 오자 상사의 결재도 받기 전에 이를 복사하여 부동산업을 하는 위 공소외인에게 넘겨 준 사실 등이 인정되고, 원심판시자체에 의하더라도 시민에게 홍보하여 왔다는 것도 위 해제에 대한 건의임이 명백하여 위 회시공문내용을 홍보한 것이 아니므로 이것으로 위 공문내용의 비밀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은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그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할것이니 이 점 상고논지는 그 이유가 있다.
5. 다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가중뇌물수수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부분은 위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경합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된다면 공소장기재사실이 이와 대가관계에 있었느냐의 여부도 아울러 심리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므로 상고논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도 이를 파기하여야 할 것이다.
6. 따라서 검사의 상고는 이유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다시 심리케하기 위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