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측량사의 잘못된 측량으로 인한 타인과의 경계 분쟁 과정에서 저지른 폭행에 대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지출한 변호사비용은, 부실측량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가 아니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비록 측량사의 잘못된 경계측량으로 말미암아 갑과 을 사이에 경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여 갑이 을에 대하여 폭행 등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그로 인하여 형사재판까지 받게 됨으로써 지출하게 된 변호사비용이, 측량사의 위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승영)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대한지적공사 충남지사 서천군 출장소 소속 측량기사인 피고가 한 이 사건 제1토지(원고 점유)와 인접토지( 소외인 소유, 이 사건 제2토지라 함) 사이의 경계측량 결과가 피고의 과실에 기한 부실측량인 관계로 위 경계측량을 의뢰한 원고가 위 부실측량 결과를 신뢰하고 행한 행위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게 되었다면,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결론은 피고가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지적기술자 혹은 지적기능사에 해당하는 자인지 여부, 피고가 개인자격으로서 위 의뢰를 받고 측량을 한 것인지 혹은 대한지적공사의 소속 사원으로서 위 법인이 의뢰받은 측량을 하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 아니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석명하거나 심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증거를 취사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인정[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음]을 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기하여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이유모순,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이 부분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심은 나아가 피고가 배상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 즉, 원고가 위 부실측량에 의한 경계를 진정한 경계로 믿고, 위 경계선 안쪽으로 이 사건 제1토지라고 된 부분에 대하여 복토작업을 실시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위 소외인이 피고의 측량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원고가 위 소외인의 소유인 이 사건 제2토지를 침범하여 복토를 하여 위 소외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토지인도 및 불법 복토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의 측량감정 결과 원고가 이 사건 제2토지 중 일부를 침범하여 복토한 사실이 인정됨으로써 1991. 10. 29.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서 위 소외인이 구한 손해배상금의 일부가 기각된 이외에는 위 소외인의 청구가 대부분 인용된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원고가 항소하고 위 소외인 역시 부대항소하였으나, 1992. 4. 23. 대전지방법원에서 원고의 항소와 위 소외인의 부대항소가 모두 기각되어 그 판결은 1992. 5. 23. 확정된 사실, 한편 원고와 위 소외인 사이에 위 경계분쟁 과정에서 시비가 되어 원고가 위 소외인을 모욕하고 폭행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위 소외인이 원고를 고소함에 따라 원고는 모욕, 폭행 등의 죄명으로 기소되어 모욕죄 부분이 고소기간 경과 후에 고소가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된 이외에는 나머지 기소된 부분에 대하여 1990. 2. 22. 대전지방법원에서 원고에게 벌금 200,000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실, 원고는 위 민사소송에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그 선임료로 금 1,650,000원을, 위 형사소송에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선임료로 금 1,200,000원을 각 지급하였고, 위 소외인에 대한 손해배상 및 소송비용 부담금으로 금 3,426,344원을 공탁하는 등 합계 금 6,276,344원을 지출한 사실 등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경계측량을 믿고 그에 따라 복토작업을 하게 된 것인데, 뜻밖에도 피고의 부실측량으로 말미암아 원고와 위 소외인 사이에 이 사건 제1, 2토지의 경계분쟁이 발생하여 위와 같이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진행된 결과 원고가 위 소외인의 토지 경계를 침범하였음이 인정되어 패소함으로써 위와 같은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는바, 결국 원고가 입은 위 손해는 피고의 부정확한 경계측량에 기인한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경계측량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로서 위 금 6,276,344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고, 또한 원고는 피고의 잘못된 경계측량으로 말미암아 위 소외인과 사이에 이 사건 1, 2 토지의 경계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여 위와 같은 민·형사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위 경계분쟁의 경위 및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는 위자료로서 원고에게 금 1,000,000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먼저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위 민사소송으로 말미암아 지출한 비용상당액의 배상을 명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나, 원고가 위 형사소송으로 말미암아 지출한 변호사비용 상당액의 배상을 명한 조치에는 수긍할 수 없다. 비록 피고의 잘못된 경계측량으로 말미암아 원고와 소외인 간에 경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던 점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하여 원고가 위 소외인에 대하여 폭행 등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그로 인하여 형사재판을 받게 됨으로써 지출하게 된 변호사비용이 피고의 위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에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조치에도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금액의 위자료 지급을 명함에 있어 피고의 잘못된 경계측량으로 말미암아 위 소외인과 사이에 이 사건 1, 2토지의 경계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여 형사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처벌까지 받게 된 점을 중요한 참작사유로 거시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 소외인에 대하여 폭행 등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그로 인하여 형사재판을 받아 처벌된 사실이 피고의 위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비록 원고가 위와 같은 사유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하더라도 피고에게 이를 위자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