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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8두49444 판결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적법한지 판단하는 방법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영풍파일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정일권 외 2인)

피고, 상고인

조달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두542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2. 2.경부터 2014. 10.경까지 관급 PHC 파일 구매 입찰에서 관련 조합 및 그 회원사들과 담합행위를 하여, 원고 또는 조합 명의 등으로 최소 10회 이상 낙찰을 받았고, 그 낙찰금액 합계가 50,358,360,958원에 이른다.

나. 피고는 2016. 9. 1. 원고가 ‘경쟁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16. 3. 2. 법률 제14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등에 근거하여 원고의 입찰참가자격을 2년간 제한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다. 피고는 원심에 이르러, 피고에게 제재처분 권한이 인정되는 낙찰 건수를 7건으로, 낙찰금액을 합계 1,749,057,542원으로 각 축소하여 그 처분사유를 특정하였다.

3.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에는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 또는 조합 명의 등으로 낙찰받은 모든 입찰 건(낙찰금액 합계 50,358,360,958원)이 처분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나. 그러나 피고가 원심에 이르러 낙찰 건수 및 낙찰금액을 축소하여 특정함으로써, 처분 당시 전제가 된 위반행위와 실제로 인정되는 위반행위 사이에는 그 낙찰 건수 및 낙찰금액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였다.

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에 제재처분의 대상이 되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횟수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고의 담합행위는 관급 PHC 파일 구매 입찰에 관하여 관련 조합을 중심으로 다수 회원사와 함께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원고의 조직적인 담합행위로 인하여 관급 PHC 파일 구매 입찰에서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 침해되었다.

나.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6. 9. 23. 기획재정부령 제5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1항 [별표 2] 제9호 (가)목은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자’에 대한 제재기간을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라 제재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다. 담합행위에 따른 낙찰 건수 및 낙찰금액 중 처분사유로 특정된 부분만을 한정하여 보더라도, 그 횟수가 7회에 이르고, 그 낙찰금액도 17억 원이 넘는 거액이다. 나아가 담합행위에 가담하게 된 동기나 그 역할 등에서 원고에게 특별히 참작할 사정이 엿보이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에 원심에서 축소된 낙찰 건수 및 낙찰금액만을 위반행위로 파악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처분기준보다 기간을 감경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결국 원심이 든 사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앞서 본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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