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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두57984 판결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공2018상,1084]
판시사항

[1]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적법한지 판단하는 방법

[2] 특별사면이 있은 후 행정청이 그 이전의 범죄사실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한 경우, 처분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위반의 정도,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처분기준에 부합한다고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2] 특별사면은 사면권자의 고도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따른 시혜적인 조치이고, 특별사면 진행 여부 및 그 적용 범위는 사전에 예상하기 곤란할 뿐 아니라, 처분청에 처분상대방이 특별사면 대상이 되도록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의무까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처분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법원으로서는 처분이 지연된 경위, 지연된 처분에 따른 사면 대상 제외 이외에 처분상대방이 입게 된 특별한 불이익이 있는지, 그 밖의 감경사유는 없는지, 처분상대방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 처분상대방이 처분 지연으로 인하여 특별사면의 혜택을 누리게 되지 못한 점이 처분 양정에 고려되었는지, 처분 결과가 비례와 형평에 반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따름이다.

원고, 피상고인

금강토건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호 담당변호사 이일빈 외 5인)

피고, 상고인

강원도 철원군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두542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 금강토건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소외인은, ‘2011. 10.경부터 2012. 5.경까지 나라장터 전자입찰에서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낙찰 하한가를 알아낸 다음 낙찰 가능한 입찰금액으로 투찰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정행위’라고 한다)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입찰방해죄의 범죄사실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2014. 2. 21. 확정되었다.

나. 2015년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및 특별감면조치(이하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라고 한다)는 ‘2015. 8. 13. 이전의 행정처분으로 건설 관련 업체 및 건설기술자가 받고 있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또는 그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이 되는 처분’을 해제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이 되는 처분으로 ‘부정당업자 제재, 영업정지·자격정지·업무정지처분’을 들고 있다.

다. 2014. 5.경 동해시장은 원고들에 대하여, 춘천시장은 원고 금강토건 주식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부정행위를 들어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다. 이후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에 따라, 동해시장은 원고들에 대하여, 춘천시장은 원고 금강토건 주식회사에 대하여 각각 당시까지 효력이 유지되고 있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해제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 이후인 2015. 12. 29. 이 사건 부정행위를 들어 원고들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이라고 한다) 제31조 제1항 , 같은 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18호 , 같은 법 시행규칙(이하 ‘지방계약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76조 제1항 [별표 2]의 20.나.항에 따라 2016. 1. 11.부터 2016. 6. 10.까지 5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3.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에서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영업정지·자격정지·업무정지처분에 대하여도 사면함으로써 이를 원인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원인이 된 형사판결은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 이전에 확정되었다. 위 형사판결이 부정당업자 제재, 영업정지·자격정지·업무정지처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에 준하여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 피고는 앞서 살핀 동해시장과 춘천시장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있었던 무렵 원고들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므로, 즉시 이 사건 처분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들과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한 동해시장이나 춘천시장과 사이에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지체한 것은 정당한 이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 등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순차 위임을 받은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별표 2] 제20호는 입찰·낙찰 또는 계약의 체결·이행과 관련하여, 사기로 지방자치단체에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자와 10억 원 미만의 손해를 끼친 자로 나눈 후 후자에 대하여 제재기간을 11개월 이상 1년 1개월 미만으로 제한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 제4항 제5항 은 정상을 참작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그 제재기간을 경감할 수 있되, 그 경감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위 시행규칙 규정이 정한 최하한의 제재기간인 5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처분기준에 따른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려면 그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2)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원인이 되는 처분으로 부정당업자 제재, 영업정지·자격정지·업무정지처분을 들고 있을 뿐이므로 형사판결을 받은 경우를 여기에 준하여 볼 근거는 없다. 형사판결 그 자체로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효력이 없고, 이에 대한 특별사면이 있더라도 행정청은 그 형사판결의 원인이 된 범죄사실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건 특별사면조치는 2015. 8. 13. 이전 행위라도 2015. 8. 13. 이전까지 행정제재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사면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형사판결만 있고 아직 제재처분이 없는 경우는 사면대상이 아님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다.

(3) 특별사면은 사면권자의 고도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따른 시혜적인 조치이고, 특별사면 진행 여부 및 그 적용 범위는 사전에 예상하기 곤란할 뿐 아니라, 처분청에게 처분상대방이 특별사면 대상이 되도록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할 의무까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처분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법원으로서는, 처분이 지연된 경위, 지연된 처분에 따른 사면 대상 제외 이외에 처분상대방이 입게 된 특별한 불이익이 있는지, 그 밖의 감경사유는 없는지, 처분상대방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 처분상대방이 처분 지연으로 인하여 특별사면의 혜택을 누리게 되지 못한 점이 처분 양정에 고려되었는지, 처분 결과가 비례와 형평에 반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따름이다.

나. 이러한 전제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처분이 지연되어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에 관한 특별사면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처분을 면제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기록에 의하면, 동해시장은 원고들에 대하여, 춘천시장은 원고 금강토건 주식회사에 대하여 2014. 5.경 이 사건 부정행위를 이유로 각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하였고, 이에 원고들이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과정에서 원고들이 신청한 집행정지신청이 인용되기도 한 사실, 원고들이 제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하였는데, 상고심 계속 중인 2015. 8. 26. 상고를 취하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사기죄 성립 여부 및 그 피해액 확정이 쟁점이 된 공범자들에 관한 형사사건의 진행 경과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늦춘 데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도 없다. 게다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특별사면을 받을 수 없게 하려는 의도로 이 사건 처분을 지연한 것도 아니다.

(3) 이 사건 부정행위는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범죄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낙찰받은 금액도 적지 않아 그 제재의 필요성도 상당하다.

(4) 피고는 이 사건 처분 지연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특별사면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점을 고려하여 양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 시행규칙 규정에 따른 최하한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한 취지 역시 이러한 고려에 따른 것으로서, 이러한 양정이 현저히 부당하다거나 비례·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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