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7. 3. 25. 선고 96다42130 판결
[손해배상(기)][공1997.5.1.(33),1176]
판시사항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약정의 존재를 입증한 경우, 약정에 따른 채무의 불발생 또는 소멸이 피고의 항변사유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원고가 피고로부터 금전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러한 약정의 존재를 입증한 경우, 약정금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액수 등에 대하여는 더 심리해야 할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일응 그 권리발생의 근거에 대한 주장·입증을 한 것이므로 그 약정에 따른 채무가 불발생한다거나 소멸하였다는 주장은 피고의 항변사항에 속한다.

원고,상고인

김영주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순명)

피고,피상고인

정상덕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학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을 경과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92. 8. 22. 피고와의 사이에 사실상 원고의 소유인 이 사건 제1부동산과 사실상 피고의 소유인 이 사건 제3부동산을 교환하고, 같은 달 23. 피고의 소개로 소외 안순복과의 사이에 그 전날 피고와 교환한 이 사건 제3부동산과 사실상 위 안순복의 소유인 이 사건 제2부동산을 교환한 사실, 피고는 1993. 4. 26. 위 1992. 8. 23.자 교환계약으로 원고에게 약 금 100,000,000원 내지 130,000,000원의 재산상 손실을 입혔으므로, 빠른 시간 내에 이에 상응하는 물건으로 교환을 해 주고 만일 교환을 해 주지 못할 때는 손해배상을 해 준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위 1992. 8. 23.자 교환계약에 의한 위 안순복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보증을 하였다 할 것이나, 과연 위 1993. 4. 26.자 이행각서에 기재된 원고의 재산상의 손실(즉 위 안순복의 하자담보책임)이 원고가 위 교환계약을 체결한 후 뒤늦게 다음에 보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금 50,000,000원과 임차보증금반환채무 금 120,000,000원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거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위 교환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안순복과의 사이에 이 사건 제2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금 50,000,000원과 임차보증금반환채무 금 120,000,000원을 면책적으로 인수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피고가 위 1993. 4. 26.자 이행각서에 의하여 인정하고 있는 원고의 손해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위 교환계약을 체결한 후 뒤늦게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와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게 됨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원고의 손해가 달리 어떠한 경위로 발생하였는지에 관한 원고의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피고의 위조되었다는 증거항변을 배척하고 진정성립을 인정하여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은 갑 제4호증(이행각서)은 처분문서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그 기재를 보면 "1992. 8. 23. 교환한 물건으로 인하여 김영주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입힌바(약 100,000,000원-130,000,000원), 이에 상응하는 물건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교환을 해 준다. 이에 정상덕은 교환을 못해 줄 시 손해배상을 해줄 것을 약속하며, 1993. 4. 26. 양평 건 등기를 김영주가 넘겨받아도 아무런 하자 없이 정상덕은 끝까지 책임지고 교환을 처리해 준다. 만일 이상이 있을 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을 뿐이므로, 그 의미는 문자 그대로 원고가 교환목적물인 이 사건 제2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신 교환으로 인한 원고의 재산상 손실을 피고가 전보해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원심의 판단과 같이 위 안순복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하자담보책임을 피고가 보증한다는 의미로 약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금전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러한 약정의 존재를 입증한 경우, 약정금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액수 등에 대하여는 더 심리해야 할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일응 그 권리발생의 근거에 대한 주장·입증을 한 셈이므로, 그 약정에 따른 채무가 불발생한다거나 소멸하였다는 주장은 피고의 항변사항에 속한다 할 것인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오로지 위 이행각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증거항변을 제출하고 있을 뿐이고 달리 아무런 항변을 제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피고의 항변도 없이 약정의 의미를 임의로 해석하여 원고가 주장·입증책임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만 것은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하여 주장·입증책임을 혼동한 나머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 할 것이니,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