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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1. 23. 선고 2014나2536 판결
[진료비][미간행]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보무 외 4인)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피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5인)

변론종결

2014. 11. 11.

주문

1.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원고에게, 피고 4, 피고 5는 연대하여 86,437,255원, 피고 1, 피고 2, 피고 3은 피고 4, 피고 5와 연대하여 위 돈 중 각 21,609,313원과 각 이에 대하여 2014. 3. 5.부터 2015. 1. 2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3. 제1항의 금원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4, 피고 5는 연대하여 86,935,450원, 피고 1, 피고 2, 피고 3은 피고 4, 피고 5와 연대하여 위 돈 중 각 21,733,862원과 각 이에 대하여 2014. 3. 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부터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지연손해금 청구를 일부 감축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에게, 피고 4, 피고 5는 연대하여 82,184,100원, 피고 1, 피고 2, 피고 3은 피고 4, 피고 5와 연대하여 위 돈 중 각 주1) 20,546,025원 과 각 이에 대하여 2008. 2. 16.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가 당심에 이르러 지연손해금 청구를 일부 감축함으로써 항소취지도 그 범위 내에서 감축되었다).

나. 피고들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의료계약의 체결 및 치료 경과

(1) 원고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이하 ‘원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는 원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소외 1의 자녀들이고, 피고 5는 피고 2의 남편으로 소외 1의 사위이다.

(2) 소외 1은 거주지 인근 병원에서 폐렴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자, 2008. 2. 16. 원고 병원에 내원하여 원고와 의료계약(이하 ‘이 사건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병원 호흡기내과에 입원하였다. 이때 피고 4는 소외 1의 보호자로서, 피고 5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소외 1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3) 소외 1이 2008. 2. 18.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원고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 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 병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하여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소외 1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빠졌다.

(4) 소외 1은 위와 같이 지속적 식물인간상태로, 원고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로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의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나. 연명치료 중단소송

(1) 소외 1(피고 4가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소송을 진행함)과 자녀인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는 2008. 6. 2.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장치제거 등을 구하는 소송( 서울서부지방법원 2008가합6977 , 이하 ‘연명치료 중단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2008. 6. 11. 위 소장이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2) 위 법원은 2008. 11. 28.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외 1의 청구만을 받아들여 ‘피고(이 사건 원고)는 소외 1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의 선고는 붙이지 않았다(이하 ‘연명치료 중단판결’이라 한다).

(3)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09. 2. 10.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고( 서울고등법원 2008나116869 , 역시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의 선고는 붙지 않았다), 원고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09. 5. 21. 대법원에서 상고기각판결(대법원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이 선고되어 1심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인공호흡기 제거와 사망

원고 병원 의료진은 2009. 6. 23. 10:30경 확정된 연명치료 중단판결에 따라 소외 1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였으나, 소외 1은 그 후에도 자발호흡으로 연명하다가 2010. 1. 10. 사망하였다.

라. 진료비 내역

(1)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개시일인 2008. 2. 16.부터 소외 1이 사망한 2010. 1. 10.까지 총 진료비는 87,119,853원이고, 미납진료비는 86,969,850원이다.

(2) 소외 1 및 피고 1 등이 연명치료 중단소송을 제기한 2008. 6. 2.부터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확정된 2009. 5. 21.까지 인공호흡기 유지비용은 1,237,398원이고, 그 다음날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2009. 6. 23.까지 인공호흡기 유지 관련 환자 본인부담금은 발생하지 않았다.

(3) 소외 1의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선택진료비는 총 5,336,032원인데, 그 중 2008. 2. 18.자 조직생검과 관련된 선택진료비는 34,400원(= 기관지경 검사의 선택 진료비 28,665원 + 기관지경 생검비의 선택 진료비 5,735원)이다.

(4) 소외 1은 2009. 6. 23. 상급병실로 전실되었는데, 소외 1이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사용료는 66,690,000원이다.

마. 상속관계

소외 1이 2010. 1. 10. 사망함에 따라 자녀인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가 소외 1의 권리·의무를 각 1/4 상속 지분 비율로 포괄승계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 갑 3호증의 1 ~ 3, 갑 6호증의 1 ~ 3, 갑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피고 4, 피고 5는 이 사건 의료계약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연대하여 진료비 86,935,450원[= 86,969,850원 - 34,400원(2008. 2. 18.자 조직생검과 관련된 선택진료비 34,400원), 원고는 스스로 2008. 2. 18.자 선택진료비를 공제한 나머지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다], 피고 1, 피고 2, 피고 3은 소외 1의 상속인으로서 피고 4, 피고 5와 연대하여 위 86,935,450원 중 각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인 21,733,862원(= 86,935,450원 × 1/4, 원 미만 버림)과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들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설명의무위반 등 채무불이행, 불법행위로 확대된 진료비 청구 금지 주장

(1) 주장의 요지

원고는 소외 1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필요성, 검사를 하지 않을 경우의 오진확률, 검사에 따른 폐출혈, 뇌손상 등의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잉검사결정, 시술상 과실, 응급처치상 미숙, 선택진료계약 위반 등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원고는 소외 1에 대한 조직생검 중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기관지 내 혈관을 손상하여 대량출혈을 발생시켜 저산소성뇌손상을 입게 하였고, 이후에는 식물인간상태로 연명하기 위한 치료 또는 보존적 치료만을 계속해 왔다. 따라서 소외 1이 조직생검을 받은 2008. 2. 18.부터 사망한 2010. 1. 10.까지 행하여진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확대된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들에게 위 기간 동안의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2) 관련 법리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데도 그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였다면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으나, 의사가 위와 같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위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그 수술비 내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 ).

(3) 설명의무위반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갑 4호증, 갑 5호증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1과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소송도중 소외 1이 사망하여 나머지 피고 1 등 소송을 수계함)가 원고를 상대로, ① 기관지내시경검사 결정상의 과실, ② 기관지내시경검사 시술상의 과실, ③ 응급처치상의 과실, ④ 선택진료의무위반, ⑤ 기관지내시경검사 합병증에 관한 설명의무위반, ⑥ 기관내삽관, 인공호흡기 부착에 관한 설명의무위반, ⑦ 과잉진료에 따른 신체훼손, 인격권 침해, ⑧ 중환자실 격리에 따른 가족관계 단절, ⑨ 소외 1의 연명에 관한 기대권 침해, ⑩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 서울서부지방법원 2009가합9133 , 이하 ‘의료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한 사실, 1심 법원은 원고 병원 의료진의 ④ 설명의무위반, ⑤ 기관지내시경검사 합병증에 관한 설명의무위반만을 인정하여, 피고 1 등에게 합계 40,000,000원의 위자료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한 사실, 이에 피고 1 등이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2011나12875 )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나아가 기관지내시경검사 시행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 병원 의사의 설명의무위반과 소외 1에게 발생한 대량출혈 및 이에 따른 저산소성 뇌손상 후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거나 그것이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치료비 청구와 관련하여서는 의사의 진료채무가 본지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52538 판결 참조),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선택진료의무위반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갑 4호증, 갑 5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1은 기관지내시경검사를 신청하면서 원고 병원 호흡기내과 의사 겸 교수인 소외 2를 주치의 및 시술의사로 선택하였으나, 2008. 2. 18. 원고 병원으로부터 시술의사 변경에 관한 통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원고 병원 호흡기내과 의사 겸 강사인 소외 3으로부터 기관지내시경검사를 받은 사실, 피고 1 등이 제기한 위 의료소송에서 원고 병원의 선택진료의무위반과 설명의무위반이 인정되어 피고 1 등에게 합계 40,000,000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나아가 소외 3의 기관지내시경검사 시술상의 과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선택진료의무위반과 소외 1에게 발생한 대량출혈 및 이에 따른 저산소성 뇌손상 후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거나 그것이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나머지 채무불이행, 불법행위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1 등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소송에서 선택진료의무위반,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위자료 이외에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 병원 의료진이 소외 1을 진료함에 있어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의료과실이 있었다거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설명의무위반과 진료계약상 의사표시 하자 주장

(1) 주장의 요지

진료계약은 개별적 진료행위마다 체결되어야 하므로 개별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진료계약 체결 당시 환자에게 진료방법의 내용,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그 진료행위는 진료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후 설명하지 않았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여 원고 병원이 이에 대한 의료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는 진료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이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2) 판단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설명의무위반의 점만으로 진료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원고 병원 의료진이 소외 1에 대한 기관지내시경검사를 시행하면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거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과실상계와 관련된 진료비 청구 금지 주장

(1) 주장의 요지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공평의 원칙상 과실상계(혹은 책임 제한)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손해전보 등에 해당되는 진료비에 관하여는 병원이 환자 측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2) 판단

피고들은 원고에게 의료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이 부분 주장을 하고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과실이 있다거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의료계약 해지 관련 주장

(1) 주장의 요지

소외 1이 2008. 2. 18. 원고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조직생검 중 대량출혈이 발생하여 저산소성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상태에 빠지자, 피고들은 원고 병원에 지속적으로 치료중단 및 퇴원을 요청하였으나, 원고 병원은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피고 측은 연명치료 중단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는바, 위 연명치료 중단소송 소장이 원고에게 송달된 2008. 6. 11. 이 사건 의료계약을 해지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그 이후에 발생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2) 판단

㈎ 먼저 소외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원고와 의료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 자신이 이 사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다음으로, 소외 1이 이 사건 의료계약을 해지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2008. 2. 18. 원고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조직생검 중 대량출혈이 발생하여 저산소성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상태에 빠졌다. 소외 1과 피고 1 등은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 중단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소외 1의 소송은 아들인 피고 4가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진행되었다. 1심 법원은 2008. 11. 28. 소외 1의 청구만을 받아들여 원고에게 소외 1에 대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것을 명하였고, 이에 원고가 항소, 상고를 하였으나 각 항소기각판결,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되어 2009. 5. 21.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확정되었다. 한편, 갑 6호증의 1 ~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연명치료 중단판결의 근거는, ①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고, ② 환자의 사전의료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데, ③ 소외 1의 경우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고, 소외 1의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및 현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소외 1이 현재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을 경우 자신에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1심 법원은 소외 1의 청구를 인용하면서도 청구의 성질상 가집행 선고를 붙이지 아니한다는 점을 판결 이유에 명시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판결의 성실상 확정을 기다려 집행함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가집행 선고를 붙이지 아니하였다.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의 해지의사표시의 효력 발생 시기는 소외 1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소외 1의 추정적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결이 확정된 때, 즉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09. 5. 21.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위 연명치료 중단소송과 연명치료 중단판결을 통하여 추정되는 소외 1의 의사는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라 행해지는 일련의 진료행위 중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로 해석되므로, 해지로 인하여 원고 병원이 중단하여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 이외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2009. 6. 23.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자가호흡으로 연명하다가 2010. 1. 10. 사망하였다)와 병실사용에 관한 부분은 의료계약이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2009. 5. 21. 이전의 진료비 부분에 관하여는 의료계약이 유효하므로 피고들은 모든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2009. 5. 22.부터 발생한 진료비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들이 인공호흡기 관련 비용에 한하여 지급책임을 면할 뿐이고, 나머지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09. 5. 22.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2009. 6. 23.까지 인공호흡기 유지 관련 환자 본인부담금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결국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공제 주장

(1) 선택진료비

㈎ 피고들은 먼저, 관련 의료소송에서 원고 병원의 선택진료의무위반이 인정되었으므로 해당 선택진료비는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측이 제기한 의료소송에서 원고 병원 의사의 선택진료의무위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위자료가 인정되었으나,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해당 선택진료비를 스스로 공제한 후 나머지 진료비만을 구하고 있으므로, 결국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들은 다음으로, 2008. 7. 23. 서면으로 선택진료 해지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그 이후의 선택진료비는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9호증, 을 1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의 사위인 소외 4와 소외 1의 아들인 피고 4가 2008. 7. 23. 특진의사를 일반진단의로 변경해 달라는 내용으로 선택진료 해지 신청을 하였다가, 2008. 8. 8. 피고 1이 다시 선택진료를 신청하였고, 2009. 3. 2. 피고 4가 선택진료를 신청하였으며, 그 이후로도 계속 피고 측에 의해 선택진료가 신청된 사실, 선택진료가 해지된 2008. 7. 23.부터 다시 신청되기 전날인 2008. 8. 7.까지 선택진료비는 합계 498,195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선택진료비 498,195원은 공제되어야 하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위 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급병실 사용료

피고들은, 원고 병원이 피고 측에서 상급병실 사용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임의로 중환자실에서 상급병실로 전실하였으므로, 상급병실 사용료는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9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의 아들이자 보호자인 피고 4가 2009. 6. 23. 상급병실 사용 신청을 하여 소외 1이 상급병실인 1인실로 옮겨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피고들은 원고가 형식상 요청하여 상급병실신청서에 서명을 해 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바. 연명치료 중단판결 확정 후 치료비 관련 주장

(1) 주장의 요지

원고 병원은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에도 원고 병원은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않았고, 피고들의 지속된 인공호흡기 제거 및 호스피스병원으로 전원 요구를 거절하였으며, 2009. 6. 23. 소외 1을 1인실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방치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확정된 2009. 5. 21. 이후의 치료비는 일체 청구할 수 없다.

(2) 판단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2009. 5. 21.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원고 병원 의료진이 그로부터 약 1달여가 지난 2009. 6. 23. 소외 1에 대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연명치료 중단판결을 통하여 추정되는 소외 1의 의사는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라 행해지는 일련의 진료행위 중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로 해석되므로, 해지로 인하여 원고 병원이 중단하여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 이외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와 병실사용에 관한 부분은 의료계약이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2009. 5. 22.부터 2009. 6. 23.까지 인공호흡기 관련 환자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안전을 고려하여 인공호흡기 제거를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한바, 원고 병원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과정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거나, 부당하게 진료비 등 이득을 얻기 위해 인공호흡기 제거를 지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도 소외 1이 자가호흡으로 연명하다가 2010. 1. 10.경 사망한 점에 비추어 인공호흡기 제거 지연으로 인하여 소외 1의 생명이 연장되어 치료비가 증가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또한 원고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소외 1의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를 계속하였으므로, 소외 1을 방치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사.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 4, 피고 5는 연대하여 진료비 86,437,255원(= 86,935,450원 - 선택진료 해지 기간 동안 선택진료비 498,195원), 피고 1, 피고 2, 피고 3은 피고 4, 피고 5와 연대하여 위 86,437,255원 중 각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인 21,609,313원(= 86,437,255원 × 1/4, 원 미만 버림)과 각 이에 대하여 2014. 3. 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가 송달된 다음날인 2014. 3. 주2) 5. 부터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5. 1.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건배(재판장) 이여진 김강산

주1) 항소장 기재 “21,733,862원”은 “20,546,025원”(= 청구취지 금액 21,733,862원 - 제1심 판결 인용금액 1,187,837원)의 오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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