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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10. 2. 8. 선고 2008가합47867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10상,409]
판시사항

[1] 상법 제399조 에 정한 ‘법령에 위반한 행위’의 의미 및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갑 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가 출자액을 회수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대주주의 개인적 손실을 막기 위한 배임행위로 을 회사 등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주주들이 제기한 대표소송에서 갑 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의 갑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399조 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유가 되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는 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법 등의 제 규정과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2]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3] 갑 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가 출자액을 회수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대주주의 개인적 손실을 막기 위한 배임행위로 을 회사 등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주주들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갑 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의 갑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

원고 1외 1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희)

피고

정몽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외 1인)

변론종결

2010. 1. 13.

주문

1. 소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게,

가. 피고 정몽구는 금 70,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5. 31.부터 2010. 2. 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나. 피고 김동진은 피고 정몽구와 연대하여 위 가.항 기재 금원 중 금 5,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5. 31.부터 2010. 2. 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정몽구 사이에 생긴 부분의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정몽구가 각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김동진 사이에 생긴 부분의 9/1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김동진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선택적으로,

소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게, 피고 정몽구는 금 144,595,403,889원 및 그 중 금 96,058,730,000원에 대하여는 2001. 12. 28.부터, 금 43,345,328,520원에 대하여는 2000. 12. 24.부터, 5,191,345,369원에 대하여는 2002. 2. 1.부터 각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피고 김동진은 피고 정몽구와 연대하여 위 금원 중 금 96,058,73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1. 12. 28.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또는

소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게, 피고들은 연대하여 금 96,058,73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1. 12. 28.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피고 정몽구는 미화 38,894,260달러 및 그 중 35,022,000달러에 대하여는 2000. 12. 24.부터, 3,872,260달러에 대하여는 2002. 2. 1.부터 각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1) 원고들은 [별지 2] 주식소유현황의 ‘주식취득내역’란 해당 기재와 같이 소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현대자동차’라 한다) 주식을 취득한 주주들로서, 2008. 4. 15. 현대자동차에 대하여 이 사건과 같은 취지의 소를 제기할 것을 요구하기 6월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하여 그 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그 소유주식수를 합하면 28,665주에 이르러 구 증권거래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공포되어 2009. 2. 4.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91조의13 제1항 소정의 피고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소수주주들이다.

2) 현대자동차는 각종 차량 및 그 부분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장 법인으로서, 2008. 5. 현재 자본금은 1,486,979,770,000원이고, 발행주식의 총수는 285,075,954주이다.

3) 피고 정몽구는 1996. 1.경부터 2000. 6.경까지 현대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그 계열사들인 기아자동차 주식회사, 현대모비스 주식회사, 위아 주식회사, 글로비스 주식회사, 본텍 주식회사 등의 지배주주로서 위 회사들의 경영을 총괄해 왔고, 1999. 3. 10.부터는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피고 김동진은 1998년경부터 현대우주항공 주식회사(이하 ‘현대우주항공’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2000. 1.경부터는 현대자동차 상용차 담당 사장직을 겸임하였고, 2001. 7.경부터는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나.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와 현대자동차의 참여

1) 현대우주항공은 1999. 8. 12.경 주주배정방식으로 신주 53,292,691주를 1주당 5,000원씩에 발행하는 유상증자(이하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라 한다)를 실시하였는데, 당시 현대우주항공 주식 지분의 17.64%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는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위 신주 중 14,108,400주를 705억 4,200만 원에 인수하였다.

2) 그 후 현대우주항공은 2000. 4. 25.경 다시 동일한 방식으로 신주 2,000만 주를 1주당 5,000원씩에 발행하는 유상증자(이하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라 한다)를 실시하였는데, 당시 현대우주항공 주식 지분의 25.52%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는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위 신주 중 5,103,346주를 255억 1,673만 원에 인수하였다.

다. 현대강관 주식회사의 유상증자와 현대자동차의 우회적 참여

1) 현대강관 주식회사(2001년 현대하이스코로 상호 변경, 이하 ‘현대강관’이라 한다)는 1999. 12. 29.경 주주배정방식으로 신주 8,000만 주를 1주당 5,000원에 발행하는 유상증자(이하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라 한다)를 실시하였고, 위 유상증자 당시 현대강관 주식 지분의 19.91%를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는 327억 원의 자금을 출자하여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

2) 한편,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김원갑 등 계열사의 임원들과 협의하여 1999. 12. 22.경 조세 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오데마치(Othemachi)라는 펀드를 설립하고, 위 펀드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신주 3,648만주를 1주당 5,000원에 인수하게 하였다.

3) 오데마치 펀드는 위 인수과정에서 현대강관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동채권(ELN, Equity-Linked Notes)을 발행하면서 선순위 주가연동채권(Senior note)과 후순위 주가연동채권(Junior note)으로 나누어 발행하였고, 일본의 미쓰이상사, 스미토모상사가 각 2,500만 달러, 교보생명이 약 6,4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선순위 주가연동채권을 인수하고, 홍콩에서 설립된 글로벌호라이즌(Global Horizon) 펀드가 5,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을 인수함에 따라 조성된 약 1억 6000만 달러로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

4) 그런데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는 현대자동차가 3,900만 달러, 현대중공업이 1,100만 달러를 출자하여 설립된 펀드이므로, 결국 현대자동차는 글로벌호라이즌 펀드, 오데마치 펀드를 거쳐 우회적으로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3,900만 달러를 추가로 출자하게 되었다.

라. 현대자동차의 멜코 펀드 및 굿펠로우즈 펀드에 대한 투자 및 그 수익의 처리

현대자동차는 2000. 12. 1.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멜코(Melco) 펀드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2001. 1. 31. 굿펠로우즈(Goodfellows) 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2002. 12.경까지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위 투자 수익은 모두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송금되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글로벌호라이즌 펀드, 오데마치 펀드를 통하여 입은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되었다.

마. 피고들에 대한 형사처벌

1) 피고들은 2007. 2.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고합474, 609호 로 피고들이 공모하여 위 나.항 기재와 같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행위, 피고 정몽구가 위 다.항 기재와 같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게 한 행위, 피고 정몽구가 위 라.항 기재와 같이 현대자동차의 펀드 투자 수익을 현대자동차에 귀속시키지 않은 행위(이하 위 각 행위를 ‘이 사건 각 범죄행위’라 한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2) 피고들 및 검사는 이 사건 각 범죄행위에 대한 위 유죄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2007노586호 로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항소심 법원은 2007. 9. 6. 이 사건 각 범죄행위가 유죄라는 제1심의 판단은 유지한 채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피고들에 대한 양형만을 변경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 후 검사가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2007도8373호 로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2008. 4. 11. 위 항소심 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사회봉사명령 부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파기환송심인 2008노994호에서 2008. 6. 3. 위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와 같이 사회봉사명령 부분을 변경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 및 검사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피고들의 이 사건 각 범죄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은 2008. 6. 11.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17, 갑 제2, 4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피고들에 대한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관련 배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 내지 10, 17 내지 19, 29 내지 38호증, 갑 제39호증의 1, 2, 갑 제40호증, 갑 제41호증의 1, 2, 갑 제42, 43호증, 갑 제44호증의 1, 2, 갑 제45호증, 갑 제46호증의 1, 2, 갑 제47 내지 55, 65 내지 68, 72 내지 74, 76, 78 내지 90, 107, 10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당시의 상황

(가) 피고 정몽구가 주도하여 1994. 3.경 미국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사와 제휴하여 항공기 날개를 제작하는 항공사업과 우주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우주항공을 설립한 후, 현대우주항공은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여 서산공장 건설 등 설비투자를 하였으나, 1997년 말경 IMF 외환위기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항공기 날개의 제작·판매 등 항공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손실이 증가하였다. 그러던 중 1998. 하반기에 정부 주도로 항공산업에 대한 소위 빅딜이 추진되어 삼성그룹, 대우그룹, 현대그룹의 항공사업 부문의 자산과 영업 부분을 통합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항공산업 통합법인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회사(이하 ‘한국항공우주산업’이라 한다)가 그 발족을 앞두고 있었다.

(나) 현대우주항공은 1997회계연도에 223억 원, 1998회계연도에 557억 원, 1999회계연도에 2,256억 원 등 해마다 당기순손실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경영상태가 열악하였고, 한국항공우주산업에 항공사업 부문의 자산과 일정 비율의 부채만을 양도하고 나면 항공사업 등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어 잔존산업 부문인 우주사업과 수익성 없는 상용차용 변속기사업 부문만으로는 금융기관 차입금의 이자조차 제대로 납부할 수 없어 조만간 부도가 날 것이 명백하였고, 당시 항공사업 부문의 빅딜 이후 잔존 사업 부문을 정리한 다음 청산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현대우주항공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였다.

(다) 현대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현대우주항공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아 현대우주항공의 부도가 나더라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반면, 피고 정몽구는 개인적으로 현대우주항공의 채무에 대하여 약 2,607억 원의 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이에 피고 정몽구는 위와 같은 자신의 보증채무를 해소할 목적 등으로 피고 김동진 등에게 향후 현대우주항공이 청산될 경우에 대비하여 자신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회사 자금을 이용하여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를 통하여 조성한 자금으로 현대우주항공의 기존 채무를 변제하여 잔존자산과 채무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것을 지시하였고, 피고 김동진 등은 그에 따라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를 진행하였다.

(2) 피고들의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

(가)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를 실시함에 있어, 위 유상증자는 현대우주항공의 청산에 대비하여 그 잔존자산과 채무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정도의 부채 변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 정몽구가 현대우주항공의 부채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보증채무를 원활히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항공사업 부문의 빅딜 이후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현대우주항공의 정상 운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위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출자액 상당의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컸고, 주주인 현대자동차는 기존 주식 일부만을 소유하고 있었을 뿐 현대우주항공의 부채에 대하여 제공한 지급보증은 없어 현대우주항공이 부도 처리되더라도 이미 헐값이 되어 버린 보유 주식을 손실 처리하는 외에 위 각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었다.

(나)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인 피고 정몽구는 손실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반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현대자동차에 손실을 입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한 채 피고 김동진과 공모하여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신주 14,108,400주를 705억 4,200만 원에 인수하게 하는 배임행위를 하였다.

(3) 피고들의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

(가) 피고 정몽구는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를 통하여 조성한 자금으로 현대우주항공의 금융권 부채 등을 변제하였으나, 현대우주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에 양도한 항공사업 부문의 자산 평가 과정 등에서 위 유상증자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부채가 발견됨에 따라 이를 변제하기 위하여 기존 주주사들을 상대로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되었다. 위 유상증자는 항공사업 부문의 빅딜, 변속기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 등 주요 사업부문이 정리된 이후에 사실상 현대우주항공의 청산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부채를 변제하기 위하여 실시되는 것일 뿐 현대우주항공의 정상 운영을 위한 것이 아니어서 위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출자액 상당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 명백하였고, 주주인 현대자동차는 현대우주항공의 부채에 대하여 제공한 지급보증이 없어 현대우주항공이 부도 처리되더라도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었다.

(나) 따라서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로서, 피고 김동진은 현대자동차의 사장으로서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현대자동차에 손실을 입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한 채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신주 5,103,346주를 255억 1,673만 원에 인수하게 하는 배임행위를 하였다.

나) 판 단

(1) 피고 정몽구에 대한 청구

위 인정 사실과 같이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인 배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399조 소정의 법령에 위반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에 위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 김동진에 대한 청구

원고들은, 피고 김동진도 상법 제399조 에 의하여 피고 정몽구와 연대하여 현대자동차에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2, 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김동진은 위 유상증자 당시 현대우주항공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을 뿐, 현대자동차의 이사가 아니었고, 또한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 소정의 업무집행지시자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 김동진은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손해에 대하여는 상법 제399조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김동진은 위 유상증자 당시 현대자동차의 이사로 등기부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현대자동차 상용차 담당 사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피고 정몽구의 지시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위 유상증자 참여에 관한 업무를 집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김동진은 상법 제401조의2 제1항 제3호 의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기타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로서 상법 제399조 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 김동진은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손해에 대하여는 상법 제399조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2) 피고 정몽구에 대한 현대강관의 유상증자 관련 배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 내지 10, 13 내지 16, 20 내지 28, 56 내지 64, 69 내지 71, 77, 92 내지 10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당시의 상황

(가) 현대강관은 피고 정몽구의 결단에 따라 1997년경부터 냉연강판 제조설비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였다가 IMF 사태로 인한 이자율 상승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어 차입금의 자체적인 상환이 어려워지게 되자, 차입금을 상환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현대강관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계획하게 되었으나, 당시 현대강관의 재정난 및 경영난으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여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유상증자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나) 이에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김원갑 등 계열사들의 임원들과 협의하여 계열사들의 자금으로 해외펀드를 조성한 후 이를 통하여 현대강관에 우회 출자하고 그 자본금으로 부채를 상환함과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이 현대강관의 주식을 대량 취득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현대강관을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분리시켜 그룹 전체의 부채 비율을 낮추면서도 현대강관에 대한 자신의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로 하였다.

(2) 피고 정몽구의 배임행위

(가) 현대자동차와 현대강관 사이에는 지급보증 등의 자본 거래가 없어 현대강관의 부도가 현대자동차의 존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현대강관이 실시하려는 유상증자는 차입금 상환 부담으로 인한 극도의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어서 유상증자 참여시 이익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여 정상적인 투자자들이라면 액면가인 1주당 5,000원으로 실시하는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또한 피고 정몽구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다른 유상증자 참여자들의 투자 수익을 보장해 주는 약정을 하게 하려고 하였다.

(나) 따라서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로서 손실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반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낮은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유상증자 참여자의 투자수익을 보장해 주는 불리한 조건의 약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정몽구는 1999. 12. 22.경 오데마치 펀드를 설립하여 위 펀드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현대강관의 신주 3,684만 주를 인수하도록 하면서, 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오데마치 펀드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동채권(ELN, Equity-Linked Notes)을 선순위 주가연동채권(Senior note)과 후순위 주가연동채권(Junior note)으로 나누어 발행하게 한 다음, 선순위 주가연동채권은 일본의 미쓰이상사, 스미토모상사가 각 2,500만 달러, 교보생명이 약 6,400만 달러에 각 매도하고,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은 현대자동차가 3,900만 달러, 현대중공업이 1,100만 달러를 출자하여 만든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인수시키기로 하되, 현대강관의 주가가 하락하여 투자 손실이 발생한 경우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에 투입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자금으로 선순위 주가연동채권 매입자들에 대한 투자원금과 이자를 보전하도록 하는 사실상의 이면약정을 부가함으로써 현대강관으로 하여금 현대자동차의 위 출자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현대자동차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의 손해의 위험을 가하는 배임행위를 하였다.

나) 판 단

위 인정 사실과 같이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글로벌호라이즌 펀드, 오데마치 펀드를 거쳐 우회적으로 참여하게 한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인 배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399조 소정의 법령에 위반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에 위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피고 정몽구에 대한 펀드 투자 수익 관련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 내지 10, 20, 22, 24 내지 27, 56 내지 58, 67, 70, 71, 73 내지 7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 정몽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입은 손실을 다른 펀드에 대한 투자 수익으로 만회하기 위하여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2000. 12. 15. 멜코 펀드에 1,000만 달러, 2001. 1. 31. 굿펠로우즈 펀드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하게 하였다. 위 각 펀드는 위 각 투자시점부터 2002. 12.경까지 인천제철의 주식을 매입한 후 현대캐피탈과 기아자동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2) 피고 정몽구는 위와 같이 현대자동차의 자금으로 투자한 펀드의 수익을 현대자동차에 귀속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위 각 펀드에 대한 투자로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회계 처리한 다음, 위 투자 수익 합계 17,601,185달러를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송금하여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보전하게 함으로써 위 투자 수익금을 횡령하였다.

나) 판 단

위 인정 사실과 같이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자금으로 투자한 펀드의 수익을 횡령한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법 제399조 소정의 법령에 위반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에 위 횡령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소 결

따라서 피고 정몽구는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 펀드 투자 수익 관련 횡령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김동진은 피고 정몽구와 연대하여 위 손해 중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등에 관한 판단

1) 경영판단의 원칙에 관한 주장

가) 피고들의 주장

피고들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행위와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게 한 행위는 아래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허용된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이어서 현대자동차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1)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참여 관련

IMF 외환위기사태 이후 정부 등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대기업 간의 구조조정으로 현대그룹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그와 같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에 따른 현대우주항공의 항공부문에 대한 빅딜을 원만히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금융기관과 체결한 여신거래약정상의 약관, 규약 및 지침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아닌 계열사나 기업주 등의 신용상태가 악화될 경우 현대자동차도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등의 여신거래상의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어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우회적 참여 관련

현대강관은 이 사건 유상증자 당시 IMF 외환위기사태로 일시적인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뿐,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은 상황이었으므로 현대강관에 대한 장기적 투자는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현대강관을 정상화하여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냉연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측면, 현대강관을 계열분리하기로 한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을 이행하기 위한 측면, 현대강관의 부도로 인한 여신거래상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측면을 고려하면,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었다.

나) 판 단

(1) 상법 제399조 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에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유가 되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는 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법 등의 제 규정과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위와 같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행위와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게 한 행위는 형법상의 범죄행위인 배임행위로서 법령에 위반된 행위이므로,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2) 가사, 배임죄의 경우는 구성요건 자체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을 요하고 있고, 임무에 위배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과정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고려될 수 있는 특성상, 이사가 배임죄를 저질러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고려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행위와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게 한 행위가 허용된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가) 현대우주항공 각 유상증자 참여 관련

①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는 현대우주항공의 중점 사업이던 항공사업 부문의 빅딜 이후 그 존속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향후 잔존사업 부문을 정리한 다음 청산할 경우에 대비하여 잔존채무가 없는 상태로 청산할 수 있도록 자산과 부채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하여 계획된 것이어서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그 출자액을 전혀 회수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②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당시 현대자동차는 현대우주항공의 부채에 대하여 아무런 보증채무를 부담하지 않고 있었던 반면, 피고 정몽구는 현대우주항공의 1차 유상증자가 계획될 무렵인 1999. 7. 말경 약 2,107억 원에 이르는 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위 각 유상증자를 통하여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현대우주항공의 부채 상환에 사용된 점, 위 각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피고 정몽구의 보증채무 해소 방안 등이 논의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현대자동차 등이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목적은 피고 정몽구의 보증채무 해소로 판단된다.

③ 현대우주항공이 부도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여신거래약정상의 약관 등에 따라 반드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주사들에 대하여 여신 제재나 금융상의 불이익을 가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회사들의 재무구조, 사업 전망 등 전반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④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는 그 잔존 자산과 부채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데 중점을 두어 실시된 것이지 항공사업 부문의 빅딜 시까지 부도를 유예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빅딜을 원만히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었던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는 빅딜 이후에 실시되어 빅딜과는 무관하다.

(나)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우회적 참여 관련

① 현대강관은 이 사건 유상증자 당시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하는 등으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가가 액면가 미만으로 하락하여 정상적인 투자자들의 유상증자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 유상증자 실시하더라도 대부분 실권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② 피고 정몽구는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기 어려워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투자회사들에 대하여 일정 비율 이상의 수익을 사실상 보장해 주게 하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하였는바, 이와 같은 수익보장약정은 결국 다른 투자자들이 감수하여야 할 손실위험을 현대자동차가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도 현대자동차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③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상 현대강관은 해외매각 또는 외자유치를 통하여 계열분리를 하여야 할 대상기업이어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주사들은 우선 외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저가에라도 해외 인수희망자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계열분리를 통한 전체 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할 수 있었으므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필요, 특히 해외펀드를 통한 편법적 우회 유상증자를 하여야 할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이전에 이미 현대자동차, 인천제철,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의 현대강관의 주주사들은 위 유상증자에 각 거액을 출자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해외펀드를 통한 우회 출자가 없었더라도 현대강관이 곧바로 부도로 이어진다거나 그로 인하여 주주사들이나 계열사에 대하여 채권금융기관의 추가적인 여신 제재가 예상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이 사건 유상증자로 현대강관의 경영이 정상화 될 경우 현대강관의 주주사이자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장기적으로는 현대강관의 주식 가치 상승이나 안정적인 냉연강판 공급처의 확보 등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와 같이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이익 실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손실 위험이 감소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발생한 손해가 없다는 주장

가) 피고들의 주장

피고들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한 행위,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게 한 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자동차는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금융기관으로부터 여신제재를 받지도 않고, 채권을 출자금으로 전환 받는 금융상의 이익을 제공받았고, 지급보증을 해소하고 계열분리를 달성하는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였으며, 신용도 상승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금융비용이 감소하는 등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강관의 정상화로 냉연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되는 무형의 이익도 얻었고, 이와 같은 이익은 현대자동차가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한 출자금액을 초과하므로, 피고들의 위 각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판 단

위 1)항에서 살펴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익과 현대자동차가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설령 현대자동차가 위 각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이익은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하여 그러한 이익의 발생을 이유로 현대자동차가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

가) 피고들의 주장

현대자동차가 피고들과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이 위 위임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배상채권도 상사채권에 해당하여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되는바,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각 범죄행위 또는 그로 인한 손해의 확정시로부터 5년이 경과된 이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각 범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모두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판 단

주식회사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일반불법행위 책임이 아니라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이행 책임이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일반채무의 경우와 같이 10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4144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범죄행위로 인한 각 손해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10년이 경과하기 이전인 2008. 5. 2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손해액

1) 피고들의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현대자동차가 현대우주항공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출자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였으므로 출자금 전액이 손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위법행위가 가해진 후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손해액으로 산정하여야 하므로 위 유상증자 당시 1주당 발행가액인 5,000원과 주식의 실질가치라고 볼 수 있는 주당 순자산가치인 1,157원의 차액에 인수한 주식을 곱한 금액이 손해라고 주장한다.

나) 판 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는 당초부터 현대우주항공이 그 주요사업 부문들을 정리한 다음 청산할 경우에 대비하여 잔존채무가 없는 상태로 청산할 수 있도록 자산과 부채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하여 계획된 사실, 현대우주항공은 위와 같은 계획에 따라 주요사업 부문들을 양도한 후 청산절차를 거치면서 잔여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모두 배당하고 청산 종료함으로써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현대우주항공의 주주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우주항공의 주식을 모두 손실 처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인정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현대자동차가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출자한 금액 전체를 손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현대자동차가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1차 유상증자 당시 출자금 705억 4,200만 원, 2차 유상증자 당시 255억 1,673만 원 합계 960억 5,873만 원(705억 4,200만 원 + 255억 1,673만 원)이다.

2) 피고 정몽구의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관련 배임으로 인한 손해액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현대자동차가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를 통하여 오데마치 펀드가 발행한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에 39,000,000달러를 투자하였고, 그 후 오데마치 펀드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그 중 3,978,000달러를 회수하였으므로, 위 투자로 인하여 현실화된 손실 35,022,000달러가 손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정몽구는, 배임행위에 의하여 현대자동차가 일정한 자산을 취득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되었다면 그로 인한 손해는 그 자산의 적정한 가치와 실제 취득한 가격의 차액 상당의 금액이라고 할 것인바, 오데마치 펀드의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의 가치에 대한 감정결과에 따르면 변수 적용에 따라 그 적정가치가 실제 취득 가치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적정가치가 실제 취득 가치보다 낮게 나온 일부 감정결과에 따라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더라도 그 손해는 3,371,468,47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앞서 본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정몽구의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와 관련한 배임행위의 요지는 단순히 현대강관의 주식 또는 그 주식에 연동하는 주가연동채권을 적정가치 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위 유상증자 당시 현대강관의 상황, 투자자 모집을 위한 현대자동차의 변칙적인 수익 보장 약정에 비추어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해외펀드를 통하여 편법적으로 위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있는 점, ②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을 매수하게 하면서 별도로 선순위 주가연동채권을 매수한 외부투자자들에 대하여 일정 비율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약정을 하게 함으로써 현대자동차는 현대강관의 주가 하락으로 인한 위 외부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을 모두 떠안게 되었고, 실제 위 주가가 하락하여 현대자동차가 그와 같은 손실까지 모두 부담하는 손해를 입은 점, ③ 일반적인 후순위 주가연동채권 보유자는 만기시 잔존하는 금액 중 선순위 주가연동채권 보유자들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투자원리금을 반환한 후 남은 금액을 분배받게 되고,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최대 투자금 상당의 손실만을 입을 뿐인데, 현대자동차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하여 별도로 수익 보장 약정을 함으로써 현대강관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에 대한 투자금 이상의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있었던 점, ④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투자자산으로서 현대강관의 주식에 연동하는 주가연동채권을 보유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거래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해외 펀드를 통한 편법적인 방법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유상증자 이후에는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게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배임행위를 저지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정몽구의 위 배임행위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손해를 단순히 현대자동차가 위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을 실제 취득한 가격과 그 적정가치의 차액이라고 볼 수는 없고, 현대자동차가 위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실제 발생하여 현실화된 손해, 즉 위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에 투자한 금액에서 회수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나아가 구체적인 손해액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7, 20,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현대자동차는 1999. 12. 22.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39,000,000달러를 투자하여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로 하여금 오데마치 펀드의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을 매수하게 한 사실, 오데마치 펀드는 2000. 12. 24. 정산하면서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5,100,000달러를 상환하였고, 이로 인하여 현대자동차는 위 5,100,000달러 중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대한 투자 비율인 78%(현대자동차 투자금 39,000,000달러 / 현대자동차 및 현대중공업 각 투자금 합계 50,000,000달러)에 해당하는 3,978,000달러를 회수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인정 사실에 의하면 현대자동차가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발생한 손해액은 35,022,000달러(39,000,000달러 - 3,978,000달러)라고 봄이 상당하다.

(3) 한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94조 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고 할 수 없는바(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61120 판결 ,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4868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우리나라 통화로 지급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손해의 환산의 기준은 위 손해가 확정되어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는 2000. 12. 24. 당시 매매기준율에 의하여야 할 것인데, 2000. 12. 24. 당시 매매기준율은 1달러 당 금 1,232.10원인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4) 따라서 피고 정몽구의 위 배임행위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손해액은 43,150,606,200원(35,022,000달러 × 1,232.10)이 된다.

3) 피고 정몽구의 펀드 투자 수익 관련 횡령행위로 인한 손해액

가) 피고 정몽구는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멜코 펀드 및 굿펠로우즈 펀드에서 2002. 12.경까지 합계 17,601,185달러의 수익이 발생하였음에도, 위 수익을 현대자동차에 바로 귀속시키지 않고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송금한 다음,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로 하여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 종전 투자금 손실 보전 명목으로 위 17,601,185달러를 각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누어 지급하게 하였고, 이에 위 수익 17,601,185달러 중 3,872,260달러는 현대중공업에, 나머지 금액은 현대자동차에 지급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 정몽구의 위 횡령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액은 현대자동차의 수익 중 최종적으로 현대중공업에 귀속됨으로써 현대자동차의 손해로 확정된 3,872,260달러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도 우리나라 통화로 지급되어야 하고, 그 환산 기준은 위 손해가 확정된 시점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고 단지 2002. 12.경인 사실만 확인할 수 있으므로 2002. 12. 월평균 매매기준율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2002. 12. 월평균 매매기준율은 1달러 당 1,208.82원인 사실인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다) 따라서 피고 정몽구의 위 횡령행위로 인한 현대자동차의 손해액은 4,680,865,333원(3,872,260달러 × 1,208.82, 원 미만 버림)이 된다.

4) 소 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정몽구의 이 사건 각 범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액은 143,890,201,533원(현대우주항공 각 유상증자 관련 배임으로 인한 손해 96,058,730,000원 +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관련 배임으로 인한 손해 43,150,606,200원 + 횡령으로 인한 손해 4,680,865,333원)이고, 피고 김동진의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액은 25,516,730,000원이다.

나. 책임의 제한

1)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다60467, 60474 판결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다34797 판결 ,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33333 판결 등 참조).

2) 피고 정몽구

가) 먼저 현대우주항공의 각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정몽구는 개인 보증채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출자하게 함으로써 현대자동차에 거액의 손해를 가하였는바, 위와 같은 배임행위의 동기, 경위, 결과 등에 비추어 피고 정몽구는 위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 부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피고 정몽구는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개인적으로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과 채권금융기관들의 요구에 따라 부득이하게 계열사들이 부담하던 보증채무를 승계하는 등으로 현대우주항공의 부채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으로 그 보증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항공사업 부문의 빅딜 시 통합법인에 최소한의 부채만을 이양하라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요구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현대우주항공의 잔존채무 부담이 더 커진 점, 1차 유상증자 당시에는 피고 정몽구 개인도 현대우주항공의 주주로서 참여하여 일부 손실을 분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여지 또한 있다고 판단된다.

나) 다음으로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정몽구의 위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직접적으로는 상당한 투자 손실을 입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의 자금을 유치하여 위 유상증자를 성사시킴으로써 현대강관이 정상화 되었고, 이에 따라 현대강관의 주주인 현대자동차는 보유주식의 가치 상승, 배당수익 등을 통하여 위 투자 손실을 초과하는 간접적인 이익을 얻은 점, 그 외에도 현대자동차는 현대강관을 계열사로 유지함으로써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냉연강판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무형의 이익도 얻게 된 점, 현대자동차가 후순위 주가연동채권에 투자한 이후 발생한 주식시장의 불황이라는 외적요인으로 인하여 손해가 확대된 측면도 있는 점, 피고 정몽구는 현대그룹이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 중 부채비율 감소, 외자유치 등의 사항의 이행시점이 임박하였음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위 약정을 이행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위와 같은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그와 같은 배임행위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득한 바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상당 부분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다) 마지막으로 펀드 투자 수익 횡령행위는, 현대자동차의 펀드 투자 수익을 현대중공업의 손실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횡령한 것으로 피고 정몽구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점 이외에는 특별히 책임을 제한할 만한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

라) 위와 같은 각 행위에 관한 제반 사정들과 함께, 피고 정몽구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총수로서 현대자동차를 직접 경영하면서 IMF 외환위기라는 비상상황을 단기간 내에 극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급성장시킴으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국가경제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한 점, 피고 정몽구는 이 사건 각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의 차원에서 개인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였고, 그에 따라 최근까지 합계 약 1,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 점 등을 두루 참작하면, 현대자동차에 피고 정몽구가 배상하여야 할 금액은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 중 금 700억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피고 김동진

피고 김동진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피고 정몽구의 지시와 승인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일 뿐 범행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피고 김동진이 현대우주항공의 2차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로 인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 김동진도 현대자동차의 주요 임원으로서 현대자동차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 한 점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현대자동차에 피고 김동진이 배상하여야 금액은 현대자동차가 입은 손해 중 금 50억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손익상계

1) 피고들은, 현대우주항공 및 현대강관 관련 각 배임행위로 인하여 현대자동차가 금융상의 이익을 제공받고, 재무구조를 개선하였으며, 신용도가 상승하는 등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이러한 이익을 손익상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익과 현대자동차가 각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이익은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하여 이를 가지고 손익상계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어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 정몽구는,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한 오데마치 펀드를 청산하기 위하여 NCI(Northport Capital International) 펀드를 설립한 후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NCI 펀드에 37,000,000달러를 투자하게 하였는데, 위 NCI 펀드는 오데마치 펀드로부터 매수한 현대강관의 주식을 다시 매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투자 수익으로 현대자동차에 44,390,863달러를 상환하였으므로, 현대자동차가 오데마치 펀드 청산을 위하여 설립된 NCI 펀드로부터 얻은 수익 7,389,863달러(44,390,863달러 - 37,000,000달러)는 손익상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그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바, 피고 정몽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현대자동차가 NCI 펀드로부터 얻은 수익은 피고 정몽구의 현대강관의 이 사건 유상증자 관련 배임행위가 아닌 현대자동차의 NCI 펀드에 대한 별개의 투자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이득과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위 주장은 주장자체로 이유 없다.

라. 소 결

따라서 현대자동차에게, 피고 정몽구는 금 70,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08. 5. 31.부터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0. 2.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피고 김동진은 피고 정몽구와 연대하여 위 금원 중 금 5,0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08. 5. 31.부터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0. 2.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들은 피고들에 대하여 각 손해에 대하여 그 손해발생일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상법 제399조 에 따른 이사의 주식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로서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만을 인용하고 그 전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 목록 : 생략]

[[별 지 2] 주식소유현황 : 생략]

판사 변현철(재판장) 윤성열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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