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주식회사의 이사가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의 유무(적극)
[2]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주식회사의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 대하여 찬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담당업무는 물론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식회사의 이사가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2]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원고,피상고인
파산자 동방페레그린증권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태)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수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나산종합건설 주식회사 기업어음(CP) 매입과 관련하여
주식회사의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 대하여 찬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담당업무는 물론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식회사의 이사가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 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 2002. 5. 24. 선고 2002다813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파산자 동방페레그린증권 주식회사(이하 파산 전후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파산자'라 한다)가 유가증권의 매매, 위탁매매, 매매의 중개 또는 대리 등의 업무를 영위하던 증권회사로서 1999. 12. 30.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결정을 받았고, 피고 1은 1996. 4. 1.부터 1998. 1. 15.까지 파산자의 대표이사로, 피고 2는 1993. 11. 1.부터 1998. 1. 21.까지 파산자의 상무이사(총무팀, 자금팀 등 담당)로 각 근무한 사실, 파산자의 외국측 주주회사인 홍콩 소재 페레그린 인베스트먼트 홀딩스 리미티드(Peregrine Investment Holdings Ltd., 이하 '홍콩 페레그린'이라 한다)의 자회사인 페레그린 채권 유한공사(Peregrine Fixed Income Ltd.)가 1997. 4.경 나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해외에서 나산그룹 명의의 외화채권(FRN)을 발행·판매하여 외화자금을 조달하여 주고 미화 100만 달러의 용역대가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재무구조 조정계약(외화자금조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나산그룹의 신용도가 좋지 않아 위 외화채권 발행계획이 연기되자, 파산자의 부사장인 워렌 디 알드리지(Warren D. Allderige, 이하 '워렌'이라 한다)가 나산그룹에 단기자금을 제공하여 줄 목적으로 1997. 5. 21. 나산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나산종건'이라 한다)가 발행한 무보증 기업어음(CP, 이하 'CP'라 한다) 100억 원 상당을, 같은 해 6. 20. 추가로 같은 CP 80억 원 상당을 각 매입하였고, 그 후 위 CP의 만기를 5회에 걸쳐 연장해 주었는데, 나산종건이 1998. 1. 13. 부도를 냄으로써 파산자는 위 CP 대금 180억 원 중 60억 원만을 회수하고 나머지 120억 원 상당을 회수하지 못한 사실, 워렌은 원래 페레그린 채권 유한공사에서 최고위급 간부인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로 근무하다가 1997. 3. 3.부터 파산자의 사실상 부사장으로서 채권관련 업무를 전담하여 오면서, 위 CP의 매입 당시 이사회에 이를 안건으로 회부하거나 다른 임원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단독으로 위 CP의 매입을 결정하고 채권팀장에게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시하였으며, 1997. 7.경에 이르러서야 위험관리위원회 및 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이를 보고한 사실, 파산자의 회사내규인 상품채권운용지침에는 관리대상에 해당하는 채권형 유가증권을 국공채 및 특수채, 회사채, 신종사채, 씨디(CD)·개발신탁 및 이와 유사하거나 이와 관련하여 회사가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는 증권으로 규정하는 한편, 회사채는 원칙적으로 보증채만 투자하고, 신종사채 및 무보증채는 7일 내의 중개 목적만을 위해 매매할 수 있으며, 다만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무보증회사채, 신종사채를 보유하여야 될 경우에는 담당임원의 승인, 리스크 담당부서에 대한 통보 및 임원회의 보고 등이 필요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CP는 원칙적으로 관리대상 유가증권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워렌이 나산종건 CP를 매입할 당시에는 아직 CP가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파산자의 회사내규인 상품채권운용지침상으로 무보증 CP가 관리대상 유가증권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으며, 나아가 이를 예외적으로 보유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그 보유에 대한 요건이나 절차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고, 나산종건은 당시 신용평가등급이 비(B) 등급에 불과하고 재무구조 조정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만약 나산종건의 재무구조나 신용도 등에 대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조사하였던들 향후 위 CP 매입대금의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워렌의 주도로 이루어진 위 CP의 매입은 임원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임무를 해태한 행위이고, 피고 1이 비록 워렌에 의한 위 CP의 매입과정에 직접 관여하였다거나 그 매입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는 없지만, 파산자의 대표이사로서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업무 전반의 집행을 담당하는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회사업무의 전반을 총괄하여 다른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시·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고, 더욱이 워렌은 파산자의 외국측 주주인 홍콩 페레그린의 자회사인 페레그린 채권 유한공사에서 근무한 배경을 가진 자로서 정식이사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사실상 부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영업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독자적으로 처리하여 왔으므로 그의 직무집행과 관련하여서는 보다 면밀한 감시·감독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워렌이 무려 180억 원에 이르는 CP를 매입함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채 방치한 것은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선관주의의무 내지 감시의무 등을 해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1에게 파산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나산종건 CP 매입의 위법성 및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주식회사 미도파 주식 매입과 관련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파산자가 1997. 2. 25. 및 2. 26. 주식회사 미도파(이하 '미도파'라 한다)에 대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을 위해 홍승파이낸스 주식회사(이하 '홍승'이라 한다) 및 일진파이낸스 주식회사(이하 '일진'이라 한다)와 사이에 "파산자로부터 미도파 주식을 총 100억 원의 범위 내에서 장내를 통해 파산자가 지정한 가격으로 매수하면 파산자는 매매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제반 비용을 가산하여 재매입하겠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각 체결한 후, 1997. 4. 30. 홍승 및 일진이 매입한 미도파 주식 536,960주를 206억 54,002,000원에 장외매수한 사실, 파산자는 1997. 5. 13.부터 1997. 6. 5.까지 사이에 위 미도파 주식 중 534,960주를 장내에서 43억 13,618,238원에 다시 매도하였고, 2,000주는 그대로 보유하여 미도파 주식의 매매거래로 인하여 약 153억 8,4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사실, 위 미도파 주식의 매매거래는 파산자의 회장이던 소외 4의 지시에 따라 미도파에 대하여 적대적 기업인수합병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파산자의 임원이던 폴 제이 휘비(Paul J. Phevy, 이하 '폴'이라 한다), 소외 1, 소외 2, 소외 3 등에 의하여 주도된 것인데, 피고 2는 소외 2가 위 각 계약서를 제시하고 대표이사 직인의 날인을 요청하자 대표이사인 피고 1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하고 그로부터 직인 날인에 관하여 승낙을 받아 위 각 계약서에 그 직인을 날인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파산자는 홍승 및 일진이 매입한 미도파 주식을 일정기간 이후에 제반 비용을 가산하여 재매입하겠다는 약정을 하고 이를 이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홍승 및 일진에 대하여 사전에 주식거래에 따른 손실을 부담할 것을 약정하였거나 사후에 재산상 이익의 제공행위 내지 거래손실의 보전행위를 한 것에 해당되므로, 이는 증권거래법 제52조 제1호 , 제3호 및 같은법시행규칙 제13조의3 제2호 에 위반된 행위이고, 위 미도파 주식의 매입이 비록 소외 4의 지시를 받은 다른 임원들에 의하여 주도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파산자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피고 1로서는 거래규모가 무려 200억 원 대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직접 계약서 내용을 살피거나 직인 날인의 가부를 묻는 피고 2로 하여금 이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는 등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감독을 제대로 행하였더라면 위와 같은 법령위반행위를 어렵지 않게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대표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내지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고, 한편 총무팀 업무를 관장하면서 대표이사 직인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피고 2로서도 약간의 주의를 기울여 소외 2가 직인 날인을 요구하면서 제시한 계약서의 내용을 살펴보기만 하였다면 그것이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음에도 피고 1의 승낙을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그 계약서에 그대로 직인을 날인하여 줌으로써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내지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들에게 파산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증권거래법상의 부당권유행위 등 및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다만, 기록상 파산자가 홍승 및 일진을 통하여 미도파 주식을 매입함에 있어서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장유가증권 등의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기타 타인으로 하여금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원심이 파산자의 미도파 주식 매입이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이는 피고들이 미도파 주식의 매입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3. 코스닥 미등록 주식 매입과 관련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 1이 코스닥 미등록 주식인 두인전자 주식회사(현재의 상호 엔바이엔) 주식, 주식회사 건인(현재의 상호 휴맥스) 주식, 주식회사 레인보우비젼 주식을 매수하였다가 위 회사들 중 엔바이엔, 휴맥스의 각 주식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되었으나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이를 처분한 결과 엔바이엔 주식에 관하여 37억 88,712,000원, 휴맥스 주식에 관련하여 21억 58,397,000원의 손해를 입었고, 주식회사 레인보우비젼 주식의 경우에는 위 회사의 부도로 투자한 원금회수가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23억 41,312,000원의 손해를 입게 되어 파산자에게 합계 82억 88,421,000원의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1이 위 미등록 주식을 매입할 당시 시행되던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 같은법시행령(1998. 2. 24. 대통령령 15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1호 , 증권회사의 자산운용준칙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증권회사가 상품유가증권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주권의 경우 상장 또는 장외시장에 등록된 것으로 제한되고 있으므로, 피고 1이 위와 같이 코스닥 미등록 주식을 매입한 것은 법령위반행위로서 이로 인하여 파산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이사의 법령위반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책임의 면제에 관하여
원심은, 파산자의 발행주식 중 44.275%를 보유하던 홍콩 페레그린과 파산자의 발행주식 중 51.975%를 양수받아 소유하게 된 대한종합금융 주식회사가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였고, 또 파산자의 대표이사가 피고 2에 대하여 민·형사상 소추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교부하여 채무면제를 하였으므로, 피고들의 파산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이로써 소멸하였거나 상당 부분 감면되어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상법 제400조 에 따라 총주주의 동의로만 면제할 수 있을 뿐인데, 피고들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총주주에 미달하는 주주 또는 면제할 권한 없는 파산자의 대표이사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임이 명백하다고 하여 피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도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이사에 대한 책임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책임의 제한에 관하여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들의 임무해태로 인하여 파산자가 입은 전체 손해액 중 일부만을 청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원고가 청구하는 금액 이하로 제한하여야 할 사정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들의 각 임무해태행위에 대하여 원고가 청구하는 금액을 전액 인용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이사에 대한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6.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