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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08294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사해행위 당시 아직 성립되지 않은 채권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기 위한 요건

[2] 갑 등이 을 주식회사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병 주식회사의 주식을 양도하고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을 회사는 근질권설정계약에 포함된 유질계약에 터 잡아 근질권을 실행하여 위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정이 위 주식이 자신으로부터 명의신탁되었음을 전제로 갑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정의 손해배상채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었고, 정이 위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갑 등이 무 등과 체결한 부동산 증여계약 등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정의 손해배상채권은 위 증여계약 등의 체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나, 당시에 이미 정의 손해배상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른 법률관계가 존재하였고, 을 회사의 근질권 실행으로 갑 등이 가까운 장래에 주식의 소유권 상실 등으로 정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도 있었으며, 실제로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었으므로, 위 주식이 갑 등에게 명의신탁되었음을 전제로 한 정의 손해배상채권은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한일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노영보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소외 1, 소외 2, 주식회사 아리안(이하 ‘채무자들’이라고 한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회사 한국케이블티브이 충청방송(이하 ‘충청방송’이라고 한다) 주식 합계 350,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고 한다)는 원고로부터 명의신탁된 주식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채무자들이 주식회사 에이티넘파트너스(이하 ‘에이티넘파트너스’라고 한다)에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하고 그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근질권을 설정하여 준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아 그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원고의 사해행위취소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나아가 판시 각 관련 민사판결의 확정에 따라 채무자들이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의 주권을 인도할 의무 내지 이러한 해당 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원고의 선택적인 주장에 대하여도 이들 권리는 사해행위취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채무자들에게 사해의사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다음의 사실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거나 이 법원에 현저하다.

1) 원고는 채무자들이 원고로부터 명의신탁받은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에이티넘파트너스에 임의로 근질권을 설정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등의 청구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의 제1심은, 에이티넘파트너스가 2013. 4. 5. 충청방송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의 주권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고 그에 따라 채무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전보배상의무를 지게 되었다고 판단하여, 2015. 6. 4.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남부지법 2015. 6. 4. 선고 2013가합12755 판결 ).

2) 원고와 채무자들이 위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각 항소를 제기하자, 위 사건의 항소심은 원고가 채무자들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채무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에이티넘파트너스가 근질권을 실행하여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 근질권의 실행으로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이 에이티넘파트너스로 이전된 2013. 4. 5.이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일과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이라고 판단하여, 2016. 4. 29. ‘채무자들은 원고에게 각자 10,325,28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고법 2016. 4. 29. 선고 2015나20119 판결 ).

3) 이에 대하여 원고와 채무자들은 모두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이 법원은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을 인정한 위 항소심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고 보아 2019. 11. 28.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6다22868 판결 ), 이로써 위 항소심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4) 한편 채무자들이 2006. 9. 5.경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체결한 근질권설정계약 중에는, 질권설정자가 채무변제기 전의 계약으로 질권자에게 변제에 갈음하여 질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거나 법률에 정한 방법(경매, 간이변제충당 등)에 의하지 않고도 질물을 처분하는 것을 약정하는 이른바 유질계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위와 같이 근질권을 설정받음에 따라 같은 날 해당 주권을 인도받았다.

5) 에이티넘파트너스는 2013. 3. 29. 채무자들에게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근질권을 실행하고 발송일로부터 1주일 후에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를 발송하였고 2013. 4. 5.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이는 2006. 9. 5.경 근질권설정계약 중에 포함된 유질계약에 터 잡은 것이었다.

나. 1)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 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53173 판결 등 참조).

2) 원고가 채무자들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채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존재 및 그 범위는 앞서 본 대법원 확정판결에 의해 밝혀지게 되었다.

3) 이와 같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위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2013. 4. 5.에야 성립하였으므로 원고가 사해행위라 주장하는 이 사건 각 계약 체결 당시(2011. 5.경부터 같은 해 8.경까지)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으나, 그 당시에는 이미 2006. 9. 5.경의 근질권설정계약에 따른 법률관계가 존재하였다. 이러한 근질권의 설정은, 원고와의 이 사건 주식에 관한 명의신탁약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위법행위로서, 향후 원고의 채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하는 데에 기초가 되었다.

4) 근질권자인 에이티넘파트너스는 근질권설정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유질계약에 터 잡아 근질권을 실행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으므로, 채무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 상실 등으로 원고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도 있었다.

5) 실제로 유질약정에 기한 근질권의 실행으로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이 2013. 4. 5.자로 에이티넘파트너스에 이전됨으로써 채무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리라는 개연성이 현실화되었다.

6)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이 채무자들에게 명의신탁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이 사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주식이 명의신탁되었다고 볼 수 없음을 전제로 원고의 채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사해행위취소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조희대 민유숙 이동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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