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구청장이 한 건설업영업정지처분의 효력
판결요지
건설업영업정지 등에 관한 사무는 국가사무로서 서울시장이 건설부장관으로부터 이를 위임받은 것은 지방행정기관으로서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조례로 다시 구청장에 재위임한 것은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벗어난 국가사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참조조문
원고
주식회사 덕명건설
피고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
주문
1. 피고가 1993.7.9. 원고에 대하여 한 건설업영업정지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는 1993.7.9. 서울특별시 난지도 관리사업소가 발주하는 난지도 주변 휀스설치공사에 관하여 원고가 1992.12.8. 조달청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도 이를 소외 화성휀스실업주식회사에 일괄 하도급주었다는 이유로 건설업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2조, 제50조 제2항 제3호, 같은법시행령 제32조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1993.7.7.부터 같은 해 11.6.까지 4개월 동안 영업을 정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건설업법상 그 처분권한자인 건설부장관은 법 제57조에 따라 위 처분권한을 서울특별시장 등에게 위임하였고, 서울특별시장은 1989.2.18. 행정권한의위임및위탁에관한규정 제4조에 의거하여 건설부장관의 재위임 승인을 받고 1990.10.8. 서울특별시행정권한위임조례(제2654호)가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피고 등 구청장에게 재위임하여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게 되었다.
〔인정자료〕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2,3호증, 변론의 전취지.
2. 원고의 주장
첫째, 법 제50조 제2항에 의하면 위 법상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는 자는 건설부장관이고, 이를 위임하고자 할 때는 법 제57조에 의거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 도지사 또는 지방국토관리청장에 한하여 위임할 수 있을 뿐 군수, 구청장 등에게 재위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이어서 당연 무효이다.
둘째, 재위임의 법적 근거 없이 재위임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행정권한의위임및위탁에관한규정 제4조에 의거하여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위임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의 근거도 없이 서울특별시 의회의 조례에 의하여 재위임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은 역시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행해진 것으로 당연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3. 판 단
법상 영업정지 등의 처분권은 건설부장관에게 속하고, 그 권한을 시, 도지사 등에게 위임할 수 있는 규정이 있을 뿐 이를 재위임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기는 하나, 정부조직법 제5조 제1항은 행정기관이 그 소관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또는 하급행정기관, 다른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기관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임기관이 수임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또는 하급행정기관에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위임할 수 있는 일반적인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법에 재위임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위 정부조직법에 근거한 행정권한의위임및위탁에관한규정 제4조가 정하는 행정권한 재위임의 요건에 합치하는 한 서울특별시장의 피고에 대한 재위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의 첫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법상 영업정지 등 건설업 규제에 관한 사무는 국가사무로서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할 수 없는 것이고 이 사건에서 서울특별시장이 건설부장관으로부터 처분권한을 위임받은 것은 지방행정기관으로서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여 행정권한의위임및위탁에관한규정 제4조에 따라 수임권한을 재위임할 경우 재위임에 관한 사항은 규칙에 의하여 정할 수 있을 뿐이고 조례에 의하여 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서울특별시장은 위와 같은 권한의 재위임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지 아니하고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재위임한 것인데, 그 조례가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벗어난 국가사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재위임은 무효이고(대법원 1992.7.28. 선고 92추31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권한 없는 피고에 의하여 그 명의로 행해진 것으로서 당연무효이므로 원고의 둘째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정당하고 확인의 이익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