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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도1000 판결
[정치자금법위반·증거은닉(피고인1에대한예비적죄명:증거은닉교사)][미간행]
판시사항

[1]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정한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의미 및 법인 또는 단체가 모집·조성한 자금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와 판단 기준

[2] 증거은닉죄의 성립요건 / 범인이 증거은닉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증거은닉죄로 처벌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피고인 자신이 직접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한 경우, 증거은닉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제3자와 공동하여 그러한 행위를 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구 정치자금법 제6조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에 대하여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이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인지 여부(적극) 및 이때 법원은 위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피고인 1, 피고인 2 및 검사(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하여)

변 호 인

법무법인 다산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와 피고인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각 단체 관련 자금 수수 또는 기부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 은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하고, 그 제2항 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그 법인 또는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을 말하고, 법인 또는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고유한 자산은 물론, 법인 또는 단체가 자신의 이름으로 모집·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 (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도1541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법인 또는 단체 스스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지 아니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여,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 마련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기만 하면 모두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 정한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의 모집·조성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모집·조성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가 처분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어야만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서 그 자금이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이 있는지는 자금 모집과 조성행위의 태양, 조성된 자금의 규모, 모금 및 기부의 경위와 기부자의 이해관계 등 모금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5도268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세액공제사업에 자유로운 의사로 참여하였고, 조합원들로부터 모금한 돈을 해당 노동조합이 관리하거나 임의로 처분할 수 없었으므로, 노동조합이 ○○○○당에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기부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3에 대한 증거은닉의 점

원심은, 피고인 3이 공소외 1을 피고인 2에게 안내하고 피고인 2가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하드디스크 반출에 관하여 문의할 때 함께 있었던 사실만으로 피고인 3이 피고인 2와 공모하여 이 사건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는 범행에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 3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과 경험칙·논리칙을 위반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에 구체적인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 2의 증거은닉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은닉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1의 미신고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 및 증거은닉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미신고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

원심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미신고계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았음을 알고도 그 계좌로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미신고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증거은닉의 점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이 ○○○○당 홈페이지와 투표시스템 서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피고인 2에게 당원 정보 관련 장비를 반출하라고 지시하고, 피고인 2는 공소외 2 등 교사, 공무원의 정당법 위반 사건 증거인 하드디스크 2개를 가지고 가서 ○○○○당 당사에 보관함으로써, 피고인 2와 공모하여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하였다.”라는 내용의 주위적 공소사실인 증거은닉의 점에 대하여, 이 사건 하드디스크가 피고인 1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증거은닉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하고, 범인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범인이 증거은닉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하였다면 증거은닉죄에 해당하지 않고, 제3자와 공동하여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도5329 판결 ,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등 참조).

그런데도 원심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이를 타인과 공동하여 은닉하면 증거은닉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인 증거은닉의 점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은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각 정치자금 부정수수 또는 기부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단체 관련 자금 부분 제외)에 대한 직권판단

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이 후원당원 세액공제사업을 통하여 ○○○○당의 후원당원들로부터 후원당비 명목으로 자금을 기부받고, 피고인 4, 피고인 5가 위와 같은 명목으로 ○○○○당에 자금을 기부함으로써 위 피고인들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거나 기부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을 적용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판결 선고 후 헌법재판소는, 주문에서 “ 구 정치자금법(2008. 2. 29. 법률 제8880호로 개정되고, 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 정치자금법(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정치자금법(2008. 2. 29. 법률 제8880호로 개정된 것) 제45조 제1항 본문의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 중 제6조 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각 조항 부분은 2017.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라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 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3헌바168 전원재판부 결정 ,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2017. 6. 30. 법률 제14838호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제6조 제1호 에 “중앙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을 추가하여 정당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위 조항의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은 두지 않았다 .

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4도7111 판결 , 헌법재판소 2004. 5. 27. 선고 2003헌가1, 2004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구 정치자금법(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치자금법’이라고 한다) 제6조 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구 정치자금법 제6조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과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되므로, 위 조항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선고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당해 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은 범죄로 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원은 그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2. 5. 8. 선고 91도2825 판결 , 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각 정치자금 부정수수 또는 기부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단체 관련 자금 부분 제외)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이 부분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5.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이 원심판결의 피고인 1에 대한 증거은닉 부분과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단체 관련 자금 부분 제외),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각 정치자금 부정기부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단체 관련 자금 부분 제외)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 중 증거은닉 부분과 미신고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이에 대해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위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 중 미신고계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원심판결의 위 피고인에 대한 단체 관련 자금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에 관한 이유무죄 부분은 위와 같이 파기되는 정치자금 부정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위 이유무죄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각 단체 관련 자금 기부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점에 관한 이유무죄 부분은 위와 같이 파기되는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정치자금 부정기부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위 각 이유무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4, 피고인 5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와 피고인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조희대 민유숙 이동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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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5.1.8.선고 2014노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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