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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2000. 4. 26. 선고 99나5708 판결 : 상고기각
[임금][하집2000-1,216]
판시사항

회사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여금을 반납하기로 하는 내용의 노사협의회의 합의 또는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있은 경우, 그 합의 또는 개별 동의가 근로자들이 확정적으로 상여금채권을 포기 또는 면제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상여금채권의 행사를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회사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여금을 반납하기로 하는 내용의 노사협의회의 합의 또는 근로자의 개별 동의가 있은 경우, 그 합의 또는 개별 동의가 근로자들이 확정적으로 상여금채권을 포기 또는 면제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상여금채권의 행사를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본 사례.

원고,피항소인

정국모 외 1인

피고,항소인

정리회사 기아특수강 주식회사 관리인 한국산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봉헌 외 1인)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정국모에게 금 9,679,120원, 원고 김경태에게 금 7,620,510원 및 각 이에 대한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원고들의 체불 상여금

갑 제1호증의 1, 2(각 퇴직금지급품의서), 갑 제2호증(정리해고통보서), 갑 제3호증(단체협약), 을 제8호증(희망퇴직신청서), 을 제11호증(증인신문조서)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1998. 6. 1. 서울지방법원에서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이 내려진 소외 기아특수강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관리인이고, 소외 회사는 1999. 2. 3.경 정리계획안이 인가되어 현재 정리절차가 진행중인 사실, 원고 정국모, 원고 김경태는 소외 회사의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원고 정국모는 1998. 9. 30.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되고, 원고 김경태는 위 일자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희망퇴직한 사실 및 소외 회사는 단체협약, 급여규정 등에서 근로자들에게 매년 700%의 상여금(통상임금 등을 기준으로 산정)을 짝수 월(2, 4, 6, 8, 10월에 각 100%, 12월에는 200%) 28일에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 경영 사정의 악화로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여 원고 정국모는 1997. 6.분부터 1998. 8.분까지의 상여금으로 합계 금 9,679,120원을, 원고 김경태는 같은 기간 동안의 상여금으로 합계 금 7,620,510원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이 위 각 체불 상여금의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1998. 1. 19. 소외 회사의 집행부와 원고들이 소속해 있는 소외 회사 노동조합 집행부가 노사협의회의의 결의 내지 단체협약으로서 1997년도에 미지급된 상여금(400%)과 1998년도분 상여금(700%)을 회사에 반납하기로 합의하였고, 또한 원고 정국모는 개별적으로 1998. 9. 초순경 위 상여금 반납 합의에 동의함으로써 체불된 상여금채권을 포기하였고, 원고 김경태는 위 상여금 반납 합의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퇴직함으로써 이를 동의한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다툰다.

3. 판 단

가. 상여금 반납 합의의 법적 성격

(1)을 제1호증의 1(우리의 결의), 을 제3호증(급여규정), 을 제4, 5호증(각 용광로소식), 을 제6호증(노사협의회회의록), 을 제7호증(단체교섭합의서), 을 제9호증(생존을 위한 노사공동선언문), 을 제10호증(인증서)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회사는 1997. 7. 15.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후 관할법원에 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고 1998. 1. 초순경 그 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구계획(자산매각, 비용절감)안을 마련하여 그 비용절감안 중 하나로 1998년도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1997년 미지급분, 1998년 12월분까지 반납) 등을 결정하고 노동조합에 그 승인을 요청한 사실, 소외 회사의 노동조합 집행부에서는 1998. 1. 10. 노조대의원 및 상집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같은 날과 같은 달 17.자 노동조합공식 소식지인 '용광로 소식'을 통하여 회사측의 자구계획안을 알리면서 이것이 회사의 파산선고를 막고 정리절차 개시결정을 받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설명하면서 근로자들의 양해를 구한 사실, 그 후 소외 회사의 집행부와 노동조합 집행부는 1998. 1. 19.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1997년도에 미지급된 상여금(400%)와 1998년도분 상여금(700%)을 회사에 반납키로 한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된 임금 조건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를 단체협약 사항으로 하는 단체교섭합의서를 작성한 사실, 이에 따라 소외 회사는 1998. 4. 1. 급여규정을 개정하여 상여금 조항에 '1998년도에 발생되는 상여금 700%를 회사에 전액 반납한다.'는 규정을 추가한 사실, 그 후 소외 회사는 관할법원의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 후 정리계획안의 인가가 지연되고, 일부 근로자들이 위 상여금 반납 합의의 무효를 다투자 1998. 9. 초순경 '1997년도 상여금 400%와 1998년도 상여금 700%를 반납키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우리의 결의'(을 제1호증)라는 문건을 근로자들에게 돌려 그 동의를 구하는 서명을 받았는데, 원고 정국모도 이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여금 반납에 관한 노사협의회의 합의 또는 이 합의에 동의한다는 의미의 서명을 한 사실만으로 원고 정국모를 포함한 근로자들이 확정적으로 상여금채권을 포기 또는 면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오히려 갑 제1호증의 1, 2, 을 제3호증, 을 제4, 5호증, 을 제6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노동조합 집행부에서는 당시 노사협의회 개최 전에 근로자들에게 회사측의 자구계획안 중 상여금 반납건 등에 관한 결정사항을 알리면서 이는 오로지 회사의 파산 선고를 막고 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기 위한 자구안이며 정리절차 개시신청이 기각되면 위 결정사항은 무효로 하기로 하였다라고 알리는 한편, 회사에 대하여 정리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진 후 경영상태가 정상화되면 그 때에 근로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한 사실, 또한 소외 회사는 퇴직자에 한해서 평균임금 산정시 반납한 상여금을 포함하여 계산하고, 1998. 1. 19.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조합 집행부와 위 사항에 관하여도 합의하였으며, 실제로 원고들에 대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을 계산하면서 1997. 10.분부터 1998. 8.분까지 해고 전 12개월 중에 발생한 상여금 전액을 해고 전 3개월 동안의 근로월수로 분할 계산하여 평균임금 산정에 산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상여금 반납에 관한 노사협의회의 합의나 개별 동의에 이르게 된 목적과 경위, 이에 관한 근로자들의 인식 정도, 1997년도에 미지급된 상여금과 1998년도분 상여금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반납하고 1999년도 이후의 상여금에 관해서는 정상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점, 상여금 반납분에 대한 지급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퇴직자에 대한 평균임금 산정 기초에 이를 산입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상여금 반납에 관한 노사협의회의 합의 또는 개별 동의는 상여금 채권의 포기라고 하기보다는 관할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을 얻어내기 위한 회사측의 자구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이를 통해 고용불만을 해소하려는 방편으로 소외 회사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내려지거나 또는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후 그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근로관계가 계속됨을 전제로 체불된 상여금의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 즉 그 때까지는 상여금채권의 행사를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여질 뿐이다.

(3)따라서 현재 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진행중인 소외 회사로서는 적어도 1998년도에 정리해고를 당하였거나 희망퇴직한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여전히 그 체불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노사협의회의 결의 또는 근로자들의 개별 동의가 체불 상여금 채권의 포기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상여금 포기의 유효성

가사 위와 같은 상여금 반납에 관한 노사협의회의 합의 또는 원고 정국모의 개별동의가 상여금 채권의 포기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그 효력이 없다.

(1)상여금 포기에 관한 근로자들의 개별동의

무릇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개별 합의에 의하여 이를 받지 않기로 하든가 또는 이를 포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전액지급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이나(대법원 1976. 9. 28. 선고 75다801 판결 참조), 근로자 스스로 임금 채권을 포기하는 경우 임금의 포기가 근로자의 완전한 자유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족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임금채권 포기에 대한 명백한 의사표시(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근무하였거나, 퇴직한 것만으로는 명백한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가 있으면 사법관계에 있어서 각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여 사적 자치를 최대한 허용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상 인정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22185 판결 참조), 을 제1호증(우리의 결의), 을 제10호증(인증서), 을 제11호증(증인신문조서), 을 제12호증의 1, 을 제13호증의 1, 을 제14호증의 1, 을 제15호증의 1(각 불기소, 기소중지사건기록), 을 제12호증의 2 내지 3, 을 제13호증의 2, 을 제14호증의 2 내지 4, 을 제15호증의 2(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정국모가 1998. 9. 초순경 상여금 반납 결의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동의한 것이 위 원고의 자유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원고 정국모가 서명한 문건이 소외 회사측에서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서 소외 회사측에서 서명을 받으라고 먼저 지시를 내린 사실, 일부 서명거부 직원들에 대하여는 소외 회사의 간부직원들이 개별적인 접촉을 통하여 설득을 시도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 사실에다가 서명이라는 의사표현 방법은 당해 의사표명자의 신원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므로 회사와 근로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및 표현에 간접적이나마 억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여금 반납 결의에 소외 회사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원고 정국모는 서명 당시 재직중 정리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을까 염려한 나머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이에 서명한 것으로 보여지므로 결국, 원고 정국모의 상여금 포기에 관한 개별 동의는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효력이 없고, 나아가 원고 김경태가 위와 같은 상여금 반납합의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퇴직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체불상여금의 포기에 관하여 그의 명백한 의사표시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이 상여금 채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여금 포기에 관한 노사협의회의 결의

을 제6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1998. 1. 19. 노사협의회에서 결의한 사항에 대하여 단체교섭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의하여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되며,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노동조합은 사용자측과 조합원인 근로자의 이익을 전체적, 장기적으로 옹호하면서 그 자체로서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협정을 체결할 수 있고 그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한 단체협약 조항도 원칙적으로 규범적 효력을 갖고 근로자에게 효력이 미친다 할 것이며,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단체교섭권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도 가지나,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 생존권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 대표자의 협약체결권도 무제한일 수는 없고,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자주성 및 민주성의 확보를 위한 협약 체결 이전의 조합 총회에 의한 사전 인준절차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중요한 안건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회사의 도산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경우라도 임금의 인하나 임금의 일부 포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경우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조합원총회나 조합원투표에 의한 특별수권을 요한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지급시기가 도래하여 개개의 근로자에게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미불임금의 (일부)포기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집단적 수권만으로는 부족하고 개개 근로자로부터 사전에 개별적이고 명시적인 수권을 받은 한도에서만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수권없이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이나 노사협의 등 집단합의 방식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을 사전 또는 사후에 포기하더라도 조합원인 근로자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소외 회사의 노동조합 집행부가 1998. 1. 19.경 사용자측과 1997년도에 미지급된 상여금과 1998년도분 상여금을 회사에 반납하는데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한 내용의 단체교섭 합의서를 작성하였더라도 당시 이미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급 청구권이 발생한 1997년도분 상여금에 관해서 사전에 원고들로부터 그 처분에 관한 개별적인 수권이 있었다는 것과 1998년도분 상여금에 관해서 사전에 조합원총회나 조합원 투표에 의한 특별수권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노동조합 집행부가 노사협의회를 가지기 전에 노조대의원 및 상집위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노동조합 공식소식지인 용광로 소식을 통하여 상여금 반납의 불가피성을 홍보하고, 조합원 교육을 수차 실시하여 충분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여금 포기에 대하여 원고들의 개별적 수권이나 집단적인 특별수권이 있었다고 하기에 부족하다.) 위와 같은 노사협의회의 결의는 원고들에 대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정국모에게 체불상여금 9,679,120원, 원고 김경태에게 체불상여금 7,620,51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8. 11. 25.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수길(재판장) 엄운용 엄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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