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다7520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
1. A
특별대리인 B
2. C.
3. D
4. B
5. E
피고상고인
학교법인 일송학원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12. 19. 선고 2012나66916 판결
판결선고
2014. 9. 2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다루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바에 따라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25483 판결 등 참조). 또한 의사는 진료를 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및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463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에 의하면 피고 운영의 한림대학교 강남성 심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 의료진은 2010. 6. 25. 응급실을 통하여 내원한 원고 A에 대한 문진을 통하여 위 원고가 1980년경 교통사고로 식도와 기도 부위에 대한 수술을, 1990년경 식도확장수술을 각각 받았다고 진술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내원 당시부터 위 원고가 호흡곤란을 호소함에 따라 산소공급량을 계속 늘렸음에도 산소포 화도가 2010. 6. 27. 17:00경 87%로, 17:30경 82%로 계속 떨어지다가, 17:40경 76%까지 떨어졌는바,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과거병력에 비추어 위 원고에 대한 기관 내삽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2010. 6. 27. 17:00경 이후 조만간 기관 내 삽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기관 내 삽관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로 기관 내 삽관을 재시도하거나 기관절개술을 하는 등 신속한 후속조치를 할 수 있도록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 굴곡형 기관지경, 응급 기관절개세트 등을 준비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준비 없이 기관 내 삽관을 시도하여 40분 동안이나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위 원고에게 적정한 산소공급을 지연한 것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에 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과실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상 이 사건 삽관 당시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 관한 증거를 찾을 수 없는데, 통상 입원병동이나 중환자실에는 다양한 연령이나 신체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아무런 증거 없이 이 사건 삽관 당시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삽관에 성공할 당시 사용된 삽관용 튜브의 굵기는 8m이었고, 이는 성인 남자에게 통상 사용되는 굵기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삽관 당시 원고 A이 입원한 병동이나 중환자실에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가 비치되어 있었는지, 비치되어 있었다면 그러한 튜브를 사용하였는지,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사용하였다면 삽관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인지 등에 대하여 좀 더 면밀히 심리한 다음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하였다.
나. 다음으로 굴곡형 기관지경을 준비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는 판단에 대하여 살펴본다. 원고들의 주장 취지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삽관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기관지 내시경 장비를 이용하여 직접 기관을 보면서 기관 내 삽관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기관지 내시경은 기관지 일부가 막혀 있는 경우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검사에 사용되는 장비인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기관지 내시경이 기관 내 직접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한 응급상황에서 기관 내 삽관을 위해서도 통상적으로 사용되는지, 사용된다면 어떠한 응급상황에서 사용되는지, 기관지 내시경 장비가 입원병동이나 중환자실에도 설치되어 있는지,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방법으로 기관지 내시경을 사용하여 기관 내 삽관을 하게 되는지 등의 진료환경을 알 수 있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진료환경에 대하여 면밀히 심리한 다음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굴곡형 기관지경을 준비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삽관을 시도한 것이 과실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마지막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응급 기관절개세트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과실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심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는 응급 기관절개세트가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는바, 원심으로서는 응급으로 기관절개술을 함에 있어 필요한 도구나 장비가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히 한 다음, 그러한 응급 기관절개세트가 준비되지 않았는지 여부, 준비되지 않았다면 손해의 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심리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삽관 당시 내경이 작은 삽관용 튜브, 굴곡형 기관지경 또는 응급 기관절개세트 등이 준비되어 있었거나 응급상황 시 쉽게 준비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 등 위에서 지적한 여러 사정에 대하여 충분히 심리함이 없이 그 판시 사정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와 같은 도구나 장비를 준비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료과 실이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의 기준이 되는 의료수준의 의미와 그 평가방법, 의료과실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결과 앞에서 지적한 여러 사정에 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신영철
대법관이상훈
대법관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