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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6.12.16. 선고 2016노2532 판결
준강간(인정된죄명준강간미수)
사건

2016노2532 준강간(인정된 죄명 준강간미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안성희(기소), 김병구(공판)

변호인

변호사 P. Q. R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8. 12. 선고 2015고합1209 판결

판결선고

2016. 12. 16.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해자가 피고인과 만난 이후의 상황에 관하여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모텔 안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옷을 벗기자 상체를 들어주는 등 협조하면서 피고인의 스킨십에 적극적으로 응하였으며, 알몸으로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전혀 놀란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었는바,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경험칙에 반하여 신빙성이 없다. 설령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인식이 부존재하였으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의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여 원심은 판결문 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추가로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하여, 우선 피해자가 알몸 상태로 깨어 난 상태에서 바로 호텔방에서 나가지 않고 피고인과 대화를 나눈 이유에 대해서 '당시 숙취가 너무 심했고, 피고인이 돌변해서 위협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피고인이 계속 말을 시키는 것에 그냥 답을 했다.'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 아냐, 내가 누군지 아냐, 네가 길에서 취해 쓰러져 있어서 내가 여기로 데리고 왔다."고 이야기하 피해자를 도와준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계속 피해자의 몸을 만지고 성관계를 하려고 시도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치면서 몸을 돌려 거부하자 피해자의 몸을 다시 억지로 피고인 방향으로 돌려 안는 등의 행위를 하다가 피해자의 계속된 거부에 더 이상의 성관계 시도를 하지 아니하였고, 폭력행사도 없었다. 이에 피해자는 당시 알몸 상태로 깨어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이 많이 나쁜 사람은 아닌가라고 생각하였고, 피고인이 당일 아침에 한 것과 같이 피해자의 옷을 벗겨 스킨십 정도만 하였을 뿐으로, 별다른 일이 없는 줄 알았다. 세상이 너무 험한테 퍽치기를 하였다거나 장기밀매를 한 것도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피해자 몸에 이상이 없는 것 같아서, 피고인이 하는 애기를 듣고 대꾸도 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줄 알고 정신없는 상태에서 고맙다고 하였고, 나중에 밥을 산다는 말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진술서에 기재하였다. 또한 검찰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도 '호텔 내에서는 아니나 사건 당일 호텔에서 나와 피해자로부터 "내가 어떻게 왔냐?"는 질문을 듣고, "내가 옷을 벗긴 것은 사실이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의 위 진술에 일부 부합한다.

이에 의하면, 피해자는 잠에서 깨어날 당시 숙취로 인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태연하게 자신을 구해 주었다고 계속하여 강조하는 피고인의 말에 혼란스러운 상태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 잠에서 깬 피해자에게 호텔에 묵게 된 경위 등에 대하여 아는지 묻거나 그에 대하여 새삼스레 설명한 것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의 항거불능상태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범행 후 잠에서 깨어 의식을 찾은 피해자에게 이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는 2015. 8. 9. 일요일에 성기 쪽에 통증을 심하게 느꼈고, 그 통증이 월요일인 2015. 8. 10.까지 계속되자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급성방광염과 급성질염 등의 진단을 받았다. 그 후 피해자는 1366 상담전화로 성폭력 피해에 대해 '피해자가 쓰러져 눈을 떠 보니 모텔이었다. 피해사실이 무엇이고 그것이 피해가 맞는지'에 대하여 상담하였다. 피해자는 전화상담 후 경찰병원 동부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하였음에도 성폭력 관련 증거채취를 거부한바 있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상대방인 피고인을 고소해야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사건의 진위도 모르는데 피고인을 무턱대고 고소할 수 없었고, 나도 알아야 했다. 그래서 고소는 나중에 하고 일단 검사만 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과정이 있는데다가 만약 성폭행이 아닐 경우 벌금과 성폭력 증거채취 응급키트 비용을 내가 다 부담해야 된다는 답을 들었다. 내 잘못이 있는 것인가라는 점이 약간 의아해 그 때 당시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범행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이 증거채취를 거부한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을 찾기는 어렵다.

피해자는 위와 같이 몸에 이상을 느끼고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게 되자, 2015. 8. 18. 연락하여 만난 피고인에게 당시의 상황과 성관계를 하였는지에 대하여 물었다. 피고인은 당시 성관계는 없었다고 하였으나 이에 관한 피고인의 말이 자꾸 번복되고 당황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며, 피해자가 "내가 어떻게 벌을 주던 수용하라."고 하였더니 피고인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나도 신고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그 다음 날인 2015. 8. 18. 경찰서에 피고인을 고소하였는데, 그 이유에 대하여 '피해 사실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인지하였고, 또한 피고인이 너무 괘씸하고 죄의식도 없는 등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처벌을 받아야만 죄를 인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피해자 진술의 고소경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이 사건 고소 이후 먼저 피고인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거짓진술을 하면서까지 이 사건 범행 무렵 처음 만난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나 동기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조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양형 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광만

판사 박순영

판사 전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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