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토지 소유자들이 도로 확장사업에 자발적으로 참가하여 소유 토지의 도로사용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한 점 등에 비추어 그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사례
[2] 원소유자가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여 도로부지로 무상제공한 토지라는 점을 알고 매수한 것으로 추인되는 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가부(소극)
판결요지
[1] 토지 소유자들이 시의 도로 확장사업에 자발적으로 참가하여 각 소유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는 동의서를 제출하였고, 그 사용 승낙을 함에 있어 사용료를 정하지 않았고, 약 13년 동안 보상금이나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한 바도 없는 점 등 도로 확장사업 전후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그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2] 전 소유자가 시에 대하여 시가 자신의 토지를 무상으로 도로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여 시가 그 토지에 대하여 도로확장공사를 하여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제공한 후 이를 매매한 경우, 토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려고 하는 당사자는 등기부와 도시계획확인원, 관계 토지의 지적도면 등에 의하여 토지의 위치와 부근 토지의 상황 등을 점검하여 보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어 매수인이 사전에 위와 같은 상황을 알아보고서 그 토지 상에 그러한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추인된다면, 시의 토지 점유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
박경범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창원)
피고,상고인
서귀포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영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의 이유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1토지에 관하여 1980. 2. 7. 원고 박경범 앞으로, 이 사건 2토지에 관하여 1990. 3. 5. 원고 김자경 앞으로, 이 사건 3토지에 관하여 1979. 5. 15. 원고 임형자 앞으로, 이 사건 4토지에 관하여 1979. 7. 11. 원고 정영걸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는바, 이 사건 토지들은 중문면 중문리 마을을 관통하는 노폭 7-8m의 기존 도로에 인접한 대지였는데, 남제주군이 1979년경 중문지구 소도읍가꾸기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위 기존 도로의 노폭을 15m로 확장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토지들을 도로부지로 편입시킨 후, 이 사건 토지 등을 인도와 차도로 구획하고 남제주군과 중문리 주민들이 비용을 분담하여 아스콘과 보도블록으로 포장을 하고 상하수도 공사도 실시하는 등 도로시설을 조성한 이래 이 사건 토지들도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어 왔던 사실, 위 도로는 당초 위 남제주군이 점유·관리하여 오고 있다가 1981. 7. 1. 남제주군 산하 서귀읍과 중문면이 통합되어 피고 시로 승격되면서 피고 시가 위 도로에 대한 남제주군의 점유를 승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실 등을 각 인정하여, 이 사건 토지들을 점유하고 있는 피고로서는 위 각 토지들에 대한 적법한 점유 권원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 사건 토지들의 각 소유자인 원고들에게 그 점유·사용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한 다음, 위 중문지구 소도읍가꾸기 정비사업이 시행될 당시 확장되는 도로에 편입되게 된 토지들의 당시 소유자들은 기존 도로의 확장으로 인한 중문리 마을의 발전과 인근 지가의 상승 등 개발이익을 고려하여 건물철거보상비만 받고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여 이 사건 토지들을 위 남제주군에 기부채납하였거나 적어도 위 남제주군의 무상사용을 승낙한 바 있다고 하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거시 증거에 의하여 위 도로확장 당시 원고들을 비롯한(다만 원고 김자경의 경우에는 당시 소유자) 확장되는 도로에 편입되게 된 토지들의 소유자들이 중문리 주민들의 주도하에 주민자조사업의 일환으로서 위 도로확장사업을 추진하던 추진위원회의 설득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남제주군측에 도로확장을 동의하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그들이 각 그 소유의 토지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고 이를 위 남제주군에 기부채납하였다거나 위 남제주군의 무상사용을 승낙하였다고 추론할 수 없으며, 이에 부합하는 취지로 된 을 제2호증의 2(소도읍가꾸기사업)의 기재 중 '저촉부지 76필 1,128평 무보상'이라는 부분은 사업시행 당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인지 혹은 당시 토지 소유자들이 남제주군에 기부채납하였거나 또는 무상사용을 승낙하였다는 의미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고, 을 제3호증의 기재는 제1심증인이었던 이영무가 "(도로부지에 편입되게 토지들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도 아니며, 향후 도로 보상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기부채납이나 무상제공에 관한 서면을 작성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을 작성자의 1인으로 확인한 것으로서 신빙성이 없으며, 당시 중문면사무소 직원이던 제1심증인 김충의의 일부 증언은 당시의 토지 소유자들이 동의서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하여 중문면사무소에 제출한 사실이 있는데, (토지를) 무상으로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원심 증인 김상언의 일부 증언은 위 추진위원회의 임원들로부터 들어서 안다는 내용이므로, 위 각 증거들을 피고의 항변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채용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여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나. 당원의 판단
(1)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한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들은 제주 남제주군 중문면 중문리 마을을 관통하는 노폭 7-8m의 기존 도로에 인접한 대지이었는바, 위 기존 도로는 원래 국도인 제주도 일주도로에 속하고 있었는데 1970년경 제주도가 위 중문리 마을 외곽으로 기존의 일주도로와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를 개설함에 따라 위 기존 도로에 대하여는 국도지정을 취소하였고, 그 뒤 위 도로의 폭이 좁아 차량 및 주민의 통행이 불편하고 따라서 도로 주변 마을의 발전에 장해가 된다고 생각한 도로 주변의 주민들이 1979년경 당시 내무부가 전국의 특정 읍, 면을 지원대상 지역으로 선정하여 가로정비, 주택정비, 시장정비 등을 주민 자조사업으로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추진하고 있던 소도읍가꾸기사업에 적극 호응하여 주민들의 대표로 소도읍가꾸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 자조사업으로 기존 도로의 노폭을 15m로 확장하는 사업을 시행한 사실, 위 확장되는 도로 부지에 이 사건 토지들을 포함한 56필지가 편입되었고 그 토지 중 40여 필지 지상에는 건물 71동이 세워져 있어 위 도로확장사업의 결과 철거되었는바, 당시 제주 중문지구 소도읍가꾸기사업을 주관하였던 남제주군은 철거되는 건물의 소유자들에 대하여는 보상금을 지급하였으나, 확장되는 도로 부지에 편입된 토지들의 소유자들에 대하여는 그 중 5명을 제외한 원고들(이 사건 2토지의 소유자인 원고 김자경의 경우는 당시 그 토지의 소유자이었던 소외 이영무가 동의서를 제출함, 이하 같다.)을 포함한 전원으로부터 각 그 소유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받아 그들에게는 그 소유 토지들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남제주군이 대부분의 공사비를 부담하여 도로포장공사 및 상하수도공사를 하여 도로시설을 조성하여, 이후 위 토지들은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어 온 사실, 확장된 도로 부지에 편입된 토지의 소유자들은 1992. 9.경에 이르기까지는 그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남제주군 혹은 피고에게 보상금이나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한 바 없고 1992. 9.에 이르러 비로소 도로확장사업시 제출한 동의서는 강압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도로로 편입된 토지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요구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토지들은 제주 중문지구 소도읍가꾸기사업의 일환으로 확장되는 도로 부지에 편입되어 남제주군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여 아스팔트 포장공사 등을 시행하여 도로로 조성한 다음 이를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위 소도읍가꾸기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그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원고들이 그들 소유의 이 사건 토지들을 남제주군이 도로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 것은 결국 남제주군이 이 사건 토지들을 도로로 점유함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는데, 위 사용 승낙을 함에 있어서 사용료를 정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은 남제주군이 이 사건 토지들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또한 위 도로확장 사업 전후의 여러 사정들 즉, 위 사업이 기존의 도로가 너무 좁아 차량 등의 통행이 불편하여 도로 주변 마을의 발전에 장해가 된다고 생각한 도로 주변의 주민들 대다수의 자발적 참여에 의하여 실시되었고, 확장되는 도로 상에 세워져 있어 철거 대상이 되는 건물들의 소유자들에 대하여는 남제주군이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였으나 확장되는 도로 부지에 편입된 토지 소유자들 중 5명을 제외한 나머지 소유자들에 대하여는 손실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하여 위 소유자들이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1992. 9.경까지 보상금이나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한 바도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이 사건 토지들을 남제주군이 도로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 것은 원고들의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을 포함한 확장된 도로부지에 편입된 토지들의 소유자들 중 5명을 제외한 전원이 위 나머지 5명이나 건물의 소유자들과 달리 남제주군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제주군에 그 토지사용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하여 준 이유, 위 토지 소유자들이 위 도로 확장사업 이후 약 13년 동안 남제주군 혹은 피고에 대하여 보상금 혹은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그 소유 토지가 무상으로 도로 부지로 편입된 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 이른바 개발이익으로 보상이 될 수 있는 사정의 유무, 이 사건과 같은 소도읍가꾸기사업으로 도로확장사업이 시행된 제주도 내 다른 지역의 도로부지에 편입된 토지들의 소유자들에게 관할 관청이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보상금 혹은 사용료 지급을 조건으로 그 소유자들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아 그 토지들을 점유하여 온 바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나아가 심리하여 본 연후가 아니면 원고들이 각 그 소유의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배척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논지는 이유 있다.
(2) 한편 기록에 의하면 1979년경 당시 이 사건 2토지의 소유자이었던 소외 이영무가 남제주군이 위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여 남제주군이 위 토지를 위 확장 도로의 부지로 사용하여 포장공사 및 상하수도공사를 하여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제공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11년이 경과한 1990. 3. 5. 원고 김자경이 이 사건 2토지를 취득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토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려고 하는 당사자는 등기부와 도시계획확인원, 관계 토지의 지적도면 등에 의하여 토지의 위치와 부근 토지의 상황 등을 점검하여 보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어 위 원고도 사전에 위와 같은 상황을 알아보고서 위 토지 상에 그러한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추인된다면, 피고의 위 토지 점유로 인하여 위 원고에게도 어떠한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013 판결 참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 원고가 위 토지를 취득한 경위, 위 원고가 위 토지 상에 일반공중의 통행에 제공되어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의 점에 관하여 심리하여 피고의 위 토지 점유로 인하여 위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있음을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2.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