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613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종민(기소), 류원근(공판)
변호인
변호사 백선경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19. 11. 26. 선고 2019고합56 판결
판결선고
2020. 6. 2.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1)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
2) 피해자는 피고인과 입맞춤을 하는 등 자발적으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응하였는바,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인식하지도 못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도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법리와 사정들을 근거로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술에 만취하여 힘없이 늘어져 피고인의 성적 행위에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여러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범행 무렵 피해자의 상태와 피고인의 인지 여부
이 사건 노래방 CCTV 일부 영상(사건 당일인 2019. 1. 26. 05:19, 06:15, 07:06의 CH2, CH3 영상)1)에 의하면, 피해자가 친구인 F과 함께 이 사건 노래방에 사건 당일 05:19경 도착하였는데, 피해자는 타인에 의지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 걸어서 노래방에 와서 B을 만난 다음 노래방 4번방2)으로 들어갔으며, 그 후 07:06 무렵에는 노래방 복도와 화장실을 큰 문제 없이 핸드폰을 확인하기도 하며 드나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는 사건 당일 05:19부터 07:06 무렵까지는 타인의 성적행위에 대하여 제대로 항거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당시 CCTV 일부 영상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피해자의 상태, 피해자의 상태를 목격한 F, B의 진술 내용, 피해자의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사건 당일 07:33경에 그 전에 마신 술로 인하여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적어도 08:20경까지는 피고인의 성적 행위에 제대로 반응하거나 이에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다가 당시 피고인이 술을 별로 마시지 않은 상태에 있었으며, 피해자 주변을 서성이며 피해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고,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손을 잡아 이끌어 노래방 방실로 피해자를 이동시키기도 했던 점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이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음은 물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1) 이 사건 노래방의 CCTV 일부 영상과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피해자가 07:33부터 08:28경까지 약 1시간 정도 힘없이 늘어져 자신의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피고인이나 B이 손을 잡고 이끄는 방향으로 힘없이 끌려가는 모습이 확인되며, 이는 타인의 물리적인 힘에 제대로 반응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① 07:33(CH4) - 피해자는 4번방 쪽에서 나와 비틀거리며 걸어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고, F이 피해자를 뒤따라 나와 부축하려 하면서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② 07:34 ~ 07:38(CH4) - 피고인은 화장실 근처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가 화장실 앞에 있는 F을 만나기도 하였고, 열려 있는 화장실 문을 통해 피해자가 술에 취해 화장실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인근에서 서성이고 있다.
③ 07:41경(CH4) - 피고인은 계속하여 화장실 앞 복도에서 피해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B도 그 뒤에서 외투를 챙겨 입고 나와 이 모습을 보며 피고인에게 손짓을 하며 웃고 있기도 하였다.
④ 07:50(CH4) - 피해자는 약 17분 정도 화장실에 머물다가, 피고인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을 나왔다. 당시 피해자는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채 고개를 가누지 못해 아래로 숙이고 비틀거리며 피고인을 붙잡고 나오고 있다. 화장실이나 노래방 복도의 조명은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얼굴, 걸음걸이 등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밝았던 것으로 보인다.
⑤ 07:51(CH4) - 피고인은 피해자를 이끌고 5번방에 데려다 놓은 후 문을 열어 두고 혼자 나왔다(피해자는 이후부터 아래 ⑥ 시점까지 5번방에 잠시 머물렀다).
⑥ 07:52(CH4) - 피고인은 피해자가 있는 5번방을 기웃거리다가 5번방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데리고 나왔다. 이때 피해자는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고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비틀거리며 힘겨운 듯 걸으면서 피고인에 이끌리고 있었는데, 5번방에 들어갈 때보다 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⑦ 07:53(CH4) - 이어서 피고인은 웃으며 자신의 왼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손을 잡고 피해자를 이끌어 6번방으로 들어갔다(피해자는 이후부터 아래 ⑨ 시점까지 6번방에 머물렀고, 이 때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하였다).
⑧ 07:57(CH3) - 피고인은 07:57 51초경에 노래방 카운터 옆 창고 문으로 나와 머리를 매만진 다음 다시 복도를 통해 화장실 쪽으로 갔다. 피고인은 6번방에 머물다가 6번방의 다른 문을 통해 주방과 창고를 거쳐 노래방 카운터 쪽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⑨ 07:57 ~ 08:15(CH4, 3) - 피고인은 그 후에도 6번방을 드나들기도 하고 노래방 복도를 청소하기도 하고, 복도에서 F이나 B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위 시간 동안 피해자가 6번방 밖으로 나오는 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
⑩ 08:15(CH4) - 피고인은 복도 청소를 하다 말고 피해자를 뒤에서 부축하는 듯이 이끌고 6번방에서 나와 5번방에 데려다 놓았다3). 당시 피해자는 여전히 고개를 잘 가누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피해자는 이후부터 아래 ⑫ 시점까지 5번 방에 머물렀다).
⑪ 08:20(CH4) - B이 5번방에 들어갔다가 담배를 피우며 혼자 나오고 있다. B은 그 무렵 5번방에서 자신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는 추행을 하였는데, 당시 피해자가 문이 열린 5번방 쇼파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⑫ 08:24(CH3, 4) - 손님 5명이 노래방을 방문하였고, 피고인이 손님들을 5번방으로 안내하였으며, 5번방에 네온사인 조명을 작동시켰다.
⑬ 08:24 ~ 8:26(CH4, 3, 2) - B은 5번방의 네온사인 조명이 작동될 무렵 그곳에서 피해자를 이끌고 나와 6번방을 거쳐 노래방 카운터 쪽을 지나 노래방을 빠져 나왔다.
⑭ 08:26 ~ 08:28(CH1, 0) - 피해자는 B에 이끌려 노래방 앞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택시를 타러 도로에 나갔는데, 당시 피해자는 머리를 다 풀어헤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B이 손을 잡아 이끄는 대로 걷고 있었고, 택시가 선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횡단보도를 왔다 갔다 하다가 다시 B에 이끌려 이동하였다.
⑮ 08:39(CH3) - 피해자는 B과 함께 노래방에 다시 들어오는데, 피해자는 고개를 제대로 들고 서서 F과 눈을 마주친 다음, F의 손을 잡고 노래방을 나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피해자는 그 무렵에서야 비로소 술에서 어느 정도 깨어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인다.
(2) 피해자는 수사 초기부터 '평소에는 소주 2병 정도 먹는다. H에서 F과 둘이서 소주 5병 정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소주 2병 정도 시켜서 4명이 마셨는데 다 마시지는 않은 것 같다', '피해 당일 소주 3병 넘게 마신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당시 피해자의 음주량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을 감안하면 술에 상당히 취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3) F도 경찰에서 '4명이서 술을 마시고 게임도 하고 그랬는데,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 반 정도 놀았나? 피해자가 술에 좀 취했더라구요. 갑자기 테이블에 엎드리더라고요. 제가 걱정되서 괜찮냐고 막 그랬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길래 제가 부축해서 화장실로 데리고 갔어요'라고 하여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4) B도 경찰에서 '피해자가 노래연습장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먹어서 갑자기 취했던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
(5)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지 1시간 이상 지나 채취한 피해자의 혈액으로 감정한 혈중알콜농도는 0.125%나 되는 것으로 나왔다.
(6) 피해자는 경찰에서 '알바 그 사람(피고인)이 자기는 소주 2잔만 먹으면 훅 간다고 하면서 술을 안 마시더라구요. 술게임을 20분 정도 한 거 같은데 그 알바생(피고인)이 게임에서 져도 자켓 입은 남자(B)가 대신 술 먹어 주고 하더라구요'라고 진술하였다.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노래방 청소를 하거나 손님을 받기도 하는 모습은 확인되나, 술에 취하여 타인의 상태나 주변정황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7)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무렵 자신의 상태에 대하여 '피고인이 6번방 쇼파에 자신을 눕힌 후 키스를 하려고 하여 피고인의 어깨를 치면서 하지 말라고 말하였으나 피고인이 멈추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하지 말라고 계속 쳐내는데도 술에 취해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에 힘이 없어 늘어져 있었는데 피고인이 옷을 벗기고 간음하였다', '당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힘이 없고 몸이 축 늘어져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피고인의 성적 행위를 거부하려 하였지만 제대로 거부할 수 없는 상태였다'라고 하여, 피고인의 간음행위에 제대로 항거할 수 없는 신체상태였음을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8) 피고인은 위 ①, ② 시점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F에게 화장실에서 '5분만 있다가 나가겠다'고 하거나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으니까 방으로 가 있으라'고 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피해자가 스스로 말을 하고 정상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F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나, 피해자가 위와 같이 말한 후 신체상태가 계속하여 급속히 나빠져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타인의 물리력에 반응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성적 행위에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아니한다.
(9) 피고인은 사건 당일 08:26에 피해자가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할 정도였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그 무렵의 이 사건 노래방 CCTV 영상(CH3, 2, 0, 1)을 면밀히 살펴보면 피해자는 B에 이끌려 가고 있고 땅을 쳐다보며 횡단보도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이 확인되며 이 또한 타인의 물리력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므로, 이를 두고 도저히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볼 수는 없다. B도 당시 피해자에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피해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아니한 채 이끌려 왔다고 진술하였다.
나)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를 하였는지 여부
(1)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제2회 경찰 피의자신문 시 자신이 거짓말을 하였다고 실토하면서 '둘이 서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 중간에 하지 말라고 했으면 하지 않았을 것인데 그런 얘기도 없었고 밀치거나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의사소통도 잘 되었다. 피해자가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타인의 손에 이끌려 노래방 방실을 이동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던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당시 피해자가 성관계 여부에 관하여 정상적인 의사를 교환할 수 있을 정도의 심신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위 진술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치거나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피고인에게 물리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피해자가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였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이러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였다고 하여 당시 피해자가 성관계에 관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동의하냐고 명시적으로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키스를 같이 해서 동의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명시적으로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피고인을 처음 만나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피고인과 서로 키스를 나누었다는 점은 선뜻 믿기 어렵다. 그보다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6번방 쇼파에 자신을 눕힌 후 키스를 하려고 하여 피고인의 어깨를 치면서 하지 말라고 말하였으나 피고인이 멈추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하지 말라고 계속 쳐내는데도 술에 취해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진술한 피해자의 진술이 더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피해자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당시 생리 마지막 즈음이어서 성관계를 하기 불편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응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3) 결국 위와 같은 피해자의 주취상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 동안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 방저 방 이끌고 다녔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제대로 물리적으로 저항하거나 성관계에 항거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거나 피해자로부터 묵시적으로라도 동의를 받아 성관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
(1) 피해자는 사건 초기부터 경찰, 검찰 및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피해상황 대부분에 대하여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지 못할 정도로 상세하고 구체적이며 일관적으로 진술하였다. 여기에 기억나는 부분을 일부러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꾸민 것처럼 작위적이라거나 비일관적인 면을 찾을 수 없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정신을 차리자 즉시 친구인 F과 함께 112에 범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피고인을 무고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충분하다.
(2)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 일행과 게임을 하면서 성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자신은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최초 경찰 진술에서 '술게임을 20분 정도 한 거 같은데 그 알바생(피고인)이 게임에서 져도 자켓 입은 남자(B)가 대신 술 먹어 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도 술을 계속 먹으면 취할 거 같아서 노래를 계속 부르고 했어요. 제가 이전에도 술을 많이 먹고 해서 노래방이 웅웅거리고 하니까 제가 취한 거 같아요. 그래서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는데, 저 빼고 3명 다 멀쩡했어요'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진술의 전체적인 내용이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6번방에 들어가는 자세, 피해자의 친구인 F이 6번방에 들어왔는지 여부, 피해자의 옷을 입혀준 사람, 6번방에서 5번방으로 이동한 것에 대한 기억에 관한 피해자의 경찰, 검찰,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이 서로 상이하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① 경찰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6번방에 들어가는 자세에 관하여 '마주보게 안아서 저를 데리고 갔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원심법정에서는 '기억이 잘 안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② 경찰에서는 '피해자의 친구가 성관계 전에 6번방에 들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는 '피해자의 친구가 6번방 안으로 들어오진 못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원심법정에서는 '피고인이 강제로 옷을 벗겨서 성관계를 하려고 하는 도중에 친구가 피해자가 어디 있는지 물었고, 피고인이 친구에게 자신은 설거지 하고 있다, 청소해야 된다고 말한 다음 친구가 6번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③ 경찰에서는 옷을 입혀 준 사람이 B이라고 진술하였는데, 검찰에서는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가, 원심법정에서는 B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④ 경찰에서 B이 6번방에서 5번방으로 데리고 갔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에 일부 불일치하는 면이 있고, 이는 앞서 본 CCTV 영상에 비추어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것도 확인된다.
그러나 ① 이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 부분은 피고인의 완력에 저항하지 못하다가 강간을 당했다는 주된 범행 부분에 비하면 범행 전후에 있었던 지엽적인 상황에 관한 것이라는 점, ② 당시 피해자는 그 전에 마신 술로 인해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피고인이나 다른 사람에 이끌려 6번방이나 5번방으로 다니면서 그곳에서 눕거나 앉아 있었으므로,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주변 정황을 제대로 듣거나 인지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③ 이 사건 노래방 CCTV 영상(CH3, 4)에 의하면 F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이 사건 범행시간을 전후하여 6번방 인근을 여러 차례 서성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을 만나기도 하였는데(07:57, 07:58, 08:10), 이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전후에 걸쳐 F이 여러 차례 자신을 부르거나 찾는 상황을 혼동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점, ④ 피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하기도 하였고, 그로부터 다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원심법정에서 증언을 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의 기억이 산일되고 일부 부정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⑤ 피해자의 진술이 변화된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나는 부분이 적어진다는 것이지 그 진술을 번복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허위의 진술을 꾸며냈다고 볼 수는 없고, 이를 이유로 성관계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없다.
(4)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해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진술조서가 제대로 작성되어 있지 않다고 문제삼으며, 피해자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하고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피해자에 대한 경찰진술이 담긴 영상녹화 CD의 진술영상(2019. 1. 29.자 10:09 ~ 10:12)과 피해자에 대한 경찰작성 진술조서를 면밀히 살펴보면,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대체로 그 진술조서에 정확하게 담겨 있고, 달리 위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으며, 위 진술영상 어디에도 피해자가 어떠한 사실을 숨기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
(5) 오히려, 이 사건 직후 피고인과 B 간 통화 내용에 관한 녹취록4)을 보면 피고인이 B의 반응에 따라 피해자와의 성관계 여부에 관한 입장을 번복하거나 피해자를 6번방에 옮긴 것을 B에게 전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B 역시 검찰 피의자신문 시 피고인이 계속해서 제가 피해자를 6번방으로 옮겼다고 하는 것은 6번방에서 피고인이 성관계를 했으니까 제가 한 것으로 뒤집어씌우려고 그러는 것 같다. 이후에도 피고인이 "유서를 쓰겠다, 기자한테 연락을 하겠다"는 등의 이상한 말을 하여 자기가 떳떳하면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진술은 더욱 믿을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는 처음에는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뒤늦게 이를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변명하였으며, 심지어 성관계 하기 전에 자신이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였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피고인은 범행 후 B에게 범행을 덮어씌우려고 하거나 B과 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성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과 아울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연욱
판사 원호신
판사 송민화
주석
1) 증거기록 142, 143쪽에 편철된 영상의 제목에 따라, 노래방 인근 T에 있는 횡단보도 영상을 'CH0', 노래방 인근 U 부근 영상을 'CH1', 노래방 외부 영상을 'CH2', 노래방 카운터 영상을 'CH3', 노래방 화장실 쪽 영상을 'CH4'라고 지칭한다. 이하 같다.
2) 노래방의 구조는 원심 판시 별지 기재와 같고, 이하부터는 노래방 방실을 원심의 표기 방법대로 칭한다. 이 사건 범행장소인 6번방은 이 사건 노래방의 비품 보관장소로 사용하고 있는데, 통상 문을 닫아 두었고, 그 출입구는 화장실 쪽과 주방 쪽으로 2개가 있으며, 주방 쪽 문을 나가면 주방을 지나 카운터 옆 작은 창고에 이르게 되고, 창고 문을 지나면 카운터를 통해 노래방 복도로 나갈 수 있다.
3) 피고인의 변호인은 2020. 5. 29.자 의견서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07:59경 5번방으로 이동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CCTV 영상(CH4) 08:15 46초 부분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뒤에서 부축하는 듯이 이끌고 6번방에서 5번방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될 뿐이고, 07:59경의 영상에는 그와 같은 이동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
4) 피고인의 변호인은 2020. 4. 8.자 변론요지서에서 피고인과 B 간의 통화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뒤늦게 다투고 있으나, 위 증거에 대하여는 원심에서도 피고인을 변호하던 피고인의 변호인이 피고인과 함께 2019. 7. 16. 원심 1차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증거동의를 하여 그 증거능력이 부여되었고, 달리 그 증거능력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찾을 수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