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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13.10.17.선고 2012가합6923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2가합6923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 1. 원고 목록과 같다.

피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황교안

변론종결

2013. 9. 24.

판결선고

2013. 10. 17.

주문

1. 피고는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10 기재 원고들에게 별지3 상속관계 및 인용 금액표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3. 9. 24.부터 2013. 10. 17.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1 내지 21 기재 원고들의 각 청구 및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10 기재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10 기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1 내지 21 기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1 내지 21 기재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21 기재 원고들에게 별지2 원고별 청구금액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2013. 9.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대구 10월 사건

1) 대구 10월 사건은 해방 직후 미 군정의 친일관리 고용, 토지개혁 지연 및 강압적 식량공출 시행 등에 불만을 느낀 민간인들 및 일부 좌익세력이 경찰과 행정당국에 맞서 발생한 사건으로, 1946년 9월 하순경 일어난 노동자들의 전국적 총파업에 이어 10. 1.부터 10. 2. 사이에 대구 지역에서 주민봉기의 형태로 발생하였다.

2) 1946. 10. 1. 대구역 및 대구공회당 인근에 노동자 등 수천 명이 집결하여 경찰 100여 명과 대치하면서 시작된 대구 지역의 시위는 미 군정이 1946. 10. 2. 17:00경 계엄령을 선포하여 진압하였으나 1946. 10. 6. 경북지역으로 번졌고, 1946년 12월 중순 남한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나. 대구 10월 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대구·경북의 지역 주민 중 대구 10월 사건의 진압과정에서 검거된 7,500여 명은 조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석방된 뒤 경찰 및 우익 단체에 의해 가옥과 재산을 파괴 · 몰수당하는 등의 보복을 당한 경우도 있고, 적법절차 없이 사살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군경에 의한 진압이 강경하자 대구 10월 사건의 참여자 중 일부는 잠적하거나 입산 후 야산대를 조직하여 빨치산유격대로 발전하였고, 이에 맞서 경찰은 수시로 빨치산 토벌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입산한 자들뿐 아니라 주거지역에 있던 대구 10월 사건 관련자와 그 가족들 또는 위 사건과 무관한 지역주민 중 일부가 살해되기도 하였다.

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이하 '과거사 정리기본법'이라 한다)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 정리위원회'라 한다)는 대구 10월 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조사개시 결정을 내린 후, 자료조사, 진술조사, 현장조사 등을 통하여 2010. 3. 30. '대구 10월 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사건(대구 · 칠곡·영천· 경주지역)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망 김○억, 망 박○도, 망 방○도, 망 이○상을 대구 10월 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자로, 망 조○해를 대구 10월 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사건의 희생추정자로 각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이하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들의 지위

원고들은 대구 10월 사건에 대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 희생자 및 희생추정자로 확인된 망인들의 유족들로서, 그 친족관계는 별지2 원고별 청구금액표 중 '관계'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84, 8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망인들을 살해한 경찰 등의 관리감독자로서 망인들과 그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으로 말미암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과거사 청산을 목적으로 하여 주로 간접증거나 전문증거에 의하여 내려진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만으로 망인들을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대구 10월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미 군정기에 그 소속 공무원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에게는 책임이 없다.

2) 설령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소는 망인들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5년이 훨씬 경과한 후에 제기된 것으로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3. 판단

가. 망인들이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인지 여부

1)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활동 방식, 조사보고서의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도 특별

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개별 당사자가 해당 사건의 희생자가 맞는지에 대하여 조사보고서 중 해당 부분을 개별적으로 검토할 때에 그 조사보고서나 처분 내용이 법률상 '사실의 추정'과 같은 효력을 가지거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증명력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망 김○억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1, 제12호증의 2, 제25호증, 제34호증의 2, 제7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 김○억은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된다.

①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신청인인 원고 김○상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참고인 장○○, 정○○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을 이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② 망인의 아들인 원고 김○상은 1946. 10. 4. 오전 아버지가 칠곡경찰서로 끌려간 모습을 보았고, 이후 석방되어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 배치되어 있던 경찰에 의해 총살되어 황약국 맞은편에 쓰러진 사실을 약국 식모가 알려주어 외조모와 함께 시신을 수습했다고 하여 비교적 사건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망인의 사망신고는 1948. 12. 28. 김제만이 하였는데 제적등본에 기재된 사망

일자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의 사망 일자는 일치한다.

3) 망 박○도 갑 제1호증, 제3호증의 1, 제14호증의 2, 제21호증의 1, 제36호증의 1, 3, 제37호증의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 박○도는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된다.

①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신청인인 원고 박○명(별지1 원고 목록 순번 5), 참고인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을 이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망인의 아들인 원고 박○명은 1946. 10. 5. 경찰에 의해 총살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하였고, 참고인 배일천, 최종무의 총살 내지 시신 수습 목격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③ 망인의 사망신고는 1946. 11. 15. 심태선이 하였는데 제적등본에 기재된 사망

일자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의 사망 일자는 일치한다.

④ 제4대 국회자료(1960)에는 망인에 관하여 '19591), 10. 5. 칠곡경찰서 원에게 피살'로 기록되어 있다[갑 제1호증 p.22(16) 18줄 및 각주 65), 괄호 안의 숫자는 이 사건 전자기록의 페이지 숫자이다, 이하 같다.

4) 망 방○도 갑 제1호증, 제4호증의 1, 제10호증의 1 내지 52, 제22호증의 3, 제39호증의 1, 2, 제7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망 방○도는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된다.

①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신청인인 원고 방○한(별지1 원고 목록 순번 7),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을 이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② 망인의 아들인 원고 방○한은 1946. 10. 6. 망인이 들에서 일하다가 경찰에 의해 총살당하였으며, 망인을 집으로 모셔 왔으나, 당일 저녁 사망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원고 방○한은 당시 초등학생이었고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 사건 총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참고인 박용규의 진술에 의하면 사건 당일인 1946. 10. 6. 망인과 함께 경찰을 피해 대재리 뒷산으로 도망가던 중 총소리가 났고, 앞서 도망가던 망인이 총에 맞아 쓰러졌으며, 망인은 병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하여 그 진술이 매우 구체적인 점에 비추어 위 두 진술의 불일치는 망인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③ 망인의 사망신고는 1947. 11. 8. 이순득이 하였는데, 제적등본에 기재된 사망일자는 1946. 10. 9.로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에서 나타난 망인의 사망 일자와 그 오차가 3일에 불과하다.

5) 망 이○상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신청인인 원고 이○달(별지 1 원고 목록 순번 11), 참고인 이원희, 이동창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을 이 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한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다음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1 내지 16 기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 이○상이 1946. 10. 8.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망 이○상의 아들인 원고 이○달 및 참고인의 진술은 모두 전문진술에 불과하고, 참고인 이원희의 진술은 총소리를 들었고, 시신을 수습했다는 진술만이 있을 뿐, 구체적인 피해 경위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다.

② 제적등본(갑 제5호증의 1)에 의하면, 망인의 사망일이 1950. 8. 27.로 기재되어 있다.

③ 제적등본(갑 제5호증의 1)에 의하면, 망인의 4녀인 원고 이원염(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6)의 출생일은 1947. 12. 20.이고, 1950. 7. 1. 부(망 이○상)에 의하여 경북 월성군 안강읍 노당리 1132번지에서 출생하였다고 출생 신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4 제4대 국회 자료(1960)에 따르면 망인에 관하여 '1949년 10월경(일자미상) 야간 취침 중에 별안간 밖 주변에서 집단 아우성이 들리기에 놀라서 잠결에 방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는 순간에 □□에 □□□(판독불가)가 발사한지 모르는 총탄을 맞고 사망했 음. 그 다음날 확인한 즉 주변집단은 안강 한청단원과 경찰이었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갑 제1호증 p.34(38) 마지막 줄 및 각주 114)].

6) 망 조○해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신청인,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망인을 이 사건의 희생추정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한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다음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7 내지 21 기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망 조이해가 1947년 7월경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망인의 사촌인 신청인, 참고인들의 진술은 모두 전문진술에 불과하다.

② 제적등본(갑 제6호증의 1)에는 망인의 사망 일자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③ 신청인의 1차 진술조서(갑 제20호증), 참고인들의 각 통화보고서(갑 제32, 34호증의 1)에 의하면, 망인은 6.25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6월경 기관요원에 강제연행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신청인 조원해는 2차 진술조서(갑 제71호증)에서 망인은 1947년 여름 등굣길에 강제연행되어 행방불명 된 것이라고 진술을 정정하였고, 참고인 채석조 통화보고서(갑 제88호증)에 의하면 망인은 1947년 7월경 끌려갔다고 기재되어 있어, 망인이 1947. 7.경 사망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④ 신청인 및 참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망 조○해가 사복을 입은 기관요원 또는 형사로 추정되는 낯선 사람에게 끌려갔다고 하여 망 조○해가 경찰에 의해 끌려간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경찰에 의해 살해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⑤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망 조○해에 대하여 시신을 수습한 경우나 시신을 수습하지는 못했지만, 시신을 확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희생자 추정결정을 하였다.

7) 소결

따라서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4의 피상속인 망 김○억,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5, 6의 피상속인 망 박도,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7 내지 10의 피상속인 망 방○도는 각 대구 10월 사건의 희생자(이하 '이 사건 희생자들'이라 한다)로 인정된다. 나.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그렇다면, 피고 소속 경찰 등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인 이 사건 희생자들을 살해하여 이들의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며, 그와 같은 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 때문에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제헌 헌법 (1948.7.17. 제정되어 1960.6.15.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에 따라 그 소속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당한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구 10월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미 군정기에 발생한 사건으로서 당시 경찰 등의 행위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던 미 군정 소속 공무원 등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전인 1948. 8. 11. 체결된 '대한민국 정부와 아메리카 합중국 정부간의 대한민국 정부에의 통치권 이양 및 미국점령군대의 철수에 관한 협정' 및 그에 따라 1948. 8. 24. 체결된 '대한민국 대통령과 주한미군사령관 간에 체결된 과도기에 시행될 잠정적 군사안전에 관한 행정협정' 제2조에 의하면 '주한미군사령관은 공동안전에 부합된다고 간주할 때에 점진적으로 가급적 속히 전 경찰, 해안경비대, 현존하는 국방경비대로서 대한민국 국방군의 지휘책임을 대한민국정부에 이양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동 국방군의 지휘책임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되어 있는바, 대구 10월 사건으로 희생된 이 사건 희생자들이 미 군정의 지휘·관리하에 있던 경찰 등의 불법행위로 희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협정들에 따라 피고가 위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승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 도과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구 회계법(1921. 4. 7. 조선총독부법률 제42호로 제정되고, 1951. 9. 24. 법률 제217호로 제정된 구 재정법 제8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33조, 조선민사령 제1조의 규정에 의하여 의용된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 부칙 제27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제724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에 대한 불법행위일로서 그들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날은 이 사건 희생자들의 사망추정일인 1946년경인데,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5년이 훨씬 경과한 2012. 7. 4.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2) 원고들(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1 내지 21 기재 원고들 제외, 이하 같다)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은, 국민을 보호하여야 할 기본적인 책무가 있음에도 스스로 국민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한 피고가 이제 와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재항변한다.

나) 관련 법리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피고는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 등에 대하여 위와 같이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된 때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2005. 5. 31. 법률 제7542호로 과거사 정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산하에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거나 직권으로 진실규명 활동을 해 왔고, 과거사 정리기본법을 통하여 피고 스스로 진실 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고, 국민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며,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처럼 과거사 정리기본법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을 포함하여 그 적용대상 사건 전체에 대하여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왜곡되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을 바로잡고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도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피해자를 특정하여 피해경 위 등을 밝히고 그에 대한 피해회복까지를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률임을 명시하여 밝히고 있다.

과거사 정리기본법에 따른 진실규명신청이 있었고, 과거사 정리위원회도 망인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한 경우, 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인 원고들로서는 그 결정에 기초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면 피고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이는 허용될 수 없다.

한편 위와 같이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서 '상당한 기' 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이 사건 진상규명 결정을 하여 피고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2010. 3. 30.로부터 약 2년 3개월이 경과한 2012. 7. 4.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가 과거사 정리기 본법을 통하여 규명된 진실에 따라 희생자,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천명하여, 원고들로서는 피고가 한국전쟁 전후 희생사건에 대한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였으리라고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는 현재까지 아무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및 피고의 불법행위의 성질,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규모 및 그 청구권자의 범위, 유사한 국가배상사건의 진행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신의칙상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볼 것이다.

라)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라. 손해배상의 범위

1) 위자료의 액수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이 이 사건으로 겪었을 정신적 고통, 그 후 상당기간 계속되었을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불법의 중대함, 유사 사건과의 형평, 이 사건 희생자들의 사망 당시 일실수입 사정을 위한 통계소득 자료가 없어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일실수입을 산정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1946년경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3. 9. 24.까지 약 7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상승한 점,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위자료 원본을 산정할 때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 이 사건과 같은 민간인 희생사건은 해방 직후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이 존재하는 점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①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하여는 8,000만 원, ② 배우자에 대하여는 4,000만 원, ③ 부모와 자녀에 대하여는 각 800만 원, ④ 형제자매에 대하여는 각 400만 원을 위자료로 정함이 상당하다.

2) 상속관계 및 계산내역 별지3 상속관계 및 인용금액표 기재와 같다.

3) 지연손해금 기산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에 대하여는,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손해를 입은 법익을 계속해서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그 채무 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 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불법행위일인 1946년경 무렵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3. 9. 24.까지 사이에 약 70년 이상의 장기간이 경과하고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겼으며, 그와 같이 변동된 사정까지 참작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하는 이 사건에서는 변론종결일부터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위 주장 중 이 사건 2013. 9.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부터 위 변론종결일 전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인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10 기재 원고들에게 별지3 상속관계 및 인용금액표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3. 9. 2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로서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13. 10.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 내지 10 기재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위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 및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11 내지 21 기재 원고들의 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영숙

판사김일수

판사박주영

주석

1) 이는 단기를 서기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잘못 이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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