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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두16933 판결
[토지수용재결처분취소등][공2009하,1127]
판시사항

[1] 이미 문화적 가치로 성숙한 종교적인 의식, 행사, 유형물에 대한 국가 등의 지원이 헌법상의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한정 소극)

[2] 지방자치단체가 유서 깊은 천주교 성당 일대를 문화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하여 상급 단체로부터 문화관광지 조성계획을 승인받은 후 사업부지 내 토지 등을 수용재결한 사안에서, 문화관광지 조성계획 승인과 그에 따른 토지 등 수용재결이 헌법의 정교분리원칙이나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오늘날 종교적인 의식 또는 행사가 하나의 사회공동체의 문화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으므로, 어떤 의식, 행사, 유형물 등이 비록 종교적인 의식, 행사 또는 상징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관습화된 문화요소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질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정교분리원칙이 적용되는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헌법적 보호가치를 지닌 문화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이미 문화적 가치로 성숙한 종교적인 의식, 행사, 유형물에 대한 국가 등의 지원은 일정 범위 내에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이라는 문화국가원리에 부합하며 정교분리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지방자치단체가 유서 깊은 천주교 성당 일대를 문화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하여 상급 단체로부터 문화관광지 조성계획을 승인받은 후 사업부지 내 토지 등을 수용재결한 사안에서, 위 성당을 문화재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고 위 문화관광지 조성계획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추진한 것으로 보이며 특정 종교를 우대·조장하거나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그 계획의 승인과 그에 따른 토지 등 수용재결이 헌법의 정교분리원칙이나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통일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강원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박해성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

헌법 제20조 제2항 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여 국교불인정 및 정교분리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내지는 행정관청은 특정 종교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종교에 개입하지 않을 의무와 더불어 특정 종교를 차별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 헌법 제9조 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오늘날 종교적인 의식 또는 행사가 하나의 사회공동체의 문화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할 것이므로, 어떤 의식, 행사, 유형물 등이 비록 종교적인 의식, 행사 또는 상징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우리 사회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관습화된 문화요소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질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정교분리원칙이 적용되는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헌법적 보호가치를 지닌 문화의 의미를 갖게 되므로, 이와 같이 이미 문화적 가치로 성숙한 종교적인 의식, 행사, 유형물에 대한 국가 등의 지원은 일정 범위 내에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이라는 문화국가원리에 부합하며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19세기경 천주교에 대한 박해를 피해 천주교 신자들이 강원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1097 일대에 모여 살던 중 1890년경 프랑스인 신부 르메르가 초대 신부로 부임할 무렵 우리나라의 네 번째 천주교회인 풍수원성당이 설립되었고, 풍수원성당의 2대 신부인 정규하 신부가 부임한 후인 1906년경부터 1907년경까지 사이에 위 토지상에 고딕양식의 풍수원성당이 건립된 사실, 풍수원성당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성당 중 세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자 강원도 최초의 본당으로서 1982년경 그 문화적 가치가 인정되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사실, 천주교 원주교구와 횡성군은 2002. 3. 15. 국민의 정신적 휴식공간과 천주교의 성지를 조성하고 신관광자원화로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유현문화관광지(Bible Park) 조성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였는데, 협약서에 의하면, 횡성군은 국·도·군비를 확보하여 진입로 등 기반시설과 성서마을, 역사마을 조성사업에 투자하고, 원주교구는 휴양마을 조성과 부지매입, 지장물 보상 등에 투자하며, 시설 조성 후 관리·운영의 주체는 원주교구로 하되, 수익적 시설(역사마을의 가마터, 원터 등과 같이 기념품 및 토속음식 등의 판매가 가능한 시설)은 천주교 관련 민간단체에 위탁운영하기로 한 사실, 강원도지사는 2003. 4. 4. 횡성군수의 신청에 따라 관광진흥법에 기해 원고들 소유 토지가 포함된 풍수원성당 일대 149,000㎡를 유현문화관광지로 지정한 사실, 횡성군수는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을 수립하여 2003. 4. 17. 강원도지사로부터 조성계획 승인을 받은 다음 2003. 4. 18. 이를 고시하였는데, 조성계획 승인사유는 ‘풍수원성당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풍부하여 관광기능을 접목, 테마가 있는 문화관광지로 개발하여 국민 모두가 체험하고 탐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의 어답산, 치악산국립공원, 강원민속촌, 정금민속마을과 연계 차별화된 문화관광지로 개발하여 국민여가생활 및 심신휴양과 관광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역개발촉진을 도모’한다는 것이고, 조성계획 승인내용에 의하면, 횡성군수가 사업시행자로서 강원 횡성군 서원면 유현2리 1100 일원 149,000㎡에 공공편익시설 11,467㎡(지하수개발, 배수지, 화장실, 오수처리장, 도로), 숙박시설 4,700㎡(휴양촌), 상가시설 2,730㎡(만남의 집, 피정센터), 휴양문화시설 31,703㎡(사제관, 초가예배당, 회개동산, 미술관 및 주택, 성인묘역, 연못, 천국동산, 야외제단, 강론광장, 수목원, 루메르신부동상, 정규화신부동상, 수녀원, 피정의 집, 지하성전, 원터, 가마터, 수구대), 기타시설 98,400㎡(완충용 녹지, 보존녹지)를 조성하고, 총사업비 94억 9,000만 원 중 공공(국비, 도비, 군비) 61억 9,000만 원, 민자 33억 원으로 조달하도록 한 사실, 위 조성계획에 따르면, 풍수원성당 및 그 부지는 위 사업부지에 접하지만 사업부지 바깥에 위치하고, 원고 1 소유의 토지에는 만남의 집이, 원고 2 소유의 토지에는 수구대 마을이, 원고 3 소유의 토지에는 피정의 집이, 원고 4 소유의 토지에는 강론광장이, 원고 5 소유의 토지에는 초가예배당과 지하성전이 각 조성되도록 계획된 사실, 천주교 원주교구는 횡성군과의 협약에 따라 이 사건 사업부지를 매수하여 오던 중 원고들이 매수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횡성군수는 협의매수를 시도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자 피고 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하여 피고 위원회는 2006. 4. 4. 원고들 소유 토지 및 그 지상의 물건 등에 대하여 이 사건 수용재결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풍수원성당은 1907년에 고딕양식으로 건립된 성당이고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성당 중 세 번째로 오래된 성당으로서 문화재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 등이 풍수원성당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보호 내지 지원을 하는 것은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은 풍수원성당 관련 시설 이외에는 별다른 관광자원을 보유하지 못한 횡성군이 위 시설 등의 활용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사업으로 풍수원성당을 원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수적이고 간접적인 효과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이 특정 종교를 우대·조장하거나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는 등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 승인이 헌법상의 정교분리원칙에 반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였다는 등의 주장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 승인이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구 관광진흥법(2007. 4. 11. 법률 제834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 에 의하면, 사업시행자는 관광지 등 조성사업의 시행에 필요한 토지와 물건 또는 권리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고,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거나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결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위 법률에 따른 이 사건 수용재결이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거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 승인이 헌법상의 정교분리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는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처분 등이 당연무효로 되는 사유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조성계획 승인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후행처분인 이 사건 수용재결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가정적인 판단에 불과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계획 승인이 정교분리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므로, 이를 상고이유로 다툴 수는 없다.

3. 그 밖의 상고이유 주장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유현문화관광지 조성사업은 횡성군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입증책임원칙 위반, 비례의원칙 위반,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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