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경영상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2] 특정 자동차 정비사업소의 1인 이사가 해당 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임대차계약과 운영협약의 해지 통보를 받아 폐업신고를 하고 주요 영업재산인 정비업허가를 다른 지점의 정비사업소에 양도한 사안에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 제356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 제356조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규홍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 쌍용자동차 ○○정비사업소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의 1인 이사인 피고인이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이하 쌍용자동차라 한다)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운영협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은 후, 위 계약해지의 효력에 대하여 다투지 아니한 채 피해 회사의 폐업신고를 하고, 주요한 영업재산인 정비업허가를 쌍용자동차 □□정비사업소 주식회사에 양도한 행위는 피해 회사의 이사로서의 임무를 위배하여 쌍용자동차 □□정비사업소 주식회사에게 이익을 주고 피해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되어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도3716 판결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른바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 경영에 내재된 속성을 고려하여,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6075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 회사는 쌍용자동차로부터 건물, 부지 및 정비시설을 임대받고 자동차관리사업 등록을 제공받아 정비용역만을 제공하는 형태의 법인으로, 쌍용자동차로부터 정비용역을 위탁받아 영업을 하는 외에 다른 업체와는 거래를 하지 않고, 피해 회사의 매출전액이 쌍용자동차에 입금되었다가 쌍용자동차로부터 임대료, 부품대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에서 일정한 비율에 따른 정비수수료를 매월 지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매년 쌍용자동차에 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경영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보고의무를 부담하는 등 그 영업을 위하여 영업시설, 영업대상 등을 모두 쌍용자동차에 의존하고 있어 사실상 쌍용자동차에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쌍용자동차와의 영업이 유지될 수 없다면 존립할 수 없었고, 따라서 피해 회사의 1인 이사인 피고인은 위와 회사의 특수한 처지를 감안하여 쌍용자동차와의 관계를 고려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점, 쌍용자동차가 통지한 이 사건 해지의 적법 여부는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법률전문가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도 그 결론을 쉽게 내기 어려운 사안일 뿐만 아니라, 그 주요한 사유는 정비업무 일부의 무단 하청에 관한 것인데,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인에 일부 정비업무에 대한 위탁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음에도 공소외인이 이를 거부하여 현실적으로는 불법하청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쌍용자동차가 주장하는 해지사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 나아가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해지의 무효를 법적으로 다투는 경우, 그로 인하여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야 하고, 그 승소 여부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그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정비사업소는 아무런 업무를 할 수 없는 껍데기뿐인 회사로 존속하여야 하고, 그 종업원들 역시 실직할 수밖에 없으며, 그 소송이 종료되기 전에 쌍용자동차와의 이 사건 협약에 정한 사업권보장기간이 도과됨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회사 소속 직원들의 생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결정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이 이 사건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해 회사의 쌍용자동차에 대한 관계, 이 사건 해지의 적법 여부 및 그 법적 쟁송으로 인한 손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의 행위 당시에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피해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그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위배행위 내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