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의료사고
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도3621 판결
[업무상과실치사][공2000.2.15.(100),439]
판시사항

산모의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에게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산부인과 의사가 산모의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제왕절개 수술 시행 결정과 아울러 산모에게 수혈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리 혈액을 준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명시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1995. 6. 30. 07:00경 피고인 경영의 산부인과 병원(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에 입원한 피해자(1960. 3. 5.생)에 대하여 자연분만에 의한 출산을 시도하려고 하였으나 같은 날 13:30경에 이르러 피해자가 호흡곤란, 전신창백 증세와 함께 자궁수축이 경직된 상태를 보이며 질에서 혈액성 물질이 배출되는 증상이 나타나자 피고인은 이를 태반조기박리로 진단하고 그 대응조치로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마취과 의사를 부르는 등 수술준비를 마친 다음 같은 날 14:15경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여 같은 날 14:22경 태아를 정상적으로 분만시키고 약 40%의 태반조기박리 상태(태반박리의 정도가 1/4 내지 2/3인 중등도에 속함)를 확인한 사실, 피고인은 그 수술 도중 태반조기박리와 아울러 자궁파열과 이완성자궁출혈을 발견하고 같은 날 15:00경 자궁파열 부위에 봉합과 압박지혈을 한 다음 강력 자궁수축제를 투여하는 등 지혈조치를 반복하였으나 출혈이 계속되고 혈압이 내려가 종합병원 후송을 결정하고 같은 날 15:30경 구급차로 피해자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소재 성바오로 병원으로 출발하여 같은 날 16:15 위 병원에 도착한 다음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 및 자궁출혈 중지를 위한 자궁수축제 투여와 함께 수혈을 하는 등 치료를 받게 하였으나 피해자는 18:30 범발성 혈액응고장애로 실혈사(선행사인은 태반조기박리 및 자궁근무력증)한 사실, 태반조기박리는 임신 후반기에서 볼 수 있는 출혈 중 가장 자주 보이는 질환으로서 태반조기박리 치료의 기본방침에 수혈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피고인은 전치태반인 경우에 제왕절개를 할 때에는 수혈 준비를 한다고 진술하였는데(수사기록 118면), 전치태반은 태반조기박리와 더불어 임신 후반기에서 볼 수 있는 출혈 중 가장 자주 보이는 질환으로 되어있는 사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같은 날 13:30경 피해자에 대하여 태반조기박리로 진단하고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인근에 있는 서울동부혈액원(피고인 경영의 병원에서 자동차로 편도 10 내지 15분 거리에 위치)으로부터 신속하게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였다면 그 제왕절개 수술 도중이나 수술직후에라도 수혈조치를 하여 피해자가 위와 같이 실혈에 의하여 사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사실 등을 알아볼 수 있는바, 위와 같이 피고인이 산모인 피해자의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적어도 제왕절개 수술 시행 결정과 아울러 산모에게 수혈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미리 혈액을 준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그러한 수술결정과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수혈의 필요성에 대비하여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에라도 가능한 빠른 시기에 혈액을 공급받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수혈시기를 놓치게 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내용의 이 피고사건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의료과오에 있어서 과실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김형선(주심) 이용훈 이용우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