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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9. 5. 13. 선고 97가합29214 판결 : 항소
[신용장대금지급등 ][하집1999-1, 471]
판시사항

[1] 신용장 개설은행이 신용장 매입은행으로부터 제시된 서류에 대하여 수리를 거절하면서 하자사항을 명시하여 통보한 후, 다시 추가적인 하자사항을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신용장 개설은행이 선적서류의 제시가 신용장의 유효기간 내에 이루어졌음에도 그 발행시점으로부터 상당기간 지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장 매입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신용장 개설은행이 신용장 매입은행으로부터 제시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할 경우, 하자사항의 통보는 서류의 접수 익일로부터 기산하여 제7은행영업일 이내에 1회에 한하여 모든 하자사항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 이후 추가적인 하자사항을 이유로 다시 거절 통보를 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하자사항을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할 수도 없다.

[2] 신용장 개설은행은 신용장 매입은행이 제시한 선적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는 한 원칙적으로 그 서류를 수리하고 매입은행에 신용장의 매입대금을 상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선적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고 그 제시가 신용장의 유효기간내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은행이 선적서류를 매입한 후 통상적인 관행인 2∼3일의 기간 내에 개설은행에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선적서류가 그 발행 시점으로부터 상당기간 지연되어 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장 매입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

참조판례

[1][2]

원고

스탠다드 차터드 뱅크 말레이시아 베르하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수길 외 6인)

피고

파산자 주식회사 충청은행의 파산관재인 김형배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 신 앤드 유 담당변호사 김진억 외 4인)

주문

1. 원고는 파산자 주식회사 충청은행에 대하여 금 2,512,989,309원의 파산채권을 가지고 있음을 확정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원고는 파산자 주식회사 충청은행(이하 '충청은행'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금 2,793,629,870원의 파산채권을 가지고 있음을 확정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7호증의 각 1 내지 4, 갑 제8, 9, 12, 13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7, 을 제1 내지 4, 7호증의 각 1, 5, 6, 8, 9, 10, 11, 을 제5, 6호증의 각 1, 5, 7 내지 10, 을 제22 내지 28호증의 각 1 내지 4의 각 기재와 증인 이호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신용장 거래관계

(1) 대한민국에 소재하는 소외 주식회사 케이.엘.(K.L.)실업(이하 '케이엘실업'이라고 한다)은 말레이시아에 소재하는 소외 겔리 (엠) 에스디앤. 비에이치디.[GELEE (M) SDN. BHD., 이하 '겔리사'라고 한다]로부터 별지목록 (라)항 기재 물품을 수입하면서 충청은행에게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여, 충청은행은 겔리사를 수익자로 하여 별지목록 (가)항 내지 (마)항, (사)항 기재와 같은 내용의 별지목록 제1 내지 7항 기재의 각 취소불능 신용장(이하 별지 목록 제1 내지 4항 기재의 각 신용장을 제1차 신용장이라고 하고, 별지목록 제5, 6, 7,항 기재의 각 신용장을 제2차 신용장이라고 하며, 이를 모두 통틀어 '이 사건 신용장'이라고 한다)을 개설하였다. 이 사건 신용장의 주요한 내용은 어느 은행이든 매입가능하고, 신용장과 함께 제출을 요하는 서류(이하 '선적서류'라고 한다)는 서명된 상업송장 3통, 포장명세서 3통, 무고장 선적선하증권 복본 전통(전통)으로 하며, 추가조건으로서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를 제외하고는 제3자가 발행한 선하증권 및 서류도 무방하고, 선하증권 및 서류의 지연제시도 무방하며, 원고의 페달링 자야 지점(PETALING JAYA BRENCH, 이하 '페탈링 자야 지점'이라고 한다)만이 할인 및 매입할 수 있으며, 이 사건 신용장에 대하여는 국제상업회의소가 1993년 개정 공포한 신용장통일규칙 및 관례(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1993. REVISION, I.C.C. PUBLICATION NO. 500, 이하 '통일규칙'이라고 한다)를 적용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2) 충청은행은 그 후 수익자의 동의를 얻은 개설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1996. 2. 28. 제1차 신용장의 각 유효기간을 별지목록 (마)항에서 (바)항으로, 각 최종선적기간을 별지목록 (사)항에서 (아)항으로 각 변경하였다.

(3) 쿠알라 룸푸르(KUALA LUMPUR)에 소재한 원고의 본점은 별지 목록 (차)항 기재 일자에 수익자인 겔리사로부터 충청은행을 지급인으로 하여 겔리사가 발행한 화환어음을 별지목록 (자)항 기재 일자에 물품이 선적된 것으로 기재된 선적서류와 함께 별지목록 (다)항 기재 신용장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각 매입하면서, 겔리사의 요청에 따라 별지 (타)항 기재의 기간 동안 개설은행인 충청은행에게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않기로 하고, 매입대금에서 위 각 기간에 해당하는 선이자와 기타 수수료를 각 공제한 나머지 매입대금을 페탈링 자야 지점에 있는 겔리사의 구좌로 송금하였다. 원고 본점은 선적서류를 개설은행에 제시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별지목록 (카)항 기재 일자에 충청은행에게 송부하여 이 사건 매입대금의 상환을 청구하였다.

(4) 그러나 충청은행은 제1차 신용장의 선적서류에 대하여는 1996. 4. 18. 그 수리를 거절하면서 거절 사유를 '지연제시와 서류 상호간의 불일치'라고만 통보하였고, 제2차 신용장의 선적서류에 대하여는 1996. 4. 26. 그 수리를 거절하면서 거절사유를 '서류 상호간의 불일치'라고만 통보하였다. 충청은행은 1996. 5. 21.에 이르러서야 원고에게 서류가 화물이 선적된 후 지나치게 장기간이 경과한 다음 제시되었고,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에 원본이라는 표시가 누락되었으며, 수익자의 주소가 서류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등 서류 수리 거절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통보하였다.

(5) 한편, 케이엘실업은 1996. 4. 15. 부도가 났고, 케이엘실업의 대표이사인 구본형은 그 직전인 1996. 4. 10. 해외로 도피하였다.

나. 충청은행의 파산선고

(1) 충청은행은 1998. 10. 27. 대전지방법원 98하14호로 파산선고 결정을 받았고, 그 결정에서 피고들이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매입대금 미화 1,483,220$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미화 646,071.06$의 합계액인 미화 2,129,291.06$를 파산선고일 전날의 매매기준율인 미화 1$당 1,312원의 비율로 환산한 2,793,629,870원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는데, 피고들은 파산채권 조사기일에 원고가 신고한 채권 전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

2. 원고의 상환청구권의 발생

가. 원고와 피고들의 주장

원고가 충청은행에 대한 파산채권으로서 이 사건 매입대금의 상환청구권이 있음을 주장하며 파산관재인인 피고들에 대하여 그 확인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들은 ① 선적서류가 지연제시되었고, ② 선적서류가 상호 문면상 일치하지 않으며, ③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등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고, ④ 이 사건 신용장은 페탈링 자야 지점에서만 매입이 가능한 제한신용장인데, 쿠알라 룸푸르에 있는 원고 본점이 매입하여 매입제한조건에 위반하였고, ⑤ 선하증권에 운송인 또는 선장이나 그 대리인의 확인이 없고, 운송인의 주소나 연락처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하자가 있으므로 충청은행은 이 사건 매입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다툰다.

나. 피고가 주장할 수 있는 지급 거절 사유의 범위

(1) 통일규칙 제14조 d항에 의하면, 신용장 개설은행은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서류의 접수 익일로부터 기산하여 제7은행영업일의 은행마감시간을 도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지체 없이 전신 또는 그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기타 신속한 방법으로 서류를 송부한 은행에게 그 취지를 통보하여야 하며, 그 통보에는 은행이 서류를 거절하게 된 모든 하자사항(all discrepancies)을 명시하여야 하고 동시에 그 은행은 제시인이 내리는 서류의 처분에 관한 지시를 기다리며 서류를 보관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제시인에게 반송중에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알려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이 신용장의 개설은행이 서류를 거절한다는 통보를 할 때에 모든 하자사항을 명시하여야 하고 서류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도 명시하도록 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하자사항의 통보는 서류의 접수 익일로부터 기산하여 제7은행영업일 이내에 1회에 한하여 모든 하자사항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 이후 추가적인 하자사항을 이유로 다시 거절 통보를 할 수는 없으며, 추가적인 하자사항을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3)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충청은행은 이 사건 신용장의 각 접수 익일로부터 제7은행영업일 이내에 원고에게, 제1차 신용장의 선적서류에 대하여는 지연제시와 서류 상호간의 불일치를 이유로, 제2차 신용장의 선적서류에 대하여는 서류 상호간의 불일치를 이유로 각 서류의 수리를 거절한다고 통보하였을 뿐이므로, 피고가 주장할 수 있는 서류의 수리 거절 사유는 위 각 통보시 명시한 사유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주장하는 지급 거절 사유 중 위 각 통보시 명시한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는 그 당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갈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고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는 위 통보시 명시한 사유에 한정하여 그 주장의 당부를 살피기로 한다.

다. 선적서류의 지연제시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1) 피고들은 신용장 거래에 있어서 선적서류의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을 대리하여 행동하는 은행으로서 자신의 수익자로부터 선적서류를 제시받는 시점에서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서류를 매입하여 통상적으로 인정된 2∼3일의 유예기일 내에 개설은행에게 서류를 발송하여야 하며, 선적서류의 제시가 그 발행 시점으로부터 정상적인 상거래의 관행을 벗어나는 정도로 지연된 경우 매입은행은 신용장통일규칙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인데, 원고는 제1차 신용장에 관한 선적서류를 매입한 후 수개월이 경과한 뒤에 충청은행에 발송하였으므로 충청은행은 제1차 신용장의 매입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① 살피건대, 개설은행은 매입은행이 제시한 선적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는 한 원칙적으로 그 서류를 수리하고 매입은행에 신용장의 매입대금을 상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통일규칙 제14조 참조), 선적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문면상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매입은행이 선적서류를 매입한 후 2∼3일의 기간 내에 개설은행에게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선적서류가 그 발행 시점으로부터 상당기간 지연되어 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장의 매입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②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제1차 신용장에는 매입은행이 선적서류를 매입한 후 개설은행에 서류를 송부하여야 하는 기간에 관하여 신용장의 유효기간 이외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이 사건 신용장에는 선적서류의 지연제시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이는 매입은행이 아닌 수익자에 대한 지시문언이다.), 한편 매입 은행인 원고는 제1차 신용장의 각 유효기간 내에 충청은행에게 선적서류를 제시하였으므로 원고의 서류 제시시기는 신용장의 조건과 문면상 배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별단의 사정이 없는 한 충청은행은 원고에게 제1차 신용장의 매입대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서류 상호간의 불일치를 이유로 지급 거절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1) 피고들은, 통일규칙 제13조 a항에 의하면, 문면상 상호 일치하지 않는 서류는 신용장 조건과 문면상 불일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충청은행에 송부한 선적서류에는 다음과 같은 불일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충청은행은 신용장의 매입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① 이 사건 신용장의 관계 서류 중 커버링 레터(COVERING LETTER)에는 수익자의 이름 및 주소가 각 "GELEE (M) SDN. BHD. 74 JALAN USJ 11/31 47620 SUBANG JAYA PETALING JAYA. MALAYSIA"로 기재되어 있으나,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서 상에는 수익자의 이름 및 주소가 각 "GELEE (M) SDN. BHD. 32, JALAN USJ 4/6G, 47600 UEP SUBANG JAYA. MALAYSIA. TELEPHONE:(603) 735-2556 FAX:(603) 735-2683"으로 기재되어 있다.

② 제2차 신용장의 선적서류 중 선하증권에는 송하인의 이름과 주소가

- 별지목록 제5, 6항 기재 신용장에 관한 각 선하증권의 경우

FIDELITY MERCANTILE CO. LTD.

65 WONG CHUK HANG ROAD

GEE CHANG HONG CENTRE, 19TH FL.

WONG CHUK HANG, HONG KONG

TEL:852-28730888

- 별지목록 제7항 기재 신용장에 관한 선하증권의 경우

ELKEI MERCHANDISE CORP.

3200 WILSHIRE BLVD SUITE 905

LOS ANGELES, CA90010, USA

TEL:213-386-0201

라고 각 기재되어 있는데,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상에는 송하인의 이름과 주소가

- 별지목록 제5, 6항 기재 신용장에 관한 각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상의 경우

FIDELITY MERCANTILE CO. LTD.

GEE CHANG HONG CENTRE, 19/F.,

65, WONG CHUK HANG ROAD,

G.O.P. BOX 890, HONG KONG.

- 별지목록 제7항 기재 신용장에 관한 상업송장과 포장명세상의 경우

ELKEI MERCHANDISE CORP.

3200, WILSHIRE BLVD., SUITE 905

LOS ANGELES, CA 90010, U.S.A.

TEL:(213) 386-0201, 0403

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다.

(2)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통일규칙 제14조 d항이 신용장 개설은행은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서류를 송부한 은행에게 거절사유가 된 모든 하자사항을 명시하여 신속히 그 취지를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매입은행 또는 수익자 등이 신용장 유효기간 내에 서류상의 하자를 보완하여 다시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하자 통보 이후에는 다른 하자사항을 이유로 다시 거절할 수 없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신용장 개설은행은 서류의 수리거절을 통보할 때에 매입은행 또는 수익자가 하자사항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다른 하자사항과의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며, 사후에 그 내용을 보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충청은행이 원고에게 통보한 이 사건 신용장에 관한 서류의 수리거절 사유는 '서류 상호간의 불일치'라는 내용뿐이어서 서류 상호간에 어떤 점에서 불일치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적법한 거절통보라고 할 수 없고, 충청은행이 사후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충하여 원고에게 통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치유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가사 위 거절통보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커버링 레터는 매입은행이 개설은행에 선적서류를 매입하였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하여 선적서류를 송부함에 있어 그 개요를 일목요연하게 하기 위하여 은행간의 편의에 의하여 작성하는 것에 불과하고 신용장대금의 지급, 인수 또는 매입을 위하여 선적서류를 제시하는 데 필요한 서류가 아니어서 통일규칙상의 서류(DOCUME NTS)가 아니므로, 커버링 레터에 기재된 수익자의 이름 및 주소가 상업송장, 포장명세서에 기재된 수익자의 이름 및 주소와 다르다고 하여 선적서류의 수리를 거절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서류 상호간에 문언상 일치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구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완전히 일치하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자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은행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면 그 차이가 경미한 것으로서 문언의 의미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문면상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 조건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제2차 신용장에 관한 선하증권에 기재된 송하인의 이름 및 주소와 상업송장, 포장명세서에 기재된 송하인의 이름 및 주소의 차이는 주소를 기재할 때 마침표나 쉼표를 기재하는 방식이나, 건물의 명칭을 기재한 위치, 사서함 번호나 전화번호의 부기 여부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에 불과하여 송하인의 이름과 주소를 인식함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선적서류의 수리를 거절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4)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라. 원고의 신용장 매입대금 상환청구권

그러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에 의하여 매입대금의 지급을 약속한 충청은행에게 신용장 매입대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상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피고들의 항변

가. 사기 또는 사기방조의 항변

(1) 피고들은, 원고가 충청은행에게 송부한 선적서류를 보면 케이엘실업과 물품구입계약을 체결한 겔리사가 직접 물품을 공급한 것이 아니라 홍콩에 소재하는 리얼타겟사, 피델리티 머칸타일사, 엘케이 머천다이즈사를 통하여 물품을 선적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리얼타겟사와 피델리티 머칸타일사는 모두 물품의 선적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케이엘실업의 대표이사인 구본형과 겔리사, 피델리티 머칸타일사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구본형과 겔리사 등은 상호 공모하여 허위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충청은행으로 하여금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하게 한 후 신용장을 이용하여 자금을 편취하는 사기행위를 하였고, 원고는 선적서류를 이자손실을 감수하면서 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케이엘실업의 부도가 임박해서야 비로소 지연제시한 점,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한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물품을 실제로 선적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아니한 점, 충청은행으로부터 선적기간의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신용장 변경 통보를 받고도 그 이전에 이미 선적이 완료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선하증권의 진위 여부에 대하여 확인하지 아니한 점, 매입대금은 원고의 본점에서 페탈링 자야 지점에 개설되어 있는 겔리사의 구좌로 입금되었는데, 어차피 매입대금이 페탈링 자야 지점을 통해 지급될 것인데도 페탈링 자야 지점에서만 매입이 가능하도록 한 제한신용장 조건에 위반하면서 원고의 본점에서 매입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기행위를 알면서 이에 가담하였거나 방조한 것이므로, 충청은행은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2) 살피건대, 을 제8호증의 1, 2, 3, 을 제9호증의 1 내지 5, 을 제10호증의 1 내지 9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의뢰인인 케이엘실업과 겔리사 간에 실제 물품거래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는 하나, 위 각 증거만으로는 구본형이 겔리사 등과 공모하여 물품을 선적하지도 않고 선적서류를 위조한 사기거래를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일람불 신용장에 의한 거래에 있어서 매입은행은 선적서류를 매입하는 즉시 이를 개설은행에 송부하여 신용장의 매입대금을 회수하는 것이 통상적인 거래 형태이기는 하나, 수입자 또는 수출자에게 여신의 효과를 제공하고, 은행의 입장에서는 이자 수익을 올리기 위하여 매입은행이 일정기간 매입대금의 상환청구를 유예하는 것이 그 지체로서 신용장 조건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므로,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이자 취득의 대가로 선적서류를 지연제시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선적서류의 위조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한편 신용장 거래는 서류의 거래이지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은행은 상당한 주의로써 그 선적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되고, 나아가 그 선적서류의 위조 또는 허위작성 여부, 화물의 명세, 수량, 실재 여부 등 그 선적서류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통일규칙 제13조 참조), 매입은행인 원고로서는 선적서류가 문면상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한 선적서류에 기재된 물품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선하증권이 위조된 것이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원고가 그러한 점을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선적서류의 위조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며, 그 밖에 원고가 주장하는 나머지 사실들은 원고가 선적서류의 매입 당시 사기거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것이어서 원고가 선적서류의 위조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과실상계

(1) 피고들은 원고에게는, 선적서류를 지연제시함으로 인하여 충청은행으로부터 환율이 상승하기 전에 신용장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충청은행이 신용장 개설의뢰인인 케이엘실업을 상대로 케이엘 실업이 부도가 나기 전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 과실이 있으므로, 이러한 과실은 충청은행이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신용장대금의 수액을 결정함에 있어서 참작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2) 살피건대,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용장 거래관계에 따른 본래의 급부 청구권인 신용장 매입대금의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여 그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서, 과실상계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피고들의 위 항변 역시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원고는 충청은행에 대하여 신용장의 매입대금의 합계인 미화 1,483,220$(=164,160+166,760+164,160+166,760+160,740+163,240+497,400)와 그 중 제1차 신용장의 매입대금의 합계인 미화 661,840$(=164,160+166,760+164,160+166,760)에 대하여는 제1차 신용장의 선적서류 수리 거절 통보 다음날인 1996. 4. 19.부터, 제2차 신용장의 매입대금의 합계인 미화 821,380$(=160,740+163,240+497,400)에 대하여는 제2차 신용장의 선적서류 수리 거절 통보 다음날인 1996. 4. 27.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임이 기록상 분명한 1997. 4. 26.까지는 상법 소정의 연 6%, 그 다음날부터 원고가 확인을 구하는 바에 따라 충청은행의 파산선고일인 1998. 10. 27.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합계인 미화 647,594.92$[=661,840×(373/365×6/100+549/365×25/100)+821,380×(365/365×6/100+549/365×25/100), 소수점 세자리 이하 버림]를 합산한 미화 2,130,814.92$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미화 2,129,291.06$(=매입대금의 합계 미화 1,483,220$+지연손해금의 합계 미화 646,071.06$)의 신용장 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위 채권액을 원고가 청구하는 바에 따라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하면,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매매기준율에 의하여 환산하여야 할 것이므로, 미화 2,129,291.06$를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인 1999. 4. 29. 현재의 매매기준율인 미화 1$당 1,180.20원의 비율로 환산한 금 2,512,989,309원(=2,129,291.06×1,180.20, 원 미만은 버림)이 된다.

한편, 원고의 위와 같은 신용장 대금 채권은 파산자에 대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의 위 파산채권에 대하여 파산관재인인 피고들이 전부 이의를 제기하고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한 이상 원고로서는 파산채권에 대한 확정을 위하여 그 확인을 구할 이익 또한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별지생략]

판사 강용현(재판장) 오민석 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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