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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4.27. 선고 2017고합1264 판결
살인,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사건

2017고합1264살인,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2017고합1306(병합)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피고인

A

검사

신준호(기소, 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김용철, 임호균, 김영진

판결선고

2018. 4. 27.

주문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으로부터 300,000원을 추징한다.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과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 률위반(향정)의 점은 무죄.

이 판결 중 위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마약류 취급자가 아니다.

『2017고합1264

피고인은 2017. 6. 초순경 서울 강남구 B빌라 C호에 있는 D의 집(이하 '이 사건 빌라'라고 한다)에서 D로 하여금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및 MDMA(일명 '엑스터시', 이하 '필로폰'과 '엑스터시'를 통틀어 '필로폰 등'이라고 한다) 약 0.06g을 일회용 주사기에 넣어 생수로 용해시킨 뒤, 자신의 왼팔 혈관에 주사하게 하였으나, 주삿바늘이 들어오자 통증을 느끼고 급히 팔을 빼는 바람에 실패하자, 위 필로폰 등을 머그잔에 넣어 콜라에 녹여 마시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

『2017고합1306

1. 피고인은 2017. 9. 1. 01:00경 이 사건 빌라에서, 필로폰 등 1회 투약분을 머그잔에 넣어 콜라에 녹여 마시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

2. 피고인은 2017. 9. 3. 02:00경 이 사건 빌라에서, 필로폰 등 1회 투약분을 머그잔에 넣어 콜라에 녹여 마시는 방법으로 투약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감정의뢰회보(2017고합1306호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3)

1. 마약감정서(위 증거목록 순번 4)

1. 유전자감정서 (2017고합1264호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62)

1. 수사보고(피의자 왼팔에 있는 필로폰 주사자국 흉터 사진 첨부)(위 증거목록 순번 222)

1. 수사보고(추징금 산정) (위 증거목록 순번 235)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범정이 가장 무거운 2017. 9. 3.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추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 필로폰 1회 투약분 암거래 가격 100,000원 X 3회)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개월 이상 15년 이하

2. 양형기준의 적용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개월 이상 2년 이하

[유형의 결정] 마약 > 투약 단순소지 등 > 제3유형(향정 나.목 및 다.목)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0개월 이상 2년 이하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마약류 관련 범죄는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을 해하거나 다른 범죄를 유발하기도 하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다만 피고인이 필로폰 등을 투약한 횟수가 많지 않은 점,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전과가 있기는 하나 마약 관련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가. 살인

1) 기초사실

피고인은 싱가포르에 있는 'E'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유흥종업원이고, 피해자 D(여, 사망 당시 27세)는 서울 강남 일대의 'F'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유흥종업원이다. 피고인은 2015. 11.경 서울 강남 일대의 속칭 '호스트바'에서 유흥종업원으로 일할 당시, 경기 안양시에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클럽에 손님으로 놀러 갔다가 역시 손님으로 그곳에 온 피해자와 우연히 합석하여 알게 된 후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각자 유흥종업원 일을 하면서 교제를 계속하였다. 2016. 2.경 피고인이 위 싱가포르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되어 출국하였는데, 이후에도 서로 G 등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피고인이 2~3개월에 한 번 정도 귀국하여 만나는 식으로 관계를 지속하여 왔다.

이후 2016. 8.경 피고인과 피해자는 알 수 없는 경위로 필로폰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 무렵부터 피고인이 귀국하면 함께 인터넷 H 사이트 등을 통해 이를 몰래 구입하여 투약한 뒤 성관계를 하였다.

한편 2017. 7. 말경 피해자는 자신이 일하는 위 'F' 유흥주점의 손님인 I과 서로 호감을 가지고 교제한 이래, 불과 한달여만에 연인관계로 급속히 발전하였다. 피고인도 피해자로부터 I에 대해 들어 둘 사이의 관계에 관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으나 그 자신도 2016년 무렵 위 싱가포르 유흥업소의 손님으로 만난 중국 국적의 여성 사업가인 일명 'J'와 교제 중이었고, 피해자도 'J'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과의 관계에 대해 노골적·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문제 삼지는 못하였다. 그 무렵 피고인은 중국에서 의류업을 하며 상당한 재력을 가진 'J'의 자금으로 중국에 프랜차이즈 식당을 개업하고 'J'를 도와 사업이 잘되면 국내에도 지점을 개설하여 자신이 직접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J'로부터 국내에 거주할 전세자금 1억 원 상당도 지원받는 등 'J'와의 관계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7. 8. 31. 위 싱가포르 유흥업소에서의 생활을 잠정 청산하고 장차 국내로 들어와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일시 귀국하였다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를 불러내어 자신의 주거지 근처인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일대 커피숍에서 데이트를 한 뒤, 다음 날인 9. 1. 새벽에 피해자가 거주하는 이 사건 빌라로 가 필로폰 등을 콜라에 타 투약하고 성관계를 하였다.

2) 범행 직전 상황

피고인은 2017. 9. 2. 그 전날 위와 같이 피해자와 필로폰 등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했음에도 그 투약 기운이 채 가시지 않는 탓 등으로 재차 피해자를 만나 필로폰 등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하고 싶은 욕구가 일자, 같은 날 오후 무렵부터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G 메시지를 보내 자신과 만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당일 피해자는 위 과의 사전 약속으로 서울 강남 일대에서 데이트 중이었고, 그 무렵 필로폰 투약에 대한 후회, 자책, 자수에 대한 갈등과 I에 대한 죄책감으로 피고인과의 만남을 회피하려 하였다. 이러한 기색을 감지한 피고인은 I에 대한 질투심과 피해자에 대한 강한 배신감에 사로잡혀 같은 날 20:00경부터 자정 무렵까지 데이트 중인 피해자에게 G으로 '너 씨발 진짜 나 지금 제정신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이러겠다는 거야', '오늘 가만히 안 있는다', '너 호텔이냐? 지금? 나 이렇게 두고 술먹구 외박한다.는 거야?', '넌 지금도 개 걱정뿐이구나', '그냥 걔랑 호텔 가', '너 호텔이냐?, 지금?', '그냥 가서 하세요',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며 대기업 회장님 아드님이고 가족상견례도 하셨다면서요', '부럽네요', '집앞에 가 있는 걸 바라는거야? 삼자대면?', '나 사고칠거 같애, 너희 집으로 지금 가서 기다릴게', '오늘 만나서 얘기해 오늘 정확히 들어야겠다', '있다보자 삼자대면, 니가 좆같이 구니까 지금' 등의 내용을 집요하게 보내며 심한 집착과 분노를 보였고, 이에 피해자도 G으로 'o(약) 하지말자, 나도 이럴까봐 안할라고 했던거야... 하지말자...', '나 경찰서 간다', '나 그냥 (약)했다고 말할 거고 병원다닐거 야', '이따가 진짜 거짓말 하나 안하고 경찰서 가자, 둘다 그냥 들어가자', '나 J 걔한테 연락하기 전에 내 말도 좀 들어주겠니?'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어 필로폰 투약 사실을 자수하고 피고인의 중국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와 피고인과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알릴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G을 통해 계속 다투었다. 같은 날 자정 무렵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요한 태도에 불안감을 느껴 데이트 후 그때까지 이 사건 빌라에 와 있던 I을 돌려보낸 뒤, 이 사건 빌라에서 피고인과 만나기로 하였다.

3) 살해 행위

피고인은 2017. 9. 3. 00:50경 렌트한 그랜져 승용차를 타고 이 사건 빌라 앞에 주차한 뒤, 그곳 현관 계단에 앉아 피고인을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손으로 머리 부위를 1회 때리고, 계속하여 이 사건 빌라 내부로 들어가 그곳 거실 등에서 피해자가 당일 자신과의 만남을 회피한 일과 위 I과의 관계를 추궁하는 등 같은 날 02:00 경~04:00경까지 피해자와 말다툼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필로폰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J'에게 자신과의 관계 및 필로폰 투약 사실 등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자, 그간 가지고 있던 I에 대한 질투심과 피해자에 대한 배신감, 분노 등으로 인해 감정이 폭발하는 한편, 피해자가 실제로 그와 같은 행동을 할 경우 필로폰 등 투약 사실이 발각되고 'J'와의 관계가 파탄될 것을 우려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그곳에 있던 머그잔에 일시 복용시 사망에 이를 정도의 필로폰 등 알 수 없는 양을 넣고 페트병에 들어있는 콜라를 부어 녹인 뒤, 그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마시게 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04:00경~05:00경 그곳 침실에서, 위와 같이 필로폰 등을 마신 피해자가 예상치 못하게 그 중독증상으로 인해 갑자기 극심한 발작상태에 빠져,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 통제가 되지 않는 상태로 몸부림치다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눈의 흰자위를 드러낸 채 바닥에 몸을 마구 뒹굴고 비명을 질러대자, 이웃에서 깨어 신고할 경우 자신이 피해자에게 필로폰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사실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하여 피해자를 뒤에서 끌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이불을 덮어씌워 바닥에 넘어뜨리고, 배 위에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목을 누르는 등으로 제압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필로폰 등 중독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일시, 장소에서 위 D을 살해하기 위하여 알 수 없는 양의 필로폰 등을 D에게 사용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사건 전날 피고인이 피해자와 G으로 다툰 것은 사실이나, 사건 당일 피해자를 만난 이후에는 서로 화가 풀렸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을 뿐 말다툼을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일시 복용 시 사망에 이를 정도의 필로폰 등을 머그잔에 넣고 콜라를 부어 녹인 뒤 그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로 하여금 마시게 하여 필로폰 등을 피해자에게 사용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합의하여 필로폰 등을 투약하기로 하였고, 머그잔에 필로폰 등을 넣고 콜라를 부어 녹인 사람은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이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건네주는 필로폰 등을 탄 콜라를 마시기만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발작하자 피해자를 뒤에서 끌어안거나 배 위에 올라타 피해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를 진정시키고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자 입을 막은 사실도 인정하나, 이는 이웃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 필로폰 등 투약 사실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 밖에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이불을 덮어씌워 바닥에 넘어뜨리거나, 숨을 쉬지 못하게 하려고 입과 코를 함께 막거나 목을 누른 사실은 없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라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1) 2017. 8. 31. 전까지 상황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6. 1.경 안양시에 있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되었고,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각각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출국하여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다 2016. 4.경 둘 다 귀국하였을 무렵 연인관계로 발전하였다(2017고합1264호 사건의 수사기록 28, 244, 681쪽, 이하 위 사건의 수사기록은 '쪽수'만 표시한다). 나) 피고인은 2016. 2.경 싱가포르에 있는 'E'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게 되어 출국한 이래 주로 싱가포르에 머무르면서 2~3개월에 한 번씩 귀국하여 피해자와 만나는 식으로 관계를 지속하였다(254쪽, 4권1) 29쪽). 피해자는 2017. 3. 말경부터 지인 집에 거주하면서 서울 강남 일대의 'F' 유흥업소에서 일하기 시작하였고, 2017. 6. 12. 이 사건 빌라로 이사를 왔다(681, 429쪽, 2017고합1264호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237). 다) 피고인은 피해자 외에도 싱가포르에서 만난 중국인 여성 사업가 'J'와 연인관계를 유지하였고, 2017. 6.~7.경 'J'가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는데, 피해자도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K의 법정진술, 719쪽). 한편 피해자는 2017. 7. 14. I을 유흥업소에서 처음 만나 2017. 7. 29. 연인관계로 발전하였는데, 피고인도 1의 인적사항은 알지 못했으나 피해자가 유흥업소에서 만난 손님과 유흥업소 외부에서 따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344~346, 408, 452, 727, 735쪽).

2) 2017. 8. 31. 귀국 후 2017. 9. 1. 필로폰 등 투약 및 성관계 가) 피고인은 2017. 8. 31. 귀국 후 16:37 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고 G대화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28, 727쪽), 피해자는 같은 날 22:00~23:00경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 근처로 가서 피고인과 만나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였다. 그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이 사건 빌라로 돌아와 2017. 9. 1. 새벽 필로폰 등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하였다(728쪽, 2017고합1306호 사건의 수사기록 14~16쪽),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음 날인 2017. 9. 2. 저녁에도 만나기로 약속하였다(731, 736쪽). 나) 이후 피고인은 2017. 9. 1. 14:00경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피해자는 2017. 9. 1. 22:00경 'F' 유흥주점에 출근하여 2017. 9. 2. 02:00경 [과 만나 함께 있다가 05:47경 위 유흥주점을 나와 귀가하였다(421, 734쪽).

3) 2017. 9. 2. 당일 만남 전까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적

가) 피해자는 14:39경 이 사건 빌라로 찾아온 I을 만나 함께 I의 사무실, 병원(교통 사고 피해자 병문안), 스크린사격장 등으로 이동하며 데이트를 하였고, 21:34경부터 22:23경까지 신사동에 있는 족발집에서 족발, 쟁반국수, 음료수를 먹고 마셨다 (421, 499쪽), 피해자와 I은 2017. 9. 2. 22:35경 이 사건 빌라에 들어가 성관계를 하였고, 은 23:56경 귀가하였다. 피해자는 2017. 9. 3. 00:19경 이 사건 빌라를 나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피고인을 기다렸다(103쪽).

나) 한편 피고인은 13:25경부터 G으로 '오늘 개 만나던 나만나던 둘중 하나만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가 I과 만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빨리 I과 헤어지고 자신과 만날 것을 요구하였다. 피해자가 과 계속 같이 있으며 '오늘은 만나기 어렵다'고 하자 피고인은 20:58경 '너네집앞에서 기다려?'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자정 무렵까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G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피해자와 다투었다(735~745쪽, 다만 22:52경부터 23:43 경까지는 피해자가 답장을 하지 않아 G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는데, 이때는 피해자가 I과 성관계를 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4) 만남 후 2017. 9. 3. 피해자 사망 시까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적

가) 피고인은 2017. 9. 3. 00:49경 이 사건 빌라에 도착하여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피해자와 빌라 앞 계단에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이 주차된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자 피고인은 차량을 이동하여 주차한 뒤 달려와 빌라 앞 계단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피고인은 다시 자신의 차량 쪽으로 가 앞 유리를 보며 무언가를 확인한 뒤 이 사건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빌라 안으로 들어간 뒤 일어나서 길 한가운데로 나와 피고인의 차량을 바라본 뒤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107-3쪽).

나) 피해자는 01:19경 귀가한 I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자라는 내용의 통화를 34초간 하였고, 01:21경 잘 자라는 G 메시지를 주고받았다(421, 627쪽).

다)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02:40경 L 포털사이트, 02:44경 M 포털사이트, 03:44경 'N'라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하였다(증 제4호증).

라) 이 사건 빌라 아래층 입주자는 "사건 당일 아내와 영화를 보고 03:30~04:00경 잠들었는데 한참 곤히 자고 있을 무렵 위층에서 무언가를 던지는 것같이 쿵쿵하는 소리가 났다가 안 났다가 하기를 반복하였고, 여자 비명소리가 난 뒤 조용해졌다. 시간은 04:30~06:00경 사이로, 깜깜한 새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는 04:30경부터 05:00경 사이로 기억한다고 하며, 여자 비명소리를 3번 정도 들었다고 한다."라고 진술하였다(50, 51, 637, 638쪽, 위 진술인은 취침 시각은 시계로 확인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쿵쿵 소리를 들은 시각은 추측에 의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빌라 옆집 입주자는 "화장실을 다녀왔다가 핸드폰 시계를 보니 5시 무렵이었다. 이후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을 깼다. 남성의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 여성의 고함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으나 비명소리는 듣지 못했다."라고 진술하였다(923쪽).

마) 피고인은 119 신고를 전후하여 주사기 4개를 이 사건 빌라 부엌 창문 밖으로 던졌다(피고인의 법정진술, 425, 430, 1,316, 1,317쪽).2)

바) 피고인은 07:39경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1분 38초간 통화하였고, 07:42경 다시 아버지가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51초간 통화하였다(290, 299, 567~570, 660쪽. 통화 내용에 관하여, 피고인의 아버지는 피고인이 '사람이 간질 증세를 일으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에 '119에 빨리 신고하라'고 대답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5) 119 신고 이후 피고인의 행적

가) 피고인은 07:43경 119에 신고하였는데(466쪽), 119 상담원과 통화 중 다소 횡설수설하면서 "여자가 발작을 일으키다가 호흡이 멈췄다. 죽은 것 같다. 심폐소생술은 아까 했다. 여자가 마약을 한 것 같다. 몇 분 정도 경련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같이 쭉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자가 어떤 남자를 만나고 왔고, 그래서 내가 왔는데, 기분이 안좋다는 말을 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472, 473, 475~483쪽). 나) 119 상담원은 피고인에게 계속 '하나, 둘' 구령을 붙여주며 심폐소생술을 반복하도록 지도하였고, 통화 중이던 07:48경 119 구급대가 이 사건 빌라에 도착했다. (481~483쪽). 당시 피해자는 발가벗은 채로 침대 옆 방바닥에 머리를 방문 쪽으로 향하고 누워있었으며, 호흡·맥박이 없고 동공이 풀린 상태였다(379쪽). 반면 피고인은 상·하의를 모두 입고 있었다(558쪽).

다) 피고인은 출동한 구급대원이 '환자가 왜 옷을 벗고 있느냐'고 묻자 처음에는 '환자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이야기하다가 그다음에는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때 이미 환자가 옷을 벗고 있었다'고 말하였다. 사건 경위에 관하여는, "피해자로부터 '업소에 오는 손님이 있는데, 그 손님(이하 '40대 남자', '40대 손님'은 모두 I을 가리킨다)이 헛 개수에 마약을 타서 자신에게 주어서 몇 달 전부터 그것을 계속 먹은 것 같다. 자신이 갑자기 위 손님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말이 되냐'라는 이야기를 를 들었다."라고 구급대원에게 설명하였다. 또 "내가 새벽에 들어왔는데 4시쯤이었던 것 같고, 피해자와 그때부터 이야기를 했는데,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고 119 신고 10분 전에 강직을 일으켰다. 강직이 끝나자마자 119에 신고했다."라고 구급대원에게 말하였다. (379, 556-558).

라) 피고인은 119 구급대원의 요청으로 동행하여 08:03경 병원 응급실로 이동하였다. 응급실 의사는 피해자가 병원 도착 당시 사망한 상태(D.O.A. death on arrival)임을 확인하였다(249, 1,423쪽). 피고인은 응급실 의사에게 "피해자가 새벽 1시 정도까지 룸 살롱 손님과 술을 마셨고, 새벽 2시경부터 나와 대화를 하였다. 대화 도중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였고 수면제를 먹고 자겠다고 하며 07:30경 내가 보는 앞에서 수면제 1알을 복용하였다. 복용 후 5분 이내에 눈동자가 위로 돌아가며 강직증세를 보이고 소리를 질러 안아주었으며 10분가량 강직이 지속되어 119에 신고하였다."라고 말하였다(249쪽), 한편 119 구급대원은 피고인이 응급실 의사에게 '피해자가 밖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술인가 물에 탄 약을 먹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493쪽).

마) 피고인은 08:45경 응급실을 나와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다 마침 응급실에 도착한 피해자의 이모와 마주쳤다. 피고인은 어떻게 된 일이냐는 피해자 이모의 질문에 "나는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이다. 피해자가 1년 전부터 술집에 다니는 것 같다. 피해자가 40대 남자를 사귀고 있는 것 같은데 피해자가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피해자가 마약을 한 것 같다. 피해자가 자야겠다며 수면제 한 알을 먹었는데 대략 5분 정도 있다가 발작을 해서 부딪힐 것 같아서 안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보니까 숨을 안 쉬어서 내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라고 말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이모가 연락처를 요구하자 번호를 불러준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다(4권 65쪽).

바) 이후 피해자 이모가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폰, 지갑을 갖다 달라고 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빌라 우편함에 넣어두겠다고 답하였다(4권 66쪽). 피고인은 08:57경 이 사건 빌라 양수기함에 피해자의 휴대폰, 지갑을 넣어두고 09:26경 성남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가, 경찰관이 현장 복귀를 요청하자 10:38경 자신의 집을 나와 11:22경 병원으로 돌아왔다(59, 107-1, 107-2, 506, 510~512쪽, 4권 87, 116쪽), 피고인은 경찰관에게 "피해자가 2017. 9. 2. 저녁 유흥주점에 출근해 다음 날 02:00경 퇴근하여 만나게 되었다. 피해자가 '40대 손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호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하여 내가 '그런 말을 할 거면 그만 자라'고 하였다. 내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건네주었는데 피해자가 이를 먹고 나서 갑자기 간질처럼 발작을 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10분간 발작을 했다가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다가 숨을 쉬지 않고 늘어져 119에 신고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후 경찰과 동행하여 이 사건 빌라로 이동하였다가 현장감식 종료 후 경찰서로 이동하여 참고인 진술을 하였다(60쪽).

사) 피고인은 2017. 9. 3. 13:30경 경찰서에서 사건 경위를 묻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피해자가 먼저 연락하여 요즘 많이 힘들다며 울었고, 새벽 시간에 '몸이 이상하니 집에 와 달라', '오빠밖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하여 02:00경 이 사건 빌라에 갔다. 집에 가보니 피해자가 '몸이 이상하다', '꼭 마약을 한 것 같다',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수면제 하나만 달라'고 하여 수면제 한 알을 주었고, 먹고 난 이후 발작이 나서 거품을 물고 경기를 일으켰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4권 14쪽). 아) 피고인은 14:30경부터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나는 원래 오빠만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오늘 만난 손님을 한 달 전에 가게에서 만났는데 갑자기 그 사람에게 빠지게 되었고, 성격도 변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이 무슨 약 같은 것을 타는 거아니냐'고 물었더니, 피해자가 '아~ 그래서 그 사람이 헛개차 같은 것을 줬구나, 역시 오빠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게에 와도 헛개차 캔을 주고, 집에 놀러 와서도 병 같은 것에 헛개차를 싸 와서 주기도 했다'고 말하였다. 피해자가 강남에서 룸살롱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자책하며 울어서 내가 위로해주었다. 이후 피해자가 잠을 자기 위해 수면제를 한 알 먹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5분 정도 지났을 때쯤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발작을 일으켰다. 새벽 시간에 이웃들이 깰까 봐 피해자의 입을 막고 몸을 붙잡았다. 피해자는 발작했다 멈추기를 8회 정도 반복하였다. 마지막에 몸이 경직되었고 심폐소생술을 해도 계속 굳어가자 119에 신고하였다. 발작 시간은 1시간 내외 정도였다"(4권 32~34쪽).자) 피고인은 위 참고인 조사 도중 경찰관이 피해자 휴대폰의 G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피해자와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하자, 그때에서야 2017. 9. 1.과 사건 당일의 마약 투약 사실을 시인하면서 '사건 당일에 피해자가 콜라에 마약을 타서 주어 피해자와 함께 투약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4권 38쪽).

6) 현장감식과 부검감정 결과 등

가) 현장감식과 검시 결과 등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현장사진 등에 따르면, 이 사건 빌라 거실 탁자 위에는 콜라 페트병 1개, 생수 페트병 2개, 머그컵 1개가 놓여 있었다. 침실 바닥과 침대 옆 작은 탁자 등에는 생수 페트병 4개, 게토레이 페트병 1개가 놓여 있었다(590쪽 이하, 4권 115쪽 이하). 이중 머그컵 안에 든 갈색 내용물(콜라로 보인다)에서는 필로폰, 엑스터시 성분과 피고인의 DNA가 함께 검출된 반면에 피해자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439쪽, 2017고합1306호 사건의 수사기록 183쪽). 다만 위 머그컵 자체에 대한 DNA 감식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590쪽 이하), 각 페트병 내용물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1,136쪽, 2017고합1306호 사건의 수사기록 183쪽), 마약 투약에 이용된 콜라 페트병에서는 피고인의 지문 5개(좌수중지 4개, 좌수소지 1개)가 검출되었고, 병뚜껑 및 입구를 포함한 여러 부위에서 피고인(6개)과 피해자(11개)의 DNA가 모두 검출되었다(859, 1,368, 1,372쪽), 한편 현장사진에 따르면 부엌 싱크대 안에 같은 종류의 머그컵 1개가 더 있었으나(4권 113쪽), 위 머그컵이나 그 안에 든 내용물에 대하여는 별도의 수거나 감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590쪽 이하).

(2) 119 구급대원들은 "출동 당시 피해자의 피부가 차가웠고 턱관절이 뻣뻣하게 느껴져 다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들것에 실을 때 피해자가 대변 같은 것을 좀 지린 것을 보았다."라고 진술하였다(489쪽, 560쪽). (3) 2017. 9. 3. 11:00경 실시된 검시 결과, 피해자의 턱·목관절이 상당히 경직된 상태이고 등 부위에 암적색 유동성 시반이 관찰되었다. 그 밖에 눈꺼풀 결막 및 얼굴 피부 점출혈, 왼쪽 광대 부위에 미약한 피부까짐을 동반한 직선형의 멍(0.5×5cm), 입술 부위 부식형태의 피부변색, 입술점막 안쪽부위 멍 및 피부까짐, 오른 목 부위 초승달 모양의 미약한 피부까짐을 동반한 명(0.5×2cm) 등이 관찰되었다(4권 25쪽). (4) 한편 피고인의 소변에서는 필로폰, 엑스터시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모발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2017고합1306호 사건의 수사기록 208, 505쪽). 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 내용(514쪽 이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식도와 기도 점막에서 국소적인 출혈, 2~3번 흉골에서 출혈을 동반한 골절, 오른쪽 가슴 안 공간에서 400cc가량의 혈액, 위(stomach)에서 80cc가량의 죽상 내용물이 각각 관찰되었다. 피해자의 혈액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 메트암페타민의 대사물인 암페타민, MDMA(엑스터시), MDMA의 대사물인 MDA가 각각 0.8mg/L, 0.021mg/L, 1.3mg/L, 0.079mg/L 검출되었다. 피해자의 모발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필로폰의 최소 추정 치사량은 1g, 혈액 중 치사농도는 0.1~69mg/L로 보고되어 있고, 필로폰 과량 복용으로 사망한 13개 사례에서 혈액중 필로폰 농도는 0.09~18mg/L였다. 엑스터시의 최소 추정 치사량은 0.3g, 혈액 중 치사농도는 0.4~11mg/L로 보고되어 있다.

혈액과 위(stomach) 내용물에서 수면제 원성분(플루니트라제팜)은 검출되지 않았고, 대사물인 7 아미노플루니트라제팜이 검출되었으나 치료농도 범위 내였다. 전신의 외표와 골격 및 실질 장기에서 사인으로 인정할 만한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혈중 필로폰 및 엑스터시 농도가 각각 치사농도인 점을 종합할 때, 피해자는 필로폰 및 엑스터시 중독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다) 부검의의 추가의견(1,232쪽 이하) 부검의는 검찰의 사실조회에 대한 회보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① 부검 결과만으로는 경구 투약인지 주사 투약인지 단정할 수 없고, 혈액 중 필로폰, 엑스터시 농도만으로 투여량을 추정하기 어렵다. ② 문헌에는 사람에 대한 필로폰의 최소 추정치사량은 1g, 엑스터시의 최소 추정치사량은 0.3g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다른 문헌에는 이보다 적은 양을 복용한 후 사망한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3 혈액 중 마약류나 대사물의 함량만으로는 사망시간, 투여 후 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없다.

라) 부검 자문의의 감정 의견(1,422쪽 이하) ) 부검 자문의는 검찰의 감정 요청에 대한 회보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1) 피해자의 메트암페타민(필로폰) 및 MDMA(엑스터시)의 혈중 농도가 각각 사망사례들의 농도 범위 내에 포함되고, 다른 사망원인이 될 만한 소견이 없으므로 필로폰 등 중독을 사망원인으로 본 부검의의 판단에 이의가 없다.

(2) 사체에서 관찰되는 아랫입술 점막출혈, 왼쪽 볼 부위와 턱 부위의 선상 피내출혈, 오른쪽 볼 부위의 국소적인 피부까짐은 가해자가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코와 입을 동시에 막을 때(비구폐색)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이다. 아랫입술 점막출혈과 같은 입술 내측손상은 가해자의 코 입을 막으려는 힘과 피해자의 저항하는 힘에 따라 손상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는 하나, 아랫입술 점막출혈이 비교적 가볍고(입술이 치아에 찧어 찢어진 손상은 없음), 오른쪽 볼, 왼쪽 볼, 왼쪽 턱 부위의 손상도 비교적 가벼운 정도이므로 강하게 누르거나 강하게 저항한 것 같지는 않다.

목 오른쪽 선상 피내출혈은 가해자 주장과 같이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을 누르다가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눈꺼풀결막에 수개소의 일혈점이 있고, 얼굴이 울혈상이므로 여기에목 오른쪽 피내출혈을 합쳐보면 가해자가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눌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얼굴에서 일혈점은 눈꺼풀결막에만 수개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관찰되지 않고, 목 부검에서 피하출혈이나 근육출혈 등의 연조직 출혈이 없을뿐더러 설골, 갑상 연골에도 별다른 소견이 없는 것을 보면 손으로 목을 조르는 힘이 약했거나 저항이 약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의 양 폐에서 관찰되는 울혈상은 필로폰 및 엑스터시 중독으로 사망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소견으로, 폐울혈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와 입이 막히거나 목이 졸리거나 몸 위에 올라탈 경우 호흡에 장애를 초래하여 사망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3) 사망 후 시행된 심폐소생술로도 흉강 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사후에는 폐문부 파열로 400ml에 이를 정도의 출혈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망 후에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것이 아니라 약물중독에 의한 발작 후 혼수상태를 사망으로 오인하고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4) 사망시각 추정과 관련하여, 정상인의 경우 음식물 섭취 후 약 3시간 전후쯤이면 '죽상' 정도가 되고, 식후 6시간 정도가 지나면 위·십이지장이 모두 비게 된다. 다만 피해자는 유흥종업원이고 밤늦은 시간에 음식물을 섭취하였으므로 정상인의 낮 소화 정도를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119 구급대원의 진술에 따르면 07:50경 사체의 피부가 차갑게 느껴졌고, 턱관절이 뻣뻣했으며, 대변이 나와 있었고, 심장전기 반응이 '무수축'이었다고 하므로, 이미 사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턱관절이 뻣뻣한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심한 발작 후 사망하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시체강직이 일어나므로, 턱관절이 뻣뻣한 것으로 사후 경과시간을 추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턱관절이 뻣뻣할 정도이면 사후 1시간 이상은 경과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5) 수면제 복용 여부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모두 수면제 원성분은 검출되지 않고 대사물 성분만 검출되었으므로 사건 당일에 피해자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7) 재소자 0의 진술 내용

가) 재소자 0은 피고인이 구속기소된 후 피고인이 수감된 방으로 이감되어 2017. 10. 30.부터 2017. 11. 22.까지 피고인과 서울구치소 내 같은 방에서 생활하였던 사람이다. 이은 이 사건에 대하여 진술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나와 친분이 있는 수감자 P의 수사 검사와 피고인의 수사 검사가 같은 사람인데, 수사 검사가 P에게 피고인의 구치소 생활에 대해 묻자, P가 0이 피고인과 같은 방을 써서 잘 안다고 하여 검찰에서 나를 부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0의 법정진술, 1,268쪽).

나) 은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이라면서 '피고인이 구치소에서한 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1,267~1,291쪽). ①)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가 손님을 만나느라 늦게 만나게 되었고, 이 때문에 매우 화가 나서 피해자를 만나 자마자 로비에서 뺨을 한 대 쳤으며, 심한 욕을 하고 뺨도 때리고 싸웠다. 피해자는 자신(피고인)에게 '약봉지랑 마약한 사진을 찍어서 J에게 보내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화가 많이 났으나 약을 하고 싶어서 피해자를 달랬다."라고 말했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가 샤워하러 간 사이 머그잔 2개에 콜라에 약을 타서 한 잔을 마신 후 침대에 누웠고, 샤워하고 나온 피해자가 나머지 한 잔을 마셨다. 이후 애무를 하다가 피해자가 약 기운이 올라오지 않는다며 계속 타서 마셨다."라고 말했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나는 (약기운이) 오는데 너는 안 오냐, 그놈하고 약하고 온 것 아니냐, 술집년 다 됐네'라고 욕설하며 말다툼하였다. 이후 피해자가 피곤하다며 잔다고 해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갑자기 소리를 악 지르고 이성을 잃어서 입을 틀어막았고 계속 반복되고 이상해서 119에 신고한 후 심폐소생술을 했다."라고 말했다. ⑤ 피고인은 "필로폰은 피해자가 인터넷에서 한 작대기에 80만 원 주고 사서 보관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 0은 이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① 사건 당일의 다툼에 관하여, 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뺨 때린 것은 그 전에 싸웠던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때렸다고 한 것은 제가 피고인에게 '니가 때려놓고 아니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았던 것을 제가 들었다고 진술했던 것 같다. 착오로 진술했던 부분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욕설 부분에 대하여는 처음에는 "그런 욕설하고 싸웠던 것은 문자로 했다는 것인지 만나서 했다는 것인지 헷갈린다."라고 답하였다가 이후 같은 취지의 질문을 다시 받았을 때는 "심한 욕설은 사건 당일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②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한 후 어떻게 약을 같이 했는지 이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여자는 샤워를 하러 갔다고 들었고, 피고인은 약을 먹고 누워있었다고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이후 같은 취지의 질문을 다시 받자 "때린 부분은 그날 싸운 것인지 그전에 싸운 것인지는 모르겠다."라고 진술하였다. ③ 투약 경위와 관련하여, "약은 피해자가 준비해 왔고, 피고인이 머그컵 2잔에 마약을 타서 각자 한 잔씩 마셨는데, 피해자가 느낌이 안 온다며 스스로 더 타 먹었다고 들었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살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피고인과 피해자 둘만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필로폰 과다투약이 원인이 되어 피해자가 사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일시 복용 시 사망에 이를 정도의 필로폰 등을 머그잔에 넣고 콜라를 부어 녹인 뒤 그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로 하여금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1) 공소사실에 기재된 살해 동기와 관련하여 공소사실에는 살해 동기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고 피해자와 다투던 중, 질투심과 배신감, 분노 등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한편, 필로폰 등의 투약 사실이 발각되고 'J'와의 관계가 파탄될 것을 우려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당일 G 대화 내용, CCTV 영상, 0, Q의 각 진술 등이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차례로 보는 바와 같이 위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의 살해 동기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가) 당일 G 대화 내용에 대하여

(1) 질투심과 배신감, 분노 등으로 인한 감정 폭발 여부 피고인이 사건 전날인 2017. 9. 2. 13:25 경부터 사건 당일인 2017. 9. 3. 00:50경 피해자를 만나기 전까지 피해자와 G 메신저로 다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평소 관계 등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위 다툼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을 만큼 피해자에게 강한 배신감,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종사하고 있었고, 상대방이 다른 이성과 사귀거나 유흥업소에서 손님으로 알게 된 이성과 유흥업소 외부에서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는 사실을 이 사건 당일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주로 싱가포르에 머무르면서 중국인 여성 재력가 'J'와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J'와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도 I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서로 명시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피해자가 I과 성관계를 안 했을 리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1,323쪽). 그런데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의 직업이나 이성관계에 대하여 용인하면서 관계를 1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었다.

이 사건 무렵 피해자는 과 연인관계로 발전하여 성관계를 하는 등 자주 만나고 있었으나, 피고인이 귀국한 2017. 8. 31. 당일 피고인의 집 근처로 가 피고인을 만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필로폰 등을 함께 투약하였으며, 2017. 9. 2. G으로 다투기 전까지는 피고인과도 G으로 다정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2017. 9. 2.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G에서 I을 자신에게 '중요한 손님'이라고 하면서 피고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을 뿐, 자신과 이 진지한 관계라거나 앞으로 피고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식의 메시지는 보내지 않았다.

(2) 필로폰 투약 신고나 관계 폭로에 대한 우려 여부

2017. 9. 2. G으로 다투던 중 피해자는 필로폰 투약 사실을 경찰에 자수하겠다거나, 피고인의 중국 여자친구인 'J'에게 자신의 존재 및 필로폰 투약 사실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피고인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메시지 내용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을 만큼 피해자의 투약 신고나 관계 폭로를 걱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G 대화의 전후 맥락이나 구체적인 어휘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진지한 의사나 의지를 밝힌 것이라기보다는, 피고인의 계속된 방해로 자신이 화가 났음을 표현하고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촉구함으로써 피고인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다투기 전인 2017. 9. 1. 오후 G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필로폰 투약 후 성관계가 만족스러웠다는 취지의 대화가 서로 오갔었는데, 별다른 계기 없이 단지 피고인과 하루 동안 G으로 다투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필로폰 투약 중단 및 자수에 대한 진지한 의사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이전부터 'J'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J'에게 연락을 시도하거나 구체적인 인적사항 및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한 적이 있다고 볼만한 정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나) CCTV 영상에 대하여 사건 당일인 2017. 9. 3. 00:50경 피고인이 이 사건 빌라에 도착하여 빌라 앞 계단에서 피해자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은 크게 화가 나 다투는 중인 남녀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CCTV 영상을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빌라 앞 계단에서 걸터앉거나선 체로 대화를 나누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을 가리키자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가서 주차 위치를 바로잡은 다음 다시 피해자 쪽으로 다가오는데, 이때 달려와 빌라 계단에 걸터앉아 있는 피해자의 머리를 꿀밤을 먹이듯 가볍게 쥐어박았다. 공소사실에는 이러한 행동을 가리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언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쥐어박았을 때 피해자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 등 CCTV 영상에 나타난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이는 다투는 과정에서의 폭행이라기보다는 연인 간의 장난에 더 가까워 보인다.

다) 0 등의 진술에 대하여 사건 당일 이 사건 빌라 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가 말다툼을 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그러한 내용을 피고인에게서 들었다는 구치소 수감자 0, Q의 진술이다. 그러나 위 진술은 모두 전문진술로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0은 검찰 조사에서는 '사건 당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심한 욕설을 하며 싸웠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법정에서는 폭행 부분은 자신이 착오로 진술한 것이라고 하며 모두 번복하였다. 욕설 부분에 대하여는 처음에는 '그런 욕설하고 싸웠던 것은 문자로 했다는 것인지 만나서 했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답하였다가 이후 같은 취지의 질문을 다시 받았을 때는 '심한 욕설은 사건 당일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들었다'고 말하는 등 전반적으로 약간 자신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Q의 진술은 0과 같은 취지이기는 하나 그 진술 내용이 극히 단편적이어서 증거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

0, Q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시점은 피고인이 마약 투약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가 마약 투약 혐의로만 먼저 기소된 뒤 살인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 전이다. 당시 피고인은 여러 차례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폭행치사 또는 살인혐의로 추궁을 당하면서도 사건 당일 피해자를 만난 이후 다툰 사실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건 당일의 말다툼이나 폭행 사실을 0이나 Q에게 굳이 이야기해주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0, Q의 진술 중 폭행이나 욕설과 관련한 다툼 부분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다툰 일이나 사건 전날 G으로 다투었던 일에 대해 말한 것을 사건 당일 만나서 다툰 것으로 오해하거나 기억이 혼합된 것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 그 밖의 반대 증거나 사정들에 대하여

(1) 04:00경까지 큰 소리의 말다툼이 없었던 부분G 대화 내용과 같은 다툼이 주된 살해 동기로 작용했다거나,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살인을 결심하기에 이를 정도로 피해자에 대한 질투심, 배신감, 분노가 폭발하였다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만난 직후부터 큰 소리로 다투지 않았을 리 없고, 이 사건 빌라는 주택가에 위치해 있으며 당시는 한밤중이었으므로 이웃들이 다투는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래층과 옆집 이웃들은 04:30~6:00경에 쿵 쿵거리는 소리와 여자 비명소리를 들었다고만 진술하였을 뿐이고, 그 이전에 남자 목소리를 들었다거나 말다툼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은 보이지 않는다. 위 쿵쿵거리는 소리와 여자 비명소리를 피고인과 피해자가 말다툼하는 소리라고 보기도 어렵다(위 소리는 마약 중독 후 발작하거나 사망하는 과정에서 났던 소리로 보인다).

(2) 피고인과 피해자의 휴대폰 사용 내역

피해자는 피고인과 이 사건 빌라에 들어간 지 30분쯤 지난 뒤인 01:19경 I에게 전화를 걸어 34초간 통화를 하였고 G 메시지도 보냈다. 피고인은 02:40경, 03:44경에도 휴대폰으로 포털사이트, 음악 스트리밍사이트에 접속하였다. 이는 심각하게 다투는 중인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I과 관련하여 강한 질투심, 배신감을 표출하며 다투고 있었다면 피해자가 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가능하였을지도 의문이다(피고인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자다가 전화 받은 척해야 된다며 옷방에 들어가서 전화 받고 나와서 샤워한다고 해서 저는 방에 들어가서 누워있었다."라고 하여 피해자가 I과 통화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2) 살해 방법 및 살해 고의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심하게 다투었다면, 그 뒤 어떠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속여 피해자로 하여금 치사량의 필로폰 등이 들어있는 콜라를 마시게 한 것인지 구체적인 범행 방법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은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였다면 그 후에 어떻게 마약을 투약하게 되었는지 이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단지 '피해자는 샤워를 하러 갔다고 들었고, 피고인은 마약을 먹은 다음 누워있었다고 들었다'고만 진술하였다(0의 법정진술). 그러나 콜라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필로폰 등을 투약할 목적으로 이틀 전에 구입한 음료이고(678쪽), 그 콜라에 필로폰 등을 타서 함께 투약하기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콜라를 머그컵에 따라서 건네주었다면 피해자로서는 필로폰 등을 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가 필로폰 투약 중단 및 자수 의사를 진지하게 가지고 있었고 피고인과 심각하게 다툰 것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건네주는 콜라를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만약 피해자가 필로폰 등을 탄 줄 모르고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치사량 정도의 필로폰 등이 녹아있었다면 마시는 순간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마실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콜라 페트병에서는 피고인의 DNA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DNA도 여러 부위에서 검출되었다(1,368쪽). 따라서 피해자가 스스로 머그컵에 콜라를 붓고 마약을 탔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은 검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머그컵 2개에 콜라를 붓고 마약을 탔고, 피해자가 콜라를 마신 뒤 느낌이 안 온다며 나중에 필로폰 등을 더 타서 먹었다고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나 (1,272, 1,285쪽), 법정에서는 검찰 조사 당시 그렇게 진술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머그컵 2개에 마약을 타서 마셨다고 들었고, 피고인컵에는 피고인이 타서 마셨다고 들었는데, 피해자 컵에 피고인이 탔다고 했는지 피해자가 탔다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여 자신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0의 검찰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의 살해 의도는 나타나 있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는 자신이 필로폰 등을 투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더 타서 먹었다는 것이다. 또한 위 0 진술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과다투약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인지, 자신의 행위로 과다투약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인지 여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필로폰 등을 살해 수단으로 선택하였다면, 사전에 필로폰 등의 치사량이 얼마인지 알고 있고, 적어도 최소 치사량의 필로폰 등을 소지하고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치사량이 얼마인지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피고인이 치사량의 필로폰 또는 엑스터시를 소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증명도 없다. 피고인의 휴대폰에서는 2017. 7. 1. 필로폰 판매 사이트를 방문한 기록이나 2017. 7. 26. R로 '필로폰 순도, 필로폰 사용법, 물뽕 만들기' 등을 검색한 기록이 확인되나(768, 1,123쪽), 치사량에 대하여 검색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필로폰의 최소 추정치사량은 1g, 엑스터시의 최소 추정치사량은 0.3g으로 보고되어 있는데(517, 518쪽), 피고인은 2017. 6.경 피해자와 함께 필로폰 반 작대기(약 0.35g)를 구입하였다고 진술하였고(662~667쪽), 0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작대기(약 0.75g)에 80만 원 주고 사 왔다고 들었다'고 진술하였다(1,271, 1,272, 1,286쪽). 어느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었던 필로폰은 최소 추정치사량에 못 미친다. 엑스터시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사전에 이를 구입하거나 소지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한편 부검의의 사실조회 회보에 따르면, 22세 남성이 필로폰 0.14g(140mg)을 경구로 복용한 후 사망한 사례, 0.15g(150mg)의 엑스터시를 복용한 18세 여성이 사망한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또한 필로폰 0.03g(30mg)을 남성 10명에게 경구 투약시킨 다음 3~5 시간 후 측정한 혈중 필로폰 농도는 최소 0.062mg/L에서 최대 0.291mg/L로 보고되어 있다. 같은 양의 필로폰 등을 투약하더라도 사람의 체중 등 신체적 조건, 건강상태, 체내흡수율, 경과시간 등에 따라 혈중 농도는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부검의도 혈중 농도만으로 투약량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주사기를 사용한 적이 없고 계속 필로폰 등을 콜라에 타서 투약해 왔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이전까지는 주사기를 사용했었고, 2017. 9. 1. 처음으로 콜라에 타서 투약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이 사건 빌라 창문 밖에서 주사기 4개가 발견된 점, 피고인의 주거지에서도 주사기 10개가 발견된 점(1,159쪽)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모발에서는 마약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두 사람은 모두 마약 투약 경험이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경구 투약 경험이 많지 않은 피고인 또는 피해자가 사건 당일 실수로 또는 과다투약의 위험성에 대한 주의 없이 앞에서 본 최소 추정치사량에는 미치지 않으나 다소 많은 양을 탔고, 이것이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공소사실에 기재된 투약 후 제압행위와 관련하여 공소사실에는 필로폰 중독으로 피해자가 발작하자 피고인이 피해자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목을 누르는 등으로 제압행위를 하여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필로폰 등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검사는 위 제압행위에 관하여 사망을 촉진하게 한 원인이라거나(제1회 공판기일) 피고인의 살해 고의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 또는 피해자를 질식시켜 살해하려는 행위(제2회 공판기일)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행위로 피고인의 살해 범의를 추단할 수 있다거나 위 행위를 살해 행위의 하나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피해자의 얼굴, 목 부위에서 압박의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되었으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될 정도의 상처는 아니다. 법의학 자문의도 얼굴, 목 부위의 상처가 비교적 가벼운 정도이므로 강하게 누르거나 강하게 저항한 것 같지는 않다고 보았다. (1,428쪽). 이 사건 빌라 아래층 입주자는 04:30~06:00경(위 입주자 아내의 진술에 따르면 04:30~05:00경) 사이에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다가 안 들리기를 반복했고 여자의 비명소리도 3차례 들렸다고 진술하였다(50, 51쪽).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 동안 이웃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발작하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피해자의 입과 코를 강하게 틀어막거나 목을 강하게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은 채 큰 소리만 나지 않도록 입 등을 막으면서 붙잡고만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법의학 자문의는 피해자 얼굴의 상처가 코와 입을 동시에 막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상이라는 의견을 밝혔으나, 그 의견에 피고인이 오른손 한 손을 사용하여 막았다는 근거 외에 피해자의 코와 입을 '동시에' 막았다고 볼 뚜렷한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고, 볼, 입술 부위와 달리 코에서 아무런 상처가 보이지 않는 점(4권 98쪽), 피고인은 사건 당일 참고인 진술 때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코를 막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입만 막았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코와 입을 동시에 막았는지는 의문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의식이 없어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쉽게 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웃들의 신고에 의한 발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즉시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편 법의학 자문의는 입을 막거나 올라타서 피해자를 제압하는 행동이 호흡 장애를 초래하여 사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였으나(1,431쪽),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살해의 고의로 또는 사망을 촉진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제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119 신고 전후 피고인의 행적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119 신고 당시 상담원에게도 심폐소생술을 이미 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고, 사건 당일 참고인 진술 때부터 일관되게 '119에 신고하기 전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4권 33쪽), 이는 부검 결과와도 부합한다. 법의학 자문의는 피해자의 오른쪽 흉강 내 400ml의 출혈에 비추어 볼 때 사망 후에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것이 아니라 약물중독에 의한 발작 후 혼수상태를 사망으로 오인하고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를 밝혔다(1,432쪽). 구급대 도착 당시 피해자가 사망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위 심폐소생술은 피고인에 의하여 실시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애초에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이었으면서도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인식한 뒤 도리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피해자의 사망 전후로 피고인이 범행 은폐 등을 목적으로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든가 하는 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5) 피고인 일부 진술이 모순되거나 과학적 증거 등과 일치하지 않는 점과 관련하여

① 필로폰 등 투약에 사용된 머그컵의 개수(피고인은 머그컵 1잔에 필로폰 등을 타서 피해자와 나누어 마셨다고 주장하나, 거실에 있던 머그컵의 내용물에서 피고인의 DNA만 검출되고 피해자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싱크대 안에 같은 종류의 머그컵 1개가 더 놓여 있었으므로, 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것처럼 머그컵은 2잔이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각각 1잔씩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 ②) 사건 당일 피해자의 수면제 복용 여부(피고인은 피해자가 필로폰 등 투약 후 수면제를 복용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의 몸에서는 수면제 원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③ 피해자의 호흡 정지 후 119 신고 때까지 시간적 간격[피고인은 검찰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거나(660쪽) '피해자의 호흡 정지를 확인한 후 10분 안쪽으로 신고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1,350쪽), 이 법정에서는 '30분 안쪽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119 출동 당시 피해자의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호흡 정지 후 곧바로 신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등에 관하여 피고인의 일부 진술이 모순되거나 과학적 증거와 들어맞지 않는 점, 사건 초기 자신의 필로폰 등 투약 사실을 숨기고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에게 돌리려고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예상치 못하게 사망하자 필로폰 투약 사실을 숨기는 등 자기방어를 위해 나름대로 사망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과정에서 급박하게 지어냈다가, 이후 진술 번복이 자신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여 진술을 정정하지 않은 것일 가능성도 있다.

피고인이 일부 거짓 진술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살해 동기, 살해 고의, 살해 방법, 119 신고 전후 피고인의 행적 등에 관한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피고인이 살해의 고의로 치사량의 필로폰 등을 탄 콜라를 피해자로 하여금 몰래 마시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의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콜라에 치사량의 필로폰 등을 타서 그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로 하여금 마시게 하여 필로폰 등을 피해자에게 사용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결론

이 부분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병철

판사김형돈

판사신재호

주석

1) 2017고합1264호 사건의 수사기록 중 4책 4권은 변사기록으로 폐이지가 별도 표시되어 있다. 이하 '4권'으로 지칭한다.

2) 피고인은 2017. 9. 1. 전에는 피해자와 마약 투약을 할 때 주사기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주사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서

찾아서 버린 것이라고 진술하였다(피고인의 법정진술), 주사기에서는 지문, DNA 및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617, 851,

1,131쪽), 피해자의 신체에서도 응급구조대에 의한 것 외에 마약 투약과 관련된 주사침흔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590쪽), 위

행위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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