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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219 판결
[업무상과실치사][미간행]
판시사항

[1] 차에 싣고 내리거나 운반하는 과정에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출고하여 운반을 의뢰하는 경우, 운반 의뢰인의 주의의무 및 그 주의의무 위반과 물품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적극)

[2] 건축자재인 철판 수백 장의 운반을 의뢰한 자가 절단면이 날카롭고 무거운 철판을 묶기에 매우 부적합한 폴리에스터 끈을 사용하여 철판 묶음 작업을 하는 등의 과실로 철판 쏠림 현상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철판을 차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철판이 쏟아져 내려 화물차 운전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운반 의뢰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의 죄책을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충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2007. 6. 2. 13:20경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672-1에 있는 현대미장판 주식회사의 공장에서 건축자재인 철판을 출고하기 위하여 철판 약 200여 장을 한 묶음으로 하여(묶음 당 무게 약 3.5톤) 받침목과 함께 묶음작업을 함에 있어 두께 0.1㎜ 미만, 너비 1.5㎝에 불과한 폴리에스터(polyester) 끈을 사용하게 하는 등의 과실로, 피해자가 위 철판 2묶음을 2.5톤 화물차에 적재한 후 약 5㎞를 운전하여 가던 중 철판을 묶은 끈이 끊어지고 받침목이 빠지는 등으로 철판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위 현대미장판 주식회사 공장으로 회차하여 철판을 다시 적재하여 줄 것을 요구하며 화물차의 칸막이를 개방하는 순간 화물칸 한쪽으로 쏠려있던 약 7톤 가량의 철판이 일시에 피해자의 머리와 가슴 부위로 쏟아지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두개골 분쇄골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고의 원인이 화물 적재함 한 쪽으로 철판이 쏠린 데에 있다고 하면서, 피해자가 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그의 화물차에 적재적량의 2배를 초과하는 과적을 함으로써 철판 쏠림 현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피해자가 커브 길을 도는 과정 등에서 차량 운행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철판 쏠림 현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철판 쏠림 현상이 화물 고정 작업의 잘못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설령 철판의 쏠림 현상이 철판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철판의 묶음작업은 철판의 수량 파악을 위한 것으로 철판의 상차작업이 완료된 후 별도의 밧줄로 철판을 차체에 고정시키는 것은 화물차 운전사의 책임이고, 이 사건에서 화물칸 한쪽으로 쏠려 있던 철판이 아래로 쏟아지면서 철판을 묶었던 끈이 끊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에게 화물 고정 작업이 잘못된 점에 대한 과실을 묻기도 어려우며, 피고인들에게 철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철재끈으로 묶음작업을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무게가 무겁거나, 날카로운 형상을 가지고 있는 등 상·하차 과정이나 운반 과정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출고하여 운반을 의뢰함에 있어서는 그 물품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단위로 서로 단단히 묶거나 포장하여 운반 과정 등에 장애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물품의 묶음이나 포장이 쉽게 풀어지거나 파손되게 하여 물품의 상·하차 과정에서 당해 물품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그 사고와 위 주의의무 위반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피해자가 운송한 철판들은 비닐로 코팅되어 미끄러운 데다가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남은 자투리까지 함께 묶여져 있어 흐트러지기 쉬웠고, 철판의 절단면은 작업자들이 장갑을 두 개씩 끼고 작업하여야 할 정도로 날카로웠으며, 한 장 당 10㎏ 정도였던 사실, 철판을 묶은 위 폴리에스터 끈은 약 700㎏ 정도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약 3.5톤에 달하는 위 철판 묶음의 하중을 견디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그 재질이 철판의 절단면에 의해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인데도 철판묶음의 세로 방향으로 상, 중, 하 부분에 한 번씩만 묶여져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나 철판 묶음 작업을 한 작업자들은 이와 같이 철판이 보기보다 무겁다는 점이나 그 위험성 및 철판 운반 과정 등에서의 주의사항 등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사실, 철판 묶음은 상하 2단으로 위 화물차에 상차되었는데, 위 공장을 출발하여 5㎞도 채 못 가 적재된 철판이 화물칸 왼쪽으로 심하게 쏠렸으며, 사고 당시 상단의 철판 뿐 아니라 하단의 철판도 함께 쏟아져 내렸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피해자가 철판을 운반해 가던 중 위 폴리에스터 끈들이 끊어져 철판들이 화물칸 한 쪽으로 쏠리게 되었고, 피해자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위 공장으로 되돌아와 화물차의 칸막이를 개방하는 순간 쏠려있던 철판들이 쏟아져 내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음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수백 장의 철판의 운반을 의뢰하면서 이들 철판이 운반 과정에서 서로 흐트러지지 않도록 적절한 단위로 나누어 받침목 등과 함께 서로 단단히 묶는 등의 작업을 소홀히 하는 잘못을 범하였고,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철판 하차 과정에서 철판이 쏟아져 내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위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있어서의 과실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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