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0노518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피고인
박□□ (000000-0000000), 학원운영
항소인
검사
검사
권도욱
변호인
법무법인담당변호사
판결선고
2011. 4. 28.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보관을 위탁받은 돈이 범죄행위를 통하여 취득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조◈◈, 엄△△(이하 '조◈◈ 등'이라 한다)는 위 돈의 보관을 맡겼을 뿐 구□□이나 피고인을 통하여 불법적으로 조성한 돈을 세탁하려 했다고 볼 수도 없고, 피고인이 보관을 위탁받은 돈이 불법적으로 조성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은닉하기 위해 보관하는 행위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데도, 원심이 위 돈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이유에서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및 구□□의 관계, 구□□과 조◈◈ 등과의 관계, 피고인이 구□□을 통하여 조◈◈ 등의 현금과 수표 및 양도성예탁증서의 보관(이하 '이 사건 자금'이라 한다)을 위탁받은 경위, 피고인이 구□□의 지시로 이 사건 자금 중 양도성예탁증서를 현금 또는 수표로 교환하였고, 여러 사람의 명의로 분산 · 예치한 사실, 조◈◈등은 구□□으로부터 피고인이 이 사건 자금을 보관·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고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사실, 피고인은 구□□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자금 중 일부를 직접 엄△△에게 건네 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은 구□□을 통하여 조◈◈ 등으로부터 이 사건 자금의 보관을 위탁받은 자라고 인정하면서도, 조◈◈ 등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금을 교부한 목적은 주식의 시세조종 등과 관련된 범죄수익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조◈◈ 등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피고인이 이 사건 자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다.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에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자금을 수탁보관하게 된 경위에 관한 사실과 그 후의 일부 자금이 피고인에 의하여 직접 엄△△에게 건네진 사실 등의 사실관계를 설시하면서 피고인이 조◈◈ 등으로부터 보관을 위탁받은 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점과 여러 사정들을 자세하게 설시하면서 이 사건 자금의 성격은 조◈◈이 배임 및 상장주식의 시세조종 등 범죄행위를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이라고 판단한 점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되나, 거기에서 곧바로 이 사건 자금의 수수는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불법원인급여 관련 법리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대법원 2004. 9. 3. 선고 2004다27488, 27495 판결 등 참조),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 판결,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민법 제746조는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은 그 불법한 행위의 무효를 주장하여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사법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므로, 국가의 정책적 입장에서 정해진 금지규정에 위반된 경우라도 금지규정에 위반하여 한 재산의 급여 등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8. 10. 20. 선고 98다34669 판결 참고), 이미 반사회적 행위에 의하여 조성된 재산을 소극적으로 은닉하기 위하여 임치에 이른 것만으로는 그것이 곧바로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49343 판결 참고). (2) 이 사건 자금의 교부행위가 반사회질서 행위인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자금은 조태준이 배임 및 상장주식의 시세조종 등 범죄행위를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으로 조성된 사실은 앞서 본바와 같으나, 조◈◈ 등이 조○○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한 이 사건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피고인에게 이를 맡긴 행위 자체에 대하여 조◈◈ 등이 이 사건 자금을 이용하여 주가조작과 같은 또 다른 범죄행위의 자금으로 사용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반사회질서 행위라고 볼 수 없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조◈◈이 이 사건 자금을 주가조작에 사용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조◈◈은 이□□ 등에게 ●●●소스 주식을 매수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였는데 구□□이 2008. 6.경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금으로 ●●●소스 주식을 매수하라고 지시한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어서, 조◈◈ 등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금을 맡긴 동기는 위 돈을 은닉하여 두었다가 필요시에 쉽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법리에 의하여 이미 반사회적 행위에 의하여 조성된 재산을 소극적으로 은닉하기 위하여 임치에 이른 이 사건 자금의 교부행위는 반사회질서행위라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의 횡령 범의와 구□□과의 공동범행에 관하여
피고인과 그 변호인은, 피고인은 구□□이 조◈◈등으로부터 위탁받은 돈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구□□의 지시에 따라 주식투자 등을 하였을 뿐 위 구□□과 공모하여 횡령하겠다는 범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조◈◈ 등은 구□□으로부터 피고인이 이 사건 자금을 보관·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고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사실, 피고인은 구□□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자금 중 일부를 직접 엄△△에게 건네준 사실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구□□을 통하여 조◈◈ 등으로부터 이 사건 자금의 보관을 위탁받은 자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은 앞에서 본바와 같고, 나아가 피고인 스스로도 구□□이 이 사건 자금으로 피고인의 채무변제에 사용하는데 대하여 조◈◈ 등의 승낙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제119면), 구□□의 요청에 따라 구□□과 내연관계에 있는 유○○의 임차보증금, 가구대금 등 조◈◈의 위탁취지에 포함되지 않음이 명백해 보이는 경우에도 돈을 송금해 준 점(수사기록 제185면) 등에다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 조◈◈ 등에게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와 43억 원의 어음공정증서까지 작성·교부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엄△△에게 양도하고 피고인의 동생인 박○○ 명의의 부동산에 근저당까지 설정해 준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과 구□□이 최소한 묵시적으로나마 공모하여 이 사건 횡령범행에 나아간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4) 소결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별지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김○○, 김□□, 임○○, 구□□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사법경찰관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사법경찰관 작성의 구□□, 엄△△에 대한 각 일부 진술기재
1. 피고인 작성의 편지, 각 인증서, 약속어음공정증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양형 이유에서 든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이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것은 구□□이 조◈◈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조성된 이 사건 자금에 대한 보관을 위탁함으로써 발단이 된 점, 구□□이 피고인에게 횡령범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고, 피고인의 가담정도가 약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로 이득을 취한 것은 공소사실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하여 자신의 부동산뿐만 아니라 동생 박○○의 부동산까지 그 처분권한을 조◈◈, 엄△△에게 양도한 점, 피고인은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것 외에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구□□은 형사책임이 면제되어 그와의 형평성도 고려되어야 할 사정인 점 등의 유리한 정상과, 반면에 피고인이 횡령하여 조◈◈ 등에게 끼친 손해는 거액인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의 불리한 정상 기타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결과 그리고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인석
판사최종우
판사이윤호
별지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7. 11. 말경 자신이 운영하던 부산 ○○구 ○○동 00-0에 있는 '부산 ■■' 수학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하던 구□□으로부터 "처남인 조◈◈이 주식회사 ◉◉◉◉◉의 주가조작과 엠앤에이(M&A)를 통해 불법적으로 만든 돈이 있는데 그 처인 엄△△가 철이 없어서 내가 보관해 주기로 했다, 당신이 내가 지정해 준 주식에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것이 있으니 우선 이 돈으로 그 대출금을 변제해라, 나중에 조◈◈이나 엄△△가 서울로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다시 대출을 받아서 보내주면된다, 그리고 내가 서울에서 조◈◈주변에 있던 코스닥 작전세력들과 만나고 있어 정보가 많으니 이 돈을 증권계좌에 분산하여 넣고 내가 지정해 주는 종목에 투자를 해라."라는 제의를 받자 이를 승낙한 다음, 2007. 11. 29.경 위 학원 사무실에서 구□□으로부터, 구□□이 피해자 엄△△로부터 보관을 위탁받아 온 자기앞수표와 현금 합계 19억 8,000만 원을 건네받고, 2007. 12. 26.경 같은 명목의 양도성예금증서 합계 50억 1,500만 원 상당을 건네받고, 2008. 1. 30.경 같은 명목의 자기앞수표 합계 3억 원 상당을 건네받고, 2008. 2. 15.경 같은 명목의 자기앞수표 합계 5억 800만 원 상당과 양도성예금증서 합계 11억 원 상당을 건네받아, 총 합계 89억 3,300만 원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이후 피고인은 2007. 12. 13.경 부산 ○○구 ○○동 △△은행 □□□지점에서 위와 같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금원 중 2억 원으로, 종전에 자신이 위 학원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채무 2억 원을 변제하는 데 임의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8. 1. 7.경까지 사이에 모두 6회에 걸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피해자 소유의 합계 13억 600만 원을 자신의 대출 채무금 변제에 임의 사용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07. 12. 11.경 부산 ○○구 ○○동 ●●투자증권 □□지점에서 위와 같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금원 중 1억 1,400만 원을 피고인의 매제인 김○○ 명의로 개설한 위 증권사 계좌(계좌번호 000-00-000000)에 예치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8. 4. 28.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모두 35회에 걸쳐 피해자 소유의 합계 48억 4,300만 원을 ●●투자증권의 증권사계좌에 예치한 다음, 그 중 18억 5,000만 원만을 피해자에게 반환하고, 나머지 29억 9,300만 원을 주식회사 네오리소스 등 주식 구입에 임의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구□□과 공모하여, 피해자 소유의 합계 42억 9,900만 원을 횡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