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고인에게 위탁된 자금이 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특정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기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서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위탁자는 위 자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어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에게 위탁된 자금은 위탁자가 배임 및 상장증권의 시세조종 등 범죄행위를 통해 취득한 이익이고, 위 자금의 위탁은 단순히 자금을 보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자금을 은닉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이 자금이 적법하게 조성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위 자금은 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위반하여 특정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부된 것으로서 민법 제746조 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위탁자는 피고인에 대하여 부당이득 내지 소유권 등 어떠한 원인으로서도 위 자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이 이를 임의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공1980, 12338) 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도275 판결 (공1999하, 1451)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6도9488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도2511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채대원
변 호 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이승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7. 11. 말경 자신이 운영하던 부산 동래구 사직1동 (이하 생략)에 있는 ‘부산 ○○’ 수학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하던 공소외 1로부터 “처남인 공소외 2가 주식회사 두림티앤씨의 주가조작과 엠앤에이(M&A)를 통해 불법적으로 만든 돈이 있는데 그 처인 공소외 3이 철이 없어서 내가 보관해 주기로 했다, 당신이 내가 지정해 준 주식에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것이 있으니 우선 이 돈으로 그 대출금을 변제해라, 나중에 공소외 2나 공소외 3이 서울로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다시 대출을 받아서 보내주면 된다, 그리고 내가 서울에서 공소외 2 주변에 있던 코스닥 작전세력들과 만나고 있어 정보가 많으니 이 돈을 증권계좌에 분산하여 넣고 내가 지정해 주는 종목에 투자를 해라.”라는 제의를 받자 이를 승낙한 다음, 2007. 11. 29.경 위 학원 사무실에서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1이 피해자 공소외 3으로부터 보관을 위탁받아 온 자기앞수표와 현금 합계 19억 8,000만 원을 건네받고, 2007. 12. 26.경 같은 명목의 양도성예금증서 합계 50억 1,500만 원 상당을 건네받고, 2008. 1. 30.경 같은 명목의 자기앞수표 합계 3억 원 상당을 건네받고, 2008. 2. 15.경 같은 명목의 자기앞수표 합계 5억 800만 원 상당과 양도성예금증서 합계 11억 원 상당을 건네받아, 총 합계 89억 3,300만 원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게 되었다.
이후 피고인은 2007. 12. 13.경 부산 동래구 사직동 국민은행 사직동지점에서 위와 같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금원 중 2억 원으로, 종전에 자신이 위 학원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채무 2억 원을 변제하는 데 임의 사용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8. 1. 7.경까지 사이에 모두 6회에 걸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피해자 소유의 합계 13억 600만 원을 자신의 대출 채무금 변제에 임의 사용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07. 12. 11.경 부산 동래구 수안동 우리투자증권 동래지점에서 위와 같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금원 중 1억 1,400만 원을 피고인의 매제인 공소외 4 명의로 개설한 위 증권사 계좌(계좌번호 생략)에 예치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8. 4. 28.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모두 35회에 걸쳐 피해자 소유의 합계 48억 4,300만 원을 우리투자증권의 증권사계좌에 예치한 다음, 그 중 18억 5,000만 원만을 피해자에게 반환하고, 나머지 29억 9,300만 원을 주식회사 네오리소스 등 주식 구입에 임의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피해자 소유의 합계 42억 9,900만 원을 횡령하였다.
2. 판 단
형법 제355조 제1항 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이라는 신임관계에 반하여 이를 횡령하거나 또는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위탁관계는 반드시 소유자에 의하여 행하여졌을 것을 요하지 않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도 가능하며, 위탁관계의 발생근거는 널리 거래의 신의성실에 비추어 재물의 보관에 대한 신임관계가 발생하였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나, 한편, 민법 제746조 소정의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급여가 있으면, 급여자는 그 원인행위가 법률상 무효임을 내세워 수익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또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어 결국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이 수익자에게 귀속되므로, 그와 같은 불법원인급여물을 위임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수익자가 임의로 소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6도948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및 증인 공소외 5, 6의 각 증언, 증인 공소외 7의 일부 증언, 피고인에 대한 제4회, 제5회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외 1, 3의 각 일부 진술기재, 공소외 1, 3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에 의하면, ① 공소외 1은 공소외 2의 여동생인 공소외 8의 남편으로 부산에서 학원강사 일을 하면서 과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공소외 2와 그의 일가에 여러 차례 도움을 주곤 하였고, 공소외 2는 이러한 이유로 공소외 1을 믿고 의지해 온 사실, ②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일하던 수학학원의 원장으로, 2007년 초순경 공소외 1로부터 그의 매제인 공소외 2가 대표로 있는 코스닥 상장법인 주식회사 두림티앤씨(이하 ‘두림티앤씨’라 한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니 그 주식을 매수하라는 투자 권유를 받고, 같은 해 1월부터 4월까지 평균단가 5,100원, 총 168,000주 합계 8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입하였는데, 이후 실제로 공소외 1이 주가정보를 알려 준 대로 두림티앤씨의 주가가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니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라는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은 주가가 최고에 이르렀음에도 주식매도를 보류하였으나 2007. 11. 말경 결국 위 주식가격이 폭락하여 약 8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되었으며, 공소외 1의 동료 학원강사인 공소외 6 등도 공소외 1로부터 두림티앤씨의 주가정보를 입수하여 위 주식을 매입하였다가 크게 손실을 입게 된 반면, 공소외 2, 1 등 피고인과 공소외 6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들은 상당수의 주식을 이미 주가가 최고조에 달하였던 시점을 전후하여 단가 10,000원에서 15,000원 사이에 매도하였고, 이후 두림티앤씨는 상장폐지 된 사실, ③ 공소외 2는 2007. 12. 11.경 ‘사채업자로부터 차용한 자금으로 위 두림티앤씨의 주식을 매입하고 경영권을 확보하여 대표이사로 취임한 다음, 두림티앤씨로 하여금 자신이 미리 매수인 명의를 빌려 그 주식을 취득해 놓은 비상장법인인 주식회사 굿비젼을 인수하면서 종전에 자신이 매입한 가액보다 10배 이상의 부당한 고가로 주식을 매입하게 함으로써, 위 주식 매입대금과 적정 평가액의 차액인 79억 원 상당(1심에서는 피해액을 108억 7,500만 원으로 보았으나, 이후 항소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되어 79억 원으로 인정되었다)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두림티앤씨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어 2008. 5. 2.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6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이에 항소하여 2008. 10. 30.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2009. 1. 30.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④ 공소외 2는 위와 같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게 되자 평소 믿고 지내던 공소외 1에게 두림티앤씨의 업무처리 및 기타 재산관리를 위탁하였고, 공소외 1은 공소외 2가 구속될 무렵인 2007. 11. 말경 부산에서의 학원강사 일을 그만 두고 가족들과 함께 경기 광명시에 있는 공소외 2의 집 근처로 거처를 옮겨 공소외 2, 3 등과 긴밀하게 교섭하면서 공소외 2의 재산관리 및 형사사건 진행에 관한 제반 업무를 처리해 온 사실, ⑤ 공소외 1은 그때부터 약 3개월 동안 공소외 2, 3으로부터 현금, 자기앞수표 및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교부받은 다음 이를 부산으로 가지고 내려왔고, 2007. 11. 29.경부터 2008. 2. 15.경까지 사이에 총 4회에 걸쳐 그 중 합계 89억 3,300만 원 상당(이하 ‘이 사건 자금’이라 한다)을 피고인에게 다시 위탁·교부한 사실, ⑥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금은 자신의 처남인 공소외 2가 두림티앤씨의 주가조작 등으로 불법적으로 만든 것인데 일단 위 자금을 피고인 등 가능한한 다수의 명의로 분산하고 가급적 여러 곳의 금융기관 영업점을 이용하여 증권계좌에 예치하거나 현금으로 바꾼 다음, 일부는 종전에 피고인이 두림티앤씨에 주식투자하여 입은 손해가 있으니 피고인의 개인 대출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위와 같이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한 각 증권계좌를 이용하여 자신이 지정하는 주식 종목에 투자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그 중에는 공소외 2가 주식투자를 검토하던 주식회사 네오리소스의 주식도 포함되어 있는 사실, ⑦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받은 이 사건 자금 중 30억 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에 대하여는 공소외 5에게 이를 현금과 수표로 나누어 교환해줄 것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6,200만 원을 지급하였고, 공소외 5는 이에 따라 여러 금융기관의 영업점에서 자신의 후배인 공소외 9, 10 등의 명의로 위 양도성예금증서를 현금 또는 수표로 교환해주었으며, 또한 동료 학원강사 공소외 6도 공소외 1로부터 ‘ 공소외 2가 구속되어 있어 이 사건 자금이 압수될 가능성이 있으니 수표로 소액 분산하여 현금화시켜라’는 이야기를 듣고, 피고인으로부터 2007. 12.경 양도성예금증서 3억 원 상당 및 2008. 2.경 11억 원 상당을 각 건네받은 다음 자신의 처를 통하여 이를 현금 및 수표로 교환해 주었으며, 피고인은 이들 외에도 자신의 동생인 공소외 11, 동료 학원강사인 공소외 12 등의 명의로 위 자금을 20여 개의 예금계좌 및 30여 개의 증권계좌 등에 여러 차례에 걸쳐 분산하여 예치한 사실, ⑧ 이후 금융감독원은 공소외 5, 6이 교환한 양도성예금증서에 관하여 자금의 출처를 알아보려고 시도한 사실, ⑨ 공소외 2, 3은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을 통해서 이 사건 자금을 보관·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피고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하였으며, 2008년 초순경에는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이 직접 공소외 3을 찾아가 위 자금 중 3억 원을 건네주기도 하였는바, 공소외 2, 3도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 및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자금의 보관을 위탁받은 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두림티앤씨의 주식투자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재산이 없었고, 학원강사인 공소외 1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온 점, ② 공소외 2는 두림티앤씨를 인수하기 전에도 위 회사의 주식장세에 상당한 정도 관여한 점, ③ 공소외 2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 등으로 유죄판결 받은 배임액수가 79억 원 상당에 이르는 점, ④ 공소외 1은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동서 또는 매부로서 그들의 재산관리 등 업무처리를 위하여 자신의 직업까지 그만두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90억 원에 이르는 큰 금액인 이 사건 자금을 관리하지 않고, 자신의 직장동료에 불과하며 공소외 2 부부의 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피고인에게 관리를 위탁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여러 사람의 명의로 분산하여 보관·관리하도록 지시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자금은 공소외 2가 배임 및 상장증권의 시세조종 등 범죄행위를 통해 취득한 이익이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자금의 위탁은 단순히 자금을 보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위 자금을 은닉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에 이르고, 달리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이 사건 자금이 적법하게 조성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에 의하면, 이 사건 자금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특정범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제3조 에 의한 배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제443조 , 제176조 에 의한 유가증권의 시세조종)]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부된 것이므로 민법 제746조 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건 자금을 위탁·보관시킨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3은 공소외 1 및 피고인에 대하여 부당이득 내지 소유권 등 어떠한 원인으로서도 위 자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설령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자금을 임의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3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