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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6.11. 선고 2020구합55589 판결
의사자불인정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55589 의사자불인정처분취소

원고

*

피고

*

변론종결

2021. 5. 14.

판결선고

2021. 6. 11.

주문

1. 피고가 2019. 11. 29. 원고에 대하여 한 의사자불인정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아버지 망* (****. **.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군에서 거주하는 *이었다. 망인은 2018. 9. 5. 12:30~13:00 연인 *와 함께 마라도정기여객선을 타고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 입도하였다. 망인과 *는 같은 날 13:40 무렵 마라도 신작로 바지선 선착장(이른바 자리덕 선착장, 이하 '이 사건 선착장'이라 한다)에서 바다에 빠졌고, 서귀포해양경찰이 같은 날 14:10 무렵 망인과 *를 구조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망인과 *에게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나. 원고는 2018. 5. *군수에게 망인이 *를 구조하는 행위로 인하여 사망하였으므로 망인을 의사상자로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이에 따라 *군수는 피고에게 망인에 대한 의사상자 인정 여부의 결정을 청구하였으며, 피고는 2019. 11. 29. 원고에게 '직접적 구조행위 미성립 또는 입증 불가'를 사유로 망인을 의사상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통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5호증 및 을 제1호증, 을 제4호증의2, 을 제4호증의9, 10, 1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가 사진을 찍으려고 이 사건 선착장 끝으로 갔다가 바닥에 미끄러져 바다로 추락하자, 망인이 *를 구조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를 구조하지 못한 채 함께 익사하였다. 이와 같이 망인은 *에 대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였으므로, 이와 달리 망인의 구조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소재 *의 직원*은 2018. 9. 5. 13:20경

에서 근무하다가 우연히 이 사건 선착장을 보았는데 '흰색 옷을 입은 사람이 미끄러지듯이 바다로 풍덩 빠지는 것'을 보고 같은 날 13:30경 서귀포해양경찰에 이를 신고하였다.

2) 위 신고를 받은 서귀포해양경찰은 이 사건 선착장 인근을 수색하여 엎드린 채 표류 중인 망인, *를 발견하고 인양하였다.

3) 발견 당시 망인은 상의 체크무늬 셔츠, 하의 청바지를 착용하고 있었고, 사체검안 결과 비강 및 구강에서 익사의 전형적 소견인 포말이 발견되었으며, 왼손에서 미세한 찰과상이 발견된 외에는 특이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 당시 *는 상의 흰색 민소매 셔츠, 하의 검정색 7부 바지를 착용하고 있었고, 사체 검안 결과 비강 및 구강에서 포말이 발견되었으며, 안면부 좌측 눈 아래에서 찍힌 상처, 양손과 양팔에서 찰과상이 발견되었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내사결과보고에서 망인과 *의 사인을 익사로 판단하였다.

4) 위 내사결과보고에 의하면 *가 미끄러져 바다로 추락한 지점은 바닷물과 접촉되는 부분으로 물기가 있고 이끼가 끼어 미끄러운 상태였고, *가 미끄러진 흔적이 확인되었다. 망인의 휴대폰과 셀카봉은 *가 추락한 지점으로부터 2~3m 떨어진 바닥에서 발견되었다.

5) 망인의 휴대폰 확인 결과, 망인이 2018. 9. 5. 13:30경 추락 지점 근처에 서 있는 *를 촬영한 사진이 발견되었다.

6) 피고는 2019. 9. 9. 2019년도 제4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 심사결과 망인의 의사자 인정 심사가 구조행위 입증자료가 미비하여 보류되었음을 *군수에게 통지하고, 원고에게도 이를 통지하도록 하였다.

7) 서귀포해양경찰서는 2019. 11. 11.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5364호(2019. 10. 17.) '의사자 인정신청 심사관련 자료 협조요청'에 대하여, 수사결과보고서 및 당시 담당자였던 경위 *의 진술 자료를 회신하였다. *의 위 자료협조 요청에 대한 진술 중 *가 미끌어진 흔적, 망인의 구조행위 후 동선에 관한 진술은 아래와 같다.

2-1 *가 서 있다가 미끌어진 장소에 남아있던 흔적에 대한 진술

- 사건 당시 현장에 최초 출동한 마라도 출장소 경찰관의 언동 및 사진을 검토한 바, 사고

발생 선착장에서 바닥면이 미끄러운 푸른 이끼로 되어 있는 부분에 미끌린 발자국의 형

태가 확인됨

※ *의 최종 모습이 촬영된 장소와 동일

2-5 망인이 *가 바다에 빠진 뒤 구조행위를 했을 것으로 추정할 때 망인의 동선에 대

한 진술

- 현장에 임장하여 사망자의 마지막 촬영장소 및 촬영각을 고려해 볼 때, 약 2~3m의 거리

가 있었고, 여성이 미끄러진 장소로는 해상접근이 어렵고, 미끌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나

미끌린 흔적은 여성의 마지막 촬영 장소에서만 발견되었고,

- 선착장 우측에 계단이 설치되어 해상으로 접근이 가능하였던 사실, 선착장 좌측(소지품이

발견된 곳)에서도 해상으로 진입을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여성이 미끌려 추락한

장소가 아닌, 선착장의 좌측 또는 우측에서 해상으로 직접 뛰어 들었을 것으로 판단됨

8) 성염 전 교황청 주재 대사의 아내인 *이 '가톨릭프레스'라는 매체에 기고하는 '*' 중 2018. 9. 6.의 일기(기사입력 시간 2018. 9. 7. 11:03:51, 수정 시간 2018. 9. 7. 11:03:51)에는 망인과 *의 사망사건에 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래와 같은 대목이 기재되어 있다.

2018년 9월 6일 목요일, 흐리고 비뿌림.

(중략) 1115도로를 달려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우리처럼 우산을 쓰고 숲을 들어

서는 사람들 차량이 여나믄 대 주차해 있다. (중략) 휴양림을 걸으며 같이 안내를 받던, 은

평구에서 왔다는 아줌마들이 어제 마라도를 갔는데 같은 배로 갔던 부부가 파도에 휩쓸려

죽는 광경을 보았노라며 몸을 떤다. (어제 밤 뉴스에 나왔다) 파도가 치는 물가에서 사진

찍는다고 바위 끝으로 다가서더니만 시멘트가 덮인 구석, 물이끼에 여자가 미끄러졌고 대책

없이 아내를 구하겠다고 물에 뛰어든 남편과 함께 익사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단다.

9) 한편, 이 사건 선착장은 관광객의 출입이 빈번하고 너울성 파도가 잦은 곳으로 2012. 8.에도 일가족 3명이 높은 파도에 휩쓸려 2명이 숨진 바 있다. 망인과 *가 사망한 날에도 마라도에서는 낮까지 너울성 파도가 높게 일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6, 9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및 을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갑 제11호증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의사상자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의사자'를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제1호는 '구조행위'를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로 규정한다.

2)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가 이 사건 선착장과 바다가 접하는 지점에서 이끼 등으로 미끄러운 바닥에 미끌어져 먼저 바다로 추락하자 망인이 *를 구조하기 위하여 바다로 입수하였으나 *를 구조하지는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 목격자의 진술 및 망인의 핸드폰에 찍힌 사진, 추락 추정 지점의 미끌린 흔적 등에 비추어 보면 *는 이 사건 선착장의 끝부분에서 사진을 찍던 중 미끄러운 바닥에 미끌려 혼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즉, (1) *의 직원 *은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미끄러지듯이 바다로 빠지는 것을 보고 이를 서귀포해양경찰에 신고하였는바, *는 당일 상의로 흰색 민소매 셔츠를 입었고, 같은 무렵 망인과 이 사건 선착장에서 있었으며, 위 신고로 인근 해양을 수색한 결과 망인과 *가 발견되었으므로, *이 목격한 것은 *인 것으로 판단되고 *은 망인이 바다에 빠지

는 것을 목격하지 못하였다. (2) 서귀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의 내사보고나 담당 수사관 경위 *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의 핸드폰에 저장된 *의 마지막 사진이 촬영된 지점 인근에서 푸른 이끼가 발자국 형태로 미끌린 흔적이 확인되는바 이는 *이 목격한 내용과도 부합한다.

나) 이와 같이 *가 먼저 미끄러져 바다로 추락한 뒤, 망인은 *를 구조

하기 바다로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즉, (1) 망인의 휴대폰, 셀카봉 등의 소지품은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으로부터 2~3m 떨어진 곳, 다시 말해 망인이의 마지막 사진을 촬영한 곳으로 보이는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앞서 본대로 망인은 *와 함께 추락한 것이 아니므로 이는 망인이 *의 추락 이후 실족한 것이 아

니라 의도적으로 입수하였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정황이다. 또한 (2) 망인의 사체에는 *의 사체와는 달리 찰과상이 적다. *는 안면부 좌측 눈 아래에서 찍힌 상처, 양손과 양팔에서 찰과상이 발견되었지만 망인은 왼손 무지에서 경미한 찰과상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이와 같이 망인에게 찰과상이 적은 것은 *와 같이 의도치 않게 실족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에 입수하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다) *이 작성한 *중 망인과 *에 대한 내용으로 추정되는

부분의 기재는 성명불상자들로부터의 전문이기는 하나, 그 내용이나 사진 등에 비추어 *이 실제로 사고 무렵 제주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보도되지 않은 구체적인 내용[이를테면 원고가 제출한 보도내용(갑 제5호증)에는 망인과 *의 인적 관계,

*가 추락한 지점의 바닥 재질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작성 시점이나 수정 시점이 위 사고 무렵에 인접해 있으므로 신빙성이 있다. 위 휴천재일기 기재에 의하면 망인이 *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라) 나아가 망인과 *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되고, 망인과 *의 과거 병

력자료, 생명보험 가입 내역 등에서 자살 또는 타살의 동기가 될 만한 내용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의 질병을 확인할 만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망인과 *의 혈액에서 약물, 독극물, 알코올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 서귀포해양경찰 역시 망인과 *의 사망 경위를 위와 같이 판단하고 망인이 *를 구조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였으며 특별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종결처리하였다.

3) 그렇다면 망인은 의사상자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구조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위와 달리 망인의 구조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위법이 존재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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