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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09. 1. 8. 선고 2008노720 판결
[건설산업기본법위반(피고인2,3,4에대하여추가된죄명배임증재)·배임수재][미간행]
AI 판결요지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의2 의 규정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 상호간에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재물을 공여한 자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이상 그 상대방이 위 법조에 규정되지 아니한 자인 경우에도 재물 등의 공여자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의 행위주체에 해당한다.
피 고 인

피고인 1외 5

항 소 인

피고인 1 및 검사

검사

김지용외 2인

변 호 인

강남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교림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1(대법원 판결의 원심공동피고인 1)을 징역 1년 2월에, 피고인 2(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1)를 벌금 10,000,000원에, 피고인 3(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2)을 벌금 7,000,000원에, 피고인 4(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3)를 벌금 3,000,000원에, 피고인 5 주식회사(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4 주식회사)를 벌금 20,000,000원에, 피고인 6 주식회사(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5 주식회사)를 벌금 10,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2, 3, 4가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19일을 피고인 1에 대한 위 형에 산입한다.

압수된 10,000원 권 지폐 12,200장(2008형제4500호 증거번호 56의 증제5, 6호 1억 2,200만 원)을 피고인 1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 1로부터 금 63,000,000원을 추징한다.

피고인 2, 3, 4, 5 주식회사, 6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의 항소이유

(1) 피고인 1에 대하여

㈎ 피고인 1은 이 사건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가’블록 건설공사의 설계·시공일괄입찰(일명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소위원회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어 입찰참가업체에서 제출한 설계도서에 대한 설계평가업무에 종사하였다. 따라서 위 피고인은 건설산업기본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38조의2 에 규정한 ‘이해관계인’ 또는 법 제98조 제2항 의 발주자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하 '사용인'이라고 한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 피고인 1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년 2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2, 3, 4, 5 주식회사, 6 주식회사에 대하여

법 제38조의2 의 규정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 상호간에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재물을 공여한 자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이상 그 상대방이 위 법조에 규정되지 아니한 자인 경우에도 재물 등의 공여자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의 행위주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가사 이와 달리 본다 하더라도, 평가위원을 법 제38조의2 에 규정한 ‘이해관계인’ 또는 법 제98조 제2항 의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 있는 자로 보는 이상, 위 피고인들이 평가위원인 피고인 1에게 재물 등을 공여한 행위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인 1의 항소이유

원심의 피고인에 대한 위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당원의 판단

가. 피고인 1, 2, 3, 4 - 공소장변경에 의한 직권판단

검사의 항소에 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위 피고인들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당심에 이르러 2차례에 걸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고 당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이는 피고인 1에 대하여 법 제98조 제2항 에 의율하고 나아가 피고인 1, 2, 3, 4에 대하여 배임수재죄 또는 배임증재죄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이므로 이로써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의 점은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어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나. 피고인 5 주식회사, 6 주식회사

위 피고인 회사들에 대하여 보건대, 위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의 점은 아래에서 판단하는 바와 같이 전부 유죄로 인정되므로, 검사의 위 피고인 회사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 사유가 있거나 검사의 항소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그중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판단하는 바와 같이 직권파기 사유가 있는 무죄부분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는 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은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판결하여야 하므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위 유죄부분도 함께 파기한다.)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1. 피고인 1은 ○○대 건축과 교수이고, 피고인 2는 피고인 5 주식회사 상무( ○○1구역 재개발 현장소장)이고, 피고인 3은 피고인 6 주식회사 차장(건설사업본부 건축ENG팀)이고, 피고인 4는 공소외 1 주식회사 부장(건축기술영업팀)이고, 피고인 5 주식회사, 6 주식회사는 각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인 1은 SH공사의 위탁을 받은 서울시에 의하여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소재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가’블럭 건설공사(공사 예산액 5,658억 원)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소위원회 평가위원으로 2006. 9. 19. 선정되어 같은 날 입찰참가업체에서 제출한 설계도서에 대한 채점업무에 종사한 자이고, 피고인 5 주식회사, 6 주식회사,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위 턴키입찰에 참여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가 낙찰되었다.

턴키입찰 평가위원은 관련 입찰회사와 사전에 접촉하여 점수부여에 대한 청탁을 받지 아니하고, 심사시 공정한 평가를 하여야 할 임무가 있고,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가. 피고인 1

(1) 공동피고인 2로부터 2,000만 원 현금 수수

피고인 5 주식회사 상무인 피고인 2(당시 ○○1구역재개발 현장소장)는 평가위원후보 대상인 피고인을 수시로 만나 점심을 먹거나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에 제출한 회사 설계도면을 홍보해 오던 중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일인 2006. 9. 19. 이전인 2006. 9. 12., 9. 13., 9. 18.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 평가위원으로 들어가면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위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 당일인 2006. 9. 19. 06:49(41초간), 07:16(문자 메시지), 07:27(문자 메시지)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하고, 평가가 끝난 17:33경에도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수고하였고, 감사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피고인은 2006. 11. 말경 ○○대 교수 연구실에서 피고인 2로부터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가’블럭 건설공사 턴키입찰 심의와 관련하여 설계도면 심의시 선처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명목으로 2,000만 원을 취득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2) 공동피고인 3으로부터 1,000만 원 현금 수수

피고인 6 주식회사 차장인 피고인 3(건설사업본부 건축ENG팀)은 평가위원후보 대상인 피고인을 수시로 만나 점심을 먹거나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에 제출한 회사 설계도면을 홍보해 오던 중, 2006. 9. 13., 9. 15.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 평가위원으로 들어가면 피고인 6 주식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평가당일인 2006. 9. 19. 06:44, 07:11, 07:16, 07:17, 07:41, 07:45, 07:50, 08:03경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피고인 6 주식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

피고인은 2007. 1. 중순경 ○○대 교수 연구실에서 피고인 3으로부터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가’블럭 건설공사 턴키입찰 심의와 관련하여 설계도면 심의시 선처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취득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3) 공동피고인 4로부터 500만 원 상품권 수수

공소외 1 주식회사 부장인 피고인 4(당시 건축기술영업팀)는 평가위원후보 대상인 피고인을 수시로 만나 점심을 먹거나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에 제출한 회사 설계도면을 홍보해 오던 중 평가일인 2006. 9. 19. 이전인 9. 11, 9. 18.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동남권유통단지 턴키입찰 평가위원으로 들어가면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당일인 9. 19. 07:18, 07:21, 07:25경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좋은 점수를 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

피고인은 2007. 3. 중순경 ○○대 교수 연구실에서 피고인 4로부터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가'블럭 건설공사 턴키입찰 심의와 관련하여 설계도면 심의시 선처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명목으로 지에스칼텍스 주유상품권 5만 원권 100매를 취득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나. 피고인 2

위 가. (1)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1에게 부정한 청탁에 의한 현금 2,000만 원을 공여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평가위원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재물을 공여하였다.

다. 피고인 3

위 가. (2)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1에게 부정한 청탁에 의한 현금 1,000만 원을 공여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평가위원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재물을 공여하였다.

라. 피고인 4

위 가. (3)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1에게 부정한 청탁에 의한 상품권 500만 원 상당을 공여함과 동시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평가위원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재물을 공여하였다.

마. 피고인 5 주식회사

위 가. (1)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 회사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2가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1에게 부정한 청탁에 의한 현금 2,000만 원을 공여하였다.

바. 피고인 6 주식회사

위 가. (2)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 회사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3이 피고인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의 '사용인'인 공동피고인 1에게 부정한 청탁에 의한 현금 1,000만 원을 공여하였다.

2. 피고인 1은 2002. 12.경부터 노원구청 재건축안전진단(예비) 평가위원으로 위촉되어 노후건물에 대한 재건축여부를 결정짓는 안전진단평가(예비)심의회의 심의업무에 종사하는 자이다. 안전진단평가위원은 평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아니할 임무가 있고,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서울시 노원구 소재 상계주공 ○단지 조합추진위원회가 신청한 안전진단에 대하여 2003. 2. 28.부터 2004. 5. 17.까지 3차례에 걸쳐 안전진단(예비) 평가심의회의 단장으로 심의를 주도하였으며, 2003. 2. 28.에는 보수사용결정(안전진단 미통과), 2004. 4. 2.에는 보류결정, 2004. 5. 17.에는 재건축(안전진단 통과) 결정을 하였다.

가. 공소외 2로부터 현금 1억 원 수수

공소외 2는 피고인 5 주식회사로부터 상계주공 ○단지 재건축사업 행정용역을 하청받아 안전진단신청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인바, 2004. 2.경부터 5.중순경까지 2~3차례에 걸쳐 공소외 3( 피고인 5 주식회사 차장, 상계주공 ○단지 재건축사업소장)과 같이 ○○대학 내 피고인의 연구실로 찾아가 상계주공 ○단지가 안전진단이 통과될 수 있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

피고인은 2004. 6.경 ○○대 교수 연구실에서 공소외 2로부터 상계주공 ○단지 안전진단평가심의와 관련하여 안전진단이 통과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을 수수하였다.

나. 공소외 4로부터 현금 5,000만 원 수수

공소외 4는 상계주공 ○단지 재건축조합추진위와 재건축설계용역을 체결한 주식회사 ◎◎ 대표이사인데 2004. 4.경 공소외 5(재건축조합추진위 감사)와 함께 ○○대학 내 피고인의 연구실로 찾아가 상계주공 ○단지가 안전진단이 통과될 수 있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같은 시기에 공소외 5와 함께 피고인의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설계용역을 수주하였는데, 조합일이 진행이 안돼서 힘들다, 인간적으로 도와달라”며 안전진단이 통과될 수 있게 해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을 하였다.

피고인은 2004. 6.경 주거지 아파트 주차장에서 공소외 4로부터 안전진단이 통과되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명목으로 여행용 가방에 담긴 현금 5,000만 원을 수수하였다.

증거의 요지

○ 판시 제1의 사실

1. 피고인 1의 원심 법정진술

1. 피고인 2, 3, 4의 원심 일부 법정진술

1. 당심 증인 공소외 6, 7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 1, 2, 3, 4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각 수사보고(증거번호 2, 3, 4, 21, 22, 23, 29, 30, 33, 37, 39, 41, 42, 43, 44, 64, 66)

○ 판시 제2의 사실

1. 피고인 1의 원심 법정진술

1. 공소외 3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사본

1. 공소외 3, 4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검찰 각 수사보고(증거번호 19, 20)

1. 검찰 압수조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판시 제1의 각 행위

㈏ 피고인 1 : 각 형법 제357조 제1항

㈐ 피고인 2, 3, 4 : 각 형법 제357조 제2항 , 제1항

나. 판시 제2의 각 행위

1. 상상적 경합

피고인 1, 2, 3, 4의 판시 제1의 각 죄 : 각 형법 제40조 , 제50조

1. 형의 선택

가. 피고인 1 : 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2, 3, 4 :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1. 노역장유치

피고인 2, 3, 4 : 각 형법 제70조 , 제69조 제2항

1.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1 : 형법 제57조

1. 몰수

피고인 1 : 형법 제357조 제3항 전문

1. 추징

피고인 1 : 형법 제357조 제3항 후문

1. 가납명령

피고인 2, 3, 4, 5 주식회사, 6 주식회사 :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쟁점에 대한 판단

1. 평가위원의 건설산업기본법상의 지위

가. 검사는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의 평가위원(이하 ‘평가위원’이라고 한다)이 법 제38조의2 에 정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하거나 또는 발주자인 SH공사로부터 설계적격심의 평가 업무를 위임받은 자로서 법 제98조 제2항 에 정한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당원은 평가위원이 발주자인 SH공사의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 제38조의2 는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법 제95조의2 는 “ 제38조의2 의 규정에 위반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건설공사의 수주, 시공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 처벌함으로써 공사 수주 및 시공에서의 부조리를 근절하여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와 문언을 종합하여 볼 때, 법 제38조의2 의 도급계약의 체결과 관련한 이해관계인이라 함은 건설공사를 도급 또는 하도급을 받을 목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경쟁하는 자로서 도급계약의 체결 여부에 직접적이고 법률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2590 판결 참조), 평가위원은 법 제38조의2 에서 정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사용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⑴ 양벌규정과 '사용인'의 의의

법 제98조 제2항 은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4조 내지 제97조 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당해 법인이나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 제38조의2 , 제95조의2 의 벌칙규정에서 그 적용대상자를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 등 일정한 업무주로 한정한 경우에 있어서, 법 제98조 의 양벌규정은 업무주가 아니면서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는 때에 위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자를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그러한 자가 당해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위 벌칙규정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위자의 처벌규정임과 동시에 그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인 업무주에 대한 처벌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7. 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사용인'에는 발주자 등 업무주와 정식 고용계약이 체결되어 근무하는 자뿐만 아니라 그 법인의 업무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수행하면서 법인의 통제·감독하에 있는 자도 포함되고(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3도4966 판결 ), 이와 같이 법인의 통제·감독 하에 있으며 그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이상 비록 타인과 근로계약관계를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주의 '사용인'에 해당한다. ( 대법원 1995. 1. 12. 선고 93도3509 판결 참조)

⑵ 인정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SH공사는 이 사건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가’블록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 턴키 입찰 및 공사시행을 주관함에 있어 입찰 관련 모든 절차를 SH공사에서 제작·배포한 ‘동남권유통단지 이주전문상가 건설공사 일괄입찰안내서‘에 의하여 진행하였는바, 이 사건 입찰에 있어서 낙찰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는 ① 당해공사수행능력 심사, ② 입찰가격심사, ③ 설계평가로 나누어져 있고, 입찰안내서상 ‘입찰자는 심의 전일까지 평가위원후보(집단) 대상에 대하여 화보, 동영상애니메이션 등 어떠한 형태로든 사전에 자료를 제작, 배포하거나 설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 SH공사는 2006. 8. 2. 위 적격심사 중 설계평가(설계적격심의) 절차를 서울시건설기술심의위원회조례 제7조에 근거하여 서울시에 요청하고(다만, 그에 대한 비용은 모두 SH공사가 부담한다), 서울시설계적격심의소위원회는 위 조례 및 위 조례 시행규칙에 근거하여 평가위원 후보위원 중 평가위원을 선정하였다. (평가위원 후보위원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공무원 또는 전문가들로서, 그 대상자 명부는 모두 비공개로 되어 있다.)

㈐ 서울시는 설계적격심의가 있기 하루 전에 각 후보위원에 무작위로 고유번호를 부여한 후 입찰업체가 직접 연락순서를 추첨하여 그 연락순서 및 후보명부를 밀봉하였다가, 심의가 있는 당일인 2006. 9. 19. 새벽 6시경에 입찰업체가 입회한 가운데 추첨서류를 개봉한 다음 기술심사담당관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각 후보들에게 위 추첨된 순서대로 연락하여 그 수락하는 대로 소정의 인원을 채워 평가위원을 선정하였다.

㈑ 서울시 직원은 평가위원들 후보들이 평가위원 선정을 수락하면 즉시 휴대폰의 전원을 차단하여 줄 것을 요청한 후 직접 평가위원의 집으로 찾아가 평가위원을 심의장소로 데리고 갔고(그 직원은 평가위원을 만나자 마자 휴대폰 전원을 즉시 차단하도록 다시 조치를 취하였다), 평가위원들이 08:30경까지 집결장소로 출석하면 입찰참여회사와의 사전 접촉 사실 등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없는 경우 기피 및 제척신청을 하도록 한 후(이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은 ‘설계평가 심의과정에서의 금품, 향응 등 부당이익 제공 및 수수를 금지하고, 입찰 참여업체 관계자 및 설계참여 기술자와의 개별접촉을 금지하며, 만약 그러한 접촉이 있을 경우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청렴서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평가위원을 확정하였으며, 심의과정에 있어서도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도록 함은 물론 평가위원들 상호간의 접촉도 엄격히 금지하였다.

㈒ 평가위원들은 그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심의장소 현장에서 SH공사 직원들로부터 일괄입찰안내서에 의한 평가방법·기준 및 사업의 개요, 사업의 목표, 토지이용계획, 공사개요, 설계 주요지침 등을 설명들은 후 기술위원회에서 제시한 공통질문항목 및 설계심의토론회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각 항목(계획성, 시공성,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상권활성화계획)별로 각 입찰 참여업체들에게 차등적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채점을 한 후 평가사유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재량은 SH공사에서 작성한 일괄입찰안내서 및 SH공사 내규인 일괄입찰 및 대안입찰공사설계적격심의위원회운영내규에 의하여 제한되었고, 이후 평가위원들은 서울시로부터 수당을 지급받았다.

㈓ 피고인 1은 건설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자의 자격으로서 이 사건 턴키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었다. 피고인 1은 2006. 9. 19. 새벽 6시경 전화로 선정사실을 통보받고 선정을 수락한 후 위에서 본 각 절차와 방식에 따라 평가위원으로서의 평가업무를 수행하였다.

⑶ SH공사의 '사용인'에 해당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이 사건 평가위원의 선정방법과 절차, 심의과정을 전후한 외부와의 차단, 평가위원의 비밀유지와 청렴의무 및 기피신청을 하여야 할 의무, SH공사의 평가방법, 기준 및 평가업무지침 등에 의한 평가업무에 있어서의 재량의 제한, 나아가 SH공사와 서울시와의 업무위탁관계와 평가심의업무에의 관여와 통제정도, 평가결과의 귀속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 1이 비록 서울시에 의하여 평가위원으로 위촉되었고 그 기간도 단 하루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SH공사의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한 것은 분명하고 또한 평가위원의 평가업무 자체는 그 특성상 자신의 전문지식 및 식견에 의하여 자유로이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결국 이는 SH공사 및 서울시의 통제·감독 하에 일정한 제한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평가위원인 피고인 1은 발주자인 SH공사의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발주자를 위한다는 주관적 의사가 필요하거나 이익귀속주체가 발주자일 필요가 있는지 여부

가. 쟁점

검사는 법 제98조 제2항 의 양벌규정으로 행위자인 ‘사용인’을 처벌함에 있어서는 ‘사용인’이 업무주의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것으로 족하고 ‘업무주를 위하여’ 수수한다거나 금품수수의 이익귀속주체가 업무주일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법인인 업무주를 처벌하기 위하여 위반행위의 이익귀속주체가 업무주임을 요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들은 ‘사용인’에게 ‘업무주를 위하여’ 금품을 수수한다는 주관적 의사를 요구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 1이 발주자인 SH공사를 위한다는 의사없이 피고인 1 개인을 위하여 금품을 수수한 것에 불과하므로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 제98조 제2항 의 양벌규정이 ‘발주자 등’의 업무주가 아니면서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는 때에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적용대상자를 당해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함으로써 그러한 자가 당해 업무집행과 관련하여 위 벌칙규정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행위자의 처벌규정이라는 점, 위 양벌규정의 문언상 업무주의 ‘업무에 관하여’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 나아가 법 제38조의2 의 금지규정은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의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으로서 이는 통상의 행정벌에 관한 양벌규정이 기본적 업무에 부수하는 금지의무를 위반한 범칙행위 등을 규율하는 것과 달리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이라는 기본적 업무와는 전혀 별개인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의 취득이라는 형사벌적 범죄행위에 대한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사용인’이 재물을 취득할 당시에 업무주를 위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거나 재물 취득의 이익귀속 주체가 업무주인 경우에 한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⑵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피고인 1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의한 금품을 취득함으로써 배임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당원은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와 배임수재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는 바이다.)

3. 부정한 청탁 및 대가관계

가. 쟁점

피고인 1에 대하여 평가위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및 피고인 1이 이 사건 금품을 수수한 것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에 대하여 변호인들은, 피고인 2, 3, 4는 이 사건 턴키 입찰 평가위원으로 누가 선정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평가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 회사의 설계안에 대한 설명 및 홍보활동을 하였을 뿐이므로 이는 법 제38조의2 및 배임수증재죄에 규정된 부정한 청탁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피고인 1은 이 사건 설계적격심의가 있은 때로부터 2월 내지 4월이 지난 후에 정당한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그 연구용역비로 현금 2,000만원 또는 1,000만원을 지급받은 것이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나. 판단

⑴ 부정한 청탁의 존재여부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 및 배임수증재죄에서 정한 ‘부정한 청탁’이란 그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되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도5711 판결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3583 판결 등 참조)

㈏ 살피건대, ① 피고인 1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턴키입찰에 참여한 회사의 직원인 피고인 2, 3, 4로부터 설계적격심의 이전부터 수시로 만나 점심을 먹거나 서로 교류를 하면서 설계적격심의 평가시 자기 회사의 설계안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으며, 이후 그 사례로 이 사건 각 금품이나 상품권을 수수하였다‘고 자백하였고, 피고인 4도 ’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들이 평가위원 후보자인 피고인 1 등에게 설계적격심의 평가시 위 회사의 설계안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다는 취지의 청탁을 하고, 피고인 1 등이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후 위 회사의 설계안에 대하여 높은 점수를 부여해 이 사건 턴키입찰에서 낙찰을 받을 수 있었으므로 그에 대한 사례로 피고인 1 등 평가위원들에게 금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위 각 진술의 경위 및 구체성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지 아니하는 점, ② 이 사건 턴키입찰 관련 입찰안내서상 ‘입찰자는 심의 전일까지 평가위원후보(집단) 대상에 대하여 화보, 동영상애니메이션 등 어떠한 형태로든 사전에 자료를 제작, 배포하거나 설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자들도 심의 당일 현장에서 입찰자와 사전에 접촉한 사실 등이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하게 되어 있는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회사들과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평가위원 후보자들 별로 각 전담직원을 정하고, 그 전담직원들이 심의 전일까지도 수차례 평가위원 후보자들을 만나 설계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선처를 부탁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 당일 새벽에도 평가위원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하여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었는지를 확인한 후 자신들의 설계안에 좋은 점수를 부여하여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점, ④ 피고인 1은 평가위원이 될 것을 수락한 이후에도 서울시 직원의 안내와 달리 핸드폰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서울시 직원이 자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피고인 회사들을 비롯한 공소외 1 주식회사 등 건설업체의 임직원들과 통화를 하였으며, 이후 이러한 사전 접촉 사실을 신고하지도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청렴서약서까지 작성하여 제출한 점, ⑤ 이 사건 턴키입찰과 관련하여 평가위원들의 설계적격심의가 낙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 ⑥ 피고인 1이 피고인 2, 3으로부터 용역의 대가를 가장하여 현금을 지급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2, 3, 4가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 이전부터 심사당일 평가위원 선정통보를 받은 직후까지 지속적·조직적으로 자신들의 회사가 낙찰받을 수 있게 설계안에 좋은 점수를 부여해 달라고 청탁한 것은 입찰의 공정성을 해하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것이다.

⑵ 부정한 청탁에 의한 대가인지 여부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피고인 1은 원심에서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에 대하여 자백을 하였고, 수사기관에서도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한 것이라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 5 주식회사는 피고인 1에게 안전진단용역을 주고 그 용역비를 지급하면서도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가 피고인 1이 검찰조사를 받은 이후에 소급하여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였으며, 피고인 1은 안전진단시에 1회 3~4시간 정도 일부 샘플조사만 직접하고 나머지는 피고인 5 주식회사의 현장직원들이 안전진단을 행하여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제공한 거의 대부분의 자료를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한 점, ③ 피고인 6 주식회사는 피고인 1 외에는 대부분 연구소나 대학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지 개인에게 의뢰한 적이 없으며, 피고인 1은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 이후인 2006. 11.경에 피고인 3이 피고인 1의 컴퓨터에 있던 기존 수업자료인 건축구조물 보수보강자료를 연구용역의 자료로 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고인 3에게 이를 CD에 담아 컴퓨터파일로만 제출했을 뿐이어서 특별히 따로 연구용역을 수행하였다고 보이지 않고 피고인 3도 이를 개인적으로 보관하였지 피고인 6 주식회사에 정식으로 제출하지 않은 점(위 자료가 피고인 6 주식회사의 교육자료로 사용된 것은 검찰의 수사가 개시된 이후이다.), ④ 피고인 2, 3은 피고인 1에게 용역비 2,000만 원 또는 1,000만 원을 지출하면서도 영수증, 세금계산서, 원천징수영수증 등을 작성하는 회계처리 및 세무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피고인 1에게 계좌이체나 수표가 아닌 현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다른 용역계약과 달리 비정상적인 처리를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이 피고인 2, 3으로부터 받은 돈은 용역의 대가를 가장한 것으로서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에 있는 금품의 취득이라고 할 것이다. ( 피고인 2, 5 주식회사의 변호인은 피고인 1에게 제공한 현금 2,000만 원 중에는 용역의 대가로 지급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전제하에서 부정한 청탁에 의하여 공여한 재물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위 2,000만 원에서 용역의 대가부분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위 현금 2,000만 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용역의 대가를 가장한 것으로서 그 전체가 부정한 청탁에 의한 금품의 수수라고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부정한 청탁 및 금품수수 시기와 평가위원의 신분

가. 쟁점

피고인 1이 발주자의 ‘사용인’ 및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 평가위원의 지위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그리고 피고인 1이 평가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후에 피고인 2, 3, 4가 금품을 공여하고 취득한 행위를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 및 배임수증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나. 판단

⑴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 2, 3, 4는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 이전에도 평소 자신들 회사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1을 수시로 만나 점심을 먹거나 이 사건 턴키입찰에 제출한 자신들 회사의 설계도면을 홍보해오면서 평가위원으로 들어가면 자신들 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해달라는 청탁을 지속적으로 해 온 사실, ② 피고인 2, 3, 4는 피고인 1이 평가위원으로 선정통보를 받아 수락한 2006. 9. 19. 당일 아침에까지 피고인 1에게 좋은 평가를 부탁한다는 취지로 수회에 걸쳐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며, 피고인 2, 4는 이 사건 턴키입찰 설계적격심의가 끝난 후에도 피고인 1과 통화한 사실, ③ 피고인 1 등이 평가위원으로 종사하는 기간은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날인 2006. 9. 19. 단 하루이고 시간상으로도 약 10여 시간 정도에 불과한 사실, ④ 피고인 1은 평가위원으로서 평가업무를 개시하기 전에 입찰참여 회사와의 사전 접촉 사실 등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피 및 제척신청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신고하지 아니한 채 설계평가업무를 수행한 사실, ⑤ 그 후 피고인 1은 피고인 5 주식회사에 60점, 피고인 6 주식회사에 10점, 공소외 1 주식회사에 30점을 주었고, 그에 대한 대가로 위 회사들로부터 현금 또는 상품권( 피고인 5 주식회사 : 현금 2,000만 원, 피고인 6 주식회사 : 현금 1,000만 원, 공소외 1 주식회사 : 상품권 500만 원)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006. 9. 19. 새벽 서울시 직원과의 전화통화로 평가위원이 될 것을 수락함으로써 SH공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사용인’의 신분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그 직후 피고인 2, 3, 4로부터 전화통화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그들의 회사가 제출한 설계안에 대하여 높은 점수를 부여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⑵ 가사 이와 달리 본다 하더라도, 형법 제357조 제1항 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사무처리에 관한 공정성과 성실성을 보호하고자 하는데 그 근본취지가 있고, 법 제38조의2 법 제95조의2 는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건설공사의 수주, 시공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함으로써 공사 수주 및 시공에서의 부조리를 근절하여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2590 판결 등 참조), 배임수재죄와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 양자 모두 이러한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점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 있기 이전이라도 가까운 장래에 맡게 될 사무에 관하여 지속적·조직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음으로써 실제로 그 지위를 취득하여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부정한 청탁을 염두에 두고 사무처리를 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비록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 있을 당시에는 직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법리하에 위 인정사실관계를 종합하면, 피고인 1은 평가위원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평가위원의 업무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지속적·조직적으로 평가위원의 평가업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아 옴으로써 적어도 이와 같은 부정한 청탁을 염두에 두고 평가위원의 업무를 처리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인 바, 이는 사회통념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⑶ 그리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이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이상 그후 사직 등으로 인하여 그 직무를 담당하지 아니하게 된 상태에서 재물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재물 등의 수수가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배임수재죄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인 바(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도2042 판결 참조), 피고인 1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또는 발주자의 ‘사용인’의 지위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이상 그후 평가위원의 지위를 상실한 상태에서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금품의 수수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이루어진 이상 배임수재죄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양형이유

⑴ 피고인 1

이 사건 범행의 횟수, 취득한 금액, 부정한 청탁과의 대가성, 기타 범행의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한다.

⑵ 피고인 2, 3, 4

피고인들의 각 교부한 금품의 가액,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벌금형을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태길(재판장) 권순건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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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동부지방법원 2008.5.27.선고 2008고단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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