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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5.11.선고 2017도2697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사건

2017도2697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

에서의추행)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P

담당변호사 Q, S, R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7. 1. 24. 선고 2016노2805 판결

판결선고

2017. 5. 1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

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

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6. 1. 14. 23:40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의 9번째 객차 안에서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피해자의 옆에 앉아 왼손으로 피

해자의 오른 허벅지를 쓰다듬어 대중교통수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착각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추측성 진술이라고 볼 수 없으며, ② 평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해온 피고인으로서는 전동차의 진행방향에 따라 환승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칸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당시 피고인이 전동차

의 진행방향을 착각하여 환승하기 가까운 곳에서 멀어지는 칸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쉽

게 이해되지 아니하고, ③ CCTV 영상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만지는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으나, 피해자의 허벅지 위에 가방이 올려져 있었고, 나아

가 촬영 각도나 화질 상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그와 같은 모습이 포착되지 않은 가능

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피고인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

장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기록상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 중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하는 것이거나 그 자체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왼손으로 피해자의 오른

허벅지를 만지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전동차 안에서 졸고 있는 상황에서 누

군가가 자신의 오른 허벅지를 두세 번 반복하여 만지는 느낌이 있었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만진 것이 분

명하다는 것인데, 이는 피해자가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 자신의 '느낌' 내지는 '추측'을

진술한 것에 불과하다.

피고인은 당시 긴 코트를 입고, 위 코트의 왼쪽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은 채 가방

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피해자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피고인의 손이 아

닌 다른 물건들이 피해자의 허벅지를 스쳤거나, 피고인이 코트 주머니 안에 있는 휴대

전화를 만지거나 꺼내는 과정을 피해자가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으로 느꼈을 가

능성이 있다.

다. 피고인이 평소 지하철 2호선 전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전동차

의 진행방향에 따라 환승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칸이 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당시 상황이 촬영된 CCTV 영상은 사람의 손 형태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을 정

도로 선명한데, 피해자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배낭을 등에 멘 채 자리에 앉아 다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아이보리색의 또 다른 가방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허벅지 윗부분을 만졌다면, 피고

인의 손이 피해자의 허벅지 위에 머무르는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위 영상에서는 그와 같은 모습은 전혀 확인되지 아니한다.

마.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을 따라왔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이는 당시 피고인이 지

하철을 타고 진행하는 방향이 피해자의 진행 방향과 같아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고인이

자신을 따라왔다고 추측한 것으로 보인다.

바. 결국,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만으로

는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

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

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

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진술의

신빙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

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창석

대법관조희대

주심대법관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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