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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09.4.7.선고 2008고단4403 판결
사기
사건

2008 고단 4403 사기

피고인

한00(491무직

주거 대구 동구

등록기준지 김천시

검사

이주현

변호인

변호사 류정무(국선)

판결선고

2009. 4. 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사실은 당시 카드대출금채무가 약 50,000,000원 가량 있었고, 그 외 다른 개인채무도 약 15,000,000원 가량 있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6. 3. 21.경 대구 동구 효목동 소재 피해자 A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전기세, 집세를 내기 위해 필요하니 2,000,000원을 빌려주면 100일간 일수로 매일 26,000원씩 변제하 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6. 3. 22. 대구 동구 효목동 소재 대구은행 효목지점에서 차용금 명목으로 2,000,000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때로부터 2007. 1. 17.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12회에 걸쳐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합계 26,000,000원을 교부받았다.

2. 판단

가. 사실관계

피고인 및 피해자 A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변호인이 이 법정에 제출한 참고자료, 그리고 검사가 제출한 각 증거, 기타 기록에 나타난 사정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점을 인정할 수 있다(피해자는 아래 인정사실과 일부 배치되는 진술을 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금액, 차용금 대여조건, 지급받은 이자금액 등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아래와 배치되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지 아니한다).

(1) 야채노점상을 하던 피고인은 약 20년 전부터 이웃으로 알고 지내던 피해자로부터 2002.경부터 장사밑천, 생활비, 남편 병원비 등의 명목으로 필요할 때마다 적게는 5만원부터 많게는 300만원까지 돈을 빌리고 갚는 등 차용금 거래를 하여 왔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매일 차용금에 대한 원리금 일부를 변제하는 소위 '일수 대출' 형식으로 차용하였는데, 100만원을 빌리면 매일 13,000원씩 100일간 원리금을 변제하여 총 130만원을 변제하는 방식으로서, 지급하여야 하는 이자를 환산하면 월 10% 정도에 이른다.

(3)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차용금 차용 이전인 2005. 말경까지는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에 대하여 원금과 이자를 모두 변제하였다.

(4) 그런데 2006. 3.경부터 2007. 1.경까지 빌린 이 사건 차용금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직접 돈을 교부하거나 피해자 또는 그 딸 B에게 송금하는 방식으로 원리금 일부만 지급하였을 뿐 차용조건에 따른 금액을 모두 변제하지는 못하였고, 그 지급시기도 지연되어 며칠 분 또는 한달 분을 한꺼번에 변제하기도 하였지만, 2007. 10.경까지 변제한 금액이 대개 이 사건 차용금에 대한 월 10%의 이자 상당액에 이른다.

(5) 피해자는 2007. 2.초경 피고인의 차용금 변제가 지연되자 학습지회사에 다니고 있던 피고인의 딸 C에게 보증을 서도록 요구한 후 계속해서 돈을 추가로 빌려 주었고, 그 후 피해자는 위 C의 회사를 찾아가 그녀로부터 월급통장과 도장을 건네받아 피해자가 직접 300만 원 상당의 돈을 인출하기도 하였다.

(6)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2007. 3. 8.경 피해자의 딸 B을 채권자로 하고 피고인을 채무자로, 위 C을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차용금 3,000만원의 채무변제계 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7) 피고인이 2007. 11. 23. 이 법원에 피해자의 딸 B에 대한 3,000만원의 채무를 채권자목록에 포함시켜 파산신청을 하게 되자 피해자는 2008. 1. 18. 피고인을 이 사건 사기죄로 고소하였고, 그 후 피고인은 2008. 5. 19. 파산선고를 받고, 2008. 12. 23. 이 법원으로부터 면책허가결정을 받았다.

나. 기망행위와 착오 및 인과관계의 존부

(1)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게 하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취득하거나 재산적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 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개인파산 · 면책제도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파산선고 당시 정직하였으나 불운한 채무자의 파산선고 전의 채무의 면책을 통하여 그가 파산선고 전의 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고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고 파산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같은 법 제 309조에서 법원은 파산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하거나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법 제564조 제1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면책을 불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같은 법 제566조의 각 호의 청구권은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며, 같은 법 제569조에 따라 채무자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은닉 또는 손괴하는 등 사기파산죄로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거나 채무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은 경우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면책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파산·면책제도를 통하여 면책을 받은 채무자에 대한 차용금 사기죄의 인정 여부는 그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면책대상에서 제외되어 경제적 회생을 도모하려는 채무자의 의지를 꺾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다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770 판결 등 참조).

(②)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피고인과 같이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일수대출 방식으로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며 금원을 차용하는 사람은 주로 변제자력이 부족하거나 신용상태가 나빠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일수대출을 하는 대주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점, 또한 고율의 이자를 받고 금원을 대여하는 대주 입장에서도 돈을 변제받지 못할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고율의 이자에 대한 기대로 위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인 점,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피해자는 피고인과 이웃지간으로 야채장사를 하는 피고인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2002.경부터 돈거래를 하면서는 피고인의 수입이나 변제자력, 나아가 피고인의 딸 C을 포함한 그 가족의 수입 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 외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일수대출을 받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피고인이 자신의 무자력 상태를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점,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월 10%라는 고리의 이자를 받기 위해서 이 사건 금원을 대여해 주었고, 실제 위 금액 상당의 이자를 지급받은 점(심지어 선이자를 공제하고 빌려준 것으로 의심이 든다), 또한 피해자는 2007. 2.경 피고인의 변제자력을 믿지 못하여 피고인의 딸 C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후 돈을 추가로 대여하기도 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보다는 오히려 피고인의 딸 C의 변제자력을 믿고 대여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차용 이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여러 차례 돈을 빌려 사용하였는데 이 사건 차용금 이외에는 고율의 이자를 포함한 약정 원리금을 모두 변제하였고, 이 사건 차용금에 대해서도 약정한 이자 상당액을 지급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00일간 또는 2-3달 후에 변제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내용을 정하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가리켜 기망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에 있어서 단지 피고인의 변제자력이 부족하다는 점만을 들어 곧바로 기망행위로 보기도 어려운 점, 피해자는 처음 고소장에서는 2006. 8.경부터 2007. 7.경까지 차용하여 준 30,240,000원을 피해액으로 기재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는 다시 2006. 3. 경부터 2007. 1.경 까지 차용금 합계 26,000,000원으로 수정 하였고, 다시 이 법정에서는 26,500,000원으로 진술하는 등 피해금액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사실 일수로 원리금을 같이 변제하여 왔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을 특정하기도 어려운 점, 피고인이 2007. 11.경 더 이상의 채무변제가 어려워 파산신청을 하자 피고인에 대한 피해자의 채권이 면책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각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의 차용 당시에 변제능력에 대하여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착오에 빠져 금원을 대여하도록 하였다거나 차용금의 변제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판사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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