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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18719, 18726 판결
[약정금,부당이득금][공1992.12.15.(934),3268]
판시사항

가.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 외의 사항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나. 원심판결에 화해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와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하여 이를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민법상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 외의 사항, 즉 분쟁의 대상인 사항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되는 사항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예정이 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가 된 사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에 화해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와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하여 이를 파기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선명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주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가 1990.6.19. 피고의 아들인 소외 1을 상대로 동인이 대한결핵협회 경북지부에 근무하던 1986.1.경 같은 직장의 부하여직원인 원고와 1회 간음한 이래 1987.2.경까지 원고와 수시로 간음하면서 결혼을 미끼로 수회에 걸쳐 금 5,000,000원을 편취하고, 그 후 소외 2와 결혼하여 서울로 근무처를 옮긴 다음에도 원고가 사귀고 있던 소외 3에게 원고와 장기간에 걸쳐 간음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원고를 협박하여 원고로부터 3회에 걸쳐 금 11,000,000원을 갈취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외 1을 사기 및 공갈혐의로 수사기관에 진정을 하여 소외 1이 경찰에 연행되어 수사를 받게 되자, 소외 1의 아버지인 피고와 소외 1의 처인 소외 2가 1990.6.25. 원고를 대리한 원고의 아버지인 소외 4와 위 진정사건에 관하여 합의를 하면서 원고가 소외 1에 대한 진정을 취하하는 대가로 피고와 소외 2는 각자 원고에게 합의금조로 금 16,000,000원을 지급하되 그 중 금 5,000,000원은 당일 지급하고 금 5,000,000원은 1990.7.2.까지, 나머지 금 6,000,000원은 같은 달 31.까지 각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 날 위 합의금 중 금 5,000,000원을 원고에게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위 약정금의 주채무자는 소외 1이고 피고는 소외 1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인데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약정금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의 채무 역시 성립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한 데에 대하여, 원·피고 사이의 합의경위에 비추어 비록 각서상에는 각서인이 소외 1로 되어 있고 피고가 그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 각서인으로 소외 1의 이름을 기재한 것은 원고가 주장하는 가해자가 소외 1이고 가해자인 소외 1이 원고와의 사이에 위 진정사건에 관한 합의를 하여야 하나 소외 1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피고와 소외 2가 소외 1을 대신하여 원고가 요구하는 합의금을 각자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기재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피고가 소외 1의 약정금지급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소송대리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하고, 또 피고가 위와 같은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원고가 주장하는 금원을 편취하였거나 갈취한 것으로 잘못 알고 착오에 빠져 한 행위이고 피고가 1990.7.28. 위 약정을 취소하였으므로 위 금원지급약정은 취소로 인하여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한 데에 대하여, 설사 원고가 피고로부터 아무런 피해를 본 바가 없고 피고가 착오로 소외 1이 원고에게 금원지급의 의무가 있는 줄 잘못 알고 위와 같이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원지급의 의사표시를 하게 된 동기에 관한 착오에 불과하므로, 그와 같은 동기를 위 금원지급약정의 중요한 내용으로 삼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원고가 허위로 소외 1을 진정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확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및 소외 2 사이에 이루어진 위 합의는 을 제1호증(각서)에서 연대보증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원고 주장과 같이 도합 16,000,000원을 편취 또는 갈취함으로써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금원지급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소외 1의 아버지와 처인 위 피고 등이 위 금원을 직접 원고에게 변제키로 하고 그 변제할 금액과 변제시기를 정한 화해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민법상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 외의 사항, 즉 분쟁의 대상인 사항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되는 사항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예정이 된 것이어서 상호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가 된 사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것인바 ( 당원 1989.8.8. 선고 88다카15413 판결 , 1990.11.9. 선고 90다카22674 판결 등 참조), 위 원심확정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와위 피고 등 사이에 이루어진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은 위 피고 등이 부담하여 변제할 금액과 변제시기 및 이와 관련된 원고의 진정취하 등이고,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원고 주장내용과 같이 금원을 편취 또는 갈취한 사실을 화해의 목적인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그 전제사항으로 당사자 사이에 예정된 것이어서 상호양보의 대상이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이었음이 명백하므로, 만일 피고 주장과 같이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위 금원을 편취 또는 갈취한 사실이 없는데도 위 피고 등이 착오로 그와 같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위 합의를 하게 된 것이라면 착오를 이유로 위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과연 소외 1이 원고의 진정내용과 같이 원고로부터 금원을 편취 또는 갈취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은 원고의 진정내용이 허위라는 피고 주장에 부합하는 소외 1의 진술을 비롯한 증거들을 믿을 수 없다 하여 배척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피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외 1의 진술의 신빙성은 그와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원고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할 것인바, 우선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진정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원고는 그의 어머니가 대출받아 건네 준 금 4,000,000원을 1988.3.10. 소외 1에게 편취당했고, 또 소외 최철문으로부터 차용한 금 4,000,000원을 1989.3. 소외 1에게 갈취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2호증의 24, 25(각 대출금잔액증명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어머니인 소외 5는 그보다 뒤인 1988.3.28. 수산업협동조합으로부터 금 2,600,000원을, 같은 해 5.11. 새마을금고로부터 금 2,000,000원을 각 대출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또 갑 제2호증의 18(확인서), 21(진술조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최철문은 1989.초부터 말까지 2내지 3회에 걸쳐 합계 금 2,400,000원, 1990.1.초 금 2,000,000원을 원고에게 각 대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위 자금출처에 관한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또 원고는 위 진정내용에서 소외 1이 1989.3.경 원고와 교제중인 소외 3에게 원고와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금원을 갈취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심이 그 증명력을 배척한 바 없는 을 제1호증의 21(진술조서)과, 을 제3호증의 3(녹취문)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3은 원고와의 교제 전에 있었던 원고와 소외 1과의 관계를 이미 원고를 통하여 알고 있었을 뿐아니라 원고의 어머니와 언니로부터 1988. 여름 원고와의 결혼을 반대하니 앞으로 만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고 원고도 자신과의 결혼에 적극적이 아니어서 1989.1.초 다른 여자와 혼인을 하였는데 이 사실을 1988.12.말 이미 원고에게 고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그 후인 1989.3. 소외 1이 과거 원고와의 관계를 소외 3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이에 겁을 먹고 소외 1에게 금원을 교부하였다는 원고의 위 주장도 도시 신빙성이 없다.

또 기록에 의하면 소외 1은 원고가 진정한 사건의 수사중 경찰에서 범행사실을 자백하였으나 검찰에서는 일관하여 부인하면서 경찰에서도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담당경찰관의 고문 등에 못이겨 허위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여 경찰에서의 그 자백의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면 소외 1에 대하여 불과 2일 동안에 5회에 걸쳐 자술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면서 처음에는 원고로부터 금원을 수령한 일시와 금액 또는 그 명목이 원고의 주장과 전혀 상이하였으나 점차 원고의 주장에 접근해 가다가(갑 제2호증의 8 내지 10 참조) 나중에야 비로소 원고의 주장과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는 점(갑 제2호증의 11, 12 참조)과 검찰 이후의 진술내용에 비추어 보면 경찰에서의 자백은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증거와 사실관계를 좀더 자세히 살펴서 위 합의의 취지와 원고의 진정내용의 진위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위와 같이 피고의 위 주장을 가볍게 배척하고 말았음은 화해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와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있다.

4. 원심은 피고가 원심에서 제기한 반소에 대하여 원고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정당하게 각하하였는바,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가 불복하지 않았음이 피고의 상고취지 및 상고이유서 기재에 비추어 명백하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이회창 배만운 최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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