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89. 8. 8. 선고 88다카15413 판결
[퇴직금등][집37(2)민,274;공1989.10.1.(857),1343]
판시사항

가. 착오를 이유로 한 화해계약의 취소

나. 화해의 전제 내지 기초에 착오가 있다고 볼 경우

다. 근로자가 형식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하고 즉시 재입사하여 계속 근무하는 경우 중간의 퇴직처리의 효력

라. 퇴직금에 관한 규정을 근로자에 불이익하게 변경한 취업규칙의 효력

판결요지

가.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양보하여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므로 그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더라도 그것이 당사자가 다툼의 대상으로 하여 상호양보에 의하여 결정한 사항 자체에 관한 것인 때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고, 반면에 그것이 다툼의 대상인 사항의 전제 내지 기초로서 양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도, 의심도 없는 사실로서 양해된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민법 제733조 단서 소정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착오를 이유로 그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나. 화해계약에서 결정된 사항과 진실과의 차이의 정도가 당사자의 주장 범위를 현저히 넘고, 당사자가 그 주장 범위를 넘는 부분에 대하여는 별로 의문을 갖지 아니하여 다툼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하고, 따라서 상호양보의 내용으로 한 바도 없었음이 명백하게 인정된다면 그 주장범위를 넘는 사항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것은 화해의 전제 내지 기초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다. 근로자가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사직원을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사직처리를 하였다가 즉시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근로자가 그 퇴직전후에 걸쳐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없이 계속 근무하였다면 위 사직원제출과 퇴직처리에 따른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

라. 사용자가 취업규칙 중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는 퇴직금에 관한 규정을 기존 취업규칙의 그것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의사 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상천

피고, 피상고인

강원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경찬 외 1인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양보하여 당사자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므로( 민법 제731조 ), 화해계약의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당사자가 다툼의 대상으로 하여 상호양보에 의하여 결정한 사항자체에 관한 것인 때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민법 제732조 , 제733조 본문), 반면에 그것이 당사간의 다툼의 대상으로 되지 아니하고 다툼의 대상인 사항의 전제 내지 기초로서 양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아니하고 다툼도 의심도 없는 사실로서 양해된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이는 민법 제733조 단서 소정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위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음은 또한 명백하다 (당원 1961.12.14. 선고 민상101 판결; 1964.9.15. 선고 64다500 판결 ).

그런데 현실의 화해계약에 있어서 무엇이 구체적으로 다투어져서 상호양보에 의하여 결정된 사항이고 무엇이 화해의 전제 내지 기초로 예정됨으로써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하는가는 행위의 전과정을 살펴서 판단할 의사해석의 문제라 할 것이므로, 특히 화해계약에서 결정된 사항과 진실과의 차이의 정도가 당사자의 주장범위를 현저히 넘고 있는데다가 당사자가 그 주장범위를 넘는 부분에 대하여는 별로 의문을 갖지 아니하여 다툼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하고 따라서 상호양보의 내용으로 한 바도 없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주장범위를 넘는 사항에 관하여 착오가 있는 것은 화해의 전제 내지 기초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할 것이므로,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그 화해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화해에 임한 당사자의 구체적인 의사에 합치되는 타당한 해석이 된다할 것이다.

원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퇴직금 등 합계금 50,000,000원의 지급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청구채권을 모두 포기하였다는 취지의 항변을 하자,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66.9.16. 피고 회사에 생산부운탄공으로 입사하여 근무하게 되면서 피고 회사의 장부상으로는 1972.10.31. 퇴직하였다가 같은 해 12.1. 재입사하고, 다시 1982.1.15. 퇴직하였다가 같은 해 2.1. 재입사한 것으로 정리된 후 마지막으로 1984.10.2. 피고 회사를 퇴직하였는데, 그후 1984.11.7. 피고 회사로부터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수당 금 1,950,000원과 퇴직금 180,000원을 못받았다고 하면서 노동부에 진정을 하여 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같은 해 11.27. 피고로부터 추가퇴직금과 휴일근무수당 등 제수당 합계금 1,040,763원을 수령하면서 피고로부터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퇴직금의 부족액 전액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진정을 취하한다는 내용의 진정취하서를 작성하여 노동부 태백지방사무소장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나아가 판단하기를 민사분쟁에 관하여 진정을 하였다가 진정인과 피진정인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진정을 취소하게 되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정사건에 관련된 그때까지의 모든 분쟁관계를 일응 해결하고 나서 진정을 취소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례라 할 것인데, 위 인정과 같이 원고가 피고 회사와의 사이에 퇴직금과 제수당에 관하여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진정을 취소할 당시, 그 합의된 퇴직금과 제수당 이외에 피고로부터 수령하여야 할 퇴직금과 제수당이 더 있다하여 이를 유보하여 두었다거나 또는 이와 유사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위 합의 및 그에 따른 진정취소로써 피고와의 사이에 위 퇴직금과 제수당에 관한 분쟁을 마무리짓는 한편, 합의된 퇴직금과 제수당의 액수가 실제로 지급받아야 할 액수에 미달하여 그 차액 상당의 퇴직금과 제수당에 관한 채무가 잔존한다 하더라도 이는 포기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볼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있다고 설시하고, 이어서 위 합의는 의사표시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므로 취소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은 원판결 이유 전단 사실인정부분에서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을 하였다가 피고로부터 추가퇴직금 등 합계금 1,040,763원을 수령하고 진정취하서를 작성하여 노동부 태백지방사무소장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뿐, 과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잔여퇴직금 및 제수당의 액수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사실인정도 하지 아니하고 있으면서도, 원판결이유 후단 결론부분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퇴직금과 제수당의 액수에 관하여 합의를 하고 진정을 취하한 이상 원고로서는 아직 퇴직금 등에 관한 채무가 잔존한다 하더라도 이는 포기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니, 이 점에서 우선 원판결에는 이유모순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원판결의 결론부분과 같이 원.피고 사이에 퇴직금 등의 액수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의 문제는 합의 내지 화해의 성립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점이 화해의 내용으로 되었는가인데, 원고의 주장취지와 원심이 채택하거나 배척하지 아니한 을제9호증, 을제14호증4, 을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위 진정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 소외인의 증언을 모아 보면, 원고는 원심설시와 같이 피고로부터 장부상 2차례에 걸쳐 중간퇴직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고, 한편 피고는 1972.12.29. 종전부터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시행하여 오던 누진율제에 의한 퇴직금지급규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 수정의 근속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퇴직금만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퇴직금지급 규정을 변경하여 시행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당초 위 18년간의 재직기간 중 원고가 사원으로 승진한 1982.1.경부터 최종적으로 퇴직한 1984.9.말경까지의 약 2년 9개월간의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수당금 1,950,000원과 퇴직금 180,000원, 합계금 2,130,000원만을 아직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하였다 하여 노동부에 진정을 하였고, 피고와의 협의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나 피고도 원고에 대한 피고의 2회에 걸친 중간퇴직처리 및 퇴직금지급규정 변경처리는 당연히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위 2년 9개월간의 재직기간과 금 2,130,000원의 퇴직금 등의 액수를 한도로 하여 그 범위내의 금액만을 다툼 및 절충의 대상으로 한 끝에 잔존퇴직금 등을 합계금 1,040,763원으로 결정하여 이를 피고가 지급하게 되었던 것이고, 원고는 위 진정을 취하한 후 위 중간퇴직처리 및 퇴직금지급 규정의 변경처리가 모두 효력이 없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하여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대로 계산하면 추가로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 등은 그동안 지급받은 금원을 공제하고도 금 50,000,000원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음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내용의 위 소외인의 증언을 배척할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반면, 원심거시의 을제15호증의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자가 회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사직원을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사직처리를 하였다가 즉시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근로자가 그 퇴직전후에 걸쳐 실질적인 근로관계의 단절없이 계속 근무하였다면 위 사직원제출과 퇴직처리에 따른 효과는 생기지 않는 것이고, 또한 사용자가 취업규칙 중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는 퇴직금에 관한 규정을 기존취업규칙의 그것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기존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효력을 가질 수 없어 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당원 1988.5.10. 선고 87다카2578 판결 등 참조), 원고주장과 같이 이 사건 중간퇴직처리나 퇴직금지급규정의 변경처리가 위 요건에 해당되어 모두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면 원고의 퇴직금지급일수는 종전 퇴직금지급규정(갑 제16호증의13)에 의한 1,410일이 되어 기록상 피고 인정의(을 제14호증의 4) 평균임금을 기초로 하더라도 퇴직금만 적어도 금 27,896,779원(19,784.95 X 1,410)에 이르는 사실이 엿보이는 바, 이와 같이 실제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금액이 위 화해에 이르기 전 원고의 주장금액을 현저히 넘고 있고, 원.피고는 이 사건 화해에 임하여 진실로 원고가 받아야 할 퇴직금 등의 액수가 어떠하든 원고는 그 주장금액을 넘는 금액에 대하여도 양보하고 분쟁을 끝마친다는 의사로 화해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잔존퇴직금 등의 청구채권액이 원고가 당초 주장하던 금 2,130,000원을 한도로 하여 그 범위내임을 전제로 하여 화해계약에 의하여 그 금액을 합계금 1,040,763원으로 결정하였던 것이 명백하다면, 이에 관한 착오는 화해의 전제 내지 기초로 예정된 사항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원고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이외의 사항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화해계약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는 마땅히 원고에 대한 위 중간퇴직처리 및 퇴직금지급규정의 변경처리가 유효한지 여부와 원고가 피고로부터 원심설시의 금원을 받고 이 사건 진정을 취하하게 된 경위 등을 좀더 자세히 심리하여 원·피고 사이에 과연 퇴직금 등의 잔존채무액수에 관한 합의 내지 화해가 이루어졌는지, 이루어졌다면 그 화해계약에 의하여 결정된 사항이 무엇인지를 신중히 가려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만연히 원고가 피고로부터 일부 금원을 받고 노동부에 제기한 진정을 취하함에 의하여 피고와의 사이의 퇴직금 등의 잔존채무액 전부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원고의 청구를 가볍게 배척하였으니, 이는 필경 화해와 착오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이유불비 내지 이유모순과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기 위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이회창 배석 김상원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8.4.27.선고 86나3730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