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합208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임두환(기소), 김지연(공판)
변호인
변호사 임드보라(국선)
판결선고
2019. 2. 14.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년경부터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고소인 B(여, 가명, 20대)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8. 6. 24. 08:00경 자신의 친구인 C과 함께 인천 중구 D에 있는 고소인의 집에 집들이 명목으로 찾아가 그곳 거실에서 함께 술을 마신 후, 고소인이 피고인을 부축하여 안방에 눕혀주고 나가려고 하자 고소인의 팔을 잡아 당겨 자신의 옆에 눕힌 다음, 술에 취한 고소인이 그대로 잠이 들자 고소인의 상의를 벗기고 고소인의 목, 가슴 부위를 입으로 빨고 고소인의 바지와 속옷을 벗긴 다음 고소인을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고소인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고소인을 간음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고소인과 성관계를 할 당시 고소인이 항거불능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4도8722 판결).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고소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과 고소인이 성관계를 할 당시 고소인이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이용하여 고소인을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고소인은 2018. 6. 24. 새벽 피고인, C을 만나 함께 고소인의 집에 들어간 다음 이른 아침까지 고소인의 집 거실에서 술을 마셨다. 이어서 고소인은 이들과 함께 침대 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고 이 사건 이후 잠에서 깨어 성관계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수사기관에 피해사실을 신고하였으며, 성관계 후 몸을 씻거나 옷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인의 신체 등에 대한 증거채취가 이루어졌다.
고소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당시 '피고인, C과 함께 침대 방으로 들어갔다가 침대 방에서 나오려고 하자 피고인이 고소인의 팔을 잡아 끌어 침대에 눕혀졌고 바로 잠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한편,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고소인과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소인과 서로 입맞춤을 하다가 고소인의 신체 부위를 애무한 다음 성관계에 이르렀고, 성관계 도중 고소인이 "그만"이라고 말하기에 성관계를 바로 중단하였으며 사정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따르면, 고소인의 가슴, 목, 손톱 등 신체부위 곳곳에서 피고인과 고소인의 디엔에이가 혼합되어 검출되었고, 피고인의 정액은 고소인의 외음부에서만 미량 검출되었을 뿐 고소인의 질, 자궁경부, 속옷 하의에 부착된 팬티라이너에서는 피고인의 정액이 검출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감정 결과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3) 또한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는 취지의 고소인의 진술도 피고인과 C의 일치된 진술과 상반된다. 즉 피고인과 증인 C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이들 3인은 침대 방에 들어간 후에도 술을 계속 먹을 것인지, 내일 놀이동산에 갈 것인지 등에 관하여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C이 침대 방에서 나오기 이전에 이미 고소인이 피고인과 C 사이에 누워 이야기를 하다가 피고인의 팔을 베고 눕는 등 어느 정도 신체적 접촉도 있었다는 것이다.
4) 나아가 아래와 같은 사정에 의하더라도 고소인이 당시 술에 취하여 바로 잠이 들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증인 C은 이 법정에서 '고소인이 이 사건 발생 직전 고소인의 집 거실에서 술을 마실 때 소주 1병을 채 다 마시지 않았고, 방으로 들어올 때 고소인이 피고인을 부축해 주었으며, 고소인은 당시 많이 취한 것 같지 않았고 얼굴이 살짝 빨간 정도였으며 말도 제대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고소인의 신고에 따라 수사기관이 즉시 출동하여 채취한 고소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1% 미만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일치하고, 피고인의 주장에도 부합한다[다만 증거에 의하면 고소인이 이 사건 당시 개인적 사정으로 심신이 지쳐 있었던 데다 피고인과 C을 만나기 직전 새벽까지 일을 하고, 이들을 만나 술을 마신 사정이 인정되므로 당시 고소인이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out)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고소인이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정아
판사 원용준
판사 이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