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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8.27.선고 2014도8722 판결
강간
사건

2014도8722 강간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B ( 국선 )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7. 3. 선고 2014노495 판결

판결선고

2015. 8. 27 .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 (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 를 판단한다 .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467 판결 등 참조 ), 한편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 ·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 ·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5395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951 판결 등 참조 ) .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해자 C에 대한 강간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고,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과의 성행위에 묵시적으로라도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아 누르는 방법으로 항거를 제압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

가. 피고인은 일관되게 적어도 묵시적인 합의 아래 피해자와 성행위를 하던 중 피해자가 거부의사를 표시하여 중단한 사실이 있을 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폭행하는 등으로 반항을 억압하고 간음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여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 중 피해자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하는 것이거나 그 자체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독자적인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보기 부족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성행위를 거부할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간음에 나아갔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합리성과 신빙성을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이 나타나 있다 . ( 1 )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새벽 두 시경 예전에 교제하던 피해자를 우연히 만나 함께 술을 마시다가 피고인의 차량으로 모텔 주차장에 도착한 다음, 같은 날 아침 8시 무렵에 피해자의 요구로 모텔 객실에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피고인은 모델 객실 내에서 맥주를 마시며 피해자와 대화를 하다가 집에 가겠다며 피해자를 두고 먼저 모텔 객실을 떠나려고 현관 쪽으로 갔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을 불러 다시 들어오게 하였다 . ( 2 )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제1심법정에서, 다시 들어 온 피고인이 피해자와 입을 맞추어 거부 의사로 피고인의 입술과 혀를 꽉 깨물고 계속하면 혀가 잘릴 때까지 깨물겠다 .

고 말을 하면서 발버둥을 쳤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애원과 반항에도 아랑곳없이 강제로 옷을 벗기고 간음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모텔 객실에 들어가기 전에 주차한 차량 안에서는 물론 객실 안에서도 피해자에게 입을 맞추자 피해자도 장난스럽게 피고인의 입술을 살짝 깨물곤 하였고,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거나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체내에 삽입할 때까지 이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반항을 한 적이 없었다고 변소하였다 . ( 3 ) 그런데 ( 가 ) 피고인은 피해자와 만나서 성교에까지 이른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반면, ( 나 ) 피해자는 ① ) 수사기관에서는, 자신이 모텔을 나가려는 피고인을 불러서 다시 들어오게 한 사실을 진술하지 아니하다가, ② 제1심법정에서는, 모텔 객실에서 나가려는 피고인을 나가지 말라고 부른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하는 한편, 주점에서 함께 나온 시각과 실제로 모텔 객실에 들어간 시각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음에 비추어 보면 모텔 객실로 들어가기 전에 주차장의 피고인 차량 안에서 피고인과 장시간을 함께 보낸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이 객실에 들어가기 전 차량 안에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입을 맞추자 피해자도 장난스럽게 피고인의 입술을 살짝 깨문 적이 없느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레깅스 치마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길 당시 피해자가 엉덩이를 들어주어 편하게 해주지 않았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대하여는 자신이 몸부림을 쳤으니까 엉덩이를 든 것처럼 느껴졌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하여, ③ 자신의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사정들에 대하여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진술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피해자도 피고인이 성행위 과정에서는 별도로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적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 ( 4 ) 원심판결 이유와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체내에 삽입하여 몸을 움직이던 중 피해자로부터 ' 오빠 이건 강간이야 ' 라는 말을 듣자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성기를 빼내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로부터 위 말을 듣고 성행위를 중단하였다고 하여 이를 인정하고 있다 .

그런데 피고인이 위 성행위 과정에서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지는 아니하였고 , 또한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 강간 ' 이라는 말만으로 즉시 성행위를 멈출 정도였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를 오해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이를 넘어서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제압하고 강제로 성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들며, 이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를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 .

( 5 ) 한편 피해자는 피고인과 아침 8시경 모텔 객실에 들어가 정오경 나올 때까지 약 4시간 가량 모텔 객실에서 함께 있었는데, 그 동안 객실 외부로 고성이나 몸싸움 소리가 들렸던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리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성행위를 중단한 후에 피해자는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 카카오톡 ' 을 이용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가,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피고인의 말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장소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여 함께 모텔을 나와 피고인의 차량에 동승하였고, 피해자가 요청하는 장소에 이르자 먼저 하차하여 그곳에서 기다리던 남자친구를 만났다 .

이에 의하면 성행위 중단 후 피해자는 피고인의 제지 없이 친구들과 자유로이 연락할 수 있는 상태였고 모텔의 직원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는 이러한 구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성행위 중단 후에도 상당한 시간을 모텔 객실에서 피고인과 함께 보내다 나왔고 더욱이 그 후에도 피고인의 차량을 이용하여 피해자가 요청하는 목적 장소로 이동하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행위에 불구하고 피고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행동함에 대하여 강한 반감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에게 강간을 당한 직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피고인인 것이 싫어서 친구를 보러가려고 가까이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한 것이고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한 모델 안에서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여 위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으나, 위에서 본 피해자의 행동들이나 관련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진술은 그 자체로 합리성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

다.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사정으로 들고 있는 피해자의 한쪽 팔목에 멍이 들어 있거나 피해자의 레깅스 바지 하단에 구멍이 나 있는 사실 등은 모두 그 자체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폭행하였음을 직접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또한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하는 듯한 내용으로 피해자와 친구 D에게 보냈다는 원심 판시 문자메시지들 역시 그 내용에 비추어 강간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고 , 위 문자메시지들은 모두 피고인이 E로부터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였다는 말을 들은 이후에 보낸 것인데, 피해자가 성관계 후에 화를 낸 것이 마음에 걸려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위하여 보냈다거나 피해자 등으로부터 신고를 당한 상태에서 피해자 및 E와 모두 성관계를 가진 것이 후회되는 감정을 D에게 보낸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납득이 가는 면이 있다 .

라.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강간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행위를 스스로 중단하기 전까지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 ·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행위를 하기 전후의 사정 등을 좀 더 자세히 심리하여 폭행 또는 협박 여부 및 그 정도와 아울러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을 가려보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 심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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