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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2. 7. 21. 선고 2021가합1192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현우)

피고

주식회사 한국기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학진)

2022. 6. 16.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부분을 모두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 1에게 73,397,851원, 원고 2에게 52,433,925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2021. 4. 9.부터 2022. 7. 21.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 1에게 73,397,852원 및 이에 대한 2021. 4. 9.부터 이 사건 2022. 4. 18.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한국산업은행에 대하여 2020. 8. 10.자 위 원고의 퇴직을 원인으로 별지 1 목록 가항 기재 퇴직연금에 따른 퇴직급여를 같은 목록 나항 기재 계좌로 지급하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고, 원고 2에게 52,462,437원 및 이에 대한 2021. 4. 9.부터 이 사건 2022. 4. 18.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주식회사 국민은행에 대하여 2020. 8. 10.자 위 원고의 퇴직을 원인으로 별지 2 목록 가항 기재 퇴직연금에 따른 퇴직급여를 같은 목록 나항 기재 계좌로 지급하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 주1)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회사는 전자부품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자본금은 2,319,770,000원이다. 원고 1은 2005. 12. 26., 원고 2는 2011. 3. 29. 각각 피고 회사의 이사로 최초 선임되었고, 원고들은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다시 피고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어 재직하여 왔다.

나. 원고들의 보수 및 퇴직연금 가입내역

1) 피고 회사는 2012. 8. 16.경 한국산업은행과 사이에 원고 1을 가입자로 하는 확정기여(Defined Contribution, 약칭 ‘DC’)형 퇴직연금 주2) 운용관리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부터 위 원고의 퇴직연금 계좌에 매월 부담금을 납입하고 있었으며, 피고 회사가 2020. 6.경부터 위 원고의 퇴직연금 계좌에 매월 납입하였던 부담금은 666,667원이었다.

2) 피고 회사는 2017. 12. 28.경 주식회사 국민은행과 사이에 원고 2를 가입자로 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부터 위 원고의 퇴직연금 계좌에 매월 부담금을 납입하고 있었으며, 피고 회사가 2020. 7.경 위 원고의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하였던 부담금은 531,251원이었다.

3) 원고 1은 2018년경부터 피고 회사로부터 매월 10,000,000원의 보수를 지급받았고, 원고 2는 2018년경부터 피고 회사로부터 매월 7,083,350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4) 피고 회사는 2020. 3. 26.경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였고, 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결의, 임원보수한도 지급규정(을 제23호증)과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제3호증)을 승인하는 결의, 원고들과 소외 1, 소외 2를 각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피고 회사는 같은 날 이사회를 개최하였고, 위 이사회에서 소외 1, 원고 1을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다. 원고들에 대한 해임결의

피고 회사는 2020. 8. 10.경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였고, 위 임시주주총회에서 ‘원고 1이 고철대금에 관한 배임·횡령행위를 하는 등 법률 및 정관상 이사의 의무를 위반하여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고, 원고 2가 원고 1과 공모하여 고철대금에 관한 배임·횡령행위를 하고, 금융기관에 피고 회사를 음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어 피고 회사의 운영을 방해하는 등 법률 및 정관상 이사의 의무를 위반하여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을 모두 이사의 직에서 해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이하 ‘이 사건 해임결의’라 한다).

라. 관련 형사고소사건 및 민사소송의 경과

1) 피고 회사는 2020. 8. 3.경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원고들이 공모하여 2020. 3. 3.경부터 2020. 4. 28.경까지 사이에 피고 회사를 위해 보관하고 있던 고철판매대금 101,112,600원을 횡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에 원고들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그 이후에 원고 2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였고,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검사는 2022. 3. 31. 원고들에 대하여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2) 피고 회사는 2020. 9. 11. 원고 1을 상대로 ‘위 원고는 2020. 3. 3.경부터 2020. 4. 28.경까지 사이에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피고 회사를 위해 보관하고 있던 고철판매대금 101,112,600원을 횡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0가단64758 ), 위 법원은 2021. 10. 13. 피고 회사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수원지방법원 2021나94222 ), 현재 위 항소심 사건이 계속 중이다.

마. 피고 회사의 정관 등 관련규정

이 사건과 관련된 피고 회사의 정관, 임원보수한도 지급규정,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 회사의 정관
제33조(이사의 수) 회사의 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하로 한다.
제35조(이사의 임기) ① 이사의 임기는 1년으로 한다. 그러나 그 임기가 최종의 결산기 종료 후 당해 결산기에 관한 정기주주총회 전에 만료될 경우에는 그 총회의 종결시까지 그 임기를 연장한다.
제38조(이사의 보수와 퇴직금) ① 이사의 보수 총액한도는 주주총회의 의결로 정하고, 세부적인 임원보수규정은 이사회에 위임한다.
③ 이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임원보수총액한도 내에서 임원퇴직금규정을 준용한다.
피고 회사의 임원보수한도 지급규정
제5조(임원보수총액의 한도) ① 임원보수총액의 한도는 금 10억 원으로 정한다.
③ 임원보수총액의 한도는 매년 주주총회의 의결을 통해 정하며, 임원보수한도 내의 각 이사와 감사에 대한 지급기준은 매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정한다.
피고 회사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제3조(지급대상) 회사는 임원으로 1년 이상 계속 재임한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한다.
제5조(퇴직금의 계산) 임원의 퇴직금은 임원으로 선임되어 퇴직 전 3년간 연평균급여의 10%에 재임연수를 곱하고 여기에 지급배수를 곱한 금액으로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임원퇴직금 = 퇴직 전 3년간 지급한 총 급여의 연평균 환산액 × 10% × 재임연수 ×지급배수
제6조(지급배수) ① 제5조의 퇴직금 계산에서 지급배수는 직책별로 다음과 같다.
1. 회장 : 2.0배수
2. 전무이사 : 1.0배수
3. 이사 : 1.0배수
4. 감사 : 1.0배수
② 재임 중 직책의 이동이 있으면 각각 계산하여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
제8조(퇴직연금의 가입) 회사는 임원과 합의하여 DC형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다.
제11조(지급제한) 회사에 손해를 끼쳐 주주총회에서 해임된 임원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인정근거 : 다툼이 없거나 현저한 사실, 갑 제1 내지 3, 6, 8 내지 10, 11호증, 을 제1 내지 3, 8, 11, 21,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1)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을 해임하였으나,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위와 같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검사는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없다는 불기소결정을 하였고, 원고 2가 문자메시지를 피고 회사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발송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해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이사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은 이 사건 해임결의에서 해임사유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고, 원고들은 2020. 6. 11.경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1에게 조만간 퇴직한 후 창업할 예정이라는 점을 알리고 소외 1로부터 승인을 받기도 하였는바, 피고 회사가 이를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해임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들을 이사의 직에서 해임한 이상,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잔여임기 동안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였을 보수 및 피고 회사가 원고들의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하였을 부담금 상당액)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 피고 회사는 ① 원고 1에게 잔여임기 중 6개월 25일(2020. 9. 1. 주3) 부터 2021. 3. 25.까지) 동안의 급여 68,064,516원[= 월 급여 10,000,000원 × (6개월 + 25일 / 31일),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위 잔여임기 동안의 퇴직연금 부담금 5,333,336원[= 위 원고의 해임 당시 피고 회사가 매월 납입하였던 위 원고의 퇴직연금 부담금 666,667원 × 8개월(위 원고가 해임된 2020. 8.부터 위 원고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021. 3.까지)]의 합계 73,397,852원(= 68,064,516원 + 5,333,33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② 원고 2에게 잔여임기 중 6개월 25일(2020. 9. 1.부터 2021. 3. 25.까지) 동안의 급여 48,212,429원[= 월 급여 7,083,350원 × (6개월 + 25일 / 31일)], 위 잔여임기 동안의 퇴직연금 부담금 4,250,008원[= 위 원고의 해임 당시 피고 회사가 매월 납입하였던 위 원고의 퇴직연금 부담금 531,251원 × 8개월(위 원고가 해임된 2020. 8.부터 위 원고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021. 3.까지)]의 합계 52,462,437원(= 48,212,429원 + 4,250,008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2)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청구

피고 회사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작성·신고한 퇴직연금규약(을 제11호증의 1)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퇴직자인 원고들이 재직 당시에 가입한 퇴직연금에 따른 퇴직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적립금을 운용하는 퇴직연금사업자에게 퇴직급여의 지급을 지시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회사는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제11조를 근거로 하여 ‘피고 회사에 손해를 입혀 해임된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의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퇴직연금사업자에게 퇴직급여 지급지시를 하지 않아 원고들이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퇴직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바, 원고들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퇴직급여 지급지시 의사의 진술을 구한다.

나. 피고 회사

1) 원고들은 형제 사이로서,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인 2020. 3. 3.경부터 2020. 4. 28.경까지 공모하여 피고 회사 소유인 고철을 판매한 대금을 횡령하였다.

그리고 원고들은 오랫동안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해 오면서 전횡을 저질러 오던 중, 피고 회사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소외 1로부터 견제를 받게 되자 2020. 3.경부터 피고 회사와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원고 1은 2020. 3. 30.경부터 소외 1에게 지속적으로 퇴사 의사를 표명하고 있었으며, 2020. 6.경부터는 소외 1에게 ‘오랫동안 피고 회사에 재직한 공로 등을 고려하여 자신이 보유한 피고 회사의 주식을 3,800,000,000원에 매수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였다. 소외 1이 위 원고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원고들은 2020. 7.경부터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시작하였고, ‘분식회계를 하여 피고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부풀린 다음 은행을 기망하여 대출금을 편취하였다’, ‘피고 회사의 이익잉여금에서 매년 약 200,000,000원을 교회에 기부하는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허위사실로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에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1, 소외 3을 고발하였으며, 원고 2는 피고 회사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직원들을 상대로 소외 1, 소외 3에 대한 위와 같은 고발내용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

또한, 원고들은 2020. 6. 9.경 피고 회사와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아이엠지시스템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위 회사의 이사로 취임함으로써 피고 회사의 이사로서 부담하는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정당한 사유로 원고들을 해임한 것이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부당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

2) 피고 회사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제11조는 ‘회사에 손해를 끼쳐 주주총회에서 해임된 임원에 대하여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여 해임된 원고들에게 피고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 회사의 퇴직금지급의무를 전제로 하여 퇴직금 상당액의 배상 및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부당하다.

3) 설령 피고 회사의 손해배상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는 원고들이 잔여임기 동안 재직하면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을 해임일인 2020. 8. 10.의 현가로 환산한 금액에 한정되어야 하고, 원고 1의 전무이사 직급과 원고 2의 상무이사 직급을 고려하여 원고들이 평이사보다 증액하여 지급받고 있었던 보수가 아닌 피고 회사의 평이사인 소외 2의 보수를 기준으로 손해액이 산정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소 중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판단

채권자는 채무의 내용이 법률행위를 목적으로 한 때에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 갈음할 재판을 구할 수 있다( 민법 제389조 제2항 ).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의사의 진술을 구하는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4277 판결 ,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732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가입자는 퇴직시에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자신의 퇴직연금 계정에 적립된 금액을 가입자가 지정한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약칭 ‘IRP’) 계정 등으로 이전받는 방법으로 퇴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9조 제2항 , 제17조 제1항 , 제4항 , 제20조 제6항 , 제7항 ), 사용자의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퇴직연금사업자의 가입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거나 사용자의 위와 같은 의사표시가 퇴직연금사업자의 가입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의무의 이행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같은 법 제29조 제2항 ,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 제2호 , 제3호 참조). 주4)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들이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으로부터 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피고 회사가 퇴직연금사업자에게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주5) 고 주장하면서 위와 같은 의사표시를 구하는 부분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법률관계를 변동시키는 법률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연금사업자가 원고들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요구하고 있는 행정적인 절차에 대한 협조’를 소로써 구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4.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회사의 손해배상의무의 발생 여부

1) 상법 제385조 제1항 에 의하면,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으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사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의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42348 판결 ,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한편,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해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부담한다(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9570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① 이 사건 해임결의가 이루어진 피고 회사의 2020. 8. 10.자 임시주주총회의 의사록(을 제1호증)에는 해임사유가 ‘피고 회사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던 고철판매대금을 횡령한 행위’(원고들)와 ‘금융기관에 피고 회사를 음해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행위’(원고 2)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원고들은 모두 피고 회사가 고소한 업무상횡령 사건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달리 원고들의 횡령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으며, 주6) 원고 2가 피고 회사와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직원들에게 허위사실이 기재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만으로는 위 원고에게 이사로서의 업무집행에 장해가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2020. 6. 9. 피고 회사의 이사회 승인 없이 주7) 피고 회사의 영업과 동종영업에 해당하는 전기·전자부품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아이엠지시스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원고 1은 위 회사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원고 2는 위 회사의 사내이사로 각각 취임하였는바, 원고들의 이러한 행위는 상법 제397조 제1항 이 정한 이사의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정당한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 대법원 1990. 11. 2.자 90마745 결정 , 대법원 1993. 4. 9. 선고 92다5358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피고 회사의 2020. 8. 10.자 임시주주총회의사록에는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가 해임사유로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 회사도 이 사건 해임결의 당시 원고들의 위와 같은 경업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주8) 그렇다면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해임할 당시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해임사유로 고려되지 않았던 이상, 이를 원고들에 대한 해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의 판단에 참작할 수 없다. 주9)

③ 그 밖에 피고 회사가 원고들의 해임 경위에 관하여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면,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소외 1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생각하여 불만을 품고 소외 1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언행을 하면서 소외 1을 고발하는 등 법적 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하여 원고들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을 해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결국 피고 회사의 이사들 사이의 사적 분쟁으로 인하여 상호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되었다는 것에 불과하여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주식회사의 이사의 해임은 정당한 이유의 유무에 관계없이 적법한 행위이므로( 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 같은 항 단서에 기한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은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이 아닌 법정책임이고, 주식회사가 해임된 이사에게 배상하여야 하는 손해는 해당 이사가 잔여임기 동안 재직하면서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이며, 해임으로 인해 이사가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배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과실상계의 법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상법 제388조 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사의 보수에는 월급·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가 모두 포함되고, 퇴직금 내지 퇴직위로금도 그 재직 중의 직무집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다( 대법원 1977. 11. 22. 선고 77다1742 판결 등 참조).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 또는 퇴직금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에 그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이사는 보수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피고 회사의 2020. 3. 26.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원고들을 1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결의와 함께 ‘임원보수총액의 한도를 10억 원으로 정하고, 개별적인 이사들에 대한 보수의 지급기준은 이사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임원보수한도 지급규정과 ‘1년 이상 재직한 임원은 퇴직하는 경우에 소정의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임원의 선택에 따라 이에 갈음하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각 승인하는 결의가 이루어진 사실,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가입자로 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피고 회사로부터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잔여임기 동안의 보수로서 월 급여를 지급받고 위 기간 동안 피고 회사가 추가로 납입하였을 퇴직연금 부담금 액수만큼 퇴직급여를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해임결의로 인하여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 1에게 73,397,851원[= 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0. 9. 1.부터 임기만료일인 2021. 3. 26. 주10) 까지의 월 급여 상당액 68,387,096원{= 월 급여 10,000,000원 주11) × (6개월 + 26일 / 31일)} + 해임일 다음날인 2020. 8. 11. 주12) 부터 임기만료일인 2021. 3. 26.까지 피고 회사가 납입하였을 퇴직연금 부담금 상당액 5,010,755원{= 월 부담금 666,667원 × (7개월 + 16일 / 31일)} 주13) , 원고 2에게 52,433,925원[= 위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20. 9. 1.부터 임기만료일인 2021. 3. 26.까지의 월 급여 상당액 48,440,974원{= 월 급여 7,083,350원 × (6개월 + 26일 / 31일)} + 해임일 다음날인 2020. 8. 11.부터 임기만료일인 2021. 3. 25.까지 피고 회사가 납입하였을 퇴직연금 부담금 상당액 3,992,951원{= 월 부담금 531,251원 × (7개월 + 16일 / 31일)}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21. 4. 9.부터 피고 회사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7. 21.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이 사건 소 중 퇴직급여 지급지시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부분을 모두 각하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별지 생략]

판사   류연중(재판장) 박효송 하지인

주1) 원고들은 2022. 4. 21. 이 사건 제5차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2022. 4. 18.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 기재된 ‘변경된 청구취지’ 중 주위적 청구취지 부분은 진술하지 않고 예비적 청구취지 부분만 진술하였다.

주2) 사용자가 매년 1회 이상 일정한 금액의 부담금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하고(근로자가 스스로 추가 부담금을 납입하는 것도 가능), 퇴직연금사업자가 위 계정에 납입된 적립금을 운용하며, 근로자가 퇴직시에 위 계정에 납입된 적립금과 운용수익을 퇴직급여로 지급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을 의미한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9조 내지 제23조 참조).

주3) 원고들은 ‘원고들의 해임일이 2020. 8. 10.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가 2020. 9. 10.경 원고들의 2020. 8. 1.부터 2020. 8. 31.까지의 급여를 일할계산하지 않고 전부 지급하였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을 명백히 다투지 않으면서, 이 사건 2020. 1. 2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청구취지를 변경한 이후부터 ‘잔여임기 중 2020. 9. 1.부터 2021. 3. 25.까지 6개월 25일간의 급여 상당액’만을 이 부분 손해로 주장하고 있다.

주4) 고용노동부가 2019. 8. 발간한「퇴직급여제도 업무매뉴얼」도 ‘사용자의 퇴직급여 지급지시가 없더라도, 가입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9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 제2호, 제3호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직접 퇴직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가입자가 퇴직사실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퇴직연금사업자는 해당 사실을 사용자에게 확인한 후 퇴직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다(위 업무매뉴얼 272쪽 참조). 참고로, 위 업무매뉴얼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https://www.moel.go.kr) 정책자료실에 게시되어 있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주5) 원고들이 피고 회사로부터 해임당하여 퇴직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아무런 다툼이 없음에도 원고들이 가입한 퇴직연금의 퇴직연금사업자가 위와 같은 행정적인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주6) 따라서 원고들의 횡령행위가 사실임을 전제로 하여 피고 회사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제11조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주7)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1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상법 제397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의 승인’이 요구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주8) 피고 회사의 이 사건 2022. 4. 21.자 답변서 15쪽 참조.

주9)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당한 사유’의 존부는 해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사를 해임함으로써 이사에 대하여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기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 주식회사가 이사의 해임 당시 고려하지도 않았던 사실이 사후적으로 밝혀졌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소급하여 위 손해배상의무를 면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주10) 민법 제157조, 제160조 제2항 참조.

주11)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고 있던 보수가 아니라 평이사인 소외 2의 보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보수액은 피고 회사의 이사회가 주주총회의 위임을 받아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 원고들이 해임되지 않았을 경우에 잔여임기 동안 위 기준에 따른 보수를 피고 회사로부터 지급받았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잔여임기 동안의 위 기준에 따른 원고들의 보수 상당액이 원고들의 손해액이고,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전무이사’, ‘상무이사’, ‘평이사’와 같은 직급은 상법상 인정되지 않는 피고 회사의 내부적인 직급체계에 불과하므로, 피고 회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주12) 원고들의 재직기간(즉, 해임일인 2020. 8. 10. 이전의 기간)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부담금을 미납한 부분은 피고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에 따른 부담금 납입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손해일 뿐, 원고들의 해임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아니고, 원고들의 해임일 다음날부터 원고들의 임기만료일까지 피고 회사가 납입하였을 부담금 상당액이 원고들의 해임으로 인한 손해라고 보아야 한다.

주13) 원고들이 이 부분 청구에 관하여 임기만료일 이후인 2021. 4. 9.을 기산점으로 하여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해임일을 기준으로 한 현가환산액을 산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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