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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3두19004 판결
[시정명령등취소]〈입찰분야별 참가자 사전 결정 시 경쟁 제한 합의의 성립 여부〉[공2016상,431]
판시사항

입찰과정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입찰분야를 나누어 각 입찰분야별 참가자를 사전에 결정한 경우,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 경쟁입찰에서 사업자의 수주 가능성이 낮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경쟁의사를 부정하거나 입찰에서 경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은 둘 이상의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금지하고 있고, 여기에서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되므로, 입찰과정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입찰분야를 나누어 각 입찰분야별 참가자를 사전에 결정하였다면 그들 사이에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쟁입찰에서는 특정한 사업자에게 입찰참가 의사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특정한 사업자의 수주가능성이 낮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경쟁의사를 부정하거나 입찰에서 경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 피상고인

삼성탈레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유원규 외 4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호 담당변호사 조정욱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은 둘 이상의 사업자들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금지하고 있고, 여기에서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되므로, 입찰과정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입찰분야를 나누어 각 입찰분야별 참가자를 사전에 결정하였다면 그들 사이에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쟁입찰에서는 특정한 사업자에게 입찰참가 의사가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특정한 사업자의 수주가능성이 낮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하여 그의 경쟁의사를 부정하거나 그 입찰에서 경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 .

2.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이라 한다)가 2009. 2. 12. 장보고-Ⅲ 잠수함의 전투체계와 소나체계의 연구개발사업에 관한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에 관한 제안요청서를 공고하면서, 전투체계에서는 국외 업체와의 기술협력을 전면 금지하고, 소나체계에서도 국산화를 원칙으로 하면서 국외 업체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 아래 국산화가 70% 이상 달성되도록 하는 조건을 부가하였는데, 원고는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입찰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엘아이지넥스원 주식회사(이하 ‘LIG’라 한다) 역시 전투체계 입찰에 관하여 기술력 부족으로 각각 해당 분야의 입찰에 독자적으로 참가할 수 없었으므로, 위와 같은 조건이 부가된 제안요청서가 공고됨에 따라 원고와 LIG가 2009. 3. 20. 전투체계 입찰에는 원고가,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입찰에는 LIG가 주사업자로 응찰하되, 전투체계 중 무장통제 분야에는 LIG가, 소나체계의 체계종합 부문 중 신호처리나 전투체계 시뮬레이터 개발 등에는 원고가 각각 협력업체로 참여하기로 하는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가 체계종합 입찰에, LIG가 전투체계 입찰에 독자적으로 응찰하더라도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없어 애초부터 위 각 입찰에서 경쟁사업자가 될 수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각 입찰분야별로 경쟁관계에 있지 아니한 원고와 LIG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건 협약만으로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LIG의 소외 1 고문이 작성한 업무수첩 중 2009. 1. 16.자 기재에는 국과연이 공고할 예정인 제안요청서에 전투체계에서의 해외협력이 제외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또 위 업무수첩에는 LIG의 소외 1 고문이 2009. 1. 9. 원고 소속 소외 2를 만나 전투체계 입찰에서 원고가, 소나체계 입찰에서 LIG가 각각 주사업자가 되어 각자 분야에서 100%의 제안가격을 쓸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라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금액만큼을 하도급 주기로 하는 협력 합의를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② 2009. 1. 23. 작성된 LIG의 ‘전투·소나체계 추진전략’ 문건에서는, LIG의 전투체계 입찰 관련 전략으로 경쟁과 협력 방안 모두를 검토하였는데, LIG 자신의 수주확률을 50%로 예상하면서 원고가 외국회사와 협력하여 소나체계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또한 LIG가 잠수함 전투체계 입찰에서 경쟁전략을 취할 경우에는 이후의 수상함, 훈련함 입찰에서도 출혈경쟁의 지속이 불가피하고 향후 비용을 중심으로 한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함을 지적하면서, LIG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사와 협상하되 경쟁에 대비하여 제안서를 작성하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함을 추진전략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사실, ③ 2009. 2. 5. 작성된 LIG의 ‘전투/소나체계 전략회의’ 문건에는, 원고 측에서 2009. 2. 3.경 LIG의 소외 3 부장에게 원고도 경쟁 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전투체계 입찰에서의 협력 필요성에 관한 원고 내부의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고 알리면서, 전투체계에서 LIG 지분을 하향 조정할 경우 소나체계에서의 원고 요구 지분도 변경 가능함을 시사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④ 원고는 제안요청서가 공고된 후인 2009. 2. 16.경에도 여전히 전투체계와 소나체계를 연계하여 LIG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2009. 2. 23.경에는 잠수함 전투체계 입찰에 관한 경쟁사의 존재를 전제하여 수주확률 및 전망에 관하여 분석한 사실, ⑤ 한편 LIG는 2009. 2. 19. 전투체계에 관한 제안요청서 설명회에 참석한 바 있는데, 위 설명회 참석은 해당 분야 입찰참가의 필수적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 ⑥ LIG는 2009. 3.경 원고, 에스티엑스엔진 주식회사가 해외업체와 소나체계 입찰에서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원고가 LIG와 협력을 파기할 경우에 대비한 전투체계 입찰에서의 대책을 마련하기도 한 사실, ⑦ 원고와 LIG는 모두 잠수함에 관한 전투체계 개발경험은 없으며, LIG는 전투체계 중 수중 무장통제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수상함 전투체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하여 온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LIG가 전투체계 입찰에 관한 해외협력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한 이후에도 별다른 입찰 전략의 변화 없이 원고와의 협상을 계속 진행해 왔고, 이 사건 협약이 있기 전까지 전투체계 입찰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에 대비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왔을 뿐 아니라, 원고 역시 LIG를 전투체계 입찰에 관한 경쟁자로 인식해 온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해외협력이 금지된다는 사정에 따라 LIG가 이 사건 협약 이전에 전투체계 입찰참가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가 그 자신의 소나체계 수주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의 입찰참가 의지 자체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는 제안요청서 공고 이후에도 LIG와 협의를 계속 진행하면서 에스티엑스엔진 및 해외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소나체계 진입을 검토하기도 하였으므로 소나체계에 관한 해외협력이 일부 제한된다는 제안요청서의 내용으로 인하여 원고가 소나체계 입찰참가를 포기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점, ③ 제안요청서 공고 이후에도 원고와 LIG에게 위 각 입찰에 대한 참가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단순히 수주가능성이 낮다거나 기술력이 일부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서로 경쟁의사가 없다거나 경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더욱이 LIG의 전투체계에서의 수주가능성과 원고의 소나체계에서의 수주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그 입찰참가는 향후 동종 입찰에 참가하는 데에 대한 대비로서의 의미를 가지거나 경쟁사에게 낙찰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 이를 두고 경쟁 전략적 차원에서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국과연이 제안요청서에서 부가한 해외협력 금지·제한 등의 조건으로 인하여 원고가 소나체계 중 체계종합 입찰참가를, LIG가 전투체계 입찰참가를 각각 포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위 각 입찰에서 상호경쟁관계에 있는 원고와 LIG는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각 입찰의 참가자를 사전에 결정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상호 간에 위와 같이 입찰참가를 포기하게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이러한 합의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와 LIG 사이에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주심) 고영한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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