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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알선수재)·조세범처벌법위반][집47(1)형,441;공1999.5.15.(82),927]
판시사항

[1]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알선수재죄의 공소사실을 공소장변경 없이 금융상의 편의제공을 받아 이익을 수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3] 조세범처벌법 제9조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 및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납세의무자의 적극적인 소득은닉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은닉 행위가 조세범처벌법 제9조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5] 조세포탈죄가 목적범인지 여부(소극) 및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의 내용

[6] 정치자금 성격의 활동비 수수를 조세포탈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 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2]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알선수재죄의 공소사실을 공소장변경 없이 금융상의 편의제공을 받아 이익을 수수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그 범죄행위 내용 내지 태양이 서로 달라 그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어 그에 대하여 공판절차에서 심리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상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한 사례.

[3] 조세범처벌법 제9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가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에 있어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과세권자가 조세채권을 확정하는 부과납부방식의 소득세와 증여세에 있어서 납세의무자가 조세포탈의 수단으로서 미신고·과소신고의 전(후)단계로서 '적극적인 소득 은닉행위'를 하는 경우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

[4]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예금계좌를 빌려 예금하였다 하여 그 차명계좌 이용행위 한 가지만으로써 구체적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 소득은닉 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나,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장부상의 허위기장 행위, 수표 등 지급수단의 교환반복행위 기타의 은닉행위가 곁들여져 있다거나, 차명계좌의 예입에 의한 은닉행위에 있어서도 여러 곳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다거나 순차 다른 차명계좌에의 입금을 반복하거나 단 1회의 예입이라도 그 명의자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은닉의 효과가 현저해지는 등으로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5]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하는 조세포탈범은 고의범이지 목적범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할 목적까지 가질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가 있다고 함은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다.

[6] 정치자금 성격의 활동비 지원에 대하여 이를 증여 또는 이자로 보고 전례 없이 증여세 또는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조세포탈죄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으로서는 금품이 수수된 목적과 경위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보다는 적용하기 용이한 조세포탈죄를 적용 처단함으로써 자의적인 법운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알선의 대가인 활동비에 대하여는 법정형이 낮은 알선수재죄로 처벌하고 알선의 대가가 아닌 활동비에 대하여는 법정형이 높은 조세포탈죄로 처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하더라도, 알선수재죄와 조세포탈죄는 각각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각 죄의 법정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위와 같은 각 사유는 어느 것도 위의 범죄의 성립을 조각할 사유라 할 수 없다.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B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공소외 C 관련 금 12억 5,000만 원 수수의 알선수재죄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3. 3.경부터 1995. 12.경까지의 사이에 C로부터 청탁을 받아오면서 이와 관련하여 1993. 12.부터 1995. 12.까지의 사이에 매월 금 5,000만 원씩 합계 금 12억 5,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것이고, 제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1993. 3.부터 C로부터 청탁을 받아오면서 이와 관련하여 1993. 10.경 금 50억 원이 예금된 피고인의 가명 계좌를 실명전환받고, 이를 보관·관리하게 하면서 1993. 12.부터 1995. 12.까지의 사이에 매월 금 5,000만 원의 이자를 지급받는 금융상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공소사실과 그 제1심 판시가 범행의 일시와 방법 등에서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각각 기초가 되는 사실로 보면 청탁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매월 금 5,0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점에서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며, 제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이 포괄일죄로서 공소사실과는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및 상대방이 각 동일하고 수수내역도 질적인 면에서 공소사실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며, 피고인이 매월 금 5,000만 원을 수수한 것이 금 50억 원이 예금된 피고인의 가명계좌를 실명전환하여 관리하면서 이에 대한 이자조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었다고 보여지며, 만약 매월 금 5,000만 원을 수수하게 된 기본적 원인인 가명계좌의 실명전환 부분을 금융상의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정의와 형평에 현저히 반한다는 이유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이와 같이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 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755 판결,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이 1993. 12.부터 1995. 12.까지의 사이에 매월 금 5,000만 원씩 합계 금 12억 5,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은 "1993. 10.경 금 50억 원이 예금된 피고인의 가명 계좌를 실명전환받는 금융상의 편의제공과 그 금원을 보관·관리하게 하면서 1993. 12.부터 1995. 12.까지 매월 금 5,000만 원의 이자를 지급받는 금융상의 편의제공을 받아 그 각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하였는바, 그 판시의 앞부분은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아니한 전혀 새로운 사실을 인정한 것이며, 그 판시의 뒷부분은 공소사실에 적시된 바 없는 사실을 일부 추가하여 인정한 것이므로 공소된 금품수수라는 행위와 인정된 이익수수라는 행위는 그 범죄행위의 내용 내지 태양에서 서로 달라서 그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그와 같이 유죄판결의 이유로서 명시되어야 하는 범죄사실 기재가 공소사실에 기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거나 범죄행위의 내용 내지 태양을 달리하는 것이 분명한 이상, 비록 그에 대하여 공판절차에서 어느 정도 심리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소장의 변경을 요하는 사항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다른 사실을 인정하지는 아니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 것이므로, 제1심이 인정한 '금융상의 편의 제공'이라는 점에 대응하는 변소와 증거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 부분에 관련하여 충분한 심리가 되었다고 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상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사실심으로서는 그 부분의 심판대상에 관하여 공소장의 변경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도 당초의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이 공소사실로서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따져 본 후에 실체 판단에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위와 같이 사실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그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를 받아들인다.

나. C 관련 금 524,209,370원 수수의 알선수재죄에 관하여

피고인이 C에게 합계 금 2,275,790,630원의 예금통장과 자기앞수표를 보관하게 하였다가 2회에 걸쳐 금 3억 원 및 금 25억 원 등 합계 금 28억 원을 반환받은 시기와 경위, C가 피고인에게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부탁의 시기와 경위 및 그 구체적인 내용, C로부터 초과 반환받은 금원의 규모와 지급방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초과반환사실 및 이에 대한 부탁과의 대가성을 인식하였다고 본 제1심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그 판단에는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이 상고이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조세포탈 부분(뒤에 판시하는 라.항을 제외한 부분)에 관하여

(1) 조세범처벌법 제9조, 특정범죄가증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가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에 있어서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77. 5. 10. 선고 76도4078 판결 참조), 과세권자가 조세채권을 확정하는 부과납부방식의 소득세와 증여세에 있어서 납세의무자가 조세포탈의 수단으로서 미신고·과소신고의 전(후)단계로서 '적극적인 소득은닉 행위'를 하는 경우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D, E, F 등으로부터 활동비·이자 명목으로 거액의 금원을 교부받게 되자 과세관청의 자금출처조사 및 세금부과를 회피할 의도로 다른 사람 명의의 예금계좌 즉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자금세탁'하거나 전전 유통된 헌 수표를 교부받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금원에 대한 자금흐름을 은닉할 의도로 제1심 판시 나.항 기재와 같이 활동비 혹은 이자 명목으로 교부받은 금원들을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케 하거나 미리 자금세탁된 헌 수표를 전달받아 이 중 일부를 다시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시키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증여재산 혹은 이자소득을 은닉하고 그에 대한 과세표준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이 증여세 또는 이자소득세(종합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금원을 '금융자산의 차명거래'의 방법을 이용하거나 '자기앞수표의 반복적 유통'의 방법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은닉한 것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예금계좌를 빌려 예금하였다 하여 그 차명계좌 이용행위 한 가지만으로써 구체적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 소득은닉 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

그러나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장부상의 허위기장 행위, 수표 등 지급수단의 교환반복행위 기타의 은닉행위가 곁들여져 있다거나, 차명계좌의 예입에 의한 은닉행위에 있어서도 여러 곳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다거나 순차 다른 차명계좌에의 입금을 반복하거나 단 1회의 예입이라도 그 명의자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은닉의 효과가 현저해 지는 등으로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

같은 견해에서 피고인의 자금임을 알 수 없도록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이 부분의 각 은닉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본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조세범처벌법 제9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 또는 이유모순의 위법 등은 없다.

상고이유에서 내세우고 있는 판례는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른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함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

(2)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하는 조세포탈범은 고의범이지 목적범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할 목적까지 가질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가 있다고 함은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이다 .

원심이 피고인의 학력·경력·사회적 지위, 금융실명제와 관련하여 차명계좌의 개설·관리경위, 자기앞수표의 수수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증여세 또는 종합소득세를 포탈할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였는바, 기록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 등을 찾을 수 없다.

조세포탈의 고의에 관한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가사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과 같은 정치자금 성격의 활동비 지원에 대하여 이를 증여 또는 이자로 보고 전례 없이 증여세 또는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조세포탈죄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으로서는 금품이 수수된 목적과 경위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보다는 적용하기 용이한 조세포탈죄를 적용 처단함으로써 자의적인 법운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알선의 대가인 활동비에 대하여는 법정형이 낮은 알선수재죄로 처벌하고 알선의 대가가 아닌 활동비에 대하여는 법정형이 높은 조세포탈죄로 처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하더라도, 알선수재죄와 조세포탈죄는 각각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각 죄의 법정형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위와 같은 각 사유는 어느 것도 위의 범죄의 성립을 조각할 사유라 할 수 없어 이 사건 판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도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E 관련 현금 5억 원 수증 부분{제1심판결의 1.나.(2).(나)기재 부분}에 관하여

제1심은 피고인이 1995. 6. 하순경 E로부터 자기앞수표 금 5억 원 상당을 직접 받은 점을 유죄로 인정한 외에, 그로부터 3, 4일 후 현금 5억 원을 G를 통하여 증여받아 일자불상의 시기에 성명불상자의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그 금 5억 원에 관한 증여세를 포탈하였다는 공소사실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은 같은 이유로 그 부분의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이미 판시한 바와 같이 차명계좌에의 예입행위가 한 번이라도 있기만 하면 그를 바로 은닉행위라고 단정할 것이 못될 뿐만 아니라, 현금을 성명불상자의 차명계좌에 입금하였다는 진술만으로써는 그 계좌 명의자와 이용자와의 관계라던가 그 계좌에의 예입한 시기와 방법 등을 알수 없으니 어떠한 적극적 은닉행위가 있었던가 하는 당시의 정황을 확정할 수 없어서 이 부분 부정한 행위에 관하여는 유죄의 입증이 되지 않았다 할 것이다.

사실심으로서는 위의 자기앞수표 수증행위와는 별개의 행위로 보아야 할 현금 5억 원의 수증행위에 관하여 이용된 차명계좌의 특정 등 은닉행위를 더 자세히 심리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여 받아들이기로 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공소외 H 관련 금 15억 원 수수의 알선수재죄에 관하여

기록에 비추어 보니, 피고인이 H로부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 15억 원을 수수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는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이나 경험칙, 논리칙의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알선수재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없다.

상고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판례는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이 상고이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C 관련 금 12억 5,000만 원 수수의 알선수재죄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C로부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 등에 관한 부탁을 받으면서 1993. 12.부터 1995. 12.까지의 사이에 매월 금 5,000만 원씩 25회에 걸쳐 합계 금 12억 5,00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와 같은 피고인과 C의 금 50억 원에 관한 법률관계는 이른바 소비임치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지급받은 위 금 12억 5,000만 원은 C에게 실명전환 및 관리·사용이 위탁된 피고인의 자금 50억 원에 대한 대가로 매월 1%의 통상의 사채 금리에 따라 제공된 이자 상당의 금융상의 편의에 불과하고 그 금 12억 5,000만 원 그 자체를 수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금 12억 5,000만 원 그 자체를 수수한 점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본즉,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그 판단에는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나 소비임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상고이유에는 원심이 공소장변경 없이 실명전환 및 C에게 관리·사용이 위탁된 피고인의 자금 50억 원에 대한 이자 상당으로 금 12억 5,000만 원을 받은 금융상의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금융상의 편의를 제공받은 이익을 추징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앞서 1.의 가.항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금 12억 5,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기소된 것을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위와 같은 금융상의 편의제공 받은 것으로 인정한 원심 판단이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되는 이상, 이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다. D 관련 증여세 포탈죄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니, 피고인이 1994. 5.경, 1994. 8.경 및 1995. 11.경 3회에 걸쳐 D로부터 증여받은 각 금 6,000만 원 부분의 조세포탈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성명불상자의 차명계좌에 입금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입증으로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한 원심의 조처는 위의 이 법원의 판시 취지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이나 경험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 등이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C 관련 금 12억 5,000만 원 수수의 알선수재 부분과 E 관련 현금 5억 원 수증의 조세포탈 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위법이 있어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그 파기되는 부분은 원심판결의 나머지 유죄인정 부분과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정귀호 이용훈 조무제(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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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2.17.선고 97노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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