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선고유예
서울형사지법 1991. 11. 12. 선고 90노2758 제4부판결 : 상고기각
[분묘발굴(일부에관하여인정된죄명: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위반)][하집1991(3),327]
판시사항

분묘발굴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공원묘지재단의 이사장이 연고자가 나타나지 아니한 분묘들이 오랜 세월의 경과와 관리소홀로 인하여 유골이 거의 노출되어 유실될 지경에 이르자 이사장의 결의를 거쳐 신문에 공고를 낸 후 무연고묘에 한하여 그 유골들을 파낸 후 개별적으로 표시하여 안전한 곳에 안치하였다면, 위 분묘발굴행위는 그 경위와 그 목적, 방법 및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1985.6.26.경 33기의 분묘를 각 발굴하였다는 점은 각 무죄.

이유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가 이 사건 각 분묘들이 오랜 세월의 경과로 인하여 거의 노출되어 유실될 지경에 이르자 이를 관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더 이상 이 분묘들을 그대로 방치하지 못하고 공소외 1묘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신문에 공고를 낸 후 무연고묘에 한하여 그 유골들을 개별적으로 표시하여 안전한 곳에 안치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그 동기, 방법 및 경과 등에 비추어 사자에 대한 종교적 감정 및 공서양속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분묘발굴죄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그 판시의 분묘발굴죄를 저질렀다고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과연 원심판시와 같은 분묘발굴죄를 저질렀는가의 점에 대하여 살피건대, 당원이 뒤의 무죄부분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 장소에서 공소사실 기재의 각 분묘를 발굴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이 위 각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방법 및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분묘발굴죄의 공소사실 중 1987.12.11.경의 것에 대하여 공소사실, 죄명, 적용법조를 매장 및 묘지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하였고 당원이 이를 허가한 이상 변경 전의 공소만을 전제로 한 원심판결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원심판결은 그 파기를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364조 ,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경기 파주군 광탄면 (번지 생략) 소재 공소외 1 재단법인묘지 이사장인 자로서, 관계당국에 신고하지 아니하고, 1987.12.11.경 공소외 1묘지에서 약 202평에 따로따로 매장되어 있는 중국인 고귀산 등 101기 분묘의 유골을 괭이와 삽을 사용하여 각 분묘에서 꺼낸 다음 비닐봉지에 넣어 밀폐시키고 유골의 이름과 번호를 적은 표를 철사로 매달아 유골의 신원을 분류한 뒤 다른 1개의 분묘에 집단적으로 안치함으로써 위 101기의 분묘를 각 개장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이에 부합하는 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난신곤에 대한 진술로서 중 이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사법경찰관사무취급 작성의 권영은에 대한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고귀산의 분묘를 개장한 죄에 대한 형에 경합범가중)

(피고인을 벌금 10,000원에 처하고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이나, 피고인은 고령으로 별다른 전과가 없고 오랫동안 이 사건 공소외 1묘지를 성실히 관리하여 왔으며 이 사건의 동기가 유골을 잘 보존하기 위하여 같은 공원묘지 내에서의 이장을 위한 것이고 범행 후 오랜 기간이 경과한 점 등을 참작하여 위 형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분묘발굴의 점(그 중 1987.12.11.경의 것은 판시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이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 1985.6.26.경 경기 파주군 광탄면 (번지 생략) 소재 공소외 1묘지에서 약 66평에 따로따로 매장되어 있는 중국인 유봉태 등 33기의 분묘를 연고자들이 장기간 관리비를 납부하지 아니하고 방치하자 유골을 한 곳에 모아 매장하기 위하여 괭이와 삽을 사용하여 위 분묘를 발굴하고,

2. 1987.12.11.경 공소외 1묘지에서 약 202평에 따로따로 매장되어 있는 중국인 고귀산 등 101기의 분묘를 전항과 같은 이유로 괭이와 삽을 사용하여 위 분묘를 발굴한 것이다고 함에 있다. 살피건대, 당원이 위 유죄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각 일시, 장소에서 위 분묘를 각 발굴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증거에 당원의 증인 조선영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및 검증조서의 각 기재,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춘봉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당심에서 제출된 민사결정(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90카2776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사건)등본의 사본, 신문공고, 이사회회의록(1985.1.18.자)의 각 기재 및 작업일지사본(공판기록 57장), 법인등기부등본(수사기록 35장), 신문공고(수사기록 125, 126장), 이사회회의록(수사기록 28장)의 각 기재를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외 1묘지는 1970.경 중국인 망 공소외 2가 생전에 국내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묘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주소명 생략) 토지를 출연하여 재단법인의 형식으로 설립한 공원묘지로서 피고인은 위 법인의 설립 당시 이사로 취임하였다가 망 공소외 2의 사망 후인 1982.6.21.부터는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소외 1묘지를 관리하여 온 사실, 이 사건 문제된 33기와 101기의 분묘의 설치된 유래에 대하여 보면 원래 사당동에 중국인의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서울특별시가 도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연고자들로 하여금 그 묘지의 분묘를 다른 곳으로 이장하도록 하였던바 그 중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장되지 않던 분묘들 중, 1973.경 34기를 당시 위 법인의 이사장이었던 망 공소외 2가 공소외 1묘지 내로 개별적으로 이장하였고, 1979.경 31기를 피고인이 화교들의 친목단체인 한성화교협회의 요청으로 공소외1 묘지 내에 큰 광을 파서 집단적으로 이장하였으며, 1980.1.초순경 70기를 화교 장의사인 공소외 3이 위 재단의 승낙 없이 장의업자로서의 자신의 이속을 차리기 위하여 임의로 공소외 1묘지 내에 이장하면서 집단안치되어 있던 위 34기의 유골을 꺼내어 합계 101기의 분묘를 별개로 설치한 사실, 위 34기와 101기의 각 분묘는 그 매장 당시 임시로 허술한 나무상자에 유골을 넣어 공소외 1묘지 내 변두리의 경사진 곳을 흙을 얕게 파서 묻었고 제대로 봉분을 설치하거나 뗏장도 입히지도 않은 채 그대로 두었으며 그 후에도 관리비를 부담할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관계로 그 관리마저 소홀하여 그로부터 12년 내지 5년 정도가 경과한 공소장 기재 일시인 1985.경에는 유골을 담은 상자가 흙밖으로 드러나고 일부는 유골이 노출되는 등 미관을 크게 해치고 유골이 유실될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 뿐더러 감독관청 공무원의 미화작업지시까지 받게 되자, 재정적 능력이 충분하지 않던 위 재단의 이사장인 피고인은 위 유골의 보존 및 묘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이미 1983.3.15.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루어진 5년 이상 계속 관리비가 미납된 분묘를 무연고분으로 처리하여 지하의 큰 광에 합장할 수 있도록 한 결의에 터잡아 1985.1.18. 개최된 이사회에서 사업계획수립 및 소요예산책정의 결의를 한 후 충분한 기간을 두고 무연고분의 목록과 그 처리방법 등을 화교신문인 (명칭 생략)에 공고(1985.2.13., 1985.2.16., 1985.3.8.자 등)하는 절차를 밟아 공고기간 내에 연고자가 나타나 신고한 분묘 (위 34기 중 1기)를 제외하고 그 나머지 분묘에 대하여는 위 공소사실 기재 각 시기에 무연고분으로서 새로 판 큰 광 2개(바닥을 슬레이트로 깔고, 사방벽을 시멘트벽돌로 쌓은 비교적 견고한 구조임)에 나누어 합장하였는데, 나중에라도 연고자자 나타나면 그 유골을 찾아 연고자의 희망대로 따로 매장할 수 있도록 각 분묘에서 파낸 유골을 두꺼운 투명 비닐주머니에 담고 그 비닐주머니마다 인적사항이 기재된 단단한 표시종이를 연결하여 그 각 주머니를 위 광 안에 넣은 뒤 시멘트로 된 두껑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비닐로 덮은 다음 외곽 사방에 시멘트블럭을 늘어놓는 한편 흙을 쌓아 잔디 봉분을 만들어 두는 방식으로 정중히 합장을 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유골의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위 광 안의 상태도 깨끗한 사실, 이처럼 관리비를 미납한 분묘를 무연고분으로 처리하여 독립적인 분묘로서의 관리를 중단하는 등의 방법은 국내에 있는 다른 공원묘지에서도 일반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후인 1991.7.5. 보건사회부훈령 제623호로서 공포된 묘지등의설치및관리운용지침상으로도 위와 같은 무연고묘의 처리방법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 또한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위 각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방법 및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행위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피고인의 위 각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위 공소사실 중 1987.12.11.경의 각 분묘발굴의 점에 대하여는 그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각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하고, 1985.6.26.경의 각 분묘발굴의 점에 대하여만 각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재윤(재판장) 김재복 손지호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