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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2008. 5. 14. 선고 2007가단51610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08하,1057]
판시사항

경찰관들이 피해자들의 신빙성이 낮은 진술만을 기초로 피의자를 범인으로 속단하고 혐의 없음을 주장하는 피의자의 변명에 대하여 확인이나 조사를 하지 아니한 것은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으로서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경찰관들이 피해자들의 신빙성이 낮은 진술만을 기초로 피의자를 범인이라고 속단한 나머지 자신의 혐의 없음을 주장하는 피의자의 변명에 대하여는 확인이나 조사를 하지 아니한 것은,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혀 피의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이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공정하게 수집·보존하여야 할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순호)

피고

대한민국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문 담당변호사 이대우)

변론종결

2008. 4. 23.

주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7,750,695원과 이에 대하여 2006. 5. 12.부터 2008. 5. 1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4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40,055,454원과 이에 대하여 2006. 5. 12.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강도, 강제추행 및 감금 사건의 발생

(1) 2006. 5. 4. 02:30경 인천 계양구 작전동 899-3에 있는 오션나이트클럽 후문 앞에서 피해자 소외 1이 택시를 승차하였는데, 택시기사가 택시의 잠금장치를 잠금 후 위 피해자를 협박하여 위 피해자로부터 현금 10만원을 강취함과 동시에, 약 30분간 택시를 주행하여 위 피해자를 감금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2) 2005. 5. 5. 04:00경 인천 계양구 작전동 1062에 있는 하이베라스 비동 앞길에서 피해자 소외 2가 택시를 승차하였는데, 택시기사가 택시의 잠금장치를 잠그고 위 피해자를 협박하여 돈을 강취하려 하였으나 위 피해자가 112 신고를 함으로써 미수에 그치고, 위 피해자를 탑승시킨 채 운행하던 중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자동차정비소 앞길에서 다시 위 피해자를 협박하여 강제추행을 함과 동시에, 약 45분간 택시를 주행하여 위 피해자를 감금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이하 위 (1), (2)항에서 발생한 범죄를 합하여 ‘이 사건 범죄’라고 한다).

나. 이 사건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구속의 경과

(1) 인천계양경찰서 강력2팀에 근무하던 피고 2, 3, 4, 5(이하 ‘피고 경찰관들’이라고만 한다)는 피해자들의 이 사건 범죄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하였다.

(2) 피해자들이 피고 경찰관들이 제시한 택시기사들 사진 중에서 원고의 사진을 보고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2006. 5. 12. 소외 3 주식회사의 택시기사로 근무하던 원고를 긴급체포하였고, 피해자들과 원고를 대면시킨 후 피해자들이 원고가 범인임을 확인하자 구속영장을 신청하여 원고가 구속되었다.

(3) 원고는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함께 검찰청에 출두한 피의자로부터 원고의 범죄와 같은 내용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하는 수감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담당 검사에게 이야기하여 결국 이 사건 범죄의 범인은 소외 4임이 밝혀졌고{ 소외 4는 이 사건 범죄 등으로 징역 8년( 서울고등법원 2006노1436 )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06. 6. 8.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석방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갑 14호증의 1, 을 1호증의 1 내지 10, 16, 24, 37, 을 7호증의 1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수사상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 경찰관들은 피해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원고의 변명을 확인하지 않은 채 원고를 이 사건 범죄의 범인으로 지목하여 구속되게 한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고,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경찰관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발생한 손해를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피고들은 각자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범죄와 같은 유형의 범죄에 있어서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가장 유력한 증거방법인데, 피고 경찰관들은 피해자들이 원고를 일치하여 범인으로 지목함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범죄 혐의를 갖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는바, 피고 경찰관들의 이러한 판단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 수사과정이 위법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2)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7도3031 판결 등 참조).

(3) 갑 10호증의 1, 2, 3, 갑 11호증의 1 내지 4, 을 1호증의 2, 4, 7, 13, 14, 19, 20, 22, 23, 25, 27, 29, 41, 44, 을 2, 3, 4호증, 을 5호증의 1, 2, 을 7호증의 20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해자들은 컴퓨터 화면상의 6장의 사진 중에서 원고의 사진을 보고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 피해자들은 원고와 대면 전에 서로 범인에 관하여 의견을 주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원고 한 사람만을 피해자들이 함께 대면하여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 피해자 소외 1은 범인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범죄에 사용된 차량은 흰색 택시이며 요금 미터기가 작동되어 요금이 6,000원이었다고 진술한 사실, 피해자 소외 2는 범인이 30대 중반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범죄에 사용된 차량은 흰색 옵티마 리갈 택시이며 원고의 장롱에서 발견되어 압수된 허리띠가 범행 당시 범인이 착용하던 허리띠라고 진술한 사실, 원고의 사실상 처인 소외 5가 2006. 5. 13. 수사기관에 제출한 수입일지(원고가 매일의 수입 및 운행 택시의 차량번호를 기재하여 둔 일지)에 원고가 2006. 5. 5.에는 택시 (차량번호 생략)를 운행하였으나 같은 달 4.에는 운행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된 사실, 원고는 피고 경찰관들로부터 조사를 받을 당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면서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택시운행기록을 조사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소외 3 주식회사는 2006. 5. 12.경 원고가 운행한 택시의 운행기록을 팩스로 경찰서에 보낸 후 2006. 5. 16.경에는 원고가 2005. 5. 4.경에 택시를 운행하지 않았다고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며, 소외 3 주식회사에는 옵티마 리갈 택시가 없는 사실, 원고는 2006. 5. 4. 원고가 택시를 운행하지 아니한 근거로 동료 및 위 소외 5 등과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잤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그 후 같이 술을 마셨다고 하는 동료들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추인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① 피고 경찰관들이 원고를 범인으로 판단한 증거로는 피해자들의 진술(피해자 소외 2가 강제추행 당시 원고의 허리띠를 보았다는 진술 및 압수된 허리띠도 전체적으로 보면 피해자 소외 2의 진술에 불과하다)만이 있는데, 피해자들이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절차와 방법이 범인식별절차에 있어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이루어져 피해자들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낮다는 점(피해자들의 진술이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하여 상당한 부분 일치하기는 하나, 이후 대면절차에서 피해자들이 범인에 관하여 의견을 주고받고 함께 대면하여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함으로써 그 신빙성이 떨어졌다고 할 것이다), ② 원고는 조사를 받을 당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면서 이 사건 (1) 범죄가 발생한 2006. 5. 4. 알리바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일지에 원고가 2006. 5. 4.에 택시를 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원고의 변명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점, ③ 피해자 소외 1이 택시요금으로 6,000원이 나왔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들이 운행 중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택시운행기록은 원고의 범죄 혐의 유무를 밝힐 수 있는 유력한 증거방법이라 할 것인데, 피고 경찰관들은 소외 3 주식회사로부터 이를 입수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시에도 이를 첨부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경찰관들은 신빙성이 낮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을 기초로 원고가 범인이라고 속단한 나머지 자신의 혐의 없음을 주장하는 원고의 변소에 대하여는 확인이나 조사를 하지 아니하여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혀 피의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이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공정하게 수집·보존하여야 할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 할 것이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 경찰관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경찰공무원인 피고 경찰관들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경찰관들이 강압 또는 모욕적인 수사를 하였는지 여부

원고는, 피고 경찰관들이 수사과정에서 원고에게 욕설과 협박·폭행을 하는 등 강압적이고 모욕적인 수사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4호증의 기재, 을 2호증의 일부 기재와 증인 소외 6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

가. 적극적 손해

(1) 갑 9호증의 4 내지 9, 을 1호증의 4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는 이 사건 범죄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되자 무죄 주장을 위하여 변호인으로 변호사 안재현, 강성련을 선임하고 수임료로 330만 원을 지출한 사실, 이 사건 범죄의 목격자를 찾기 위하여 현수막을 설치하고 그 비용으로 15만 원을 지출한 사실, 구속기간 동안 구치소에서 필요한 물품 등의 구입비용으로 133,950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지출한 위 변호사 수임료, 현수막 설치비용, 영치물 구입비용은 피고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 할 것이니, 원고의 적극적 손해는 3,583,950원이다.

(2) 원고는 앞서 인정한 손해 외에도, 법무법인 로웰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지출한 변호사 수임료 350만 원, 구속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으로 2006. 6. 13.부터 2006. 9. 26.까지 지출한 정신과 치료비용 1,721,420원 합계 5,221,420원도 피고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9호증의 3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변호사 수임료로 2006. 5. 18. 법무법인 로웰에 35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법무법인 로웰은 이 사건 범죄에 대한 원고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실이 없고 다만, 원고가 법무법인 로웰을 변호인으로 선임을 의뢰하였다가 선임을 취소한 후 수임료 300만 원을 반환받은 사실은 원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 수임료 또는 지급한 수임료와 반환받은 수임료의 차액 50만 원은 피고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행한 손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갑 5호증의 1, 갑 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됨으로써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출소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 경찰관들의 위법행위와 원고의 정신과 치료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니,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일실수입

원고가 2006. 5. 12. 강도죄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인천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다가 2006. 6. 8. 석방됨으로써 28일간 구속된 사실, 2006. 상반기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하는 보통인부의 노임단가는 1일 56,822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일실수입은 1,166,745원{= 56,822원 × 28일 × 22/30(월 평균 가동일수), 계산의 편의상 원미만은 버림}이다.

[인정 근거] 현저한 사실, 경험칙, 갑 14호증의 1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위자료

피고 경찰관들이 원고를 이 사건 범죄의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 및 진범을 발견한 과정, 원고가 구속되어 있던 기간, 강도죄 등의 부당한 죄명으로 수사를 받음으로써 원고가 겪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3,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라. 소 결

따라서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7,750,695원(= 적극적 손해 3,583,950원 + 일실수입 1,166,745원 + 위자료 3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2006. 5. 12.부터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08. 5.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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