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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6388 판결
[업무상횡령][미간행]
판시사항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보조금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보조금을 전용하였으나 보조금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시니어클럽의 관장 피고인 2, 피고인 3, 공소외인, 피고인 1 등은 ○○시니어클럽이 급식지원사업 용도로 수령한 보조금을 식자재 대금 명목으로 피고인 4가 운영하는 △△상회에 과다 지급하였다가 그중 1/2 내지 1/3 상당의 돈을 매달 돌려받은 후 이를 ○○시니어클럽의 부족한 운영 경비로 사용하기로 모의한 다음, ① 피고인 2, 피고인 4 등은 2012. 5. 10.경부터 2012. 7. 9.경까지 5회에 걸쳐 보조금 18,500,000원을, ②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등은 2012. 8. 2.경부터 2013. 1. 16.경까지 12회에 걸쳐 보조금 80,500,000원을, ③ 피고인 2, 피고인 4, 공소외인 등은 2013. 3. 7.경부터 2013. 6. 10.경까지 5회에 걸쳐 보조금 56,800,000원을, ④ 피고인 2, 피고인 1, 피고인 4 등은 2013. 7. 9.경부터 2013. 12. 20.경까지 6회에 걸쳐 보조금 44,680,000원을 각 ○○시니어클럽 명의의 계좌로 반환받아 이를 ○○시니어클럽의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시니어클럽이 보조금을 실제로 납품받은 식자재 수량에 대하여 적절하게 책정된 가격에 따라 식자재 대금으로 지급하는 데 사용한 이상, ○○시니어클럽은 이 사건 보조금을 그 용도대로 사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 4가 식자재 대금 중 자신이 취득하여야 할 영업이익을 ○○시니어클럽에 지급하여 운영비로 사용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4가 소유한 금원을 ○○시니어클럽에 증여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13. 1. 31. 선고 2011도1701 판결 참조). 보조금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보조금을 전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보조금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이상 불법영득의 의사를 부인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987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시니어클럽은 2012. 1.경부터 ○○군과 사이에 저소득 결식우려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 급식을 배달해 주고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급식지원사업 운영위탁계약을 체결한 다음 ○○군으로부터 급식지원사업 용도로 이 사건 보조금을 지급받아 왔다.

2) ○○군보조금관리조례에 의하면, 보조사업자는 법령, 보조금 교부결정의 내용 및 조건과 법령에 의거한 군수의 처분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성실히 보조사업을 수행하여야 하며, 그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제11조), 법령 또는 보조 조건에 위반하였을 때에는 보조금의 교부를 중지하거나 이미 교부한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을 명할 수 있도록(제17조) 규정되어 있다.

3) ○○시니어클럽의 관장으로 재직하였던 피고인 2는 이 사건 보조금을 지급받아 도시락을 만들어 제공하더라도 보조금의 40% 정도는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식자재 납품업체로부터 반환받아 ○○시니어클럽의 부족한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피고인 2는 ○○시니어클럽의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피고인 4에게 그가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대금을 지급하겠으니 재료비와 피고인 4의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시니어클럽으로 반환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4) 피고인 4는 2012. 4.경부터 식자재 납품업체인 △△상회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는데, 가게 보증금과 식자재를 운반하기 위한 화물차량은 피고인 2로부터 돈을 빌려 마련하였다.

5) ○○시니어클럽은 2012. 4. 24.경부터 피고인 4에게 이 사건 보조금을 식자재 대금 명목으로 지급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인 4는 그로부터 보름가량이 지난 2012. 5. 10.경부터 ○○시니어클럽에 식자재 대금에서 재료비와 자신의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하기 시작하였다.

6) ○○시니어클럽의 관장은 피고인 2, 피고인 3, 공소외인, 피고인 1의 순서로 바뀌었는데, ○○시니어클럽은 그 기간 동안 계속하여 식자재 대금에서 재료비와 피고인 4의 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받아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 왔다. ○○시니어클럽이 피고인 4에게 지급한 식자재 대금의 합계는 434,768,070원이며, 그중 200,480,000원이 ○○시니어클럽에 반환되었다.

7) 피고인 4가 지급받은 식자재 대금은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등을 통해 ○○시니어클럽에 반환되었는데, 피고인 4 명의의 계좌에서 ○○시니어클럽 명의의 계좌로 실제로 돈을 이체한 사람은 피고인 4가 아닌 피고인 2이었다.

다. 이에 의하면 ○○시니어클럽에서는 급식지원사업에 사용하도록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이 사건 보조금을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피고인 4로 하여금 식자재 납품업체인 △△상회를 설립하게 한 다음 ○○시니어클럽과 △△상회 사이에 식자재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을 가장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빼돌려 이를 ○○시니어클럽의 운영비 등으로 전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시니어클럽이 이 사건 보조금을 그 용도대로 사용하였고, 피고인 4는 식자재 대금 중 자신이 취득하여야 할 영업이익을 ○○시니어클럽에 증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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