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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1다69771 판결
[대여금][공2004.11.1.(213),1713]
판시사항

[1] 보증신용장의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의 법률관계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의 하자 있는 신용장대금 지급행위를 사전에 묵시적으로 양해하였거나 혹은 사후에 개설의뢰인의 권리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

[2] 보증신용장의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보증신용장 유효기간 경과 후의 대금지급에 대하여 사전에 묵시적 양해를 하였음에도, 그 후에 유효기간 경과 후의 대금지급행위를 문제삼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보증신용장의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의 법률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개설계약의 내용 및 그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는 신용장통일규칙에 의하여 규율될 것이지만, 그 외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개설은행과 개설의뢰인 사이의 법률관계의 특성상 사법상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이 더욱 폭 넓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개설의뢰인이 상대방인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보증신용장의 유효기간 만기 이후에 수익자가 보증신용장 대금을 청구하여 개설은행이 이를 지급하여도 사후에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믿게 할 만한 언동을 하였거나 개설의뢰인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개설은행에 대한 보호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등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의 하자 있는 신용장대금 지급행위를 사전에 묵시적으로 양해하였다고 보거나 혹은 사후에 개설의뢰인의 권리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경우가 있을 수 있다.

[2] 보증신용장의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보증신용장 유효기간 경과 후의 대금지급에 대하여 사전에 묵시적 양해를 하였음에도, 그 후에 유효기간 경과 후의 대금지급행위를 문제삼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앙 담당변호사 홍동오)

피고,상고인

피고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는 1996.경 미국 버지니아주에 발행주식 액면가 미화 1달러 보통주 1,000주, 대표이사 및 이사 피고 1인으로 된 월드픽쳐 주식회사(World Picture Incorporated,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를 설립하고 소외 회사의 사무실을 피고 개인 명의로 임차한 후, 원고 은행 삼성동지점(이하 '삼성동지점'이라 한다)과의 사이에 피고가 소외 회사에 투자할 자금을 원고로부터 대출받는 방법에 관하여 상의하였는데, 그 결과 피고가 삼성동지점과 외화지급보증약정을 체결하면서 보증신용장(Standby Letters of Credit)의 개설을 의뢰하고, 삼성동지점은 보증신용장을 개설한 뒤 소외 회사가 이를 담보로 미국에서 원고 은행 뉴욕지점(이하 '뉴욕지점'이라 한다)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기로 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1997. 4. 3. 소외 회사 이름으로 뉴욕지점에 융자신청을 함과 동시에 개인 명의로 삼성동지점과 1997. 4. 4.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하였고, 소외 1은 피고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으며, 피고와 소외 1은 담보 목적으로 약속어음을 공동발행하여 원고 은행에 교부하고 그들의 원고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을 담보로 제공한 사실, 삼성동지점은 1997. 4. 4. 외화지급보증의 방법으로 뉴욕지점에게 수익자는 뉴욕지점, 개설의뢰인 피고[원심은 '소외 회사'가 개설의뢰인인 것으로 사실인정하였으나, 피고는 삼성동지점과 개인 명의로 외화여신약정을 한 뒤 자신이 운영중인 개인사업체인 '월드픽쳐(World Picture Company)'라는 이름으로 신용장의 개설의뢰를 하였고{을 제4호증(기록 236면) 참조, 보증신용장인 갑 제28호증의 1(기록 299면)상에는 위 회사를 'World Picture Company Seoul Korea'로, 대출을 받는 미국의 소외 회사는 'World Picture, Ltd. Washington'으로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상 신용장 개설의뢰인은 '피고'로 보아야 하므로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착오로 인한 것임이 분명하다.], 금액은 미화 180,000달러, 유효기간은 1998. 4. 30.로 된 보증신용장을 발행한 사실, 뉴욕지점은 같은 날 소외 회사에게 미화 180,000달러를 변제기 1998. 4. 29.로 정하여 대출하였고, 이후 1997. 7.경 피고가 추가 대출을 원하여 위 보증신용장의 금액은 330,000달러로 상향 조정되고, 이에 따라 피고와 삼성동지점 사이의 외화지급보증약정, 소외 1과 삼성동지점 사이의 연대보증약정 및 피고와 소외 1 발행의 약속어음 등의 금액도 수정되거나 추가발행되었으며, 뉴욕지점은 1997. 8. 13. 소외 회사에게 추가로 미화 150,000달러를 대출한 사실, 뉴욕지점은 1998. 3. 30.경 피고에게 소외 회사에 대한 대출금 합계 미화 330,000달러의 만기가 임박하였음을 통지함과 아울러 대출기간 및 신용장의 유효기간을 연장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자, 피고는 이에 대하여 위 각 기간의 연장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뉴욕지점 및 삼성동지점은 수차례에 걸쳐 피고와 대출기간 및 보증신용장 유효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논의하였으나 대출이자율 인상문제 등에 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여 피고와의 사이에 정식으로 대출기간이나 신용장의 유효기간 연장에 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그와 같은 피고와 원고 은행 지점들 사이의 기간 연장에 대한 협상 도중 소외 2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예금채권을 가압류하자 원고 은행은, 뉴욕지점이 1998. 5. 22.자로 삼성동지점에 이 사건 보증신용장 대금을 청구하여 삼성동지점이 1998. 5. 23. 뉴욕지점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고, 같은 날 피고 및 피고의 연대보증인인 소외 1의 원고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과 원고 은행의 피고에 대한 상환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한 후 나머지 금원을 이 사건 소송으로 구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하였는바, 관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가) 보증신용장의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사이의 법률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개설계약의 내용 및 그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는 신용장통일규칙에 의하여 규율될 것이지만, 그 외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개설은행과 개설의뢰인 사이의 법률관계의 특성상 사법상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이 더욱 폭 넓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개설의뢰인이 상대방인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보증신용장의 유효기간 만기 이후에 수익자가 보증신용장대금을 청구하여 개설은행이 이를 지급하여도 사후에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믿게 할 만한 언동을 하였거나 개설의뢰인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개설은행에 대한 보호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등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개설의뢰인이 개설은행의 하자 있는 신용장대금 지급행위를 사전에 묵시적으로 양해하였다고 보거나 혹은 사후에 개설의뢰인의 권리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보증신용장이 개설된 것은 피고 자신이 미국에 설립한 사실상 피고의 1인 회사인 소외 회사가 뉴욕지점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한 것으로서, 보증신용장의 개설은행인 삼성동지점과 대출은행인 뉴욕지점은 법률상 하나의 법인체인 점, 피고는 뉴욕지점으로부터 소외 회사의 대출금에 대한 만기 전에 대출기간을 연장하든가 혹은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통지를 받고 보증신용장의 개설은행인 삼성동지점에는 대출의 담보인 보증신용장의 유효기간 연장을, 뉴욕지점에는 대출기간 연장을 각 적극적으로 요청한 점, 피고는 그와 같은 보증신용장의 유효기간 및 대출금의 만기연장을 전제로 삼성동지점 및 뉴욕지점 양 측과 대출이자 문제로 협의를 계속하였고, 뉴욕지점은 피고가 진행중인 그와 같은 기간연장의 합의를 전제로 대출금 미상환시의 담보실행, 즉 보증신용장의 대금청구를 늦추었으며, 삼성동지점으로서는 뉴욕지점이 보증신용장의 대금을 유효기간 이후에 청구하더라도 이를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기간 경과 이후에도 계속 협의를 진행한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가 삼성동지점이 뉴욕지점의 보증신용장 유효기간 경과 후의 대금청구에 대하여 이를 지급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묵시적 양해가 있었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피고가 사후에 대출이자율 문제로 대출의 기간연장에 대한 합의가 결렬되자 그 사이에 보증신용장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삼성동지점이 뉴욕지점의 청구에 응하여 보증신용장 대금을 지급한 것을 문제삼는 것은 위와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심이, 그 판시 사정만으로 피고의 묵시적 보증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부분의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피고가 원고 은행에 대하여 소외 회사의 대출금 채무, 즉 보증신용장 대금의 상환에 책임이 있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처분문서인 외국환거래약정서 또는 보증신용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고 은행이 피고를 상대로 금원 지급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연대보증인인 소외 1 등에게까지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변재승(주심) 강신욱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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