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초등학교 비정규직 조리사로 근무하던 갑이 부당해고 및 그 이후 복직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적응장애 등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불승인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초등학교 비정규직 조리사로 근무하던 갑이 부당해고 및 그 이후 복직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적응장애 등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불승인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이 비정규직 조리사로 근무하던 중 갑자기 해고를 당한 후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결정에 따라 복직될 때까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복직 이후에도 해고 전에 담당하던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교장 등 학교관계자나 영양사 및 다른 조리사와 갈등을 빚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갑이 받은 치료 내용과 경과 등에 비추어 갑이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도하)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1. 9. 8.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9. 11. 27.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7. 3. 10. ○○○○초등학교(이하 ‘소속 학교’라고 한다)에 조리사로 입사하여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09. 9. 24. 피고에게 부당해고 및 복직 이후 부당한 업무지시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 등(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그러나 피고는 2009. 11. 27. 원고에게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를 적용하여 원고의 위 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소속 학교에서 부당해고된 이후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복직되었고, 복직 이후에도 학교장 소외 1과 영양사 소외 2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 및 폭언 등을 당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두통 및 우울증 등의 증상이 심해져 수차례 병가를 내어 병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 영양사 소외 2의 후임으로 온 영양사 소외 3 또한 원고에게 폭언 등을 일삼아 원고의 위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결국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부당해고 및 복직, 그리고 복직 이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사 등의 부당한 업무지시나 폭언 등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발병한 것임이 명백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 사실
(1) 원고의 근무내력, 부당해고 등
① 원고는 1997. 3. 10. 소속 학교에 비정규직 조리사로 입사하여 식품검수 및 조리업무를 담당하였다.
② 2006. 12. 28. 지방공무원 인사발령에 따라 기능직 조리사인 소외 4가 소속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자 소속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조리사인 원고에게 인근 학교의 조리종사원으로 근무할 것을 권고하고, 2007. 1. 1.자로 원고를 해고하였다.
③ 소속 학교에서는 원고에게 인근 학교의 조리보조원 채용에 관하여 등록을 할 것을 안내하였으나, 원고는 조리보조원으로는 근무할 의사가 없다며 이를 거부하였고, 소속 학교에서는 2007. 3. 30. 원고의 1월분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④ 원고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위 사건에 대하여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2007. 4. 18.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2007. 5. 4. 소속 학교에 원고를 복직시키도록 시정지시를 하였다.
⑤ 원고는 2007. 5. 24. 소속 학교에 복직하여 출근을 하였으나, 해고 이전에 원고가 담당하던 업무를 기능직 조리사인 소외 4가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업무 중 일부 업무를 담당할 수 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소속 학교의 영양사 및 학교장과 업무상 마찰을 빚게 되었다.
⑥ 원고는 복직 후 2007. 5. 28.부터 2007. 5. 31.까지 4일간 두통을 원인으로 병가를, 2007. 6. 1.부터 2007. 6. 9.까지 급성스트레스 반응과 자율신경계통의 기타장애를 원인으로 병가를 각 신청하였고, 2009. 3. 26.부터 2009. 3. 27.까지, 2009. 4. 2.부터 2009. 5. 29.까지 에도 추가로 병가를 신청하고, 2009. 5. 30.부터 2009. 8. 29.까지 질병치료를 사유로 하여 일반휴직을 하였다.
(2)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및 치료경과
원고는 해고 이후에 두통과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고, 복직하기 전날인 2007. 5. 23. 소속 학교의 부당해고와 복직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순천신경외과의원에서 ‘긴장형 두통’으로 진료를 받고, 복직한 다음날인 2007. 5. 25.부터 순천성가롤로병원에서 ‘급성스트레스 반응’으로, 2007. 5. 28.부터 웰빙의원에서 ‘급성스트레스 반응’으로, 2007. 6. 7. 행복한 가정의원에서 ‘신체형 자율신경 기능장애’로 각 진료를 받았으며, 이후에도 영진한의원, 금강한의원과 밝은마을 정신과의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2009. 9. 7.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
(3) 의학적 소견
① 성가롤로병원(주치의)
2006년경의 직장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기분 변화(우울, 화 등), 기억력 저하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온 상태로 사료됨. 그동안 타 병원의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로 향후에도 부정기간 진료와 지인들의 많은 지지가 요할 것으로 사료됨.
② 웰빙의원
2007. 5. 28. 일련의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한 후 시작된 심한 두통, 현기증, 사지의 불편감각, 떨림, 가슴 두근거림 등을 주문제로 본원에 방문하여 치료받은 적이 있는 분으로 최근 2009. 10. 6.부터 다시 본원에서 위와 같은 임상적 진단하에 신경정신과적 치료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의 경과상 향후에도 최소 2개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와 환경적 지지를 필요로 합니다.
③ 영진한의원
상기 환자는 정신적 긴장, 과도한 충격으로 인한 심장의 열의 상승으로 인한 뇌신경의 혈류장애로 인해 기억력 장애, 불안, 현훈 등의 초기 치매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로 향후 정신적·신체적인 안정 및 1년 전후의 한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사료됨.
④ 순천평화병원
1년 전부터 기억력 감소, 집중력 감소 및 어지럼증 점차 심해져 내원한 환자로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안정 치료받은 환자로 지속적 약물치료 및 정신적 지지요법 등 정신과 병행치료 요합니다.
⑤ 조선대학교 병원
해고와 복직 등 결정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학교와의 마찰 등이 명백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최초 진단으로 적응장애가 타당하였던 것으로 보여짐. 이후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갈등이나 불편감 등으로 만성상태일 수도 있음(대체로 6개월 이내 또는 스트레스 소실되면 증상소실, 그러나 스트레스 지속 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
[인정 근거] 위 인용증거,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3, 6, 7, 8, 갑 제8호증의 1 내지 4, 갑 제9호증, 갑 제10호증의 1 내지 11, 갑 제11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의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서 보건대, 원고는 복직 이후에 학교장과 영양사들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 및 폭언을 당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갑 제5호증, 갑 제7호증의 4, 5, 갑 제8호증의 5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학교장 등으로부터 불법·부당행위를 당하였다는 구체적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윗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사실관계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비정규직 조리사로 근무하던 중 다른 조리사가 소속 학교로 발령을 받음에 따라 갑자기 해고를 당하게 되었고,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결정에 따라 복직할 때까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복직 이후에도 해고 이전에 담당하던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학교장 등 학교관계자나 영양사 및 다른 조리사 사이에서 갈등,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상병의 주요한 원인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밝혀져 있고, 해고 이후에 원고는 두통과 가슴 두근거림의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한 점, ③ 원고는 복직하기 하루 전에 두통으로 진료를 받았고, 복직한 직후에 소속 학교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집중적으로 두통과 급성스트레스 반응, 자율신경 기능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으며 이후에도 소속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아 온 사실, ④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하였다는 여러 의학적 소견이 제시된 점, ⑤ 원고가 소속 학교에서 해고되기 이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거나 원고의 가족들에게 적응장애 등의 병력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설령 원고에게 성격적 특성으로 인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내재하고 있었더라도, 이러한 내재적 성격을 가진 원고가 소속 학교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복직한 이후에도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이와 달리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