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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5187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다수의 채무 중 보증인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는 채무와 그렇지 않은 채무가 있는 경우, 합의충당의 효력

[2] 다수의 채무 중 이행기가 먼저 도래하는 채무를 먼저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충당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유효하고, 그 결과 보증인에 의해 담보되는 채무가 남게 되었다면 그 보증인은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아주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송헌 담당변호사 정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채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는 2006. 12.경 한암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한암종건’이라 한다)에게 천안시 성정동 544 지상 건물 2동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공사대금 2,295,845,000원에 도급준 사실, 원고는 2007. 1.경 한암종건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는 한암종건의 원고에 대한 레미콘 대금채무를 보증한 사실, 원고는 2007. 1. 25.부터 2007. 10. 27.까지 이 사건 공사현장에 127,199,660원(부가가치세 별도) 상당의 레미콘을 공급한 사실, 피고는 2006. 12. 26.부터 2008. 1. 3.까지 한암종건에게 총공사대금 중 가압류된 18,544,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대금 2,277,301,000원을 모두 지급한 사실, 원고와 한암종건 사이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피고가 지급한 레미콘 대금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 변제에 사용되지 않고 기존의 다른 공사현장의 미수대금 변제에 충당되었고, 결국 최종 공사현장인 이 사건 공사현장의 레미콘 미수대금 42,368,461원이 남아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원고와 한암종건 사이의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채무가 보증인인 피고의 관여 없이 사후에 확장·가중되었는데, 이러한 묵시적 합의충당은 피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한암종건이 원고에게 레미콘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의 보증책임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다수의 채무 중 보증인에 의하여 담보되고 있는 채무와 그렇지 않은 채무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가 충당의 합의를 함에 있어서 보증인이 있는 채무를 반드시 먼저 변제하여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채권자와 채무자는 제공된 급부를 어느 채무에 어떤 방법으로 충당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다만 그러한 충당이 보증인에게 현저히 부당하고 신의칙에 반하는 때에는 합의충당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한암종건과 사이에, 원고의 레미콘 대금청구 후 90일 이내에 한암종건은 레미콘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는 2003. 11. 24.부터 한암종건의 두정동 공사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06. 12. 14.까지 쌍용동, 마정공단, 영성동, 안서동, 서부지구대, 남산지구대 등 한암종건의 여러 공사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였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2007. 1. 25.부터 2007. 10. 27.까지 2,998㎥의 레미콘을 공급한 사실, 한암종건이 원고에게 레미콘 대금을 지급하면서 이 사건 공사현장이 아닌 기존의 다른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채무를 먼저 변제함으로써 이행기가 가장 늦게 도래하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채무가 남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한암종건이 피고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으면 이 사건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을 반드시 먼저 변제하여야 한다는 특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이상, 한암종건은 원고에게 레미콘 대금을 지급하면서 어느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것인가를 원고와 합의할 수 있고, 대금청구 후 90일 이내에 대금채무를 변제하기로 하는 당초 약정에 따라 이행기가 먼저 도래하는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채무를 먼저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충당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유효하며, 이러한 합의충당의 결과 이 사건 공사현장의 레미콘 대금채무가 남게 되었으므로, 위 레미콘 대금채무의 보증인인 피고는 보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원고와 한암종건 사이의 묵시적 합의충당은 피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의 보증책임은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합의충당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 차한성 신영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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