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다233807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2 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변호사 양홍석 외 1 인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2015.8. 12.선고 2014나63734 판결
판결선고
2020.6.4.
주문
원 심판결 을 파기 하고,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 이유 를 판단 한다.
1. 사건 의 개요 와 쟁점
가. 원 심판결 의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사정들을 알 수 있다.
( 1 ) 제주 해 군기지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고 한다)은 제주남방해역과 해상교통 로 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와 보호활동을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 에 기동전 단 전력수용을 위한 부두와 지휘· 지원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의 공익사업이다. 1995. 12. 경 국방부가 수립한 '1997~2001 국방사업계획'에 포함되었고, 국방부 장관 이 2009. 1. 21. 「 국방·군사시설사업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실시계획 승인처분을 하였으며 , 2012. 2.29. 국가정책조정회의(의장은 국무총리이다)에서 정부적 차원 에서 추진 하기 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 인근주민들450명이2009.4.20. 이 사건사업의 실시 계획 승인 처분에 대해 항고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실시계획 승인 처분 에 주민들 이 주장하는 절차상 ·실체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 하는 판결 이선고·확정되었다(대법원2012.7. 5.선고 2011두19239 전원합의체 판결 및 그 환송후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누21170 판결 참조 ).
( 2 ) 민주당 은 2011. 6. 8. 정부 에 대하여 합리적인 갈등해소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이 사건 사업 을 일시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여러사람과 단체들이 이 사건 사업 의 중단 을 촉구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3 ) 원고 1 은 위기자회견에 참석하였으며, 2011.6.9. 자신의 트위터(twitter)에 해군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 이 사건 사업에 대한 항의글, 공사 중단 요청글 을 남겨달라는 내용 의 글 을 게시하였다. 이에 원고들을 포함하여 원고 1의 의견에 동조하는 여러 사람들 이 같은 날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에 이 사건 사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항의글 을 100 여 건 게시 하였다. ( 4 ) 해군 본부 는 해군의 정책과 활동을 홍보하고 해군 관련 정보를 공개하려는 목적에서 해군 홈페이지 를개설·운영하고 있다. 해군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를 방문한 일반인 이 자유롭게 글 을게시할 수 있는 자유게시판이 있는데, 하루 평균 약 4건의 글 이게시 되고 있다. 주로해군 입대나 복지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글 이 게시되어 해군본부에서 답변 글 을 게시 하기도 하고, 그 밖에 일반인이 자신의 해군 복무 경험을 기술하는글 , 해군 복무 중인가족의 안전을 기원하는 글 이 게시되고 있다. ( 5 ) 해군 본부 는 2011.6.9.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 사건 사업에 반대하는 취지의 항의 글 100 여건이 집단적으로 게시되자, 원고들이 게시한 항의글 을 포함하여 100 여 건의 항의 글 을자유게시판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이하 '이 사건 삭제 조치 ' 라고 한다 ) , 자유 게시판 에 '이 사건 사업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며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는 국책 사업 으로서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중단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사업 에 반대하는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이 포함 된 100여 건의 게시글을 삭제 조치 한다 ' 는 입장 문 을게시하였다. ( 6 ) 해군 본부 가 작성한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 제9 조 제2호 는 홈페이지 에 게시 된 이용자 의 게시물은 삭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홈페이지 관리책임자 는 홈페이지 의 건전한운영을 위하여 이용자가 게시한 자료가 '국가안전을 해할 수 있거나 보안 관련 규정 에위배되는 경우',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특정기관, 단체 , 부서 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경우', '동일인 또는 동일인이라고 인정되는 자가 똑같은 내용 을 주 2 회이상 게시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1일 2 회 이상 게시하는 경우',' 기타 오류 , 장난 성의 내용 등 기타 본 호의 규정 에 비추어 삭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 에는 삭제할 수있고,필요 시 그 사유를해당게시판에 공지하거나 게시자(전화번호 나 전자 우편 주소가 명확할 경우)에게 통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운영 규정 ' 이라고한다).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건전한 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 특정 개인·단체 에 대한 비방 · 욕설 등명예훼손, 음란·저속한 표현, 상업적 광고, 유언비어나 선동하는글 , 동일 내용 중복 게시, 특정 개인의 정보유출, 반정부선동, 이적행위, 특정 종교 찬양 및 비방 등 게시판 의취지에 어긋나는 글 을 올리는 경우 사전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음 을 알려 드립니다. "라는 안내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게시판 운영원칙'이라고 한다 ).
( 7 ) 원고 들은 , 원고들이2011. 6.9.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한 항의글 은 이 사건 운영 규정 에서정한 삭제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해군본부가 임의로 해군홈페이지 자유 게시판 에서원고들의 항의글 을 삭제한 조치는 위법한 직무수행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원고 들의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해군본부가 속한 법인격 주체 인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 사건 국가배상청구를 하였다.
나. 이 사건 의 주된쟁점은 이 사건 삭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 집행 인지 여부 이다.
2. 대법원 의 판단
가. 정부 의 정책 에대하여 정치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 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 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집회와 시위를 통해 설파하거나 서명 운동 등을통해 자신과 의견이 같은 세력 을 규합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안 전에 대한 위협 이 아니라,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적인 보장 영역 에 속한다.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합리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 비판자체 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 의행사는 대한민국헌법이 예정 하고 있는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 헌법 재판소 2013.3.21.선고 2010헌바70 등 결정 참조).
그러나 공무원 의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공무원 이 직무 를 집행 하면서 고 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 상법 제 2 조 제 1 항의 요건 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함 은 엄격 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행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 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 과 같이 공무원 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 에비추어 살펴본다.
일반적 으로 국가 기관이 자신 이 관리·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에 대하여 정부의 정책 에 찬성 하는내용인지, 반대하는 내용인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특별한사정이 없는 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에 배치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 삭제 조치의 경우에는객관적 정당성 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1 ) 헌법 제 5 조 제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 을 사명 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군인은 국가공동체 와 국민 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연적 으로 군인 의정치적 중립성 유지가 요청된다. 이는 우리의 헌정사에서 다시는군 의 정치 개입 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으로, 국군은 정치에 개입하거나 특정 정당 을 지원 하는등 정치적활동 을해서는 안 되며,정치권도 국군에 영향력을 행사 하려고 시도 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정당이나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영향력 배제와 중립 은 효과적인 국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기도 하다(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3헌바111 결정 참조).
해군 본부 는 국방부장관의 명 을 받아 해군을 지휘·감독하기위하여 설치된 군부대이다 ( 국군 조직법 제 10 조, 제14조 참조), 비록 인터넷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해군본부에서 관리 · 운영 하는 공간에서 정치적 찬반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헌법이 강조한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요청 에배치된다. 이 사건 운영규정이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 를 게시글 삭제 사유로 규정한 것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 요청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군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이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을 분명히 한 것이다.
( 2 ) 원고 들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2011.6.9.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 사건 사업 에 반대 한다는 취지의 항의글 을 100여 건 게시한 행위는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 이므로 이 사건 운영규정에서 정한 게시글 삭제사유인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 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삭제 조치는 이 사건 운영규정에 따른 조치
이다.
이 사건 사업 의시행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국방부장관에게 있다. 국방부장관은 2009. 1. 21. 이 사건사업에 관하여 실시계획 승인처분을 하였고,해군본부의 장인 해군 참모 총장 은 국방부소속 기관장으로서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가 되었다(「국방·군사 시설 사업 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호, 제4조 참조). 또한 이 사건 사업은 국가정책조정회의 에서 정부 적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 의 시행 에 대해 항의 를하더라도 결정권자인 국방부장관이나 국무총리 또는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 하는 대통령에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국방부 소속 기관으로서 결정권이 없는 해군 본부 나 그 기관장인 해군참모총장에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3 ) 통상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은 새로운 글 이 게시되면 과거의 글 은 목록에서 후순위 로 밀려 눈 에 띄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홈페이지 이용자들은 게시판의 첫 화면 에 게시 되어 있는 최신글 을 위주로 읽으며, 화면을 넘겨가면서 여러 쪽 뒤에 게시되어 있는 과거 의 글 을 일일이 찾아 읽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게시판에 동일한 내용 의 글 을 반복적 으로 게시하면 이용자들이 다른 게시글을 읽는 것을 방해하는 효과 가발생 한다.
이 사건 운영 규정과 이 사건 게시판 운영원칙이 '동일인 또는 동일인이라고 인정되는 자가 똑같은 내용을 주 2회 이상 게시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1일 2 회 이상 게시하는 경우 ' 또는 ' 동일 내용중복게시'를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게시글 삭제사유로 예시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방해 효과를 차단하기위한 것이라고 보인다.
평소 하루 에 약 4 건의 글 이 게시되는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2011.6.9. 하루만에 이 사건 사업 에 반대하는 취지의 항의글 100 여 건 을 게시한 행위는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관심 이없는 이용자들이 다른 게시글을 읽는 것을 방해 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존재목적·기능에 관한 해군본부 의기대 에서 벗어나는것이다. 따라서 해군본부가 집단적 항의글 이 이 사건 운영규정과 이 사건 게시판 운영원칙에서 정한 삭제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사회통념상 합리성 이 없다고 단정 하기 어렵다. ( 4 ) 원고 1 의 의견에 동조하는 여러 사람들이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 사건 사업 에 반대 하는 취지의 항의글 100여 건 을 게시한 행위는 해군본부에 대한 '인터넷 공간 에서 의 항의 시위'로서의 성격이 있다. 그들이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집단적으로 항의 글 100 여건 을 게시함으로써 자신들의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항의 시위의 1차적 목적 은 달성 되었다. 현행법상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의 시위의 ' 결과물 ' 인 100 여건의 게시글을 영구히 또는 일정기간 보존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 은 없다.
이 사건 삭제 조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항의 시위의 '결과물'을 삭제한 것일 뿐, 자유 게시판 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해군 본부 는 이 사건삭제 조치를 하면서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 사건 삭제 조치를 하는 이유 를 밝히는 입장문 을 게시하였다. 이 사건 삭제 조치는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조치 로서 국가기관 이 인터넷 공간에서 반대의견 표명을 억압하거나 일반 국민 의여론 을 호도 조작 하려는 시도라고 보기 어렵다.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100여 건의 항의글에는 이 사건 운영 규정 과 이 사건게시판 운영원칙에서 정한 삭제사유가 없으며, 이 사건 삭제 조치가 원고 들의 표현 의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 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정한 국가배상책임과 국가기관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 이용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 하는 상고 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 하게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대법관의 일치된 의견 으로 주문 과 같이판결한다.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박정화
주 심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