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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006. 8. 11. 선고 2006가합3625 판결
[손해배상(기)] 항소[각공2006.10.10.(38),2096]
판시사항

술에 취한 장애인이 지하철 승강장에 진입하는 전동차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경우에 지하철 관리·운영자인 공법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지체장애 2급의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술에 취한 채 전동차를 기다리던 중 안전선을 넘어 선로 쪽으로 걸어가다가 역내로 진입하는 전동차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경우에, 지하철 관리·운영자인 공법인이 승강장에 상시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하여 사고방지조치를 불충분하게 취하지 않았다거나, 스크린도어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여 전철역 승강장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조치를 갖추지 않았다거나, 그 밖에 취객 등 안전사고를 유발할 사람을 미리 발견하고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한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위 공법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주호외 1인)

피고

부산교통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용은외 1인)

변론종결

2006. 7. 7.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93,670,210원, 원고 2에게 90,670,21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5. 10. 15.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3, 을 제1, 2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5,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2, 을 제6, 8, 9호증, 을 제11호증의 4 내지 15, 18, 을 제12호증의 1 내지 18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소외 1은 선천성 뇌성마비로 인하여 양쪽 다리를 절고 왼쪽 팔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서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었고, 원고들은 소외 1의 부모이며, 피고는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며 지하철 안전운행 및 지하철 승강장 내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법인이다.

나. 소외 1은 2005. 10. 15. 21:03경 피고가 운영하는 부산지하철 1호선 시청역 노포동 방면 승강장(이하 ‘이 사건 승강장’이라고 한다)에서 술에 취한 채 전동차를 기다리던 중 제2306호 전동차가 역내로 진입하자 전동차가 정차하기 전에 안전선을 넘어 선로 쪽으로 걸어가다가 진입하는 전동차 앞면 우측 유리에 머리를 부딪쳐 뇌좌상과 흉강내 출혈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제2306호 전동차의 기관사 소외 2는 역내로 들어오면서 소외 1이 약 60m 전방에서 안전선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전조등을 점멸하면서 비상기적을 울림과 동시에 비상제동조치를 취하였으나 충돌을 피하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무렵 이 사건 승강장에 공익근무요원인 소외 3과 소외 4를 배치하여 1시간마다 20분 내지 30분 동안 역사순찰을 실시하도록 하였고, 역 구내에 CCTV 카메라 25대를 설치하고 고객안내실에 CCTV 모니터 6대를 설치하여 승강장 등 취약지역을 감시하여 왔으며, 사고 방지를 위한 제반표지를 설치·관리하고 있었다.

한편, 이 사건 승강장에는 안전펜스나 스크린도어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승강장의 관리주체인 피고에게는 승강장에 승객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①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출입보호대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만일의 사고를 대비하여야 하며, CCTV 등을 통해 승강장 내의 상황을 파악하여 취객 및 기타 안전사고를 유발할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승객을 발견하면 경고방송을 하거나 기타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소외 1과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승강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승강장에는 공익근무요원 2명이 배치되어 순찰근무만 하고 있었고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승강장에는 선로로부터 일정 간격을 두고 황색 안전선이 설치되어 있어 전동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전동차가 정차할 때까지 위 황색 안전선 바깥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는 점, 전동차가 역에 진입할 때에는 미리 전동차가 진입하고 있으므로 황색 안전선 바깥으로 물러날 것을 알리는 내용의 안내방송이 나오는 점, 이 사건 사고 당시는 퇴근시간이 지나 승객이 줄어든 시간이었던 점에다가 지하철의 대중교통으로서의 성격, 피고의 재정 상황과 그에 따른 인력현황, 이용승객의 수·역의 구조·안전사고의 빈도 등 이 사건 시청역을 포함한 부산 지하철역의 전반적인 운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피고로 하여금 반드시 승강장마다 안전요원을 상시 배치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동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전동차의 사회적 효용과 위험성을 감안하여 안전선을 지키고 안내방송 등의 안전조치에 따라 스스로 위험을 방지하도록 주의할 것이 기대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피고가 이 사건 승강장에 상시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아니한 것이 사고방지조치로서 불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출입보호대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나 안전펜스 등 출입보호대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스크린도어는 지하철의 운임 수준 및 피고의 재정 상황에 비추어 그 설치비용이 과다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0조의2 에서도 전철역 승강장의 안전시설로서 스크린도어나 안전펜스 중 하나만 설치하도록 되어 있고 반드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 아니한 점(다만, 위 조항은 위 규칙 시행 이후 건설되는 역에 한하여 적용되고, 시청역은 그 적용 대상이 아니다.) 등에 비추어 볼 때,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것이 전철역 승강장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조치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승강장 추락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승강장 관리자로서는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적어도 안전펜스는 설치하여야 하는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소외 1은 술에 취한 채 전동차가 정차하기도 전에 전동차에 접근하려다 중심을 잃고 전동차에 부딪힌 것으로 보여지므로, 이 사건 승강장에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하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판단되어 피고가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취객 등 안전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자를 발견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전동차가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강장 쪽으로 걸어 나와 열차가 도착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안전선 안쪽으로 물러나 있다가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갑자기 안전선을 벗어나 선로 쪽으로 나아가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CCTV 카메라로 역 구내의 승객상황을 파악하던 역 직원이 비록 승강장 안전선 밖으로 나간 소외 1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경고 방송을 하거나 이를 제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또한 소외 1이 당시 술에 만취되어 지하철 이용이 불가능하였던 사정이 있었다거나 피고가 이러한 사정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에게 취객 등 안전사고를 유발할 자를 미리 발견하고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또한 이유가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호(재판장) 류재훈 황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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