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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1337 판결
[배임(일부인정된죄명:배임미수)][미간행]
판시사항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교환계약에서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기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교환계약에 있어서도 달리 볼 수 없다. 즉, 사회통념 내지 신의칙에 비추어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교환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의무를 이행받은 당사자는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

2.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07. 5. 1.경 그 소유의 인천 강화군 (주소 1 생략) 토지(이하 토지는 지번으로만 표시한다) 중 85평 및 (주소 2 생략) 토지와 피해자 소유의 (주소 3 생략) 토지 중 705평을 교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교환계약 체결 후 (주소 1 생략) 토지는 (주소 1 생략), (주소 4 생략), (주소 5 생략), (주소 6 생략), (주소 7 생략) 토지로 분할되었고, (주소 3 생략) 토지는 (주소 3 생략), (주소 8 생략), (주소 9 생략) 토지로 분할되었다.

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토지를 임의 분할하였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고소사건의 수사 중인 2010. 6. 11.경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주소 7 생략) 토지와 (주소 2 생략) 토지를 양도하고 3,000만 원을 지급하며, 피해자가 소유하던 (주소 3 생략) 임야의 면적이 감소된 것을 감안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1,100만 원을 정산하여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2007. 5. 1.경 교환계약과 2010. 6. 11.경 합의를 통칭하여 ‘이 사건 교환계약’이라고 한다).

라. 피고인은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라 2010. 12. 27.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인의 나머지 정산금 지급채무와 피해자의 정산금 지급채무를 상계함으로써,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정산금 지급채무는 900만 원만이 남게 되었다.

마.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교환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였고, 피해자는 2011. 12. 12.경 법무사 사무실에 (주소 3 생략)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맡긴 후, 피고인에게 ‘(주소 3 생략)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법무사 사무실에 맡겨 놓았으니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른 서류 일체를 교부하고 위 서류를 찾아가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고, 피고인도 그 무렵 위 통지를 수령하였다.

바. 피고인은 2013. 1. 3.경 (주소 2 생략) 토지를 (주소 10 생략) 내지 (주소 15 생략) 토지로 등록전환 및 분할한 후 위 토지에 도로를 개설하였고, 같은 날 (주소 12 생략), (주소 15 생략) 토지에 (주소 16 생략), (주소 17 생략), (주소 18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등기를, 2013. 6. 4. (주소 12 생략), (주소 15 생략) 토지에 (주소 19 생략) 내지 (주소 22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등기를 각 마쳤다.

사. 피고인은 법무사에게 (주소 23 생략), (주소 24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주소 10 생략) 내지 (주소 15 생략) 토지를 승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을 위임하였는데, 법무사가 착오로 등기를 잘못 신청하여 2013. 6. 4. (주소 10 생략) 내지 (주소 15 생략) 토지를 요역지로, (주소 23 생략), (주소 24 생략) 토지를 승역지로 하는 지역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해자는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른 금전지급의무를 다하였고, 법무사 사무실에 (주소 3 생략)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맡긴 후 피고인에게 서류를 맡긴 사실과 이를 찾아가라는 내용의 통지까지 마쳤다. 이로써 이 사건 교환계약은 사회통념 내지 신의칙에 비추어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그 재산적 이익을 보호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인 피해자의 (주소 2 생략) 토지에 관한 소유권 취득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위와 같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를 위배하여, (주소 2 생략) 토지를 처분하고 지역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해자가 2011. 12. 12.경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만으로 피고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피고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인 피해자의 사무로 전환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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