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다269388 물품대금
원고상고인
에스 와이즈 위르켄 유한회사 와이즈 그룹
(S. Weisz-Uurwerken B.V. Weisz Group)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도경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거노코퍼레이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민 담당변호사 이상억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8. 13. 선고 2021나51773 판결
판결선고
2022. 1. 1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1.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준거법의 결정
가.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심리, 조사 의무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라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
나.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의 적용범위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참조).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은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Vienna, 1980)(CISG), 이하 '매매협약'이라 한다]에 가입하였으므로,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는 매매협약 제1조 제1항에 의하여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매매협약은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성립,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 위험의 이전 및 손해배상 범위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으나 제조물책임에 관하여는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계약의 유효성이나 물품의 소유권에 관하여 계약이 미치는 효력 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소멸시효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네덜란드와 대한민국 두 나라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시효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imitation Period i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New York, 1974)]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매매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다.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법인인 양도인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준 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이 사건에서의 판단
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에게 2007년 무렵부터 2014년 무렵까지 손목시계 등의 물품을 공급하고 그 물품대금 잔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제1심에서 감액 합의에 따라 대금채권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다가 원심에 이르러 원고의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고, 원고는 이에 일부 변제, 채무승인으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이와 같은 당사자들의 주장과 원심의 판단은 모두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나.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인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준거법을 살펴본다.
(1) 매매협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소멸시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소멸시효의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법정지인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2) 앞서 본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기록상 당사자들이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에 관해 명시적으로 준거법을 선택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원·피고 사이에 준거법에 관하여 다툼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당사자가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의 준거법을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선택하지 않았다면,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그 물품대금 채권에 적용될 소멸시효에 대하여도 매도인인 원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네덜란드 법이 준거법으로 될 여지가 있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조사사항인 준거법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주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