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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7538 판결
[강제추행(예비적죄명:폭행)][미간행]
판시사항

[1] ‘추행’의 의미 및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추행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아파트 놀이터의 의자에 앉아 전화통화를 하고 있던 갑(녀, 18세)의 뒤로 몰래 다가가 갑의 머리카락 및 옷 위에 소변을 보아 강제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처음 보는 여성인 갑의 뒤로 몰래 접근하여 성기를 드러내고 갑을 향한 자세에서 갑의 등 쪽에 소변을 본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갑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행위 당시 갑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공2013하, 2046)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공2020하, 1550)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도16258 판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1. 6. 2. 선고 2020노136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11. 25. 22:46경 천안시 (주소 생략)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나무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는 피해자(여, 18세)의 뒤로 몰래 다가가 피해자의 머리카락 및 입고 있는 후드티와 패딩점퍼 위에 소변을 보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 당시에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다가 집에 도착하여 비로소 소변이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짜증도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한 사실 등을 설시한 후, 기록과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피해자가 자신의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피고인의 소변을 발견하고 더러워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등 참조).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도16258 판결 참조).

추행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 관한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다가 차량을 일시 정차하고 전조등과 비상등을 켜둔 상태로 내린 후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사건 아파트 인근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의 뒤를 따라갔다.

2) 피해자는 아파트 놀이터에 이르러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등 뒤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소변을 보았다.

3) 피고인은 ‘화가 난 상태에서 차에서 내렸는데, 횡단보도 앞에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화풀이를 하기 위하여 따라갔고, 욕설을 하는 등 화풀이를 하려고 했으나 피해자가 의자에 앉아 계속 통화를 하고 있어서 홧김에 피해자의 등 위에 소변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해자는 ‘놀이터에서 뒤에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고, 이후 머리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들어 정수리 부분을 만져 보았으나,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옷을 두껍게 입었고 날씨도 추워서 소변 냄새를 맡지 못한 것 같다. 집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남자가 앞쪽으로 튀어나가 깜짝 놀랐는데, 보니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 보았던 남자였다. 집에 가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냄새를 맡아 보니 소변 냄새가 나서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소변을 싼 것이라고 생각되어 신고하였고, 짜증이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인 2019. 12. 5. 22:04경에도 화가 난다는 이유로 나이 어린 여성(16세)의 뒤로 접근하여 가방을 잡아당기면서 침을 뱉는 행위를 하여 폭행죄로 입건되었다가 피해자가 처벌의사를 철회하여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

다. 위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은 처음 보는 여성인 피해자의 뒤로 몰래 접근하여 성기를 드러내고 피해자를 향한 자세에서 피해자의 등 쪽에 소변을 보았다고 할 것인바, 그 행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평가하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면 그로써 행위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행위 당시에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298조 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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