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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17374 판결
[손해배상(기)][공1999.1.1.(73),35]
판시사항

[1] 교도소 내 질서유지를 위한 계구 사용의 요건과 한계

[2] 교도관이 소년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27시간 동안 수갑과 포승의 계구를 사용하여 독거실에 격리수용하였는데 위 미결수용자가 포승을 이용하여 자살한 경우, 위 계구 사용은 위법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행형법(1995. 1. 5. 법률 제49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는 수형자의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필요한 경우에는 포승·수갑 등의 계구를 사용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같은 법 제62조는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이를 준용하고 있는바, 계구의 사용은 사용 목적과 필요성, 그 사용으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 정도, 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방법의 유무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소년인 미결수용자가 단지 같은 방에 수감되어 있던 다른 재소자와 몸싸움을 하는 것이 적발되어 교도관으로부터 화해할 것을 종용받고도 이를 거절하였다는 이유로 교도관이 위 미결수용자를 양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포승으로 양 손목과 어깨를 묶은 후 독거실에 격리수용하였고 그 다음날 위 미결수용자가 수갑과 포승을 풀고 포승을 이용하여 자살하였는데, 위 미결수용자가 그 당시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이나 자해를 행하려고 시도한 바 없었고, 장차 격리수용할 경우 위와 같은 행동을 감행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었던 경우, 설사 위 미결수용자가 다른 재소자와 재차 싸움을 벌일 염려가 있고 규율 위반으로 장차 징벌에 처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그들을 서로 격리수용하거나 독거수감하는 것만으로 족하고, 소년수인 위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반드시 계구를 사용하였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이 위 미결수용자를 포승으로 묶고 수갑을 채운 상태로 독거수감하였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위 미결수용자가 별다른 소란행위 없이 싸운 경위의 조사에 응하고 식사를 하는 등의 상태에서는 더 이상 계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임에도 그가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무려 27시간 동안이나 계속하여 계구를 사용한 것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한도를 넘은 것으로서 위법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용석)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1)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소외 1은 1990년부터 1991년까지 사이에 절도죄 등의 범죄 전력이 수차례 있는 자로서, 강도상해죄의 혐의로 1994. 3. 4. 구속되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1994. 6. 9. 제1심법원에서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함으로써 1994. 6. 15. 영등포교도소로 이감되었으며, 소외 1은 당시 선천성심장판막증 수술 등으로 인하여 건강이 허약함을 호소하여 의무병동에서 치료를 받은 후 1994. 6. 20. 소년수 수용거실에 수용되었다.

위 소외 1은 1994. 7. 19. 17:00경 같은 방에 함께 수감되어 있던 소외 2가 자신을 별명인 '감자'라고 부르자, 이를 참지 못하고 서로 엉겨붙어 몸싸움을 하던 중 적발되어 교위 소외 3으로부터 그 싸움의 경위 등을 조사받은 다음 서로 화해할 것을 종용받았으나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위 소외 3은 같은 날 17:30경 소외 1과 소외 2를 각자 양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포승으로 양손목과 어깨를 묶은 다음, 독거실인 1사 하층 6실과 18실에 격리수용하였다. 위 독거실은 넓이가 0.78평 가량으로 쇠창살로 된 환기창이 설치되어 있으며, 영등포교도소의 1사 하층에는 이와 같은 독방이 1실부터 차례로 33실까지 33개가 있다.

영등포교도소 교도 강성봉은 그 다음날인 1994. 7. 20. 21:00경 위 독거실을 시찰하다가 이종식이 수갑과 포승을 풀고 출입문 안쪽에 치약으로 "엄마 아빠 죄송합니다. 속만 썩혀드리다가 먼저 갑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사랑하는 동생들아.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양동이 위에 올라가 몸에서 푼 포승을 환기창의 쇠창살에 묶어 목을 맨 것을 발견하고, 그를 즉시 의무과로 옮겨 인공호흡을 시키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그는 같은 날 21:45경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였다. 원고들은 소외 1의 부모와 형제들이다.

(2) 위 소외 1의 사망사고는 피고의 피용자인 교도관들의 위법한 업무집행 내지 직무수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관계 법령에 의하면, 재소자 상호간에 싸움을 하는 경우에는 규율 위반으로서 징벌의 대상이 되고, 징벌사범으로 조사중에 있는 재소자 또는 계호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소자에 대하여는 독거수용을 하여야 하거나 할 수 있고, 또한 포승·수갑 등의 계구는 재소자의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필요한 경우에 소장의 명령에 의하여 사용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으며, 한편 교도관 소외 3은 위와 같이 소외 1이 소외 2와의 화해를 거절하므로, 징벌을 위하여 조사가 더 필요하고 자살 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교도소장의 승낙을 받아 그를 포승으로 묶고 수갑을 채워 독거실에 수용하였고, 소외 1은 다음날 다시 조사를 받고 저녁식사를 하는 등 별다른 이상 없이 생활하였으며, 그날 계호와 감시업무를 담당한 교도 강성봉과 교도 최성락은 서로 교대하며 1실에서 33실까지의 독거실을 순찰하다가 위와 같이 소외 1이 사망한 것을 발견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소외 1이 소년수 수용거실에 수용된 이후 독거실에 수용될 때까지 수용생활을 감내하기에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위 소외 3이 소외 1을 포승으로 묶고 수갑을 채워 독거실에 수용한 것은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교도관들의 감시의무 태만으로 자살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소외 1을 독거실에 수용한 이후 자살에 이르기까지 상당 시간 포승과 수갑으로 포박한 것이 행형목적이나 계구의 사용목적, 당시의 무더운 날씨 등에 비추어 지나친 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해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갑과 포승으로 포박된 소외 1이 그것을 풀고 그 포승을 이용하여 자살을 감행하리라고는 예견할 수는 없는 것이고, 소외 1이 수용생활 중 자살을 기도하였다거나 평소 자살하겠다는 내용의 언동을 하였다는 점 등에 관한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소외 1의 자살은 위와 같은 상태에서의 독거실 수용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이 법원의 판단

구 행형법(1995. 1. 5. 법률 제49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는 수형자의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필요한 경우에는 포승·수갑 등의 계구를 사용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같은 법 제62조는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이를 준용하고 있는바, 계구의 사용은 사용 목적과 필요성, 그 사용으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 정도, 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방법의 유무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8. 1. 20. 선고 96다18922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소외 1은 단지 같은 방에 수감되어 있던 소외 2와 몸싸움을 하는 것이 적발되어 교도관으로부터 화해할 것을 종용받고도 이를 거절하였을 뿐이라는 것이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소외 1은 그 당시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이나 자해를 행하려고 시도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장차 그들을 격리수용할 경우 소외 1이 위와 같은 행동을 감행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아볼 수도 없는바, 사정이 그와 같다면, 설사 소외 1이 소외 2와 재차 싸움을 벌일 염려가 있고 규율 위반으로 장차 징벌에 처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그들을 서로 격리수용하거나 독거수감하는 것만으로 족하고, 소년수인 소외 1에 대하여 반드시 계구를 사용하였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도관이 소외 1을 포승으로 묶고 수갑을 채운 상태로 독거수감하였을 뿐 아니라, 그 이후 소외 1이 별다른 소란행위 없이 싸운 경위의 조사에 응하고 식사를 하는 등의 상태에서는 더 이상 계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임에도 그가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무려 27시간 동안이나 계속하여 계구를 사용한 것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한도를 넘은 것으로서 위법한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 소외 1은 건강이 좋지 못한 미성년자로서 교도소에 구금되어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혐의 사실로 제1심에서 장기간의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위와 같이 포승에 묶이고 수갑이 채워진 채 장시간 동안 독거실에 수감되는 위법한 조치를 당하게 되었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수갑은 원래 열쇠가 없이는 열 수 없는 것이지만 자물쇠를 여는 기능을 가진 자에게는 단순히 열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수갑이 풀리면 포승은 스스로 풀 수도 있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재소자의 교정업무를 담당한 교도관으로서는 소외 1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가 위와 같이 위법한 처분을 당하고 자살을 결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교도관의 위법한 조치와 소외 1의 사망 사이에 법률상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판단 아래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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