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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2019.7.12. 선고 2019고합73 판결
상해치사
사건

2019고합73 상해치사

피고인

A

검사

김가람(기소), 이도희(공판)

변호인

변호사 김정호

판결선고

2019. 7. 12.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청주시 B 소재 'C'의 종업원으로 근무하는 자로서 피해자 D(여, 39세)와 2018. 12.경부터 청주시 흥덕구 E 단독주택 F호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9. 2. 6. 11:27경부터 2. 7. 03:51경 사이에 위 F호에서, 피고인의 여자관계로 인해 피해자와 서로 다툼을 하던 중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눈과 목부위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오른쪽 눈 부위 좌상 등의 상해를 가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2019. 2. 7. 17:05경 청주시 서원구 G에 있는 H병원 응급실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공소사실 기재 시간 동안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적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9. 2. 6. 10:54경 동거하는 청주시 흥덕구 E 단독주택 F호에서 나와 미용실로 향하여 10:56경 미용실에 도착하여 피해자가 머리를 한 후, 11:20경 미용실에서 함께 나와 근처 마트에서 과일, 담배 등을 구입하고 11:27 경 귀가하였다(위 마트 CCTV 영상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의 오른쪽 눈 부위에 좌상이 없었다).

나) 피고인은 같은 날 12:12경 혼자 외출을 하였다가 잠시 후인 12:26경 귀가하였다.

다) 피고인은 같은 날 15:16경 출근하여 15:50경 직장인 중국집에 도착한 후 계속 근무하다가 다음날인 2019. 2. 7. 03:08경 일을 마치고 03:38경 귀가하였다. 피고인은 이어 03:42경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와 버리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03:51경 119에 신고하였다.

라) 피고인의 신고에 따라 구급차가 같은 날 04:00경 현장에 도착하였고, 피해자는 오른쪽 눈 부위 좌상이 뚜렷하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H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17:05경 사망하였다.

2)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

가) 피해자의 사인은 우측 머리 부분의 '경막하출혈'이다. 경막하출혈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는 외상이고,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머리에서 '피하출혈'이 함께 발견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경막하출혈은 외상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 피해자의 위 경막하출혈은 일반적으로 외상이 가해지는 모든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바닥, 구조물, 벽면 등에 충격되는 상황에도 발생 가능하고, 그것이 의학적으로 반드시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 검사는 피고인이 여자관계로 피해자와 다투다가 피해자의 오른쪽 눈과 목부위를 폭행하여 눈 부위 좌상 등을 가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발생해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① 피해자는 2019. 2. 6. 11:27 경 얼굴 부위에 외상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로 피고인과 함께 귀가하였다가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되기까지 위 주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2019. 2. 6. 15:16경 출근하여 2019. 2. 7. 03:38경 귀가하였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은 ① 2019. 2. 6. 11:27경부터 같은 날 15:16경까지, ② 2019. 2. 7. 03:38경부터 피고인이 신고한 03:52경까지이다.

② 먼저 2019. 2. 6. 11:27경부터 같은 날 15:16경까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 시간 동안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9. 2. 6. 오전 미용실에 방문하였을 때 미용실 주인이 보기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사이가 매우 좋아 보였고, 피해자는 2019. 2. 6. 17:20경 출근해 있던 피고인에게 "밥 먹었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피고인이 17:29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2분 가량 통화하기도 하였다.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문자내역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불만이 있는 경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이 출근하기 전후에 걸쳐 피고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을 암시할 만한 아무런 내용이 없다. 피해자는 같은 날 17:45경 전 남편과 사이의 딸로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고 17:51경 딸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였고, 달리 일상생활이나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었음을 의심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③ 다음으로, 2019. 2. 7. 03:38경부터 03:52경까지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의 오른쪽 눈 부위 좌상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력이 상당히 강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약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한 것이라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상당한 말다툼이나 몸싸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과 피해자의 손톱에서는 각각 피고인과 피해자의 유전자만 발견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다고 볼 만한 다른 자료가 없고, 수사기관이 조사한 집주인과 이웃 주민들도 모두 사건 당일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나아가 2019. 2. 7. 04:34경 작성된 담당의사 I의 '전문의 초진기록지', 04:48경 작성된 담당의사 J의 '전문의 초진기록지'에 의하면 당시 이미 피해자에 대한 CT검사가 시행되어 판독결과나 나왔던 것으로 보이고, 응급실에서 피해자를 진료했던 K은 CT 촬영결과에 비추어 피해자의 뇌출혈은 이미 4시간 이상 지난 상처로 판단하였는바, 이는 피해자의 머리 부위 상처가 피고인이 퇴근하기 전에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④ 피해자는 2019. 2. 4. 10:00경부터 11:00경 사이에 피고인에게, "왜 무슨 얘기 하는지 파악을 못해?", "교양 있는 척은 혼자 다 하면서", "교양 좋아하고 있어~~~", "내가 치우고 갈게 걱정하지 마", "그 여자 찾아서 살아 교양 있게", "얼마나 좋아 둘이 노후에", "또 취했다 하겠지. 근데 그걸로 덮으려 하지마. 실수 한 걸", "쓰레기 봉투내 돈으로 살게, 됬지?", "그리고 그 언니 어떤지 자세히 모르지만 어디다 나하고 비교해", "기분 나빠. 그 언니가 살아준다면 그 사람하고 살아", "자~~ 난 없을 거야", "내가 거지냐? 찌개 하나 못 먹게 하고, 그 여자 찾아서 살아", "교양 있게ㅋ", "얼마나 둘이 교양 있고 좋아~~ 난 음식물 쓰레기나 치울게" 등의 문자를 보냈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고인의 여자 문제로 다소 감정 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날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정한 문자를 주고 받는 등 통상의 연인관계에서 있음직한 대화를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앞서 일부 다투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점만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여자관계를 두고 심각한 폭력행위까지 일어날 정도의 갈등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를 발견한 후 즉시 119에 신고하지 아니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등으로 10분 가량 지체한 후 신고하였고, 신고 당시 구급차와 경찰을 같이 출동시키겠다는 말을 듣자 경찰 출동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동거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취할 행동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심을 넘어 위와 같은 사정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직접 추단케 하는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턱과 목 부위에서 피하출혈과 근육출혈이 발견되었는데, 위 각 출혈의 발생 시기와 원인, 이 사건과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3) 경막하출혈의 발생원인

피해자는 발견 당시 심각한 눈 부위 좌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적어도 2018. 2. 6. 11:27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상처이다. 한편, 피해자는 머리 부위에서 다량의 경막하출혈이 발견되었고, 이는 급성 경막하출혈과 만성 경막하출혈이 혼재된 것이었는데, CT촬영결과 만성 경막하출혈은 대략 2, 3주 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였고, 급성 경막하출혈은 대략 3시간에서 3일 전 정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눈 부위 좌상 등과 경막하출혈이 같은 외력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 피해자의 직접 사인인 경막하출혈 중 급성경막하출혈만 보더라도 그 발생시기로 볼 수 있는 이 사건 발생 이전 3시간에서 3일간 피해자의 머리 부위에 충격이 가해질 만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한편, 피해자는 2012.경부터 2016.경까지 알코올의존증후군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있고, 이 사건 무렵 지속된 음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피해자의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혈액에서 '레비티라세탐', '발프로산' 등 간질과 관련된 의약품이 검출된 것에 비추어 피해자는 간질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시력이 -4.0 정도로 좋지 않았고, 구급대원의 발견 당시 눈에 렌즈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피해자는 간경변이 있어 일반인들보다 지혈이 되지 않고 그로 인하여 출혈이 더 심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알코올의존증으로 인하여 뇌가 위축되어 있어 경미한 외력에도 뇌출혈이 유발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직접 사인인 경막하출혈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폭행행위가 아니라 간질 등의 질병이나 음주, 낮은 시력 등으로 인한 실족 등 우발적 사고를 포함한 다른 원인에 의하여 피해자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소병진

판사 이지형

판사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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